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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평점 :
<왓슨이 심각한 표정으로 홈즈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홈즈 : 여, 왓슨, 어서 오게. 왜 그렇게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다니나?
왓슨 : 홈즈, 지난 주에 내가 자네에게 부탁한 건 어떻게 됐나? 책 한 권이 이렇게 생활을 흔들어 놓다니...
홈즈 : 일단, 나가서 허기나 좀 면하고 들어 오자구. 마음이 심란한 건 의사인 자네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군. 하하. 하지만 속이 든든해지면 좀 나아 질걸세.
<식사 후, 다시 홈즈의 사무실>
왓슨 : 자네 말이 맞군. 친구와 함께 가정식 백반이라도 한그릇 먹고 나니 힘이 나는 걸. 기분도 좀 풀리고.
홈즈 : 홍차 한 잔씩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게 어떨까?
왓슨 : 좋지.
홈즈 : 자네 지난 주에 내게 왔을때 이 책 <삼성을 생각한다>를 두고 갔네. 몹시 분노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내게 일독을 권했네. 그 뒤에 자네가 내게 했던 부탁이 뭐였지? 왓슨.
왓슨 : 홈즈, 사실 나는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을까 말까 생각하면서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네. 2007년 10월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변호사 김용철의 재벌 비리 폭로에 대한 책이라걸 알고 있었으니까.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네. 애써 무관심하고 싶었네. 냉소적 입장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난 읽었고 여러가지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히고 말았네. 이를테면 재벌에 대한 분노, 검찰과 정부에 대한 절망감, 이 나라 국민인 것에 대한 수치심, 힘없는 개인인 것에 대한 서글픔, 괜히 읽었다는 후회 같은 감정들이 통제할 사이도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버렸네. 모두가 등을 돌린 김용철 변호사에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있었다면 나는 절친 홈즈가 있다고 생각했네. 자네가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는다면 내 이 복잡한 심경에 질서를 부여하고 다시 용기, 희망, 자신감을 회복시킬 뭔가를 찾아내서 나를 위로해주리라 믿었지.
홈즈 : 아직까지 그 복잡한 심경이 해결되지 않았구먼, 왓슨. 자네는 이렇게 말했네. '홈즈,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말일세. 참 모호한 말이었지만 난 <삼성을 생각한다>를 나름 꼼꼼하게 읽으며 자네의 모호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했네.
왓슨 : 그래서? 홈즈, 뭔가 찾아냈단 말인가?
홈즈 : 찾아냈지. 들어볼텐가?
왓슨 : 자네 내 속이 이렇게 타들어 가고 있는데 그러지 말게. 어서 말해보게.
홈즈 : 하하, 웃자고 한 소리네. 왓슨, 여유를 가지라구. 나는 먼저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자네의 질문부터 따져봤네. 왓슨, 사실 이 질문은 자네가 던질 질문이 아니네. 사실은 이 질문은 재벌비리문제를 둘러싼 당사자들이 해야될 질문이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은 왓슨, 자네가 이 질문을 한다는 건 이 문제를 자네의 문제로 받아들인다는 뜻이겠지? 나는 거기서부터 출발하고 싶네. 자네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만든 것만해도 <삼성을 생각한다>는 소기(所期)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지.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국민들의 냉소다.(중략) 이런 반응은 위험하다. 썩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과 현실 앞에서 체념하고 냉소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현실이 절망적이라는 게 희망을 포기할 이유가 될 수 없다. 체념과 냉소를 전염시키는 일 역시 부패의 공범이다. "다 그런 거지"라는 체념과 냉소 속에서 부패는 관행이 되고, 결국 거스를 수 없는 구조가 된다. <삼성을 생각한다> 386p
하여간, 왓슨, 인간이라면 누구나 '나'로 살아갈 권리가 있네. 그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고 나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자존감을 지키며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 말일세.
왓슨 : 그건 당연하지. 자신의 삶을 남처럼 살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홈즈 : 글쎄, 아마 없을걸세. 아니 일단 없다고 가정하세. 하지만 왓슨, 나는 내 삶을 살고자 하지만 내 통제능력을 뛰어넘는 어떤 거대한 힘이 있다면? 그래서 그것이 나를 내 의지와는 달리 나를 통제하고 조종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겠나?
왓슨 : 음... 그런 것이 있단 말이지?
홈즈 : 물론이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우리 생활에 깊이 스며들어 있어 익숙한 것이지. 그건 바로 자본이네. 쉽게 말하면 돈이지. 돈이 우리를 통제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휴지조각 처럼 구겨져 버린다네. 그러면 <삼성을 생각한다>에 대한 자네의 질문에 대답이 되는 책을 한 권 소개할까 하네. 고전평론가, 고미숙의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네.
돈을 펑펑 뿌리면서, 나는 늘 사육당하는 기분이었다. 내가 돈을 마구 쓰도록 부추겼던 자들은 내가 회사를 위해 돈을 벌어오기를 바라지 않았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거나, 상품을 많이 팔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조직을 이끄는 역할을 기대한 것도 아니다. 그들은 내게 쥐어준 돈으로 사법부를 길들이기를 원했다. 내 청춘을 고스란히 묻었던 검찰이, 그들이 뿌린 돈으로 썩어가는 것을 보는 일은 괴로웠다. 그들이 내게 맡긴 역할에 충실할수록 괴로움도 깊어갔다. 결국 몸이 못 견뎠다. 하루 종일 코피가 흘렀다. (중략) 그리고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전립선염, 지방간으로 인한 간 기능 저하…. 온갖 병이 한꺼번에 나를 덮쳤다.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는 입에 약을 한주먹씩 털어 넣을 때마다, 나는 휴지처럼 구겨진 내 삶을 확인했다. <삼성을 생각한다> 18p
억지로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다가는 과로사 아니면 우울증에 걸리기 십상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과로사나 자살충동은 단지 경쟁이 치열하거나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일과 몸 사이에 극심한 소외가 빚어질 때 일어난다. 그 간극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건 몸과 마음이 극도로 분리되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일 따로, 몸 따로 그리고 마음 따로. 이런 징후가 감지되면 어떤 직업이건 당장 멈추어야 한다.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139p
돈에게 삶의 주도권을 내어주는 순간, 우리는 몸도 마음도 죽음에 직면하게 되는 거라네.
왓슨 : 돈이라...좋아, 홈즈. 재벌비리의 문제를 자본 측면에서 계속 논의해 보자구. 사실 김용철 변호와 사제단이 공개한 재벌의 비리는 크게 세 범주로 나뉘네. 첫째,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 및 탈세와 이를 감추기 위한 회계조작, 둘째, 경영권 불법 세습 및 이 과정에서 저지른 법정 증거 조작, 셋째, 정·관·법조·언론계에 대한 광범위한 불법 로비지. 모두 돈과 관계가 되는군.
홈즈 : 그렇지. 돈과 관계를 가지는 것 이상이라고 생각하네. 돈이 모든 걸 좌우하는 형국이지. 어쨌든 이 세 범주를 잘 살피면 결국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네. 그건 '경영권 불법 세습'이지. 불법을 동원해 가면서 비자금을 조성하는 이유는 불법 로비를 위한 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이고 불법 로비를 하는 이유는 경영권 불법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네.
왓슨 : 결국 경영권 불법 세습이 의미하는 건 그들만의 왕국을 공고히 하고 그 국가 위의 권력을 대를 이어 유지해 나가겠다는 것이군.
홈즈 : 정확하게 읽어냈네, 왓슨. 오직 총수 일가(一家)만을 위해 충성을 맹세하는 측근들,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총수 일가, 불법로비를 통해 광범위하게 관리되는 인맥, 무슨 왕조나 범죄조직같지 않나? 이런 조직 문화 속에서 무슨 다양성이 존재하며, 개인의 자유가 존재하겠나? 황제의 눈치를 보는데 경영자가 정상적인 판단력을 기를 수 있겠나? 희생과 노력한 구성원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이 이뤄지겠나?
삼성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사장들은 회의 시작 몇 시간 전부터 물을 마시지 않는다. 소변이 마려울까봐서다. 이건희가 화장실에 가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도 화장실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사장단 회의에서 삼성 비리에 관한 검찰 수사가 안건으로 올라오면, 사장들이 일제히 충성맹세를 한다. 자신들이 회장을 대신해서 감옥에 가겠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범죄 영화의 한 장면으로도 손색이 없다. <삼성을 생각한다> 101p-102p
실제로 반도체, 휴대폰 등에서 삼성이 거둔 성과는 눈부셨다. 그 뒤에는 백혈병 위험을 부릅쓰고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땀 흘린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다. 더 편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마다하고 새벽까지 연구실을 지킨 연구원과 기술자들의 노력도 빠뜨릴 수 없다. 그러나 이런 희생과 노력의 성과를 챙긴 것은 엉뚱한 자들이었다. 삼성 구조본 임원들은 반도체, 휴대폰의 개발, 생산, 판매 등에 기여한 일 없이도 가장 높은 보수를 받았다. 단지 보수만 많이 받은 게 아니었다. 그들은 실제로 회사에 돈을 벌어오는 이들, 실제로 기술을 개발한 이들 위헤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군림했다. <삼성을 생각한다> 273p
비노바 바베는 평생을 공동체 운동을 했으면서도 늘 '조직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창했다. "큰 규모로 일을 하기 위해서 시작된 집단은 그 자체의 조직을 강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게 마련이다." 하지만, "조직을 가지고는 결코 혁명을 이루어 낼 수 없다." "조직은 틀이며, 그것은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조직 안에 있으면 우리는 하나의 고정된 도식을 따라서 일해야 하고, 또 다른 사람도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조직에는 정신의 자유가 없다."(<비노바 바베>, 265쪽) 그렇다. 중요한 건 삶이고 자유인 것이지 조직 자체가 결코 아니다. 조직을 위해 공동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주체들이 잘살기 위해서 다방면으로 네트워킹을 하다 보니 공동체가 된 것뿐이다. 이 점을 결코 혼동해서는 안 된다.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177p
왓슨 :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닌데도 상속을 해 주는 것이 부모된 도리일까? 경영 능력이 입증된 것도 아닌데 계열사 포함 25만이 넘는 임직원을 거느릴 수 있는 경영권을 넘겨주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그렇다고 자녀가 최소한의 도덕성을 가진 것도 아니고 대중과 서민의 삶이라고는 겪어 본 적이 없어 그들에 대한 공감과 이해도 못하는데 말일세.
홈즈 : 그러게나 말일세. 오직 그들만의 왕국에서 나고 자란 이 사람들이 공동체의 정을 알기나 알까? 진정한 친구는 있을까? 공부라도 제대로 했을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날 뿐이네.
나는 파티비용이 얼마나 들까 추산해 본 적이 있다. 이건희 일가의 파티에 초대된 손님 한 명당 와인과 음식 값이 50만 원쯤 든다. 파티 한 번 하면 손님이 300명쯤 오니까 먹고 마시는 비용으로 1억 5000만 원이 드는 셈이다. 여기에 공연과 간단한 선물이 곁들여지는 게 통례다. 선물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금박을 입힌 초콜릿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공연과 선물비용이 수억 원쯤 되니까, 파티비용은 10억 원쯤 될 듯하다. <삼성을 생각한다> 229p
그래서 그들은 보통 사람들과 따로 떨어져 살고 싶어 했다. 보통 사람들과 공간적으로만 거리를 두려 한 게 아니다. 옷차림과 장신구, 식사 등까지 남들과 거리를 두려 했다. 다른 신분을 가진 그들만의 공동체, 그 안에도 여느 공동체처럼 따뜻한 정이 흐르고 있을까. <삼성을 생각한다> 234p
자식은 어려서는 내가 보호하고 거두어야 하지만, 자라서는 나와 함께 길을 가는 인생의 동반자다. 인도의 한 전설적인 현자 마누는 이렇게 말했다. "아들이 열여섯이 되면 그를 친구로 대해야 한다."(<비노바 바베>,84쪽) <동의보감>에서도 남자는 열여섯부터 성인의 단계로 접어든다고 했다. 물론 시대마다 나라마다 성인이 되는 연령이 달라질 수는 있다. 어쨌거나 성인이 된 다음에도 부모가 계속 뒤를 봐줘야 한다면 그것 자체가 자식에게는 '인생의 실패'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그러므로 부모가 물려줘야 하는 건 유산이 아니라, '홀로서기'에 대한 훈련이다. 누구에게도 머리 숙이지 않고,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독립심 혹은 자존능력!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78p
왓슨 : 아~, 홈즈. 자본이 우리 사회를 오염시키고 구성원들의 영혼을 병들게 하다니 또 그런 감정이 북받쳐오르는군. 하지만 나 역시 그런 오염 속에서 저항없이 살고 있었으니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수는 없겠지?
홈즈 : 왓슨, 너무 자책하지 말게. 우리가 배출하는 생활 하수나 쓰레기를 보게. 생활 하수는 하수도관을 따라 정화의 과정을 거친 다음 강으로 배출되네. 쓰레기도 그 종류와 양에 따라 분리되어 처리되고. 처리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환경은 오염되고 결국은 우리의 건강과 심지어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도 있네. 사람사는 세상에 비리와 불법도 생기기 마련이지. 중요한 건 말이야, 그것을 처리하는 법과 제도가 제 기능을 해야된다는 것이네. 그러니 우리는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성실한 감시자의 역할을 하면 우리 사회가 더 투명해지지 않을까?
왓슨 : 그렇게 말해주니 위로도 되고 용기도 생기는데, 홈즈.
홈즈 : 혹시나 우리가 어느 한 편을 지지함으로써 잃게 될 기득권도 걱정하지 말게. 김용철 변호사는 이렇게 비리를 사회에 폭로함으로써 오히려 '진정한 친구'를 얻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네. 사실 돈으로 관리되던 인맥은 진짜 친구가 아니지.
왓슨 : 홈즈, 막 성경 한 구절이 떠오르는구만.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개역개정 아모스 5장 2절)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첫 기자회견 때 발표한 성명서 앞머리의 '사람이 하나님과 돈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복음 6장 24절)'는 성경 구절이 등장하네. 돈이 하나님이 된 사회, 물신(物神)이 주인인 사회를 벗어날 수 있다면 우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겠나?
홈즈 : 사람이 돈을 통제하고 그 위에 군림하는 사회, 그래서 그것이 우리에게 장난칠 수 없는 사회는 우리가 꿈꿀만 한 사회네. 돈을 버는 것만큼 쓰는 것이 행복하고 기쁜 사회, 내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나의 행동때문에 누군가 도움을 입고 삶의 활력을 얻어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노력해나가야 되겠지. 그 노력 가운데 하나가 이렇게 자네와 나처럼 책을 읽고 공부하며 밥을 함께 먹고 삶을 나누고 행동을 바꿔나가는 것이 아닐까? 그 재벌일가도 책읽고 진짜 공부 좀 했으면 좋았을 걸. 아니 지금이라도 읽고 부지런히 배우면 좋을텐네 말이야.
쉽게 말하면, 나는 사람들과 더불어 무언가를 탐구해 가는 것이 최고의 삶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터득한 것이다. 어떻게? 다름 아닌 책을 통해서다. 책은 내게 끊임없이 가르쳐 주었다. 공부와 우정과 밥은 하나라는 것을.(중략) 그래서 알게 되었다. 재산이 많은 것과 풍요롭게 사는 것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136p
왓슨 : 동의하네, 홈즈. 비록 내가 하는 작은 일들이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해도 정의로운 일이라면 기꺼이 할 작정이네. 그것이 아이들을 위하고 나의 자존감을 지키는 길이니까. 고맙네, 내 고민을 자네 고민처럼 같이 해 줘서 말이야.
홈즈 : 천만의 말씀이야, 왓슨. 오히려 내가 삶을 성찰해보며 많이 배웠네. 조심해서 돌아가게.
이들은 말한다.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고, "질 게 뻔한 싸움에 뛰어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내 생각은 다르다. 정의가 패배했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정의가 이긴다"는 말이 늘 성립하는게 아니라고 해서, 정의가 패배하도록 방치하는 게 옳은 일이 될 수는 없다. 나는 삼성 재판을 본 아이들이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봐 두렵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 <삼성을 생각한다> 44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