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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수학자 - 천재 수학자 폴 에르디시의 현대 수학 여행
브루스 쉐흐터 지음, 박영훈 옮김 / 지호 / 1999년 4월
평점 :
품절
역시 우연히 여기저기 다니다가 보게된 흥미있는 책이다. 덤벙대지 않는다면 충분한 감명을 받고, 위대한 수학자의 삶의 편린에 감동하게 될 것이다.
에르디시(Erdos), 나는 이런 이름의 수학자가 있었는지 들어본 적도 없고, 책에서 본 적도 없으며, 게다가 위대하다는 칭송을 들을만한 능력과 성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알지 못했고, 또 성자의 성품을 가진 세계사에 기록될 뛰어난 수학자가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적도 없다.
대학을 가려는 학생이었던 시절, 우리는 '눈을 뜨면 공부요, 눈감으면 취침'이라는 자세를 가지고 스스로를 다그치면서 살았다. 그래서 대학에 가게 된 다음에는 '눈을 뜨면 노는 생각, 눈을 감고도 노는 생각'을 하면서 지냈다.
하지만 에르디시라는 이 불가해의 수학자는 '눈을 뜨면 수학, 눈감아도 수학'에 대한 식지않는 열정을 가지고 80평생을 살았다. 새파랗게 어린 아이라고 하더라도 '수학적 언어'를 나눌 수 있다면 기꺼이 '함께 공부'를 했으며, 뛰어난 연구자가 있는 곳은 어디든 찾아다녔다.
상상할 수 없는 양의 연구결과를 발표한 무한한 에너지의 소유자 에르디시는 그의 무한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일생에 걸쳐 안정적인 직업도 없고(아니 가질 생각이 없었을까?), 가족도 없으며, 집도 없고, 자동차도 없고, 보통 사람들이 추구하는 물질적인 자산은 ZERO다. 그는 한마디로 역마살이 낀 생활무능력자에 가까운 존재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 위대한 수학자가 가진 것이 있었다면 수학을 사랑하고, 친구를 존경하며, 나눌 줄 아는 친구들과 젊은 공동 연구자들이 있었다. 나와 같은 감명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는 독자들도 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에르디시를 접했다는 간단한 사실로 심리적 에르디시의 수 1을 가지게 되었다고 여기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의 '무작위 그래프'이론에 의해 이미 증명된 것이다.
보통 인간적 성품이 뛰어나고, 또 재능이 뛰어나고, 그것도 다방면에 걸출한 인물이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에르디시는 '세상에 완벽한 혼돈은 없다'는 램지이론을 '무작위 그래프이론'으로 증명했듯이, 그런 특별한 인간이 역사적으로도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한 유일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