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갭의 샘물 눈높이 어린이 문고 5
나탈리 배비트 지음, 최순희 옮김 / 대교출판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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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몇 년(아마 10여년) 전까지 ‘장수만세’라는 노인들이 출연하는 TV프로그램이 있었다. 노인이면 누구나 출연을 원했겠지만, 행인지 불행인지 대체로 정정하신 분들만 이 프로에 출연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노인들은 ‘늙으면 죽어야 돼’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곳 저곳 아프고 건강을 장담하지 못하면서, 육체적으로 경제적으로 자식들에게 짐이 된다고 여겨서 그럴 뿐, 건강하다면 오래 살기를 원하는 게 본심이 틀림없으리라.

요즘 평균수명이 어림잡아 80세라고 하니, 조만간 100년 혹은 120년을 살게 되는 시절이 다가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모두가 바라는 세상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수명이 200년 300년이 된다면, 아니 1000년 혹은 그보다 더 길어져서 죽음을 모르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진시황의 불로초, 무협지의 천년하수오, 인디아나 존스의 성배, 모두 경이로운 대상일 뿐 아니라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한다. 그런데, 아이러니라고 할까? ‘바보상자’라고 비웃는 화면에 등장하는 영원한 존재는 드라큐라거나 하이랜더이면서 자신을 감추어야만 하는 서글픈 캐릭터로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한마디로 황당한,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소재-영원한 생명-를 다루고 있다. 우연하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샘물을 마시게 된 Turk씨네 가족들, 무더운 날씨에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을 답답해하며 담장 밖의 세상으로 나가기를 꿈꾸는 철없는 여자아이 Winnie, 영생을 주는 샘물로 잇속을 차리려는 노란 옷의 중년의 사내...

그럭저럭 한곳에 수십 년을 정착해 살던 Tuck씨 가족은 Winnie의 가벼운 일탈에서 시작된 '나비효과'로 사건이 꼬이게 되면서 마침내 ‘야반도주’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Tuck씨네 막내 Jesse-샘물을 마시고 수십 년을 살았지만 외모는 영락없는 17세 소년-는 Winnie와 헤어지면서 Winnie가 조금 더 자라 17세가 되면 샘물을 마시고 영원히 같이 살자고 제안한다. promise? 우리의 선택은 무엇일까?

왠지 묵직한 이야기로 가득 채웠지만, 책은 어린이들이 읽기 쉽게 쓰여 있다. 심심풀이로 부담 없이 읽으면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혹시 나중에 어른이 되면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도 바보상자와 동류의 우울함을 배경으로 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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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기묘한 몽상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27
이언 매큐언 지음, 앤서니 브라운 그림,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엉뚱이들이 많다. 엉뚱이는 멍청한 아이도 들어갈 것이고, 때로 황당한 [아이]들도 있겠고, 혹은 뛰어난 [아동]들도 있겠다. 그러나 개인의 눈으로 관찰해서 이 모든 경우를 구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도 잘 안다.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예는 아마도 [달걀을 품고있는 에디슨]이 아닐까 생각된다. 헌데, 우리는 에디슨에 버금가는 예를 찾을 수 있는데, 바로 이 책의 주인공 몽상가 피터가 되겠다.

피터는 일단 골치아픈 어린이다. 왜냐하면 아무도 피터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설명할 수 없으니, 책을 읽을 수 밖에...

그러나 피터는 즐거운 어린이다. 피터는 상상을 즐기며, 매사에 독자적인 추론의 세계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누구나 무엇인가에 집중을 하게 되면, 그밖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둔감해지는 것과 같은 일이다. 따지고 보면 피터는 항상 무엇인가에 집중하면서 지낸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게 되면 마음 속에서 부터 즐거운 웃음이 샘솟는 것을 느끼게 된다. 미워할 수 없는 피터...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에디슨]이 되기를 기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에디슨 이야기는 어쩌면 [신화]일지 모르고, 바람직한 우화가 아닐지도 모르고, 또 잘못알고있는 것도 많다고 하니...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피터]가 된다면 적극 이해하고 도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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