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한자 교과서 1 - 생활과 한자 살아있는 휴머니스트 교과서
정민, 박수밀, 박동욱, 강민경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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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란 무릇 글자 뒤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법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자를 배우는 것은 그림을 그리되 항상 비슷하게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감당하게 됨을 뜻한다. 이런 답답함을 느끼는 독자에게 권할만하다. 

이 책도 역시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심심할 때 가끔 서점을 드나드는데, 그게 요즘은 인터넷 서점이 되었다. 사실 책은 실물을 보고 마음에 들 때 사야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현대사회에서 그런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 것도 인터넷 서점을 들르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 그러다 표지와 제목의 호소력에 이끌려 주문하고 말았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여러가지 주제로 나누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들을 엮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역음의 솜씨가 부드럽다. 살며시 주제에 손을 대면서 어느덧 관련 주제에 해당되는 단어들과 그 뒷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었다. 잘 씌여진 동화같다고나 할까?

공부를 해야 하는 압박감에 쌓인 학생들에게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모르나, 상식과 교양을 갖추기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부드러운 글이라도 양이 많아지면 지루해 질 수 있다는 면이다. 책이 조금 두꺼워 보인다는 느낌이다.

다른 하나는, 글자의 크기가 어른 용이라 어린이게 적합하지 않을 듯 하다. 그런데 제목이 [교과서]이기 때문에 혹시 한자 열풍에 휩쓸려 주문한다면 당분간 책꽃이에 한참 머무를 위험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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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지음, 최영혁 옮김 / 청조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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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면 힘들 때도 있고, 한없이 즐거울 때도 있다.  대체로 즐겁다가 힘들어지면 현재도 괴롭고 과거의 기억도 고통스럽지만, 힘들다 즐거워지면 현재는 물론 지나간 어려움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  물론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은 아니겠지만...

오래 전, 서울 변두리의  '국민학교'를 다녔다.  삶이 고달프고 어려웠던 시절, 매일 저녁 새끼줄에 꿴 연탄 한장, 쌀이나 밀가루 한 봉지를 받아오는 어머니-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새끼'들을 먹이려고 온몸으로 세상의 어려움을 버티었던 부모님이시다.

고학년이 되면서 연탄가게나 쌀집에 다녀왔고,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날씨가 흐리고 땅이 질퍽거린 날  얇은 쌀봉지를 터트려 길거리에 하루의 식량을 쏟아버리고 말았다.  한없이 슬펏다.  하루를 굶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에겐 하루의 식량을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나는 거의 매일 수제비를 만들었다.  때로 국수를 끓이고, 아주 가끔 라면을 섞을 때면 특식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짜장면'에 대한 어릴적 기억이 없다.

당시 300원~500원 정도의 기성회비가 있었다.  학습지 봉투처럼 생긴 누런 봉투에 기성회비 도장을 찍어주었는데, 제 때 내지 못하면 선생님이 집에 갔다 오라고 했었다.  하지만 나는 선생님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 한없는 눈물을 흘리게 된다.  어린 형제와 엄마의 처지에 대한 공감때문인가, 아니면 북해정 주인의 마음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작가의 글솜씨 때문일까?  이유가 그 무엇이든, 지금 이순간 어렵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기 바란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나는 하루의 양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딸과 집사람이랑 아옹다옹 하면서 살고있다.  북해정에서 우동 한그릇을 나누어 먹던 엄마와 형제가 훌륭하게 장성한 것처럼 나도 그렇게 되었다고나 할까?   다만 우동집 주인같은 마음을 가지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자신을 탓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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