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 전교생이 150명 남짓한 작은 학교였다. 
작은학교여서 그랬겠지만 글쓰기 관련 (독후감이든 글짓기든)된 상은 거의 내가 받았었다.  
교외 대회도 물론 내가 나갔었지만 상을 받은 적은 딱 한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6학년때는 원고지 4~50매 가량의 글을 써서 선생님께 봐 달라고 한적도 있었고, 
이중받침에 왜 ㅁㄱ은 없는지,ㄹㅇ은 없는지 따위로 고민하기도 했었다.     

중학교... 우물 안에서 갑자기 강으로 나온 느낌. 
세상이 좁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여전히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믿었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위한 들러리라는 오만한 생각까지..  

고등학교... 바다!!!  그리고 노을!!!       
중학교가 강이었다면 고등학교는 바다였다.
세상엔 잘난 사람이 너무 많구나! 난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그렇게 나는 깊은 좌절을 맛보았다. 
그리고 노을이 너무 아름다웠다. 
팬팔을 했었고, 팬팔 대필을 했었고, 시를 썼고, 그리고 공부는 하지 않았다!!! 
순전히... 노을이 너무 아름다웠던 까닭이다.  
지금도 아이들이 엄마는 왜 대학엘 안 다녔냐고 물으면.. 노을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라고 노을 탓을 하고 있다. 

절대 재수는 안된다는 부모님 말씀과 그 말속에 숨은 아픔도 알기에 어슬픈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사회에 나왔고, 그 즈음에 내 눈에 띈 시가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었다.  

<빅 픽처>-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생각난 시도 [가지 않은 길] 이다. 

책을 읽고 분석도 요약도 느낌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까닭에 이 시 한편으로 리뷰를 대신하려 한다.  

       가지 않은 길      [Robert Lee Frost ]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겠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이어져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지를 의심하면서..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나는 아직도 내가 가지 않은, 혹은 가지 못한 그 길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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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9-17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의 이 시를 저도 참 좋아해요.
너무 쓸쓸하고, 고즈넉한 아침이랄까...

글구 학창 시절의 책가방님 느낌은 제 느낌과 완전 똑같아요.
아... 책가방님과 비슷한 점이 많구나, 요즘 많이 느낍니다.

아침부터 시를 다시 읽으니 참 좋네요.

책가방 2010-09-17 17:53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이나 학창시절이나 변함없이 좋아하는 단어가 하나 있어요.
<방황>... 그냥 좋더라구요..^^

마고님의 학창시절은 어땠을까요..??

파란생각앤 2010-09-17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다 방문하게 되었는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스트의 시가 있어 반가움에 글 남겨봅니다.
평안한 가을날 되세요^^

책가방 2010-09-17 17:54   좋아요 0 | URL
이 시를 좋아한다는 건... 모두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있다는 얘기겠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꿈꾸는섬 2010-09-17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는 제 수첩에도 적혀 있었다죠.ㅎㅎ
정말 좋은 시에요. 오랜만에 옛 생각이 떠오르네요.^^

책가방 2010-09-18 12:05   좋아요 0 | URL
전 시인이 꿈이었거든요.
물론 철모를 땐 과학자가 꿈이었지만요..ㅋㅋ

이 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라로 2010-09-18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문학소녀였군요!!!어쩐지~~~~전 글쓰기를 너무 못해서 글쓰기 시간이 제일 싫었어요,,뭐 수학시간도 싫고,,,,한마디로 좀 모자란 아이였다는,,,ㅎㅎㅎㅎ

저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어요.
자꾸 [빅픽쳐] 올리시니까 호기심이,,,그렇게 싫으신건 아닌가 보다 하구요,,,

책가방 2010-09-18 12:08   좋아요 0 | URL
전 그리기 시간을 싫어했어요~~~
붓글씨나 만들기 시간은 좋아했는뎅.. 그리기는 영~~~

원하든 원치않든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이라는 걸 하며 살잖아요.
항상 옳은 선택만 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옳은 선택을 하기위해 노력해야죠 뭐..^^

제가 서재질 하기 전에는 소설을 거의 안 읽었었어요.
주로 육아서나 계발서 실용서 위주로 읽어서 추천 같은 건 잘 못해요.
그냥 전 읽을 만 합디다..^^

양철나무꾼 2010-09-18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지 않은 길>이 이렇게 멋진 시였던가요?
와~좋습니다.
가지않은 길도,님의 리뷰도~^^

책가방 2010-09-18 12:09   좋아요 0 | URL
ㅋ리뷰가 좋다는 말은 과찬입니다.
그냥 넋두리 정도로만 봐주셔도 감사한걸요..^^

세실 2010-09-18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을이 아름다워서라니...어쩜! 참으로 문학소녀 다우시네요.
전 학창시절에 책을 좋아하지 않은것이, 글쓰는 스타일(?)을 몰랐던 게 참 아쉬워요. 그때 그랬더라면? ㅎㅎ
가지 않은 길 시 참 좋죠~~~


책가방 2010-09-19 00:04   좋아요 0 | URL
저도 학창시절엔 책을 많이 읽진 않았습니다.
가정형편이 책을 사서 볼 형편이 안되었고, 사는 곳이 시골이라 도서관도 없었거든요. 그렇다고 책에 대한 열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구요.
그냥.. 쓰는 걸 좋아했어요.
6학년때 선생님께 고등학교때까지 편지를 썼었고, 위에서 말했듯 시랍시고 몇자 끄적거리기도 했었어요.ㅋㅋ
<쓰면 는다>.. 독서지도사 공부할때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네요.
정말 쓰다보면 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