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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 - 세상을 바꾸는 생활 속 디자인 여행 ㅣ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17
배성호 지음, 김규정 그림 / 철수와영희 / 2021년 7월
평점 :
몇 년 전, 제가 근무하는 학교의 도서관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 참여하였습니다. 과정 초반에 학생들이 자신이 꿈꾸는 도서관의 모습을 그림이나 글로 표현해 제출하는 활동을 진행했어요. 결과물 중에서는 어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불편함과 개선점을 포함한 제안도 있고, 매우 참신한 모습도 있어 무척 놀랍고 대견했습니다. 학생들의 제안 중 실제로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들은 도서관 디자인에 반영이 되었어요. 그 결과 지금의 도서관은 우리 학교에서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는 이렇게 '만드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한 인간 공학적 디자인의 다양한 사례를 쉽고 흥미롭게 소개한 책입니다. 부제인 '세상을 바꾸는 생활 속 디자인 여행'처럼, 우리가 늘 접하지만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 속 사물과 환경에 숨겨진 디자인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해 줍니다.
디자인이라고 하면 흔히 외형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이 책이 말하는 디자인은 미적인 요소를 넘어 사용자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개선하는 인간 공학적 배려까지 포함합니다. 사전에서는 인간 공학을 '기계나 도구, 환경 따위를 인간의 해부학, 생리학, 심리학적 특성에 알맞게 하기 위한 연구를 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해요. 다소 어려운 개념이지만, 책에서는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물건을 사례로 들며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예를 들어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과 의자나, 높이가 각기 다른 지하철 손잡이, 학교 앞 건널목의 노란 카펫 같은 것들이지요. 평범해 보이던 것들이 세심한 디자이너의 시선을 거쳐 어떻게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바뀌었는지 알게 되면, 일상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또한 책 곳곳에는 김규정 작가의 만화풍 삽화가 들어 있어 내용이 훨씬 쉽고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표지에서부터 등장하는 여자아이와 고양이 캐릭터가 책을 읽는 내내 등장하며 독자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부분도 인상적이에요.
<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는 '건강과 일터를 지키는 생각', '사람을 위한 디자인, 인간 공학', '차별 없이, 모두를 위하여', '너와 나의 참여 디자인',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와 같이 다섯 개의 큰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 나갑니다. 각 꼭지의 제목이 의문문 형식이라, 어린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주제를 따라가기에 더욱 좋습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꼭지는 '거북목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와 '왜 버스 정류장에 안내선을 그리나요?'였습니다. 제가 평소에 자주 보는 것들에 담긴 마음들을 친절한 글로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일상에서 모두를 위한 배려와 세심한 시선을 발견하고 싶을 때, <선생님, 착한 손잡이가 뭐예요?>가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우리 주변의 사물들이 눈에 새롭게 들어오는 독서 경험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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