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의 달인 - K-초등 리얼리티 스토리 다산어린이문학
박현숙 지음, 모차 그림 / 다산어린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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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마냥 착한' 어린이들이 주인공인 동화책은 자연스럽게 피하게 됩니다. 매일 어린이들을 만나는 직업을 가진 입장에서, 그런 인물들은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졌다고 느껴지거든요. 저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아진 것인지, 요즘 출간되는 동화의 주인공들은 조금은 이상하고, 조금은 이기적이기도 한,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오해의 달인> 역시 그런 다채로운 인물들이 가득한 단편동화집입니다. 


    <오해의 달인>의 표지에는 'K-초등 리얼리티 스토리'라는 문구가 붙어 있어요. 이야기의 전개나 재미를 위해 어느 정도 과장되거나 축소된 부분이 있지만, 등장인물들이 대화하고 서로 갈등을 겪는 모습에서 놀랄 만큼 현실감이 느껴집니다. 이번에는 혼자 읽었지만, 다음에는 꼭 학생들과 함께 읽으며 등장인물과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해의 달인>에는 세 편의 짧은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토막의 비밀'은 연극의 역할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아이들 사이의 갈등을 그리고 있습니다. 표제작이자 두 번째 이야기인 '오해의 달인'은 도서관의 책을 찢은 범인으로 오해받는 나찬이가 직접 진실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예요. 마지막 이야기 '새파란 사과'는 여학생들 사이의 작은 오해가 점점 커져 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세 이야기 모두 '오해'라는 주제를 공유하지만 등장인물과 사건이 다양해 각기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세 가지 이야기 중 표제작 '오해의 달인'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친구들에게 오해받는 주인공 나찬이의 입장과, 나찬이의 누나가 좋아하는 아이돌 '벙커24'가 대중들로부터 오해를 받는 입장이 번갈아 나오면서 나찬이가 벙커24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거든요. 이것이 바로 진정한 공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차 작가님의 삽화도 눈길을 끕니다. 이야기를 읽는 재미만큼이나 책장을 넘기며 귀여운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해요.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에서 모차 작가님의 그림을 처음 접했는데, <가느다란 마법사와~>처음 비현실적인 이야기에도, <오해의 달인>처럼 현실적인 이야기에도 모두 참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적인 소재와 공감 가는 인물, 그리고 예쁜 삽화가 어우러진 단편 동화를 읽고 싶다면 <오해의 달인>을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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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아이돌 다산어린이문학
이송현 지음, 오삼이 그림 / 다산어린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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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 그룹의 가장 큰 매력은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멤버들이 한 팀이 되어 활동한다는 점이죠. <할머니의 아이돌> 역시 그런 다양한 매력이 한데 어우러진 동화입니다. 어떤 매력을 '최애'로 골라 읽어도 즐거운 독서 경험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돌 그룹마다 한 명씩 있다는 '입덕'을 담당하는 멤버처럼, 이 책은 표지부터 눈길을 끕니다. 하트 선글라스에 커다란 핑크색 링귀걸이를 한 할머니와, 아이돌 특유의 포즈를 취한 네 명의 멤버들이 그려져 있어요. 한글 제목 위에는 'The Idol Grandma loves'라는 영어 제목이 쓰여 있는데, 글로벌 팬층을 노리고 영어 부제가 붙은 케이팝처럼 '이제 K-동화도 글로벌 팬층을 노리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화려한 겉표지와 달리 속표지는 어두운 바닷가에 서 있는 남자와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할머니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어요. 속표지를 보니 이 이야기가 단순히 '아이돌이 너무 좋은 할머니' 이야기만은 아니구나 싶은 예감이 들었어요.


    <할머니의 아이돌>은 최고의 한국 무용수를 꿈꾸는 다정이와, 최애 아이돌 '스윗보이즈'를 위해 하와이에서부터 날아온 다정이의 이모할머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다정이는 아이돌보다는 전통문화에 더 관심이 많은 학생인데 할머니는 완전히 반대 성향이에요. 다정이가 "외계인 같다"라고 느끼기도 합니다. 이 책은 이렇게 너무 다른 두 인물이 시간을 들여 서로를 차근차근 알아가고, 결국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책 속 삽화도 세심합니다. 광화문 수문장 교대의식, 다정이가 한국무용을 출 때 입는 한복, 우리나라 절의 풍경 등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물씬 느낄 수 있어요. 특히 다정이가 늘 하고 다니는 댕기 같은 소품에서 책을 만든 분들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개성 있는 인물, '타인에 대한 이해'라는 멋진 주제, 그리고 곳곳에서 묻어나는 한국문화의 멋, 섬세한 삽화까지. 이 책에서 여러분의 '최애'는 무엇이 될지 궁금합니다. 꼭 읽어보시길 바랄게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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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정원일기 - 왕들의 살아 있는 역사 고전맛집 3
김종렬 지음, 노준구 그림 / 사계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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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정원일기》는 같은 시기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에 비해 인지도는 낮지만, 그 중요도는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조선왕조실록》에 대해 배우는 것만큼, 《승정원일기》에 대해서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분량이 적당한 책을 찾다가 <승정원일기: 왕들의 살아 있는 역사>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발간된 지는 다소 오래되었지만, 사진과 그림 자료가 알차고 내용도 친절합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 '《승정원일기》보다 나은 것이 없다'에서는 승정원일기가 무엇인지, 왜 그리고 어떻게 쓰이게 되었는지 설명합니다. 2부 '승정원과 《승정원일기》를 쓴 사람들'에서는 승정원에서 일하며 이 기록을 남긴 구성원에 대해 다룹니다. 마지막으로 3부 '《승정원일기》에 담긴 이야기'에서는 《승정원일기》 내용의 구성 요소와 내용들 중 학생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일곱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3부에 실린 내용 중 저는 승정원이 스스로의 폐지에 대해 기록한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시기에 사회 수업에서 일제강점기를 다루고 있어서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승정원일기》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이런 것까지 기록을 남겼을까?' 싶을 정도로 궁궐 내의 소소한 일부터 왕과 신하들의 대화, 사회 문제, 기후 변화까지 다양한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승정원일기: 왕들의 살아 있는 역사>를 읽으면서 저는 세세한 것까지 놓치지 않는 조상들의 집요하면서도 지혜로운 태도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화재 때문에 아쉽게도 1623년 이후의 기록만 남아 있지만, 《승정원일기》는 여전히 조선 사회에 대해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현재 남아 있는 300년의 기록조차도 분량이 너무 많아 아직 번역이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합니다. 《조선왕조실록》의 번역이 완료된 후 우리가 조선에 대해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되었듯, 《승정원일기》의 번역이 모두 끝나면 또 어떤 새로운 조선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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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 소문 말고 진실 다산어린이문학
황지영 지음, 송효정 그림 / 다산어린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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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서점 사이트에서 제 눈에 띈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학생들이 열광하는 <햇빛초> 시리즈로 유명한 황지영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스마트폰이라는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독특한 판형 때문이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2018년에 개봉한 영화 '서치'가 떠올랐어요. '서치'가 모든 장면을 컴퓨터 화면으로만 보여준 것처럼, <톡: 소문 말고 진실> 역시 스마트폰 화면만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은 전국 초등학생 독후감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지만 엄마의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되어 마음이 복잡한 민지와, 그런 민지를 부러워하는 로희의 핸드폰 화면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전개됩니다. 민지의 핸드폰은 하늘색 테두리로, 로희의 핸드폰은 분홍색 테두리로 구분되어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는 독자에게 친절한 힌트가 되어줍니다. 독자는 민지와 로희가 친구나 가족과 주고받는 톡 메시지뿐 아니라, 각 페이지에 함께 나오는 사진, 검색 기록, 캡처 화면, 대화에 참여한 사람, 대화한 시각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해석하며 책을 읽어나가야 해요. 마치 실제 핸드폰 화면을 보는 것처럼 눈을 바쁘게 움직이며 몰입감 있는 독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 속 갈등의 소재는 사실 모두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민지는 엄마의 비밀이 진짜일까 봐 직접 물어보지 못하고, 로희는 민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만 듣고 마음대로 판단해 버립니다. 이처럼 이 책은 SNS를 통한 대화가 가지는 한계를 정확하게 짚어냅니다. 화면 속에서는 표정도 몸짓도 볼 수 없으니 툭 던지는 작은 말에도 오해가 크게 번지기 일쑤입니다.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겪는 취약점이지요.

    <톡: 소문 말고 진실>의 결말은 갈등이 명쾌하게 해결되지도 않고, 후련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책을 다 읽은 직후에는 '이렇게 끝나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곱씹어 보니 이 결말이야말로 이야기의 의도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세상의 모든 지식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지만, 정작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지요. 눈을 마주치지 않는 스마트폰 속의 대화는 의도가 있든 없든 결국 또 다른 오해를 낳게 된다는 것을, 이 책은 명확하게 전달합니다.

    학생들이 이 책을 통해 디지털 소통의 그림자뿐 아니라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깨닫기를 바랍니다. 스마트폰이 전해주지 못하는 진짜 '진심'의 힘을, 이 책이 알려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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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심부름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70
한소곤 지음, 모차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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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옛날이야기는 예로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왔습니다. 그래서인지 딱딱한 글보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듯 말랑말랑한 문장으로 쓰인 전래 동화책이 더 재미있고 정감도 갑니다. 물론 요즘에는 창의적이고 기발한 소재의 창작 동화도 많지만, 옛이야기가 가진 고유의 맛은 여전히 특별해요. <고추장 심부름>은 옛날이야기의 맛, 창작 동화의 맛, 그리고 역사 속 사실의 맛이 고루 배인 '맛있는' 이야기입니다.


    <고추장 심부름>의 이야기 줄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수라간 생각시 소복이가 고추장 비법을 구해 오는 모험이고, 하나는 궁 안의 임금님(영조)과 세손(훗날의 정조)이 서로를 위로하고 상처를 극복하는 이야기예요. 소복이가 몰래 가져온 고추장이 실수로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는데, 임금님이 그 맛에 반하게 되고 소복이는 그 고추장을 더 구해 오라는 심부름을 맡게 됩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고추장은 할머니가 아니라 다른 분이 만든 것이었고 소복이는 고추장 비법을 찾아 길을 떠나요.


    작품의 메시지는 왕과 백성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심 어린 위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분량으로는 소복이의 모험 이야기가 더 많지만, 임금님과 세손의 이야기는 책 전체의 감동과 메시지를 더 깊이 있게 만듭니다. 특히 소복이와 세손이 신분을 뛰어넘어 서로 마음을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두 아이가 비슷한 상처를 서로 보듬어 주며 한 걸음 성장하는 모습이 뭉클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습니다.


    모차 작가의 따스한 삽화도 이야기의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우러집니다. 특히 표지의 일월오봉도 배경과 소복이의 당찬 자세, 그리고 가장자리의 문양까지 세심하게 그려진 점이 돋보입니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인 '똥강아지'도 귀엽게 그려져 있어 등장할 때마다 미소가 지어졌어요.


    역사 동화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부터 옛날이야기의 신선한 변주를 찾는 독자까지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옛날이야기, 창작동화, 역사 동화의 매력을 함께 느끼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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