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교시 끝나면 이사 갈 거야!
홍민정 지음, 김민우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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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교시 끝나면 이사 갈 거야!>는 '고양이 해결사 깜냥'시리즈로 어린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홍민정 작가의 중편 동화입니다. 홍민정 작가의 이전 책들을 읽으며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세밀하게 포착해 흥미진진한 사건으로 빚어내는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곤 했었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도 그 장점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보름이는 일가친척들과 한 동네에 모여 삽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니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멀리 친척 집에 다녀온 친구들의 이야기가 가득해요. 그 모습이 내심 부러워진 보름이는 스스로 이사를 가겠다는 당찬 결심을 합니다. '어른들은 사정이 많아 이사를 갈 수 없으니 내가 이사를 가서 방학 때 친척들을 보러 오면 되겠지?'라는 엉뚱한 생각을 가지고요. 이야기는 5교시가 끝난 후 보름이가 짐을 꾸려 이사를 떠나는 반나절 동안의 소동을 밀도 있게 그려냅니다.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보름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보름이가 숨 쉬고 살아가는 마을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책 표지를 넘기면 이야기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마을의 다정다감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학교와 사과밭, 슈퍼와 마을회관, 세탁소까지 정겨운 동네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한 삽화를 감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보름이네 마을로 툭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꼼꼼히 꾸린 이삿짐을 가지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동안 보름이는 수많은 마을 어른들을 만납니다. 이 다정한 어른들은 불룩한 가방을 멘 아이에게 어디 가느냐고 꼬치꼬치 캐묻거나 섣불리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습니다. 그저 손에 간식을 쥐여 주고 다정한 말을 건넬 뿐이에요.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뒤에서 지켜봐주는 것. 어른의 역할은 여기까지가 아닐까 하고, 책장을 덮으며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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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벽돌공 아이 뚜벅뚜벅 5
박영주 지음, 김은정(은정지음) 그림 / 이지북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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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화성은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입니다. 사실 유네스코에서 화성을 심사할 때, 현대에 다시 복원된 성곽이라는 이유로 지정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축조 기록을 토대로 완벽하게 복원해 냈음을 증명하면서 무사히 등재될 수 있었지요. 저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화성의 축조 과정을 꼼꼼히 남긴 '화성성역의궤'의 기록자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이런 사소한 것까지 전부 적어야 하나?'라고 의문을 가질 법 하면서도 하나하나 상세히 기록했을 그 노력들을요. 동화 <수원화성 벽돌공 아이>는 바로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이 맡은 작은 일에 최선을 다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솔이네 가족은 원래 양반 신분이었지만, 아버지가 천주교 서적을 읽었다는 이유로 가족이 모두 가문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도 세상을 떠나고 생활이 아주 어려워져요. 그러나 솔이는 가혹한 현실에 좌절해 주저앉는 대신, 자신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성실하고 정직하게 삶을 일구어 나가고자 마음을 다잡습니다. 이 책에는 주인공 솔이뿐만 아니라 솔이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는 막금이, 솔이에게 벽돌 제작 기술과 장인 정신을 알려 주는 천 변수 등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묵묵하고 성실하게 수행하는 인물이 여럿 등장하며 따뜻한 연대를 보여줍니다.


    <수원화성 벽돌공 아이>는 수원 화성을 멋지게 설계한 고위 관료나, 거중기 같은 대단한 기계를 발명해낸 역사 속 영웅들을 조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진흙을 섞고, 벽돌을 빚어 구워내어 말리고, 일꾼들을 위해 묵묵히 밥을 짓는 이름 없는 백성들의 작은 손길에 초점을 맞춥니다. 한 장 한 장의 작은 벽돌들이 단단하게 맞물려 마침내 웅장하고 견고한 성곽을 완성해 내듯, 독자들 역시 이 책을 통해 내가 하루하루 쌓아 올리는 작은 노력들이 결국 '나의 삶'이라는 커다란 성을 만들어가는 위대한 과정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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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참고 슛오프 다산어린이문학
문경민 지음, 오승민 그림 / 다산어린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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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민 작가의 <숨 참고 슛오프>는 동화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양궁'을 소재로 한 동화입니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양궁 경기와 활을 쏘는 순간의 세밀한 묘사들은 읽는 내내 진짜 경기를 보는 것처럼 집중하게 됩니다. 이와 더불어 작품은 주인공 다희와 옛 친구 영서 사이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큰 축으로 다루며, 엘리트 스포츠를 하는 학생 선수들 간의 학교 폭력 문제도 짚어냅니다.


    하지만 이 동화의 진짜 '중심'에는 양궁이라는 스포츠도, 잔뜩 얽힌 친구 관계도, 날카로운 사회 고발도 자리 잡고 있지 않습니다. 중심추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잡히지 않아서 사실 이 책의 서평을 뭐라고 써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어요. 몇 번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문득 책의 뒤표지에 적힌 한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양궁이 과녁과 승부를 보는 스포츠라서 마음에 든다."


    이 문장을 읽고 나니 비로소 글의 갈피가 잡히는 듯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희와 영서, 혹은 다희와 봉식이, 혹은 부모님과의 관계 같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과 해결'을 다루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다희가, 봉식이가, 그리고 영서가 오롯이 스스로의 힘으로 서서 앞으로 나아가는 홀로서기의 과정을 다룬 이야기였습니다.


    작가님이 수많은 스포츠 중에서 양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짐작해 보게 되었습니다. 양궁은 타인과의 치열한 대결보다도, 결국 내가 쏜 화살이 얼마나 과녁의 중앙에 가까이 다가가는가로 판가름 나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책은 다희가 앞으로도 양궁을 계속할 것인지, 영서와의 관계는 어떻게 진전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다만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 과녁을 향해 곧게 날아가듯 세 사람이 흐릿해진 과거의 일들을 털어 버리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만을 확실히 전합니다.


    어떤 책은 읽자마자 메시지가 명쾌하게 다가오지만 또 어떤 책은 책장을 덮고 차분히 생각을 정리한 후에야 비로소 온전한 의미를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제게 <숨 참고 슛오프>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이 서평을 쓰기 위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았다면 작품의 진짜 모습을 알아채지 못하고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번에 속이 시원해지는 선명한 작품은 아니지만 읽고 나면 마음속에 오래도록 깊은 잔상을 남기며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품입니다. 책을 읽고 난 후, 여러분의 마음속 과녁에는 어떤 자국이 남게 될지 궁금합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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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검사 파란 이야기 27
허교범 지음, 현단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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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검사>는 전작 <어린 변호사>의 배경이 된 3반의 옆 반, 즉 2반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주도하는 재판에 뚜렷한 계획과 확신을 가지고 조력했던 3반 담임 선생님과 달리 2반 담임 선생님은 '옆 반에서 일이 잘 해결되었다니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식에 가깝습니다. 대조적인 교사의 태도만큼이나 2반의 재판 준비나 진행 과정은 3반처럼 매끄럽지 않으며 결말 또한 다르게 흘러갑니다. 덕분에 <어린 변호사>를 재미있게 읽은 학생들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전작을 접하지 않은 학생들도 부담 없이 몰입할 수 있는 독립적인 재미를 갖추었습니다.


    '스무 고개 탐정' 시리즈에서도 느꼈지만, 허교범 작가의 책 속에서 묘사되는 학급의 생태계를 보고 있으면 교실 속 인간관계를 놀라울 정도로 잘 꿰뚫고 있다는 감탄이 나옵니다. '현직 교사도 아니고, 교사 출신도 아닌데 정말 잘 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작은 사회'라는 별칭에 걸맞게 교실 속 초등학생들은 마냥 무결하게 착하거나 순수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악의로 가득 차 있지도 않고요. 작가는 그 애매한 회색 지대의 모습을 탁월하게 포착해 냅니다. 다만 현실의 초등학교 교사들은 일과 시간 내내 교실에 있는데, 책 속 교사들이 자주 자리를 비우는 설정은 이야기 전개를 위한 극적 허용으로 이해해야 할 듯합니다.


    <어린 변호사>와 <어린 검사>의 문체는 성인 문학을 닮아 독특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등장인물을 주어로 삼을 때 '선형이는', '선형이가' 대신 '선형은', '선형이'와 같은 표현을 쓰기도 하고, 서술자가 인물들과 일정한 거리를 둔 채 객관적이고 단호한 어조로 관찰하듯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때문입니다. 같은 3인칭 서술이라도 인물에게 바짝 밀착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다른 아동문학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입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모든 독자의 대중적인 취향을 맞추지는 못하더라도, 한번 매료된 독자들은 아주 열성적인 팬이 되곤 합니다. 실제로 저희 반에서도 허교범 작가의 작품들은 몇몇 학생들이 마니아가 되어 꾸준히 찾아 읽는 편이에요. <어린 검사>도 그런 사랑을 받는 책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책의 말미에는 세 번째 책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 넌지시 소개됩니다. 앞선 두 권의 책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사건을 훌륭하게 이끌어간 인물들이 다음 무대에서는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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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찬란한 멸종 1 - 여섯 번째 대멸종과 사라진 털보관장 어린이를 위한 찬란한 멸종 1
우렁각시탈 지음, 신재미 스튜디오 그림, 이정모 감수, 『찬란한 멸종』 원작 / 다산어린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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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를 위한 찬란한 멸종 1>은 다소 무겁고 방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인 '멸종'을 만화라는 친숙한 형식을 빌려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입니다. 원작인 <찬란한 멸종>의 이정모 작가는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분으로, <어린이를 위한 찬란한 멸종 1>도 그 노력의 일환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책은 '인류는 이미 멸종했다'라는 과감한 설정에서 출발합니다. 인류의 멸종을 막기 위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이야기가 어린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주인공인 '자연'이의 미스터리한 서사가 이 이야기에 더해지면서,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한 편의 흥미로운 모험 이야기를 읽는 듯합니다.


    어린 독자를 위한 세심한 구성도 눈에 띕니다. 책의 초반부에 지질연대표를 제시해 준 덕분에 지구의 역사나 연대 순서를 잘 모르는 어린이들도 전체적인 흐름을 먼저 머릿속에 그리며 차근차근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이미 여러 학습만화를 출간한 신재미 스튜디오의 생생하고 사실적인 그림체는 과거 지구상에 살았던 고생물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묘사해 내어 시각적인 만족도를 한층 높여줍니다.


    지구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일은 결국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지키는 일과 연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평소 고생물이나 지구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단숨에 읽어낼 만큼 매력적인 요소가 가득한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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