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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가을 사이 ㅣ 북멘토 가치동화 58
박슬기 지음, 해마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2월
평점 :
북큐레이션이나 신간 소개 등으로 학생들에게 책을 소개하면서 늘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면 선생님에게도 소개해 주세요."라고 말하고는 합니다. 그러면 저를 만나기 전부터 다양한 책을 즐겨 읽고 있었던 학생들이 자신만의 보물 같은 책을 선뜻 추천해 주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새로운 책을 발견한다는 설렘에 신이 납니다.
<여름과 가을 사이>도 저희 반 여학생이 재미있게 읽고, 친구 사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며 추천해 준 책입니다. 저 역시 읽고 나서 많은 인상이 남았습니다.
이 책은 5년간 단짝으로 지내온 초등학교 5학년 '이여름'과 '한가을'의 갈등을 그린 작품입니다. 가을이는 여름이가 언제까지나 자신의 단짝일 거라 믿고, 사소한 것까지 공유하고 매일 붙어 다니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여름이는 학원 생활이라든지, 아이돌 등 새롭게 관심이 가는 것들이 생기면서 가을이보다 다른 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더 즐거워지죠. 결국 여름이는 가을이에게 조금 거리를 두자고 말합니다. 가을이는 혼란과 외로움 속에서 새로운 단짝을 찾으려 애쓰지만 쉽지 않습니다. 여름이는 자신에게 슬픈 티를 너무 내는 가을이가 점점 부담스러워지기도 해요. 두 친구는 과연 서로에게 어울리는 거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이 책을 쓴 박슬기 작가는 초등학교 교사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고학년 학생들 간의 단짝 친구 사이가 멀어지는 원인과 마음의 실타래가 조금씩 꼬여가는 과정이 아주 현실감 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고학년 담임 교사로 근무하다 보면 친구 사이에 대한 고민을 자주 접하게 돼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한 경우보다는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마음의 모양이 많이 달라져서" 어긋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여름과 가을 사이>는 여름이와 가을이의 입장을 번갈아 제시하여, 나와 비슷한 인물에 공감하면서도 상대방의 감정도 함께 이해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책에는 중심인물인 여름이와 가을이 외에도 이플이와 재성이라는 인물도 등장합니다. 두 인물은 친구 사이에 대해 또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어요. 이플이는 누구든 마음을 나누면 모두 단짝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재성이는 친구와 크게 다퉈도 솔직히 사과하면 언제든 다시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구 사이에 대한 생각이 각기 다른 네 아이들을 통해 친구란 무엇이고, 어떤 순간에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오해하게 되는지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어요. 교실에서 함께 읽고 "친구란 무엇일까?",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할까?"등에 대해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학년이 되면서 점점 복잡해지는 우정의 순간을 따뜻하게 보여주고, 각자에게 필요한 '관계의 거리'를 고민하게 만들어 주는 책, <여름과 가을 사이>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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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서가: 어린이책 초등교사 꿀벌의 어린이책 북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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