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사로잡은 조선의 덕후들 - 과학부터 예술까지, 취미로 역사를 바꾸다 방과 후 인물 탐구 16
송영심 지음 / 다른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타쿠'라는 말이 처음 소개되었을 즈음엔 다소 부정적인 어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덕후'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뀐 듯합니다. <왕을 사로잡은 조선의 덕후들>은 사회적 제약이 지금보다 훨씬 컸던 조선 시대, 오직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세상을 이롭게 했던 일곱 명의 '덕후'들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왕을 사로잡은 조선의 덕후들>에서 다루는 일곱 명의 인물은 박연, 신숙주, 장영실, 허난설헌, 장계향, 이덕무, 정약전입니다. 보통 역사적 인물을 다룬다고 하면 남성 중심이기 쉬운데 일곱 명의 인물 중에 여성이 두 명이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장계향'은 저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인물이에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의 저자라고 하니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최근 '흑백요리사'나 '냉장고를 부탁해'와 같은 요리 프로그램이 다시 인기를 얻으며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장계향에 대해 좀 더 깊이 소개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사 속 인물을 소개하는 책은 자칫 딱딱해지거나 교훈 중심이기 쉬워요. 그래서 중학교 역사 교사 출신인 송영심 작가는 역사를 보다 친근하게 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이용했습니다. 허난설헌을 설명하며 소설가 한강 부녀의 이야기를 곁들이거나, 장영실의 이름을 딴 현대의 상을 언급하는 등 역사가 단순히 '먼 옛날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주기도 해요. 또 '난 슬플 때 피리를 불어', '시문 배틀' 같은 현대적 표현을 글 속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아이들이 역사를 더 재미있게 느끼도록 유도합니다.


    우리는 대가 없이 그저 좋아서 하는 활동을 '취미'라고 부릅니다. <왕을 사로잡은 조선의 덕후들> 속 인물들이 보여주듯, 나를 즐겁게 하는 그 작은 몰입이 언젠가 다른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위대한 업적이 되기도 합니다. 어린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점을 느끼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블로그에서 재미있는 어린이책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어요!

꿀벌서가: 초등교사 꿀벌의 어린이책 북큐레이션

http://blog.naver.com/bookhoneybe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이를 위한 사피엔스 이야기 - 20명의 하루에 담긴 150만 년 인류의 역사
타마르 바이스 가바이 지음, 시라즈 푸만 그림, 김모 옮김 / 다른어린이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통 우리가 '역사책'이라고 부르는 책은 한 나라가 시작하고 끝나는 과정을 다룬 국사책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면 어떨까요?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홀로 발전한 곳은 없습니다.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인류사'라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왔죠. <어린이를 위한 사피엔스 이야기>는 바로 그 거대한 흐름 속에 있었던 스무 명의 아이들의 평범한 하루하루에 주목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사피엔스 이야기>는 150만 년 전 아프리카의 이름 없는 소녀부터 100년 전 미국의 베티까지, 시대와 장소가 다른 스무 명의 아이의 일상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인류가 공통으로 겪어온 발달 과정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내어, 딱딱한 유물과 증거 중심의 역사보다 훨씬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다만 저자가 이스라엘 사람이다 보니, 동아시아에서 나고 자란 제가 보기에 동아시아권 아이들의 비중이 적은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하지만 책 말미의 '이 책을 왜, 어떻게 썼을까?'(212~215쪽)를 먼저 읽어본다면 저자의 의도의 한계와 이해하며 한결 균형 잡힌 시각으로 책을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장을 넘기며 여러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시공간을 초월한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살아가는 환경과 사용하는 도구는 천차만별이지만, 주변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나 새로운 것을 꿈꾸는 열정, 처음 보는 것에 대한 호기심 같은 감정은 150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을 시작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생각하다 보면, 결국 우리의 평범한 하루하루가 곧 '인류의 역사'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과거 아이들의 아무렇지 않은 하루가 역사가 되었듯, 오늘 어린 독자들이 보내는 평범한 하루도 소중한 역사가 될 것입니다. "나의 하루도 역사의 한 페이지"라는 자부심을 품는다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조금 더 특별하고 반짝이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블로그에서 재미있는 어린이책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어요!

꿀벌서가: 초등교사 꿀벌의 어린이책 북큐레이션

http://blog.naver.com/bookhoneybe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큰눈이 사무소 : 반짝 마을의 비밀 이야기친구
황지영 지음, 조영글 그림 / 창비교육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지영 작가의 신작 <큰눈이 사무소: 반짝 마을의 비밀>(이하 <큰눈이 사무소>)은 저학년을 위한 동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구조로 시작합니다. 반짝 마을 동물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척척 찾아내는 주인공 큰눈이에게 자신의 물건을 찾아달라고 부탁하고, 큰눈이가 이를 해결하는 에피소드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져요.


    첫 번째 손님인 다람쥐 지지의 이야기를 읽을 때엔 익숙한 구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큰눈이 사무소>는 독자가 예상하지 못한 따뜻한 반전을 드러냅니다.


    이 책의 묘미 중 하나는 이야기의 구성입니다. 책 속에서는 다람쥐 지지, 코끼리 끼리, 고양이 고고, 너구리 구리의 에피소드가 순서대로 펼쳐져요. 앞선 이야기에서 조연이나 엑스트라로 스쳐 지나갔던 인물이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이러한 촘촘한 연결 구조는 독자들이 자연스레 행간을 살피며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주인공인 큰눈이의 외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동물들이 사건을 의뢰하는 내용이니 주인공도 동물일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의 주인공 큰눈이는 눈이 하나입니다. 눈이 하나뿐이라는 설정은 결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작가는 이를 오히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물건들이 흘린 가루'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으로 바꿉니다.


    이야기 속 동물들은 서로를 포용하고 진심으로 걱정합니다. 심지어 악역으로 비치는 인물조차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명확한 이유가 있으며, 결말에 이르러서는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도 합니다. 큰눈이에게 도움을 받았던 동물들이 위험에 처한 큰눈이를 돕기 위해 손을 내미는 장면에서 '반짝' 마을이라는 이름이 화려한 보석이 아니라 주민들의 마음을 나타낸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아무리 사소한 물건이라도 최선을 다해 찾는 큰눈이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제가 가르치는 학급도 반짝 마을처럼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는 '반짝 학급'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하게 됩니다. 제가 이 책을 학생들에게 소개했을 때 학생들도 같은 감상을 가지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블로그에서 재미있는 어린이책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어요!

꿀벌서가: 초등교사 꿀벌의 어린이책 북큐레이션

http://blog.naver.com/bookhoneybe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베프 가족입니다 파란 이야기 26
김혜정 지음, 오삼이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베프 가족입니다>는 주인공 윤하의 독백으로 시작합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집이 있다.'


    윤하가 엄마와 함께 이사를 갈 공간들을 둘러보며 한 말이지만, 이야기를 다 읽은 뒤 이 문장을 읽어 보면 또 다르게 느껴집니다. 공간으로서의 '집'을 넘어 그 안을 채우는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이 책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무엇이 그런 다양한 형태를 모두 '가족'이게끔 하는지에 대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이 책은 저희 반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오백 년째 열다섯>의 지은이인 김혜정 작가의 신작입니다. 작가 특유의 쉽고 간결한 문체는 여전하지만, 그 속에 담긴 깊이는 결코 얕지 않습니다.


    주인공 윤하의 엄마인 선민은 남편과 이혼하고, 사고로 남편을 잃고 한국으로 돌아온 친구 하나와 함께 살기로 합니다. 하나는 아리라는 딸이 있어요. 혈연으로 맺어지지는 않았지만, 밖에서 받은 상처를 서로 보듬고 일상을 공유하면서 이들은 서서히 '진짜 가족'으로 거듭납니다. 함께 식사를 하고 마음을 나누는 모습은 그 어떤 교훈이나 설교보다 강력하고 인상적입니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유연할 것 같지만, 때로는 경험의 한계 때문에 더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기도 합니다. '정상 가족'의 틀에 갇혀 친구에게 아빠나 엄마에 대해 당연하게 묻거나, 인터넷에서 본 낯선 개념을 비하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악의라기보다 정말로 몰라서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이 책은 그런 어린이들에게 '다른 형태의 삶도 충분히 행복하고 온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더 넓고 따뜻한 시야를 선물합니다. 서로 다른 문제와 고민을 가진 인물들이 함께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어린이들은 나와 다른 환경에 처한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될 것입니다.


    가족을 가족답게 하는 것은 혈연일까요, 함께 보내는 시간과 마음일까요? 정답을 강요하기보다 스스로 생각할 귀한 시간을 선물하는 책, <우리는 베프 가족입니다>를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블로그에서 재미있는 어린이책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어요!

꿀벌서가: 초등교사 꿀벌의 어린이책 북큐레이션

http://blog.naver.com/bookhoneybe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학생 책 읽는 샤미 52
김화요 지음, sujan 그림 / 이지북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화요 작가의 작품은 늘 어른조차 단숨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소재를 다룹니다. 하지만 단순히 자극적인 설정에 그치지 않고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 선택이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 보여주며 독자에게 깊은 간접 경험을 선사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겪기 힘든 '만약의 상황'을 문학이라는 틀 안에서 미리 마주하게 하는 셈입니다. <전학생>도 그런 상황 속 여러 인물들의 선택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전학생>은 작년 8월에 초판이 나온 후 6개월 만에 벌써 4쇄를 찍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입니다. 읽어 보니 작가님의 이전 작품인 <내가 모르는 사이에>와 닮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중심에 두고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을 한 명씩 따라가며 사건의 핵심을 쫓아가는 방식이죠. 이야기는 전학생 하도를 중심으로 아현, 혜정, 유신의 시선을 차례로 비추며 하도의 과거를 조금씩 밝혀 나갑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도가 직접 자신의 진실을 말하는 순간 독자는 하도뿐만 아니라 아현, 혜정, 유신의 입장도 이해하게 됩니다.


    저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시시각각 감정이 바뀌는 것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하도를 배척하는 혜정이나 하도의 비밀을 함부로 말하는 아현을 보며 '대체 왜 저래?' 싶었거든요. 하지만 각자의 사정이 밝혀지면서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이 조금씩 자라났습니다.


    이런 과정은 비단 독서 과정에서만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속마음을 모르기에 너무나 쉽게 오해하고 상처를 주고받아요. 하지만 책장을 넘기며 인물의 진심을 확인하듯, 현실에서도 '저렇게 행동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라고 한 박자 쉬어 생각한다면 우리의 이해의 폭은 한 뼘 더 넓어질 것입니다.


    김화요 작가는 <전학생>을 통해 '이해의 폭'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타인의 마음도 책처럼 펼쳐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덮여있는 책장 너머의 진실을 궁금하게 만드는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블로그에서 재미있는 어린이책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어요!

꿀벌서가: 초등교사 꿀벌의 어린이책 북큐레이션

http://blog.naver.com/bookhoneybe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