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
마리야 이바시키나 지음, 벨랴코프 일리야 옮김 / 윌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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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주말에 친구들과 공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제민천 주변의 골목길을 산책하다 '오래된 질문'이라는 가게에 들렀어요. 고풍스러운 한옥에서 철학과 관련된 책을 소개하고 맛있는 커피도 판매하는 매력적인 책방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마리야 이바시키나의 <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는 바로 그곳에서 만난 책입니다. 책을 살펴보니 끌리는 부분이 많아 학생들에게도 소개하려고 구매하게 되었어요.


    <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는 전 세계의 멋진 서점 스물다섯 곳을 다채로운 삽화와 함께 소개하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Bookstores Around the World'로 내용 그대로를 직관적으로 담아낸 반면, 한국어로 번역된 제목은 기분 좋은 설렘과 낭만을 선사하는 느낌입니다. 제목에서부터 출판사가 이 책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실제 존재하는 명소들을 소개하면서도 사진을 단 한 장도 싣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인상주의 화가의 화폭처럼 부드럽고 아련하게 흩어지는 삽화입니다. "순간의 분위기를 표현하고 느낌을 포착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림책 작가"라는 저자 소개처럼,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작가가 그 공간을 향해 보낸 다정한 시선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운 좋게도 책에 소개된 서점 중 몇 곳을 직접 방문한 적이 있어요. 책 속 따스한 삽화 덕분에 그곳에서의 추억들이 선명하게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올해 제가 만나는 학생들은 학기 중에도 가족과 여행을 자주 떠나는 편입니다. 어른들이 정해놓은 코스를 수동적으로 따라다니기보다, 장소를 직접 제안하고 가 보는 경험을 한다면 여행의 기억이 더 입체적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 책이 학생들에게 '나만의 장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맛'을 알려주는 길잡이가 되어주길 기대하며, 학생들에게 권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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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까지 숨이 차면 - 제4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대상 수상작 텍스트T 22
조은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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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위기'라는 낱말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누리는 자연이 사라져 버린 미래에 대한 상상은 영상과 활자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등장하지요. 제4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을 받은 <손끝까지 숨이 차면>은, 핵전쟁 이후 황폐해진 지구에서 인간이 식물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립니다.


    핵전쟁 이후 지구의 대부분은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무지인 '적색 구역'이 됩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전쟁 이후 생겨난 신종 식물 덕분에 생존이 가능한 '녹색 구역'에 모여 살아갑니다. 주인공 '영월'은 녹색 구역에 있는 녹운고등학교 학생이자 인간이 활용할 식물을 채집하는 '데메테르 연구소'의 실습생입니다. 숲에서 식물을 채집하는 일은 힘들지만 한 쪽 팔이 없는 영월은 팔을 대신할 특별한 식물 '파나케이아'를 하루라도 빨리 이식받기 위해 버텨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숲에서의 사고로 영월을 구하려던 팀장이 목숨을 잃고 영월은 팀장의 몸에 있던 파나케이아를 대신 이식받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후, 팀장을 잃은 상실감을 안은 영월의 학교에 팀장의 딸인 '여수'가 전학을 오면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책을 읽는 내내 김초엽 작가의 작품들, 특히 <지구 끝의 온실>이 떠올랐습니다. 식물이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점, 그리고 살아가기 힘든 미래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 중심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사랑'이 있다는 점이 닮았기 때문이에요. 김초엽 작가의 세계관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손끝까지 숨이 차면>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 것입니다. 반대로 이 책이 좋았다면 김초엽 작가의 작품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어요.


    특히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식물들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식물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책 속의 인간들은 말 그대로 식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극단의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영월의 새로운 팔이자 식물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파나케이아'의 이식 과정을 묘사한 부분은 아주 집중해서 읽게 됩니다.


    <손끝까지 숨이 차면>은 자연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훼손하기만 하는 오늘날의 인간을 향한 경고를 담고 있으면서도, 극한의 절망 속에서도 결국 인간은 서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SF 소설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청소년 독자를 위한 이런 멋진 SF 소설이 등장해 기쁩니다. 꼭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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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는 이루 - 구한나리 주니어소설 학교도서관저널 주니어소설
구한나리 지음, 조성흠 그림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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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능성'이라는 낱말은 우리를 설레게도 하지만 동시에 불안감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어린 시절은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빛난다지만 당사자인 어린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끊임없이 흔들리고 고민하지요. 오늘 소개할 <이루는 이루>는 이처럼 가능성이 너무 많아 도리어 불안한 아이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입니다.


    이야기는 가까운 미래, 가상의 도시인 '가현시'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우리의 현실과 많이 닮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열세 번째 생일에 자신의 재능을 나타내는 색깔의 공을 뽑는 '공 뽑기 행사'에요. 공은 한 가지 색일 수도 있고 여러 색이 섞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색이 한 가지일수록, 그리고 맑고 선명할수록 탁월한 재능을 가졌음을 나타냅니다. 부모들은 자녀가 뚜렷하고 반짝이는 색의 공을 뽑기를 간절히 바라며, 특정 재능을 길러 주는 학원에 아이들을 보냅니다. 그런데 전학 온 아이 '이루'는 학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탐색하며 살아갑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제목에도 등장하는 '서이루',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서술자인 '기서준'이지만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초반에는 여러 인물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이 다소 혼란스럽기도 하고, 시선이 분산되어 약간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고 마침내 모두가 모이는 학예회 장면에 다다르면 "이 많은 인물이 모두 필요했구나"하고 깨닫게 됩니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갑니다. 아직 공을 뽑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색을 확신하는 아이도 있고, 자신의 공 색을 확신할 수 없어 우울해하는 아이도 있어요. 뽑은 공의 색깔에 맞춰 충실히 살아가는 아이도 있고, 공의 색깔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아이도 있지요. <이루는 이루>는 이 모든 인물들의 삶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타인과 나를 같은 잣대로 비교하고 평가하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스스로 행복을 느낄 수만 있다면 어떤 길이라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사는 삶도, 내가 원하는 것을 밀고 나가는 삶도, 심지어 아직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해 헤매는 삶조차도 저마다의 의미가 있다고요.


    <이루는 이루>를 읽는 어린 독자들이, 이야기 속 다채로운 인물들 중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흔들리는 지금의 나를 조금 더 긍정하고 스스로를 안아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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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법 - 진로와 자기 탐색 발견의 첫걸음 1
이다혜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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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 책의 내용에 앞서 판권란이나 작가 소개 등을 먼저 읽어 봅니다.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법>의 지은이인 이다혜 작가의 직업은 영화 전문지 기자입니다.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읽고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글쓴이가 진로 전문가나 교사가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작가 소개란을 마저 읽어 보니 아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여러 종류의 책을 썼더라고요. 그 다채로운 이력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고, 그것을 온전히 글로 써낼 줄 아는 분'이라는 확신을 주어 읽기 전부터 신뢰가 갔습니다.


    이 책은 '발견의 첫걸음'이라는 시리즈 이름에 걸맞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고 그것을 생산적인 활동으로 연결하는 방법에 대해 차근차근 들려줍니다. 총 열두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시작이 특이하게도 '1장'이 아니라 '0장'입니다. 0장 '좋아하는 것이 제멋대로였던 일곱 친구'에서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은 A', '갑자기 식물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B' 등 일곱 명의 아이가 각자 좋아하는 것과 최근의 관심사를 소개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반전(?)은 이 일곱 명의 친구가 모두 어릴 때의 작가 본인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뒤통수를 맞은 듯 깜짝 놀랐어요. 하지만 동시에, 한 사람이 다양한 면모를 가질 수 있고 그중 어떤 관심사가 자신의 미래와 연결될지 모르니 여러 경험에 기꺼이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방식은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 전반에 흐르는 다정한 말투도 인상적입니다. 진로나 적성을 다루는 책은 자칫하면 어른들의 훈계나 잔소리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어린 독자들은 이미 주변에서 여러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으니까요. 그런데 이 책은 '~하는 건 어때?', '~는 어떨까?', '~해 보자'처럼 붙임성 있는 선배가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 편안한 어조 덕분에 저도 책이 던지는 물음표들에 마음속으로 답하며 기분 좋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이미 자신의 흥미를 뚜렷하게 발견하고 진로를 어느 정도 설정한 학생에게는 다소 당연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내 안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거나,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몰라 헷갈리는 어린 독자들에게 이 책은 든든하고 다정한 멘토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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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좀 하는 이유나 3 - 유나가 랩을 한다 노란 잠수함 23
류재향 지음, 이덕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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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도서관에서 매년 인기인 <욕 좀 하는 이유나>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인 3권이 출간되었습니다. 2권의 출간 소식은 들었지만 읽지는 못하고 있던 차에 출판사에서 3권을 제공받아 읽어보았습니다. 2권을 먼저 찾아서 읽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전 이야기를 모르고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을지 궁금하여 일부러 3권을 먼저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2권을 건너뛰어도 흐름을 파악하는 데 큰 문제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인물 관계나 이야기 중간에 등장하는 과거의 사건들을 깊이 이해하려면 1권만큼은 꼭 먼저 읽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욕 좀 하는 이유나 3>은 자작 랩으로 학교 발표회 무대에 서려는 호준이를 주인공 유나가 돕는 과정을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1권이 '말이란 타인을 공격하거나 짓밟는 도구가 아니라 내 마음을 올바르게 표현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수단'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던 점을 되새겨보면, 3권의 '랩'이라는 소재는 전혀 뜬금없지 않습니다. 랩 역시 본래 자신의 솔직한 마음과 삶을 표현하기 위해 탄생한 언어의 예술이니까요.


    이러한 주제에 걸맞게 책 속에는 재치 넘치는 대화 장면이 가득합니다. 특히 유나를 만난 후 풍부한 우리말 표현에 눈을 뜬 호준이와 유나의 수준 높은(?) 대화, 그리고 '씨동무'가 된 유나와 소미가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다정한 대화는 작가가 시리즈 전체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진정한 대화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 줍니다.


    '참신한 욕 찾기'라는 신선한 설정으로 시작했던 이야기는 말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는 다정한 장면으로 마침표를 찍습니다. 그러면서도 1권에서 느꼈던 유쾌한 재미는 여전합니다. 여기에 더해 알맞은 상황에 스며든 다채로운 우리말 표현과 사자성어까지 등장해 순수한 읽기의 즐거움도 듬뿍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말의 따스한 힘을 재미있는 이야기에 엮어 느껴보고 싶은 분들께 기쁜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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