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심부름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70
한소곤 지음, 모차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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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옛날이야기는 예로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왔습니다. 그래서인지 딱딱한 글보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듯 말랑말랑한 문장으로 쓰인 전래 동화책이 더 재미있고 정감도 갑니다. 물론 요즘에는 창의적이고 기발한 소재의 창작 동화도 많지만, 옛이야기가 가진 고유의 맛은 여전히 특별해요. <고추장 심부름>은 옛날이야기의 맛, 창작 동화의 맛, 그리고 역사 속 사실의 맛이 고루 배인 '맛있는' 이야기입니다.


    <고추장 심부름>의 이야기 줄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수라간 생각시 소복이가 고추장 비법을 구해 오는 모험이고, 하나는 궁 안의 임금님(영조)과 세손(훗날의 정조)이 서로를 위로하고 상처를 극복하는 이야기예요. 소복이가 몰래 가져온 고추장이 실수로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는데, 임금님이 그 맛에 반하게 되고 소복이는 그 고추장을 더 구해 오라는 심부름을 맡게 됩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고추장은 할머니가 아니라 다른 분이 만든 것이었고 소복이는 고추장 비법을 찾아 길을 떠나요.


    작품의 메시지는 왕과 백성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심 어린 위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분량으로는 소복이의 모험 이야기가 더 많지만, 임금님과 세손의 이야기는 책 전체의 감동과 메시지를 더 깊이 있게 만듭니다. 특히 소복이와 세손이 신분을 뛰어넘어 서로 마음을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두 아이가 비슷한 상처를 서로 보듬어 주며 한 걸음 성장하는 모습이 뭉클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습니다.


    모차 작가의 따스한 삽화도 이야기의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우러집니다. 특히 표지의 일월오봉도 배경과 소복이의 당찬 자세, 그리고 가장자리의 문양까지 세심하게 그려진 점이 돋보입니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인 '똥강아지'도 귀엽게 그려져 있어 등장할 때마다 미소가 지어졌어요.


    역사 동화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부터 옛날이야기의 신선한 변주를 찾는 독자까지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옛날이야기, 창작동화, 역사 동화의 매력을 함께 느끼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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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국대전을 펼쳐라! - 조선의 뼈대를 세운 법전 조선 시대 깊이 알기
손주현 지음, 오승민 그림, 강문식 감수 / 책과함께어린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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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은 초등학교 5학년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우리 나라 역사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한 학기라는 짧은 시간에 고조선부터 6·25 전쟁까지 훑고 지나가듯 배우다 보니, 교과서에는 실리지 못한 역사 속 소소하고 재미난 이야기는 늘 뒷전이 되기 십상이에요. 특히 기록이 풍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넘쳐나는 조선 시대에 이르면, 선생님으로써, 또는 한명의 역사 애호가로서 "이 이야기도 해 주고 싶은데..."하는 안타까움에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합니다. <경국대전을 펼쳐라!>는 딱 그런 아쉬움을 달래 줄 책입니다.


    <경국대전을 펼쳐라!>는 조선 최고의 법전 '경국대전'을 바탕으로, 조선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해서 평범한 백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냈습니다. 이 책은 '들어가는 이야기-본문-나오는 이야기'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요. 본문은 11편의 짧은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고, 주인공인 치국이와 해박이가 각 에피소드에 등장해 고을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을 경국대전 조항을 바탕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각 에피소드가 끝난 다음에는 '경국대전 파헤치기' 코너를 통해 에피소드에서 다룬 경국대전 속 법을 좀 더 쉽고 자세히 설명해 주고,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법과 경국대전은 어떻게 다를까' 코너에서는 경국대전 내용과 현재 대한민국의 법을 비교해 줍니다. 이 덕분에 에피소드를 하나씩 나눠 읽기도 쉽고, 수업 시간에 부분적으로 활용하기도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주인공인 치국이와 해박이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양반의 서자로 태어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말썽이나 부리고 다니는 장난꾸러기 해박이, 그리고 법에 능통한 해박이의 티키타카가 참 재미있어요. 두 사람의 대화를 읽고 있으면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인물이 아니라 꼭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이들의 존재감 덕분에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법전 이야기가 훨씬 흥미롭고, 몰입감 있게 다가옵니다.


    <경국대전을 펼쳐라!>는 역사 시간은 물론, 법이나 인권을 다루는 수업 시간에도 활용하기 좋은 책입니다. 또 조선 시대 일반 백성들이 어떻게 살았을지 궁금할 때 꺼내 읽기에도 좋아요.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조선 시대를 만나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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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기억 극장 - 제13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115
최연숙 지음, 최경식 그림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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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고 싶은 기억이 한두 가지쯤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우리는 때로 지난날의 실수나 상처를 지우고 싶어 하곤 합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 동화 <경성 기억 극장>은 이러한 우리의 소망, 혹은 욕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책의 배경은 1940년대 일제강점기의 식민지 조선입니다. 부모 없는 아이들이 흔하고, 조선인들은 일본식 이름을 쓰며, 경성 거리의 간판은 일본어로 가득합니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시기라서 거리에는 총을 든 군인들도 쉽게 마주칠 수 있습니다.


    경성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던 덕구는 우연히 '경성 기억 극장'이라는 곳에서 일하게 됩니다. 이곳은 손님들이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 주는 곳입니다. 덕구는 사장 신목운을 도와 손님들의 기억은 물론, 극장을 찾았던 사실 자체까지 지워줍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덕구는 자신 역시 과거에 이 극장에서 기억을 지운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바로 자신과 친구 용남이를 돌봐 주던 수현이 아저씨가 독립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경찰에 밀고했던 기억이죠. 과연 덕구는 무슨 일을 한 걸까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까요?


    <경성 기억 극장>은 내내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일제강점기라는 무거운 시대적 배경뿐 아니라, '부끄러운 기억이라면 지워도 되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극장을 찾는 이들이 대부분 일제의 만행에 협력한 사람들이나 참전 중인 군인들이라는 점에서, 책 속의 '기억'은 '역사'라는 더 큰 주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부끄러운 기억이라면 지워도 되는가?'라는 질문은 곧 '부끄러운 역사는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지은이는 수현이 아저씨의 입을 빌려 기억에 '길잡이'라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예를 들어 강에서 놀다가 물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면, 이후 물가에서 더욱 조심하게 되는 것처럼 과거의 경험이 현재에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뜻이에요. 길잡이가 없으면 길을 잃듯이, 나의 기억은 지금의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괴롭고 부끄러운 기억도 조금 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또한 부끄러운 역사는 잊어야 할 것이 아니라,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모두가 기억하고 경계해야 함을, 이 책은 분명히 전하고 있습니다. 기억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독자에게, 그리고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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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42
로버트 배리 글.그림, 김영진 옮김 / 길벗어린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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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배리의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는 친구가 "크리스마스에 관한 그림책 중에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추천해서 읽어 보았다가 저도 단숨에 사랑에 빠진 작품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Mr. Willowby's Christmas Tree(윌로비 씨의 크리스마스트리)>입니다. 1963년에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흑백 그림책이에요. 이후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 2000년에 색을 입힌 판본이 새로 나왔고, 국내에서는 이 색을 입힌 버전이 번역되어 소개되었어요.


    이야기는 커다란 저택에 사는 윌로비 씨가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려고 거대한 전나무를 들여오면서 시작합니다. 그 나무는 너무 커서 천장에 끝이 닿아 꼭대기가 휘어집니다. 윌로비 씨는 끝부분을 조금 잘라내고, 집사는 잘라낸 나무를 2층에서 일하는 애들레이드 양에게 선물해요. 애들레이드 양은 작은 테이블에 트리를 장식하려고 또다시 트리 끝을 잘라냅니다. 그 조각은 정원사 팀 아저씨의 집으로 가게 돼요. 또 조금 잘라낸 조각이 곰, 그다음 조각이 여우, 그다음 조각은 토끼, 그다음 조각은 생쥐 가족에게로 이어지며 결국 윌로비 씨의 크리스마스트리가 모두의 크리스마스를 장식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 반복적이고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구조를 가지고 있어 어린아이들도 쉽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트리의 여정이 이어질수록 독자들은 동물과 인간 할 것 없이 모든 마을 구성원에게 크리스마스가 선물되는 따뜻함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그림은 고전 그림책 특유의 정감과 아날로그적인 매력이 살아 있고, 글과 그림의 배치가 안정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읽는 내내 편안하고 따스한 기분이 듭니다. 크리스마스답게 세대와 나이를 뛰어넘어 어른과 아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이라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60년 전 미국에 살던 아이부터 오늘의 우리까지 두근거리게 만드는 힘이 바로 크리스마스와 그림책이 가진 마법이 아닐까요? 추운 겨울, 많은 분들이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즐기며 따뜻한 추억들을 새겨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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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 반달문고 36
신현이 지음, 김정은 그림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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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다'라는 낱말은 '예쁘다', '멋지다'에 비해 덜 일상적인 느낌이 듭니다. "이거 정말 예쁘다!"라는 평가는 쉽게 내릴 수 있지만, "이거 정말 아름답다"라는 평가는 왠지 조심스럽고 특별한 의미가 담겨야 할 것만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많으니, 그런 아름다운 것들을 자주 보고, 또 '아름답다'라고 느낄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는 그 연습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이 책은 나영이와 보경이, 그리고 나영이네 반의 임시 선생님을 맡게 된 홍자 선생님의 하루를 잔잔하게 따라갑니다. 홍자 선생님은 아침에 옛 제자로부터 잉어를 선물받고 그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어요. 그 바람에 다른 사람의 속말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다시 되찾게 됩니다. 나영이와 보경이는 조용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하고, 서로에게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단짝 사이입니다. 홍자 선생님은 목소리 대신 마음으로 알맞은 말들을 품고 있는 나영이의 특별함을 알아봅니다. 나영이는 큰 목소리를 강요하지 않는 홍자 선생님이 마음에 들어, 용기를 내어 잉어를 보러 가도 되냐고 묻지요. 학교가 끝난 뒤, 나영이는 병원에 다녀오느라 결석했던 보경이와 함께 홍자 선생님의 집에 잉어를 보러 갑니다.


    신현이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는 신현이 작가의 그런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속말', '우산을 받다' 등 흔치 않은 낱말을 사용하고, 대화문을 제외하고는 모두 '-습니다'로 문장을 끝내어 마치 다정한 누군가가 곁에 앉아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문장들로 어린이의 내밀한 감정을 정교하게 포착하는 솜씨도 뛰어나죠. 특히 조용하고 내향적인 어린이의 마음을 그리는 데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작가의 삽화도 이런 현실과 환상 사이를 걷는 서사에 아주 알맞은, 아름다운 그림들입니다. 특히 잉어의 움직임이나 나영이 엄마의 원피스처럼 책 속에서 '아름다운 것'으로 소개되는 것들이 왜 아름다운지를 그림으로도 느끼게 해 줍니다. 글 속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 고양이 냠냠이의 모습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읽고 나면 하루 종일 문득 떠오를 만큼 아름다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꼭 한 번,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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