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렁이 구조대 ㅣ 이야기친구
유인근 지음, 메 그림 / 창비교육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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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지렁이 구조대>는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가 교실에서 아이들과 실제로 펼쳤던 의미 있는 경험을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동화입니다. 책을 읽기 전 관련 뉴스를 먼저 찾아보았는데, 작은 생명을 향한 아이들과 선생님의 진심 어린 실천이 무척이나 감동적이고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이야기는 초등학생 우성이의 시선으로 펼쳐집니다. 담임 선생님이 지렁이를 소개하는 순간부터, 선생님과 아이들이 여러 가지 지렁이 구조 활동을 펼치고 나아가 더 많은 사람에게 이 활동을 알리는 과정까지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실제 프로젝트를 주도한 사람은 선생님이지만 이야기의 화자를 어린이로 설정함으로써 동화의 주 독자인 아이들이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중심인물인 우성이와 영우가 처음에는 지렁이 구조에 소극적이다가 점차 마음을 열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재미와 공감을 선사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답게 문제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현실적이라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등교 후 공원으로 나가기 전 교장 선생님의 허락을 구하는 과정이나, 공원에 구조 도구 보관함을 설치하기 위해 공원 관리팀을 찾아가 설득하는 장면 등에서는 '실제로 아이들과 발로 뛰어본 사람만이 담아낼 수 있는' 섬세한 디테일들이 빛납니다.


    각 챕터 사이에는 지렁이에 관한 흥미롭고 유익한 정보들이 알차게 소개된 짧은 글이 실려 있습니다. 찰스 다윈이 45년 동안이나 지렁이를 연구했다는 대목이 유독 인상적이었습니다. 진화론으로만 익숙했던 위대한 과학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면서도 지렁이라는 작은 동물을 오랫동안 탐구했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책의 맨 뒤에는 실제로 지렁이 구조 도구를 직접 만들 수 있는 부록이 실려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라면 누구라도 '나도 지렁이를 구해야지!'라는 다짐을 하게 될 테니, 그 어떤 것보다도 잘 어울리고 실용적인 부록입니다. 작고 흔한 생명을 새롭고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경험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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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고봉 ㅣ 큰곰자리 저학년 14
김유 지음, 최미란 그림 / 책읽는곰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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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고봉>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겁보 만보'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앞선 세 권의 작품이 가진 특유의 매력을 고스란히 이어받으면서도, 새로운 방식의 성장 서사를 선보이며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 '최고봉'은 이름처럼 뭐든 잘 먹고, 잘 이해하는 '최고 중의 최고'입니다. 하지만 고집이 아주 세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요. 자신이 싫어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남들이 뭐라 해도 굽히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고봉이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멋있게 보던 친구들도 고집에 지쳐 하나둘 떠나게 되어요. 쓸쓸함을 느끼던 고봉이는 얼마 전 숲속 오솔길에 다녀온 뒤 달라진 친구 고미(<백점 백곰>의 주인공)를 떠올리며 길을 떠납니다.


    작품 특유의 맛깔나는 사투리, 그리고 아이들이 누군가의 가르침이나 지시가 아니라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은 이번 책에서도 변함없이 빛납니다. 여기에 '미래의 최고봉'을 경험하며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보여준다는 신선한 전개가 펼쳐져요. 이는 시리즈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남의 말을 쉽게 듣지 않는 고봉이의 고집스러운 성격을 고려했을 때 '스스로 깨달음을 얻게 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전개라고 느꼈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작품이 고봉이의 '고집'을 그저 고쳐야 할 단점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단점 뒤에 숨은 고집의 긍정적인 면을 함께 살펴보면서, 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들도 자신의 단점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따뜻한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합니다.


    구불구불 이어진 고갯길처럼 이 시리즈는 늘 책의 막바지에서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과 사건을 자연스럽게 암시하곤 합니다. <최고 고봉> 역시 마지막 장을 덮는 그 순간부터 다음 책이 궁금해지게 만들어요. 아직 긴 이야기책이 낯선 독자부터, 스스로 읽는 힘을 차근차근 기르는 독자 모두에게 기쁜 마음으로 시리즈의 새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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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과 이상한 이야기 클럽 1 - 피아노와 괴조와 흡혈귀
허교범 지음, 변우재 그림 / 창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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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토벤과 이상한 이야기 클럽>은 창비 출판사에서 출간된 허교범 작가의 새로운 시리즈물입니다. 허교범 작가의 작품들은 저희 반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높아요. 특히 인물 간의 갈등에 중점을 둔 이야기들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이 유독 자주 찾아 읽곤 합니다. <어린 변호사>나 '스무 고개 탐정' 시리즈 같은 책들이 두뇌를 자극하고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듯한 명쾌한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베토벤과 이상한 이야기 클럽> 역시 그 특유의 흥미로운 결을 고스란히 잇는 책입니다. 마을 한구석에서 피아노 교실을 운영하는 선생님 '베토벤'이 '텅스텐', '잔 다르크', '긍지'라는 이름의 아이들에게 젊은 시절 겪은 기묘한 일들을 이야기해 주는 액자식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권에는 '피아노와 묵주의 모험', '열기구와 괴조의 모험', '창문과 벽장의 모험'까지 충 세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베토벤이 젊었을 적 생활했던 유럽의 어느 나라들로, 책을 읽는 우리의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어요. 하지만 이야기 중간중간 베토벤의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의 일상이 슬그머니 등장해 분위기를 환기합니다.


    특히 매 에피소드가 끝난 뒤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가 '해설편'이라는 이름으로 짧게 실려 있는데, 독자를 신경 쓰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해설편'이 <베토벤과 이상한 이야기 클럽>의 백미라고 느꼈습니다. 에피소드 자체만 두고 보면 기존의 기묘한 이야기들을 변주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해설편'에서 아이들의 현실적인 반응이 더해지면서 이야기가 좀 더 입체적으로 변해갑니다. 또 '해설편'을 통해 독자도 "나라면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할까?" 하며 자신만의 해설을 덧붙여보게 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현실을 벗어난 환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는 물론, 허구의 이야기의 나만의 현실적인 해석을 덧붙이기를 즐기는 독자 모두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책입니다. 여러 명이 함께 읽고 나만의 '해설편'을 나누어 보는 것도 즐거운 독서 활동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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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까지 숨이 차면 - 제4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 ㅣ 텍스트T 22
조은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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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위기'라는 낱말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누리는 자연이 사라져 버린 미래에 대한 상상은 영상과 활자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등장하지요. 제4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을 받은 <손끝까지 숨이 차면>은, 핵전쟁 이후 황폐해진 지구에서 인간이 식물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립니다.


    핵전쟁 이후 지구의 대부분은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무지인 '적색 구역'이 됩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전쟁 이후 생겨난 신종 식물 덕분에 생존이 가능한 '녹색 구역'에 모여 살아갑니다. 주인공 '영월'은 녹색 구역에 있는 녹운고등학교 학생이자 인간이 활용할 식물을 채집하는 '데메테르 연구소'의 실습생입니다. 숲에서 식물을 채집하는 일은 힘들지만 한 쪽 팔이 없는 영월은 팔을 대신할 특별한 식물 '파나케이아'를 하루라도 빨리 이식받기 위해 버텨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숲에서의 사고로 영월을 구하려던 팀장이 목숨을 잃고 영월은 팀장의 몸에 있던 파나케이아를 대신 이식받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후, 팀장을 잃은 상실감을 안은 영월의 학교에 팀장의 딸인 '여수'가 전학을 오면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책을 읽는 내내 김초엽 작가의 작품들, 특히 <지구 끝의 온실>이 떠올랐습니다. 식물이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점, 그리고 살아가기 힘든 미래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 중심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사랑'이 있다는 점이 닮았기 때문이에요. 김초엽 작가의 세계관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손끝까지 숨이 차면>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 것입니다. 반대로 이 책이 좋았다면 김초엽 작가의 작품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어요.


    특히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식물들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식물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책 속의 인간들은 말 그대로 식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극단의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영월의 새로운 팔이자 식물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파나케이아'의 이식 과정을 묘사한 부분은 아주 집중해서 읽게 됩니다.


    <손끝까지 숨이 차면>은 자연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훼손하기만 하는 오늘날의 인간을 향한 경고를 담고 있으면서도, 극한의 절망 속에서도 결국 인간은 서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SF 소설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청소년 독자를 위한 이런 멋진 SF 소설이 등장해 기쁩니다. 꼭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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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는 이루 - 구한나리 주니어소설 ㅣ 학교도서관저널 주니어소설
구한나리 지음, 조성흠 그림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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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능성'이라는 낱말은 우리를 설레게도 하지만 동시에 불안감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어린 시절은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빛난다지만 당사자인 어린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끊임없이 흔들리고 고민하지요. 오늘 소개할 <이루는 이루>는 이처럼 가능성이 너무 많아 도리어 불안한 아이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입니다.


    이야기는 가까운 미래, 가상의 도시인 '가현시'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우리의 현실과 많이 닮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열세 번째 생일에 자신의 재능을 나타내는 색깔의 공을 뽑는 '공 뽑기 행사'에요. 공은 한 가지 색일 수도 있고 여러 색이 섞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색이 한 가지일수록, 그리고 맑고 선명할수록 탁월한 재능을 가졌음을 나타냅니다. 부모들은 자녀가 뚜렷하고 반짝이는 색의 공을 뽑기를 간절히 바라며, 특정 재능을 길러 주는 학원에 아이들을 보냅니다. 그런데 전학 온 아이 '이루'는 학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탐색하며 살아갑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제목에도 등장하는 '서이루',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서술자인 '기서준'이지만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초반에는 여러 인물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이 다소 혼란스럽기도 하고, 시선이 분산되어 약간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고 마침내 모두가 모이는 학예회 장면에 다다르면 "이 많은 인물이 모두 필요했구나"하고 깨닫게 됩니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갑니다. 아직 공을 뽑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색을 확신하는 아이도 있고, 자신의 공 색을 확신할 수 없어 우울해하는 아이도 있어요. 뽑은 공의 색깔에 맞춰 충실히 살아가는 아이도 있고, 공의 색깔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아이도 있지요. <이루는 이루>는 이 모든 인물들의 삶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타인과 나를 같은 잣대로 비교하고 평가하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스스로 행복을 느낄 수만 있다면 어떤 길이라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사는 삶도, 내가 원하는 것을 밀고 나가는 삶도, 심지어 아직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해 헤매는 삶조차도 저마다의 의미가 있다고요.


    <이루는 이루>를 읽는 어린 독자들이, 이야기 속 다채로운 인물들 중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흔들리는 지금의 나를 조금 더 긍정하고 스스로를 안아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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