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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명원 화실 ㅣ 비룡소 창작그림책 35
이수지 글 그림 / 비룡소 / 2008년 12월
평점 :
<나의 명원 화실>은 볼로냐 라가치 상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이수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이수지 작가는 <파도야 놀자>나 <여름이 온다>등 글이 거의 없는 그림책으로 더 유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의 명원 화실>처럼 서사가 있는 책을 읽게 되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그런 이유로 <나의 명원 화실>은 제가 이수지 작가님의 책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나의 명원 화실>의 주인공 '나'는 그림을 잘 그려서 학교 선생님에게 늘 칭찬을 받고, 그림이 교실 뒤에 걸리는 아이입니다. 화가가 되기를 꿈꾸며 엄마를 졸라 동네에 있는 명원 화실에 가게 되죠. 화실을 운영하는 선생님은 주인공이 상상하던 '진짜 화가'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빼빼 마르고, 빵모자를 쓰고, 담배 파이프를 물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 상상하던 그대로였죠.
하지만 진짜 화가는 주인공의 그림을 보고 학교 선생님처럼 칭찬을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렇게 그리라는 지시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세상을 뚫어지도록 열심히 살펴보고, 그것을 내 마음속에 옮기는" 법을 알려줍니다. 주인공은 진짜 화가로부터 단순히 그림을 그럴듯하게 그리는 기술이 아니라, 세상을 관찰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 나갑니다.
이 책은 글과 그림이 반복되는 독특한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만 있는 페이지가 먼저 나온 뒤, 그 이야기를 표현한 그림 페이지가 이어지는 형태에요. 이 형식은 읽는 이에게 두 가지의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첫 번째는 글을 읽는 페이지에는 오직 이야기에만 집중하고, 그림 페이지에서는 그림에만 집중함으로써 글 또는 그림에 몰입을 하는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독자가 글 페이지를 읽으면서 앞으로 펼쳐질 그림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진짜 화가가 주인공에게 준 생일 축하 카드가 묘사된 글이 매우 인상적인데, 페이지를 넘겨 진짜 그림을 확인하는 순간 그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이야기의 결말은 보통의 그림책처럼 시원하고 깔끔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희 반 학생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열린 결말에 가까워요. 하지만 이 책이 작가의 어릴 적 추억을 그린 자전적인 이야기임을 생각한다면, 꿈을 향해 나아가던 한 시절의 따뜻하고 솔직한 기록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림에 관심이 있거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멋진지 보고 싶은 독자라면 <나의 명원 화실>을 꼭 읽어 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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