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그림의 역사
데이비드 호크니 외 지음, 로즈 블레이크 그림, 신성림 옮김 / 비룡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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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무엇의 역사'라는 제목이 붙은 책은 왠지 어렵고, 나와는 동떨어진 옛날이야기만 가득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린이를 위한'이라는 말이 앞에 붙어도 손이 잘 가지 않는 책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어린이를 위한 그림의 역사>는 그런 무게와 거리감을 덜어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곳곳에 잘 드러나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현대 미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예술가가 직접 어린이들을 위한 책을 썼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어요. 최근 학생들과 수채화 수업을 하면서 호크니의 그림을 감상하고 따라 그려 보는 활동도 했기에 더욱 관심이 생겨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보통 '무엇무엇의 역사'라는 책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대기식으로 시기를 나누는 데 반해, 이 책은 "우리는 왜 그림을 그릴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화가가 사용하는 도구, 장면 설정, 빛의 표현 등 흥미로운 주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기원전 15,000년경에 그려진 라스코 동굴 벽화와 1952년에 피카소가 그린 올빼미 그림이 약 17,0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같은 페이지에 등장하기도 해, 그림의 역사와 현재가 자유롭게 연결되어요. 마지막 장은 "그림의 다음은 어떤 모습일까?"로 마무리가 됩니다. 학생들이 잘 아는 마인크래프트 같은 게임 속 미술이나, 사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서 마지막까지 어린 독자들의 흥미를 끕니다.


    이 책의 글은 데이비드 호크니와 미술 평론가 마틴 게이퍼드가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쓰여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설명이 매우 친절해요. 또 삽화는 로즈 블레이크가 그렸는데, 중간중간 삽화 속에 세 사람이 직접 등장해 유쾌한 분위기를 더합니다. 


    미술관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의 하나로, '이 미술관에서 한 작품만 가져갈 수 있다면 뭘 고를까?'를 생각하며 감상해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책 속에는 다양한 그림이 실려 있고, 책의 판형이 큰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미술관을 산책하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책 속 작품들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우리 집에 전시하고 싶은 작품을 골라 보는 것도 재미있는 독서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실린 예술가의 작품들만큼이나 로즈 블레이크의 삽화도 아기자기하고 귀여워서 마음에 듭니다.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그림 이야기, 그리고 그림이 인류와 함께해 온 흔적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안내해 주는 책입니다. 미술에 관심이 있거나 역사라는 말이 부담스럽지만 도전해 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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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어떻게 생겼을까? 쪽빛문고 13
가코 사토시 지음, 고연정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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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공학 박사이자 어린이책 작가인 가코 사토시가 쓰고 그린 우주 그림책입니다. 우주에 관한 사실들을 알려주는 책인데 놀랍게도 사진을 한 장도 쓰지 않고 글쓴이가 직접 삽화를 그렸어요. 따뜻한 색감으로 채운 그림은 정감이 가고 눈을 편안하게 합니다. 큰 판형에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그린 그림이 가득 차 있어 한 장을 펼쳐두고 오랫동안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우주는 어떻게 생겼을까?>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책의 첫 페이지는 고작 20cm를 뛰어오를 수 있는 벼룩으로부터 출발해요. 벼룩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높은 빌딩과 산, 그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와 우주선을 넘어 광활한 우주까지 나아갑니다. 마지막 페이지는 수십만 개의 은하를 이야기하며 마무리돼요. 이렇게 작은 것으로부터 점점 커지는 전개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글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제목에 '우주'가 들어가긴 하지만, 사실 이 책은 우주뿐 아니라 다양한 높이에 사는 동식물, 여러 종류의 비행기, 높은 건물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지식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꼭 우주에 흥미가 있는 독자가 아니더라도 모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입니다.  


    다만, 이 책은 우리나라에 2010년에 발간되었지만 원래는 1978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책이에요. 그래서 최고 기록에 관한 내용이 1978년까지의 정보로 기록되어 있고, 빌딩이나 산의 이름들이 대부분 일본에 있는 것들이라는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관심이 있는 기록을 골라 1978년 이후 지금까지 기록이 어떻게 갱신되었는지, 또는 우리나라의 기록은 어떠한지 조사해 보는 활동을 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담화를 쓰려고 검색하다 보니 이 책이 절판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심 최신 정보가 첨가된 개정판을 기대하기도 했는데 말이죠😅 다양한 지식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따뜻한 그림책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도서관이나 중고 서점을 통해 꼭 구해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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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명원 화실 비룡소 창작그림책 35
이수지 글 그림 / 비룡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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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명원 화실>은 볼로냐 라가치 상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이수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이수지 작가는 <파도야 놀자>나 <여름이 온다>등 글이 거의 없는 그림책으로 더 유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의 명원 화실>처럼 서사가 있는 책을 읽게 되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그런 이유로 <나의 명원 화실>은 제가 이수지 작가님의 책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나의 명원 화실>의 주인공 '나'는 그림을 잘 그려서 학교 선생님에게 늘 칭찬을 받고, 그림이 교실 뒤에 걸리는 아이입니다. 화가가 되기를 꿈꾸며 엄마를 졸라 동네에 있는 명원 화실에 가게 되죠. 화실을 운영하는 선생님은 주인공이 상상하던 '진짜 화가'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빼빼 마르고, 빵모자를 쓰고, 담배 파이프를 물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 상상하던 그대로였죠. 


    하지만 진짜 화가는 주인공의 그림을 보고 학교 선생님처럼 칭찬을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렇게 그리라는 지시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세상을 뚫어지도록 열심히 살펴보고, 그것을 내 마음속에 옮기는" 법을 알려줍니다. 주인공은 진짜 화가로부터 단순히 그림을 그럴듯하게 그리는 기술이 아니라, 세상을 관찰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 나갑니다.


    이 책은 글과 그림이 반복되는 독특한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만 있는 페이지가 먼저 나온 뒤, 그 이야기를 표현한 그림 페이지가 이어지는 형태에요. 이 형식은 읽는 이에게 두 가지의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첫 번째는 글을 읽는 페이지에는 오직 이야기에만 집중하고, 그림 페이지에서는 그림에만 집중함으로써 글 또는 그림에 몰입을 하는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독자가 글 페이지를 읽으면서 앞으로 펼쳐질 그림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진짜 화가가 주인공에게 준 생일 축하 카드가 묘사된 글이 매우 인상적인데, 페이지를 넘겨 진짜 그림을 확인하는 순간 그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이야기의 결말은 보통의 그림책처럼 시원하고 깔끔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희 반 학생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열린 결말에 가까워요. 하지만 이 책이 작가의 어릴 적 추억을 그린 자전적인 이야기임을 생각한다면, 꿈을 향해 나아가던 한 시절의 따뜻하고 솔직한 기록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림에 관심이 있거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멋진지 보고 싶은 독자라면 <나의 명원 화실>을 꼭 읽어 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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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름 사전 - 모든 색에는 아름다운 이름과 이야기가 있다
아라이 미키 지음, 정창미 옮김, 이상명 감수 / 지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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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색의 수는 백만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 많은 색 중에서 우리가 이름을 말할 수 있는 색은 과연 몇 개나 될까요? <색이름 사전>은 표지에 쓰여 있듯 "모든 색에는 아름다운 이름과 이야기가 있다"라는 점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편집하는 데에 3년이나 걸렸다고 해요.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엄연히 따지면 <색이름 사전>은 어린이들을 위한 책은 아닙니다. 200쪽이 넘는 두께에 표지도 단순한 편이라 학생들이 평소에 읽는 어린이책만큼 가볍게 접근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각 색을 소개하는 글이 길지 않고 깔끔한 삽화들만 구경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책인데다 색이나 미술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가끔 꺼내 읽기도 해서 교실도서관에 꽂아 두고 있습니다.


    이 책은 세상에 존재하는 369가지 색의 이름과 그 유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색이름들은 빨강, 노랑, 초록, 파랑, 보라, 갈색, 검정·하양의 일곱 가지로 분류되어 있어요.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빨강'이라는 낱말 하나로 얼마나 많은 색들을 뭉뚱그려 말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사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책은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기보다는, 책을 훑어보다가 마음에 드는 색을 발견하면 손을 멈추고 그 색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보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색의 이름은 무엇인지, 오늘 입은 옷이나 가지고 있는 물건의 색이름은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부분에 부록처럼 실린 '고유명사에서 온 색이름'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예전에 취미로 수채화를 배울 때 '반다이크 브라운' 색을 많이 썼어요. 많이 쓰는 색인데도 색의 이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그 색의 이름이 화가 반 다이크로부터 유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새삼스럽기도 했습니다.


    책의 맨 뒷장에는 같은 그림을 흑백인 버전과 색이 있는 버전, 두 가지로 실어 두었어요. 두 그림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흑백일 때와 색이 있을 때의 느낌을 번갈아 보며, 다양한 색으로 가득한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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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 스파이 1 : 사라진 보물 키드 스파이 1
맥 바넷 지음, 마이크 로워리 그림, 이재원 옮김 / 시공주니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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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작가 맥 바넷은 특유의 유머와 재치 있는 설정으로 어린이와 어른 모두를 사로잡는 작가입니다. 저 역시 <내 모자 어디 있을까?>, <산타는 어떻게 굴뚝을 내려갈까?> 같은 작품에서 보여주는 맥 바넷의 유머 감각을 무척 좋아해요. 저희 반 학생들도 수업 시간에 맥 바넷의 책을 활용한다고 하면 늘 "재미있겠다!"라며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교실 도서관에서도 맥 바넷의 책들은 인기가 많아서 표지가 닳고 모서리가 해져 있을 정도에요.


    <키드 스파이> 시리즈 역시 학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책입니다. 이 시리즈는 남녀 할 것 없이 인기가 높고 특히 고학년 남학생들이 좋아해요. 누구든 1권을 펼치기 시작하면 마지막인 6권까지 단숨에 읽게 될 정도로 흡입력이 있는 책입니다.


    <키드 스파이> 시리즈는 총 여섯 권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에 1권 '사라진 보물'이 출간된 것을 시작으로 2022년에 6권 '숨겨진 임무'가 출간되며 완결이 되었습니다. 각 권마다 독립적인 사건이 펼쳐지고 마무리되지만, 전체적인 줄거리가 이어지므로 순서대로 읽는 것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이 책은 작가 맥 바넷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어릴 때 나는 영국 여왕의 스파이였다"는 믿기 힘든 고백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실제 경험인지, 작가의 '뻥'인지 헷갈릴 만큼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전개 덕분에 읽는 내내 "이 이야기가 어디까지 진짜일까?"하는 궁금증을 자아내요. 게다가 이야기 중간중간 (진짜다. 검색해 보면 나온다)라는 괄호가 딸린 문장들은 실제로 찾아보면 정말로 '진짜'여서 더욱 흥미진진합니다. 이러한 방식이 이야기의 복선이 되기도 하니, 주의 깊게 읽으면 더 재미있을 거예요.


    이야기 속에 유머가 가득한 이 책은 챕터의 제목이나 작가 소개, 심지어 옮긴이 소개까지도 유쾌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이클 로워리의 삽화도 책의 분위기와 참 잘 어울립니다. 굵직한 검은 선과 두 가지 색만 사용하는 채색법 덕분에 팝아트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각 권마다 채색에 사용한 색이 달라 보는 재미도 더해집니다.


    한 번 빠지면 멈출 수 없는 모험과 기발함, 그리고 빈틈없이 들어찬 유머와 반전이 가득한 <키드 스파이> 시리즈는 '재미'를 찾고 있는 어린이책 독자라면 누구든 빠져들 거예요.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맥 바넷의 톡톡 튀는 상상력의 세계에 꼭 빠져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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