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관순, 학교를 뒤집다 일공일삼 111
박상기 지음, 이영림 그림 / 비룡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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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는 다양한 나이의 학생들이 많이 모여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 "이건 좀 불공평한데?"라고 느낀 순간이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불공평한 상황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죠. <조관순, 학교를 뒤집다>는 그런 불공평한 상황에 맞서 용기 있게 행동한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조윤서는 5학년 1반의 반장입니다. 억울한 일을 보면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우는 성격 때문에 '조관순'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어요. 


    2학기에 6학년들이 운동장과 5학년 복도를 마음대로 점령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조윤서는 우선 담임 선생님과 6학년 전교 회장에게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담임 선생님은 귀찮다는 이유로, 6학년 전교 회장은 6학년이 학교의 선배이니 학교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이유로 조윤서의 요청을 무시합니다.


    결국 조윤서는 친구들과 함께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로 결심합니다. 그 방법은 침묵시위를 하고,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위 도중 6학년의 문제 학생 강도혁이 다툼 끝에 조윤서를 때리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 사건 때문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고, 선생님들도 이 일에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교장 선생님의 제안으로 전교 어린이회에서 운동장과 복도 사용 문제를 논의합니다. 이 갈등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마무리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새로운 문제가 다시 생겨난 것이죠. 조윤서는 "문제가 반복되는구나. 앞으로가 더 외로운 싸움일지도 몰라."라며 마음을 다잡고 이번 문제도 잘 해결할 것을 다짐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나쁜 학생을 혼내 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학생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방법, 그리고 권리를 지켜나가는 과정의 어려움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성장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이야기입니다. 책의 결말도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라는 환상 대신, '앞으로도 계속 싸워야 한다'는 현실적인 결말을 담고 있어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5학년 1학기 사회 2단원은 인권에 대해 다루고 있고, 5학년 1학기 국어 6단원은 토의를 통해 학교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 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두 수업에서 학생들이 직접 의견을 나누고 문제를 토의해 보는 텍스트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책 속의 학교와 우리 학교를 비교해 보면서, 우리 학교에서도 불평등한 부분이 있는지, 그 부분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이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의 목소리로 학교 문화를 바꾼 통쾌하고 똑똑한 이야기, <조관순, 학교를 뒤집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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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모범생 라임 어린이 문학 25
박서진 지음, 오윤화 그림 / 라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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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아이들은 늘 바쁩니다. 등교부터 하교까지 일정이 빽빽하고, 하교 후에도 학원과 숙제로 숨 쉴 틈이 없어 보여요. 이렇게 여유가 없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그 과정도 잘 살피고 있을까요? <빨리빨리 모범생>은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짚어보게 하는 동화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이구민은 뭐든 느릿느릿한 아이입니다. 엄마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도 "빨리빨리!"라는 말이에요. 그런 구민이의 담임 선생님은 2학기 첫날에 교실에 메트로놈을 들고 들어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메트로놈 작전'을 제안합니다. '메트로놈 작전'이란, 메트로놈의 박자에 맞춰 공부를 하자는 것이죠. 처음에는 혼란스러워하던 아이들은 메트로놈에 금방 적응하고, 메트로놈의 박자가 점점 빨라지면서 아이들이 문제를 푸는 속도도 빨라집니다. 아이들은 교실 뒤판을 꾸밀 때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운동장에서 놀이를 할 때에도, 급식 줄을 설 때도 메트로놈의 박자를 떠올립니다. 구민이는 떡볶이를 만드느라 칼질을 하는 엄마에게 "빨리빨리 잘라!"라고 재촉하기도 합니다. 


    '메트로놈 작전'은 성공인 걸까요?


    급하게 풀로 붙인 교실 뒤판 게시물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금세 떨어지고, 문제집은 세 권이나 풀었지만 구민이의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밥을 빨리 먹다 보니 배는 자꾸 아프고, 빨리빨리 칼질을 하던 엄마는 손을 베이고 말죠. 아이들이 교실에서 가꾸던 새싹도 시들어 버립니다. 빨리빨리 자라게 하겠다며 물을 너무 많이 주고, 새싹을 조금씩 위로 잡아당겼기 때문입니다.


    새싹이 시들었다는 장면을 읽으면서, 이 새싹들이 마치 아이들을 상징하는 것 같아 조금 뭉클해졌습니다. 빠른 결과만을 재촉하는 세상에서, 아이들도 빨리 자라기를 바라며 잡아당기다 보면 새싹처럼 시들어버리는 건 아닐까요?


    결국 아이들과 선생님은 '빨리빨리'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속도가 있다는 것, 그리고 천천히 가더라도 단단하게 배우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것도요.


    <빨리빨리 모범생>은 '내가 너무 느린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어린이에게 위로를, '내가 너무 재촉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어른에게 성찰을 건네는 책입니다. 이 책을 천천히 읽으며, 나의 속도와 과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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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네 옆집이 수상하다! 초승달문고 39
천효정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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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이네 옆집이 수상하다!>는 강낭콩만 한 귀여운 생쥐 콩이와 숲속 동물들의 이야기입니다. 반전이 있는 구성, 개성 있는 동물들, 그리고 자연스럽게 배우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말하기 예절까지. 학생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 정말 좋은 책입니다.


    이야기는 콩이네 옆집에 이웃이 이사를 오면서 시작됩니다. 숲속 친구들이 알지 못하는 땅속 동물이 구멍을 파고 살기 시작한 거예요. 더구나 그 구멍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콩이는 걱정이 되고 무서워서 곧바로 친구들에게 가서 수상한 이웃에 대해 말합니다. 그러자 친구들도 하나둘씩 그 이웃에 대해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를 말해 주어요. 눈이 다섯 개라느니, 다리가 여섯 개라느니. 이 소문들이 쌓이면서 콩이는 더욱 두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과연 수상한 이웃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 책은 단순한 구조로 쓰인 저학년용 동화책이지만 소문과 선입견, 말하기 예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는 그 사람이 있을 때만 하기', '험담은 줄이고 좋은 말만 하기' 등의 생활 속 말하기 규칙을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습니다.


    또한 책에 등장하는 여러 동물 캐릭터들은 각자 뚜렷한 개성과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콩이는 겁이 많지만 남의 말을 진실되게 믿어 주어요. 또 개구리 씨니는 말을 꼬아서 하지만, 친구가 없는 두꺼비 떡두의 첫 번째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이야기 속에서는 캐릭터들의 단점이 더 부각되지만, 함께 읽으면서 장점도 함께 찾아보고, 나와 비슷한 동물은 누구인지 스스로 돌아보는 활동으로 연결해 보아도 좋겠습니다.


    <콩이네 옆집이 수상하다!>의 흥미로운 점은 각 장이 '스테이지'라는 이름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콩이네 옆집에 이사 온 동물의 정체가 조금씩 밝혀져서 마치 추리 게임을 하는 듯한 구성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중심이 되는 동물이 매 스테이지마다 바뀌기 때문에 이야기를 끊어 읽기에도 좋습니다. 한글이 서툰 초등 저학년이나 느린 학습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기도 합니다.  


    책을 다 읽은 뒤에는 콩이, 그리고 다른 동물들의 행동과 마음을 되짚어 보며 아이들과 함께 말의 힘과 책임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시길 추천합니다. 또 어린이 희곡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김수희 작가가 각색한 <콩이네 옆집이 수상하다!>의 희곡 판도 함께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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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초등학교에서 작은거인 37
오카다 준 지음, 양선하 옮김 / 국민서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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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초등학교에서>는 잔잔한 분위기와 다정한 상상력이 인상적인 동화책입니다. 처음 읽었을 때 마치 오래 입던 포근한 옷을 다시 꺼내 입은 듯 따뜻한 기분이 들었어요. 출간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따뜻하고 소소한 재미가 살아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얼마간 어린벚잎 초등학교의 야간 경비 일을 맡습니다. 주인공은 아무도 없는 밤의 초등학교를 순찰하면서 작고 특별한 일을 겪고, 그 일을 기록합니다. 이 작고 특별한 일이란, 밤의 학교에만 나타나는 신비한 손님들이에요.


    밤에 숙직실을 찾아 머리를 감겨주는 라쿤, 따뜻한 수프를 끓여 주는 엄마 토끼, '무인도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 놀이'를 하고 있는 개구리, 분실물 바구니에서 볼펜을 찾는 마법사 할머니... 이 신기한 존재들은 무섭거나 위협적이지 않고 오히려 다정하고 정겹습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 '너라면 누구를 제일 만나고 싶어?'하고 이야기를 나눠보기에 딱 좋은 캐릭터들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머리를 감겨 주는 라쿤을 꼭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밤의 초등학교에서>는 요즘 아동문학에서 보기 어려운, 약간은 고전적인 낱말들과 말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야기에 더욱 아늑하고 느긋한 분위기가 배어납니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 신비한 초등학교를 함께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신비한 존재들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따뜻한 시선도 매력적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책에 나오는 일을 겪었을 때 먼저 겁을 먹거나 경계했을 텐데, 주인공은 모든 일을 흥미롭고 다정하게 바라봅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역시 이 밤의 세계를 경계보다 호기심과 따뜻함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환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라면 분명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이야기가 큰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서 자기 전이나 혼자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을 때 읽기에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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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좀 하는 이유나 노란 잠수함 5
류재향 지음, 이덕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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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재향 작가의 <욕 좀 하는 이유나>는 교실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유난히 좋아하고 자주 꺼내 읽는 책입니다. 욕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다루면서도, 유쾌하고 통쾌한 이야기 전개와 깔끔한 결말 덕분에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책입니다. 교실도서관에 오래 꽂혀 있던 이 책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 읽어 보니 학생들이 왜 이 책을 좋아하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당당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여학생 이유나입니다. 고등학생인 오빠의 영향으로 욕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아이에요. 그런데 좋아하는 아이에게 고백을 했다가, 욕을 잘하고 말투가 험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맙니다. '앞으로는 바른 말만 써야 하나?'하고 고민하던 때, 같은 반 친구 송소미가 닭강정을 사주며 조심스레 부탁을 해옵니다. 학원 버스에서 자신에게 자꾸 욕을 하는 임호준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것이죠. 그 복수 방법은 이유나가 가르쳐준 욕을 시원하게 퍼부어 주는 것입니다.


    제법 의리가 있는 이유나는 닭강정을 받아먹었으니 부탁을 들어주기로 합니다. 임호준을 이기기 위해서는 임호준이 쓰지 않는 욕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나는 색다르고 평범하지 않은 욕을 찾아 나섭니다. 이유나가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욕을 수집 임호준을 통쾌하게 혼내주는 장면은 매우 유쾌하게 펼쳐져서 아이들이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문학에서는 욕이 종종 등장하기는 하지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아동문학에서는 욕이라는 소재를 금기시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선입견을 뒤엎고, '우리는 왜 욕을 할까?', '말은 어떻게 써야 할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집니다. 단순히 '욕은 나쁘다'라는 일방적인 교훈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라는 것이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어요.


    이덕화 작가의 삽화도 본문의 유쾌한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단순한 그림이지만 인물들의 동작과 표정에 감정이 살아 있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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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함부로 대하고 네 기분을 상하게 한 애의 사정을 네가 다 헤아릴 필요는 없어. 그 애가 힘든 일은, 스스로 해결하고 극복해야 할 일이야. 왜 네가 화풀이 대상이 되고 욕을 먹어야 해? 그건 걔가 잘못한 거야." - P70

"암튼 내가 생각을 좀 해 봤어.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말은, 음, 서로 이해하기 위해 하는 거잖아. 마음을 전달하고 기분을 표현하고, 그러려고 하는 거 같은데."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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