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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초등학교에서 ㅣ 작은거인 37
오카다 준 지음, 양선하 옮김 / 국민서관 / 2013년 12월
평점 :
<밤의 초등학교에서>는 잔잔한 분위기와 다정한 상상력이 인상적인 동화책입니다. 처음 읽었을 때 마치 오래 입던 포근한 옷을 다시 꺼내 입은 듯 따뜻한 기분이 들었어요. 출간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따뜻하고 소소한 재미가 살아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얼마간 어린벚잎 초등학교의 야간 경비 일을 맡습니다. 주인공은 아무도 없는 밤의 초등학교를 순찰하면서 작고 특별한 일을 겪고, 그 일을 기록합니다. 이 작고 특별한 일이란, 밤의 학교에만 나타나는 신비한 손님들이에요.
밤에 숙직실을 찾아 머리를 감겨주는 라쿤, 따뜻한 수프를 끓여 주는 엄마 토끼, '무인도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 놀이'를 하고 있는 개구리, 분실물 바구니에서 볼펜을 찾는 마법사 할머니... 이 신기한 존재들은 무섭거나 위협적이지 않고 오히려 다정하고 정겹습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 '너라면 누구를 제일 만나고 싶어?'하고 이야기를 나눠보기에 딱 좋은 캐릭터들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머리를 감겨 주는 라쿤을 꼭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밤의 초등학교에서>는 요즘 아동문학에서 보기 어려운, 약간은 고전적인 낱말들과 말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야기에 더욱 아늑하고 느긋한 분위기가 배어납니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 신비한 초등학교를 함께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신비한 존재들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따뜻한 시선도 매력적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책에 나오는 일을 겪었을 때 먼저 겁을 먹거나 경계했을 텐데, 주인공은 모든 일을 흥미롭고 다정하게 바라봅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역시 이 밤의 세계를 경계보다 호기심과 따뜻함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환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라면 분명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이야기가 큰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서 자기 전이나 혼자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을 때 읽기에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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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서가: 어린이책 초등교사 꿀벌의 어린이책 북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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