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기억 극장 - 제13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115
최연숙 지음, 최경식 그림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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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고 싶은 기억이 한두 가지쯤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우리는 때로 지난날의 실수나 상처를 지우고 싶어 하곤 합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 동화 <경성 기억 극장>은 이러한 우리의 소망, 혹은 욕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책의 배경은 1940년대 일제강점기의 식민지 조선입니다. 부모 없는 아이들이 흔하고, 조선인들은 일본식 이름을 쓰며, 경성 거리의 간판은 일본어로 가득합니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시기라서 거리에는 총을 든 군인들도 쉽게 마주칠 수 있습니다.


    경성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던 덕구는 우연히 '경성 기억 극장'이라는 곳에서 일하게 됩니다. 이곳은 손님들이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 주는 곳입니다. 덕구는 사장 신목운을 도와 손님들의 기억은 물론, 극장을 찾았던 사실 자체까지 지워줍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덕구는 자신 역시 과거에 이 극장에서 기억을 지운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바로 자신과 친구 용남이를 돌봐 주던 수현이 아저씨가 독립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경찰에 밀고했던 기억이죠. 과연 덕구는 무슨 일을 한 걸까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까요?


    <경성 기억 극장>은 내내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일제강점기라는 무거운 시대적 배경뿐 아니라, '부끄러운 기억이라면 지워도 되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극장을 찾는 이들이 대부분 일제의 만행에 협력한 사람들이나 참전 중인 군인들이라는 점에서, 책 속의 '기억'은 '역사'라는 더 큰 주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부끄러운 기억이라면 지워도 되는가?'라는 질문은 곧 '부끄러운 역사는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지은이는 수현이 아저씨의 입을 빌려 기억에 '길잡이'라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예를 들어 강에서 놀다가 물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면, 이후 물가에서 더욱 조심하게 되는 것처럼 과거의 경험이 현재에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뜻이에요. 길잡이가 없으면 길을 잃듯이, 나의 기억은 지금의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괴롭고 부끄러운 기억도 조금 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또한 부끄러운 역사는 잊어야 할 것이 아니라,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모두가 기억하고 경계해야 함을, 이 책은 분명히 전하고 있습니다. 기억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독자에게, 그리고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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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42
로버트 배리 글.그림, 김영진 옮김 / 길벗어린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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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배리의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는 친구가 "크리스마스에 관한 그림책 중에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추천해서 읽어 보았다가 저도 단숨에 사랑에 빠진 작품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Mr. Willowby's Christmas Tree(윌로비 씨의 크리스마스트리)>입니다. 1963년에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흑백 그림책이에요. 이후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 2000년에 색을 입힌 판본이 새로 나왔고, 국내에서는 이 색을 입힌 버전이 번역되어 소개되었어요.


    이야기는 커다란 저택에 사는 윌로비 씨가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려고 거대한 전나무를 들여오면서 시작합니다. 그 나무는 너무 커서 천장에 끝이 닿아 꼭대기가 휘어집니다. 윌로비 씨는 끝부분을 조금 잘라내고, 집사는 잘라낸 나무를 2층에서 일하는 애들레이드 양에게 선물해요. 애들레이드 양은 작은 테이블에 트리를 장식하려고 또다시 트리 끝을 잘라냅니다. 그 조각은 정원사 팀 아저씨의 집으로 가게 돼요. 또 조금 잘라낸 조각이 곰, 그다음 조각이 여우, 그다음 조각은 토끼, 그다음 조각은 생쥐 가족에게로 이어지며 결국 윌로비 씨의 크리스마스트리가 모두의 크리스마스를 장식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 반복적이고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구조를 가지고 있어 어린아이들도 쉽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트리의 여정이 이어질수록 독자들은 동물과 인간 할 것 없이 모든 마을 구성원에게 크리스마스가 선물되는 따뜻함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그림은 고전 그림책 특유의 정감과 아날로그적인 매력이 살아 있고, 글과 그림의 배치가 안정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읽는 내내 편안하고 따스한 기분이 듭니다. 크리스마스답게 세대와 나이를 뛰어넘어 어른과 아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이라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60년 전 미국에 살던 아이부터 오늘의 우리까지 두근거리게 만드는 힘이 바로 크리스마스와 그림책이 가진 마법이 아닐까요? 추운 겨울, 많은 분들이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즐기며 따뜻한 추억들을 새겨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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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 반달문고 36
신현이 지음, 김정은 그림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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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다'라는 낱말은 '예쁘다', '멋지다'에 비해 덜 일상적인 느낌이 듭니다. "이거 정말 예쁘다!"라는 평가는 쉽게 내릴 수 있지만, "이거 정말 아름답다"라는 평가는 왠지 조심스럽고 특별한 의미가 담겨야 할 것만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많으니, 그런 아름다운 것들을 자주 보고, 또 '아름답다'라고 느낄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는 그 연습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이 책은 나영이와 보경이, 그리고 나영이네 반의 임시 선생님을 맡게 된 홍자 선생님의 하루를 잔잔하게 따라갑니다. 홍자 선생님은 아침에 옛 제자로부터 잉어를 선물받고 그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어요. 그 바람에 다른 사람의 속말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다시 되찾게 됩니다. 나영이와 보경이는 조용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하고, 서로에게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단짝 사이입니다. 홍자 선생님은 목소리 대신 마음으로 알맞은 말들을 품고 있는 나영이의 특별함을 알아봅니다. 나영이는 큰 목소리를 강요하지 않는 홍자 선생님이 마음에 들어, 용기를 내어 잉어를 보러 가도 되냐고 묻지요. 학교가 끝난 뒤, 나영이는 병원에 다녀오느라 결석했던 보경이와 함께 홍자 선생님의 집에 잉어를 보러 갑니다.


    신현이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는 신현이 작가의 그런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속말', '우산을 받다' 등 흔치 않은 낱말을 사용하고, 대화문을 제외하고는 모두 '-습니다'로 문장을 끝내어 마치 다정한 누군가가 곁에 앉아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문장들로 어린이의 내밀한 감정을 정교하게 포착하는 솜씨도 뛰어나죠. 특히 조용하고 내향적인 어린이의 마음을 그리는 데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작가의 삽화도 이런 현실과 환상 사이를 걷는 서사에 아주 알맞은, 아름다운 그림들입니다. 특히 잉어의 움직임이나 나영이 엄마의 원피스처럼 책 속에서 '아름다운 것'으로 소개되는 것들이 왜 아름다운지를 그림으로도 느끼게 해 줍니다. 글 속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 고양이 냠냠이의 모습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읽고 나면 하루 종일 문득 떠오를 만큼 아름다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꼭 한 번,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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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나의 종이집 - 2022 아침독서신문 선정도서, 2021 KBBY 추천도서, 2021 고래가숨쉬는도서관 겨울방학 추천도서, 2021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2022 문학나눔 선정도서 바람동시책 1
김개미 지음, 민승지 그림 / 천개의바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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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나의 종이집>은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시작합니다. '아직 안 늦었어!'라는 다급한 누군가의 속삭임이 제목이나 저자 소개보다 먼저 독자를 맞이해요. 이런 시작에 이어 만화 형식의 그림들이 이어지고 그 이후에야 지은이 소개와 제목, 작가의 말이 등장합니다. 보통 시집이라면 책을 시작하기 전에 저자와 제목을 확인하고 읽게 되지요. 이 책은 그런 순서를 뒤집어서 매우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작가의 말조차 일반적인 인사말이 아니라 한 편의 시로 되어 있어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흔하지 않은 시집임을 알 수 있습니다.


    <티나의 종이집>은 만화와 시가 교차하며 진행됩니다. '나'는 평범한 초등학생 남자아이입니다. 길에서 우연히 어떤 여자아이를 만나는데, 이 여자아이의 이름은 '티나'이고 우리 반에 전학을 왔어요. '나'와 티나는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가까워지고 '나'는 티나에 대한 마음을 키워갑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이야기와 함께 '나'의 감정을 담은 시가 함께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일반적인 시집처럼 마음에 드는 시만 골라 읽는 방법보다는 이야기를 처음부터 따라가면서 읽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만화와 시가 번갈아가며 펼쳐지니 그림책과 시집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조금은 덤벙대고, 걸핏하면 지각해 선생님께 혼나는 등 완벽하지 않은 보통 아이입니다. 그런 '나'가 티나와 함께 민들레를 보며 웃거나, 빵과 수학책, 잔소리, 곤충 등 현실적인 소재로 어린이의 사랑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시를 읽다 보면 아이라고 해서 감정이 결코 가볍거나 얕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마음속 설렘과 고민, 서툰 고백을 표현한 시를 읽다 보면 누구나 어릴 때 한 번쯤 느껴봤을 법한 두근거림과 어색함이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이 책의 삽화는 부드러운 연필 선과 투명하고 화사한 수채화 채색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특히 책 표지와 만화 일부, 그리고 티나와 관련된 장면 곳곳에 등장하는 분홍색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이 책에서 사용된 분홍색은 화사하면서도 눈이 아프지 않은 색감이라 딱 맞는 색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이의 섬세한 감정과 소소한 일상이 시와 만화로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티나의 종이집>은 평소 동시를 즐기는 독자도, 아직 시보다는 이야기가 더 익숙한 독자에게도 모두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잠시 어릴 적 설렘으로 돌아가 마음 한편이 몽글몽글해지는 경험을 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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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쫌 하는 김토끼 씨의 초등 정치 수업 말랑말랑 요즘지식 2
지수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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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는 흔히 '싸움이 일어나는 대화 주제' 1순위로 꼽히지만, 우리는 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반드시 정치에 대해 알아야만 합니다. 초등학생들도 사회 과목에서 정치의 기초 개념을 배우기 시작해요. 특히 6학년 사회에서는 선거, 삼권분립 등 본격적으로 정치에 대한 내용을 다룹니다. 이런 시기에 정치라는 분야를 재미있게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 <생각 쫌 하는 김토끼 씨의 초등 정치 수업>입니다.


    이 책은 '정치'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출발하여 민주주의와 독재의 차이, 국제 정치까지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핵심 주제를 알기 쉬운 말로 차근차근 짚어줍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다양한 예시와 상황 설정을 제시해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는 점입니다. 도덕 교과에서 등장하는 '트롤리 딜레마'나 존 롤스의 '무지의 베일' 등을 소개하며 실제적 고민을 던지는 문제를 함께 다룹니다. 학생들은 이런 문제를 생각하며 "나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하고 함께 토론하거나,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사회뿐만 아니라 국어나 도덕 교과 수업에서도 이 책의 내용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인 지수 작가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경력을 가지고 있고, 학생들에게도 눈에 익은 캐릭터인 '김토끼'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 글과 그림을 모두 담당해 따로 분리된 느낌이 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김토끼 특유의 귀엽고 단순한 그림체와 차분하고 담백한 색감 덕분에 그림에 과하게 눈길을 빼앗기지 않고 글도 차근차근 읽어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가장 어려운 과목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의외로 '사회'를 꼽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추상적인 개념들을 다루고, 복잡한 용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 쫌 하는 김토끼 씨의 초등 정치 수업>은 어렵고 멀게만 느껴질 수 있는 정치를 차근차근 풀어서 아이들이 자신의 삶과 정치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어린이뿐 아니라 정치에 대한 기초를 쌓고 싶은 어른에게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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