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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 ㅣ 반달문고 36
신현이 지음, 김정은 그림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평점 :
'아름답다'라는 낱말은 '예쁘다', '멋지다'에 비해 덜 일상적인 느낌이 듭니다. "이거 정말 예쁘다!"라는 평가는 쉽게 내릴 수 있지만, "이거 정말 아름답다"라는 평가는 왠지 조심스럽고 특별한 의미가 담겨야 할 것만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많으니, 그런 아름다운 것들을 자주 보고, 또 '아름답다'라고 느낄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는 그 연습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이 책은 나영이와 보경이, 그리고 나영이네 반의 임시 선생님을 맡게 된 홍자 선생님의 하루를 잔잔하게 따라갑니다. 홍자 선생님은 아침에 옛 제자로부터 잉어를 선물받고 그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어요. 그 바람에 다른 사람의 속말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을 다시 되찾게 됩니다. 나영이와 보경이는 조용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하고, 서로에게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단짝 사이입니다. 홍자 선생님은 목소리 대신 마음으로 알맞은 말들을 품고 있는 나영이의 특별함을 알아봅니다. 나영이는 큰 목소리를 강요하지 않는 홍자 선생님이 마음에 들어, 용기를 내어 잉어를 보러 가도 되냐고 묻지요. 학교가 끝난 뒤, 나영이는 병원에 다녀오느라 결석했던 보경이와 함께 홍자 선생님의 집에 잉어를 보러 갑니다.
신현이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는 신현이 작가의 그런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속말', '우산을 받다' 등 흔치 않은 낱말을 사용하고, 대화문을 제외하고는 모두 '-습니다'로 문장을 끝내어 마치 다정한 누군가가 곁에 앉아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문장들로 어린이의 내밀한 감정을 정교하게 포착하는 솜씨도 뛰어나죠. 특히 조용하고 내향적인 어린이의 마음을 그리는 데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작가의 삽화도 이런 현실과 환상 사이를 걷는 서사에 아주 알맞은, 아름다운 그림들입니다. 특히 잉어의 움직임이나 나영이 엄마의 원피스처럼 책 속에서 '아름다운 것'으로 소개되는 것들이 왜 아름다운지를 그림으로도 느끼게 해 줍니다. 글 속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 고양이 냠냠이의 모습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읽고 나면 하루 종일 문득 떠오를 만큼 아름다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꼭 한 번,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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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서가: 초등교사 꿀벌의 어린이책 북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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