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 희망이 뭐라고 큰곰자리 28
전은지 지음, 김재희 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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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은지 작가는 <일등 학원 준비반 준비반>과 <독서 퀴즈 대회>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톡톡 튀는 심리 묘사가 특징인 작가님인데요, <장래 희망이 뭐라고>에서도 작가님 특유의 유쾌한 대사와 심리 묘사가 잘 드러나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주인공인 수아는 '장래 희망'이라는 주제로 글짓기를 해 오라는 선생님의 숙제를 받고 큰 고민에 빠집니다. 사실 수아의 장래희망은 외모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과 기쁨을 선사해줄 수 있는 성형외과 의사에요. 하지만 공부를 싫어하고 못하기 때문에 의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서 그 꿈을 그대로 발표하기 망설여집니다. 성형외과 의사 대신 그럴듯한 '검사 및 발표용' 장래 희망을 정하기로 하고, 수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러 다닙니다.


    수아의 질문에 주변 사람들은 '제다이 기사'부터 '자연사'까지 다양한 답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무엇 하나 수아의 마음에 드는 장래희망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여러 사람의 말을 듣던 중, 선생님의 말이 수아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모두가 높은 나무의 가장 높은 가지에 달린 커다란 열매만 좋아하는 건 아니야. 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딸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잖아. 사다리 없이 딸 수 있다고 해서, 딸기가 감보다 맛이 없다고 할 수는 없어. 좋아하는 열매는 사람마다 다르니까. 내가 좋아하는 열매가 얼마나 높은 나무에서 열리느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열매를 먹고 싶으냐가 중요해. 먹고 싶은 열매가 아예 없는 사람은 아무 열매도 먹을 수 없겠지?"


    수아는 선생님의 말에 큰 감동을 받고 지금까지 들었던 여러 사람들의 장래희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 시작합니다. 제다이 기사가 되고 싶다는 엄마의 꿈은 허황되지만 그건 또한 정의롭고 멋지고 용감하게 살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꿈도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일들이었죠. 대답들을 떠올리며 수아는 자신의 장래 희망인 성형외과 의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과연 수아는 숙제 제출일에 성형외과 의사가 되고 싶다고 발표하게 될까요? 직접 읽고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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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랭면 (여름 리커버)
김지안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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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여름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굳이 따지자면 여름보다 겨울을 좋아하긴 하지만, 여름에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몇 가지는 좋아합니다. 햇살이 내리쬐는 해수욕장, 더울 때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넉넉한 사이즈의 흰색 반팔 티셔츠 같은 것들이요. 그중에서도 물냉면은 빼놓을 수 없는 여름의 필수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호랭면>은 아주 더운 여름에 읽으면 딱 좋을 그림책입니다. 


    <호랭면>은 전래동화와 같은 분위기를 풍깁니다. 배경에 기와집과 초가집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대화 또한 '이러다 더위 먹겠소.', '이 길이 맞는 거요?'처럼 사극에서 쓰는 듯한 말투를 사용해요. 이런 점이 <호랭면>의 이야기에 재미를 더합니다.


    주인공은 노는 거라면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김 낭자, 이 도령, 박 도령이에요. 암탉이 삶은 달걀을 낳았다는 소문까지 도는 더운 여름날, 세 사람은 서당에 다녀오는 길에 주운 책에서 절대로 녹지 않는 얼음이 있다는 내용을 읽게 돼요. 절대로 녹지 않는 얼음을 찾아 모험을 떠난 세 사람은 절벽에 매달린 고양이를 구해 줍니다. 고양이를 따라가다가 어떤 폭포에 다다르게 되는데 그 폭포는 예사 폭포가 아니라 냉면이었습니다!


    전설의 폭포가 사실은 호랑이가 즐기는 냉면, '호랭면'이었다는 귀여운 반전은 김지안 작가의 그림체와 만나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주인공들의 통통한 볼살, 아기호랑이들, 호랭면이 흐르는 계곡의 풍경들은 보기만 해도 유쾌하고 재미있어요.


    이 책의 또 하나 특별한 점은 페이지 구성입니다. 만화처럼 컷이 나누어진 페이지와, 일반 그림책처럼 양쪽 면을 통째로 활용해 넓게 펼쳐진 페이지가 자연스럽게 번갈아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흐름에 리듬을 줍니다. 컷이 나뉜 장면에서는 인물들의 대화와 행동을 마치 애니메이션처럼 상상할 수 있고, 한 장면을 넓게 표현한 페이지에서는 호랭면 폭포처럼 상상 속 공간의 시원한 분위기를 더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어요.


    더운 여름날, 귀엽고 시원한 <호랭면> 한 권 읽으며 스트레스 날려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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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x4의 세계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41
조우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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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인 중에 큰 병원 간호사가 있어 종종 만나러 그 병원에 갑니다. 병원 로비나 복도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어요. 아무래도 직업이 교사이다 보니 환자복을 입고 있는 아이들에게 한번 더 눈길이 가요. 저 아이들이 건강히 병원을 벗어나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혼자 조용히 바라며 지나치곤 합니다.


    병원을 주요 배경으로 하는 동화는 흔하지 않기에, 저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4×4의 세계>의 주인공은 '가로'입니다. 성이 '제갈', 이름이 '호'라서 주변 사람들이 '제갈호'를 읽는 방식을 따 가로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어요. 가로는 1년 반 전에 하반신이 마비되어 (가로의 설명에 의하면)'상세 불명의 척수 어쩌고'라는 병명을 받고 지금은 재활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가족들과는 한 달에 한 번씩 만나고, 평소에는 간병을 맡은 할아버지와 지내요. 


    병원 생활은 우리도 상상할 수 있듯 반복적이고 단조롭습니다. 가로는 빈 시간을 병실 천장을 바라보며 지냅니다. 네 칸씩 네 줄, 4×4로 나뉜 패널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할아버지의 장점 열어섯 개를 채우는 놀이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던 가로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병원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재미있게 읽은 <클로디아의 비밀>이라는 책 맨 뒷장에 그려진 강아지 그림을 발견했을 때입니다. 가로는 '넌 누구야?'라는 쪽지를 붙이고, 강아지 그림을 그린 아이와 친구가 됩니다. 같은 병원에 입원 중인 '오새롬'이라는 아이죠. 가로는 새롬이에게 '세로'라는 별명을 지어 줍니다. 두 사람은 책에 쪽지를 붙여 소통하며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병원 앞마당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4×4의 세계>를 읽으며 저는 책이 어떤 사람에게는 '탈출구'이자 '다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반복되는 병원 생활에서 책은 가로에게는 세상과 연결되는 탈출구가 되어 주고, 세로와 연결된 다리가 되어주기도 했으니까요. 평소엔 감동보다는 재미에 끌리는 편인데도, 이 책은 읽고 나서 유난히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읽고 나서 마음 속에서 따뜻함이 느껴졌고, 그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도 마구마구 전하고 싶어졌어요.


    책 속에서 가로가 좋아한다고 소개한 책들, 그리고 삽화에 등장하는 책들 중 교실도서관에 있는 책이 제법 많아 반갑기도 했습니다. 아이들과 이 책들을 함께 읽으면서 책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지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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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느다란 마법사 ㉠ :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 가느다란 마법사
김혜진 지음, 모차 그림 / 사계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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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제목부터 평범하지 않은 이 책은, 저희 반에서 과연 어느 요일의 학교가 제일 좋은가에 대한 토론을 불러일으켰던 <일주일의 학교>의 김혜진 작가가 쓴 책입니다. <일주일의 학교>처럼 신비한 느낌이 들면서도, 어쩐지 평범한 현실인 듯도 한 이야기에요. 김혜진 작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요소들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면서, 판타지 같기도 하고 우리네 일상 같기도 한 이야기를 씁니다. 


    가느다란 마법사는 몸이 가느다래서 가느다란 마법사가 아니라, 가느다란 마법을 쓰기 때문에 가느다란 마법사입니다. 가느다란 마법이란 가느다란 물건들을 다루는 마법이에요. 가느다란 마법사는 마법 학교에서 가느다란 마법을 배운 다음, '갓 졸업한 마법사를 위한 작은 방'에서 머물며 자신이 사용하는 가느다란 마법으로 사람들을 돕습니다. 그러다 말을 할 줄 아는 참새들의 부탁을 받고 마을의 향나무가 갑자기 자란 원인을 찾아 나서지요. 


    가느다란 마법사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소하게 보고 지나치는 가느다란 것들을 눈여겨 보고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 덕분에 자주 길을 잃지만, 또 그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아주 많이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보고 지나치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어요. 이 책을 읽고 나서 가느다란 마법사처럼 길을 걸을 때 주변을 둘러보며 내가 평소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끼는 것도 좋겠습니다. 단, 가느다란 마법사처럼 길을 잃으면 안 되겠지만요:)


    모차 작가의 섬세한 작화도 이야기에 꼭 어울리니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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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볼 줄 모르는 곰
장뤼크 프로망탈 지음, 조엘 졸리베 그림, 박선주 옮김 / 보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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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어느 정도 문화적 맥락을 가지고 있어야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동화책과 달리, 그림책은 비교적 간단하고 보편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책이 많습니다. 그래서 외국의 동화책보다 외국의 그림책을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부담이 적어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약간의 문화적 차이를 엿볼 수 있는 그림책도 있습니다. <시계를 볼 줄 모르는 곰>은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리듬을 중시하는 프랑스의 삶의 여유를 엿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시계를 볼 줄 모르는 곰>의 주인공은 인간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곰입니다. 이 그림책의 화자인 가족의 막내와 함께 학교에 다니는데요, 시계를 볼 줄 몰라서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스쿨버스를 놓치고,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음악 시간에 체육복을 입고 나타나기도 해요. 집에 돌아가는 스쿨버스조차 놓쳐서 집까지 걸어가다가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먹은 배고픔에 빵집을 텁니다. 경찰에 잡힌 곰을 보며 화자의 부모님은 곰에게 시계 보는 법을 알려주기로 하지요.


    시계를 보는 방법을 익힌 곰은 많은 일정을 시간에 맞춰 소화하는 재미에 푹 빠집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이 그림책의 특별함이 드러나요. 평범한 그림책이었다면 '곰은 시간을 잘 지키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하고 끝났을 텐데, <시계를 볼 줄 모르는 곰>에서는 그렇게 시간에 맞춰 일정을 쳐내기만 하면서 사는 삶의 맹점을 지적합니다. 너무 열심히 살던 곰이 그만 쓰러져 버린 거죠. 의사는 곰이 번아웃이라는 진단을 내립니다.


    저는 장 뤽 프로망탈, 조엘 졸리베 콤비의 그림책 중 <시계를 볼 줄 모르는 곰>과 <펭귄 365>를 가장 좋아합니다. 두 책 모두 책 자체의 이야기가 재미있으면서, 그림도 귀엽고, 좀 더 깊이 파고들면 찾을 수 있는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도 즐겁거든요.


   저는 초등학교 2학년에게 시계 보는 법을 가르칠 때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화자의 아빠가 곰에게 시계 보는 법을 가르치는 장면이 아주 마음에 들어서, 그 페이지를 통째로 활동지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시간을 아는 것의 중요성과 시계를 보는 법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다 한 번 더 읽게 되었을 때, 어쩌면 곰이 시간을 볼 수 있게 되는 장면들만큼이나 곰에게 번아웃이 닥친 뒤의 장면들도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이 책은 시간을 잘 지키는 것과 여유 사이의 균형을 찾아보자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라고 저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림책에서 색을 활용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검정색과 하늘색을 베이스로 하고,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는 주황색과 노란색을 사용했어요. 산뜻한 느낌이 들면서도 눈이 너무 피곤하지 않은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의 뒷표지에 있는 바코드가 곰 모양이에요. 책 디자인의 귀여운 센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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