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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볼 줄 모르는 곰
장뤼크 프로망탈 지음, 조엘 졸리베 그림, 박선주 옮김 / 보림 / 2021년 4월
평점 :
학생들이 어느 정도 문화적 맥락을 가지고 있어야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동화책과 달리, 그림책은 비교적 간단하고 보편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책이 많습니다. 그래서 외국의 동화책보다 외국의 그림책을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부담이 적어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약간의 문화적 차이를 엿볼 수 있는 그림책도 있습니다. <시계를 볼 줄 모르는 곰>은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리듬을 중시하는 프랑스의 삶의 여유를 엿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시계를 볼 줄 모르는 곰>의 주인공은 인간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곰입니다. 이 그림책의 화자인 가족의 막내와 함께 학교에 다니는데요, 시계를 볼 줄 몰라서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스쿨버스를 놓치고,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음악 시간에 체육복을 입고 나타나기도 해요. 집에 돌아가는 스쿨버스조차 놓쳐서 집까지 걸어가다가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먹은 배고픔에 빵집을 텁니다. 경찰에 잡힌 곰을 보며 화자의 부모님은 곰에게 시계 보는 법을 알려주기로 하지요.
시계를 보는 방법을 익힌 곰은 많은 일정을 시간에 맞춰 소화하는 재미에 푹 빠집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이 그림책의 특별함이 드러나요. 평범한 그림책이었다면 '곰은 시간을 잘 지키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하고 끝났을 텐데, <시계를 볼 줄 모르는 곰>에서는 그렇게 시간에 맞춰 일정을 쳐내기만 하면서 사는 삶의 맹점을 지적합니다. 너무 열심히 살던 곰이 그만 쓰러져 버린 거죠. 의사는 곰이 번아웃이라는 진단을 내립니다.
저는 장 뤽 프로망탈, 조엘 졸리베 콤비의 그림책 중 <시계를 볼 줄 모르는 곰>과 <펭귄 365>를 가장 좋아합니다. 두 책 모두 책 자체의 이야기가 재미있으면서, 그림도 귀엽고, 좀 더 깊이 파고들면 찾을 수 있는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도 즐겁거든요.
저는 초등학교 2학년에게 시계 보는 법을 가르칠 때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화자의 아빠가 곰에게 시계 보는 법을 가르치는 장면이 아주 마음에 들어서, 그 페이지를 통째로 활동지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시간을 아는 것의 중요성과 시계를 보는 법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다 한 번 더 읽게 되었을 때, 어쩌면 곰이 시간을 볼 수 있게 되는 장면들만큼이나 곰에게 번아웃이 닥친 뒤의 장면들도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이 책은 시간을 잘 지키는 것과 여유 사이의 균형을 찾아보자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라고 저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림책에서 색을 활용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검정색과 하늘색을 베이스로 하고,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는 주황색과 노란색을 사용했어요. 산뜻한 느낌이 들면서도 눈이 너무 피곤하지 않은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의 뒷표지에 있는 바코드가 곰 모양이에요. 책 디자인의 귀여운 센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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