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x4의 세계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41
조우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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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인 중에 큰 병원 간호사가 있어 종종 만나러 그 병원에 갑니다. 병원 로비나 복도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어요. 아무래도 직업이 교사이다 보니 환자복을 입고 있는 아이들에게 한번 더 눈길이 가요. 저 아이들이 건강히 병원을 벗어나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혼자 조용히 바라며 지나치곤 합니다.


    병원을 주요 배경으로 하는 동화는 흔하지 않기에, 저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4×4의 세계>의 주인공은 '가로'입니다. 성이 '제갈', 이름이 '호'라서 주변 사람들이 '제갈호'를 읽는 방식을 따 가로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어요. 가로는 1년 반 전에 하반신이 마비되어 (가로의 설명에 의하면)'상세 불명의 척수 어쩌고'라는 병명을 받고 지금은 재활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가족들과는 한 달에 한 번씩 만나고, 평소에는 간병을 맡은 할아버지와 지내요. 


    병원 생활은 우리도 상상할 수 있듯 반복적이고 단조롭습니다. 가로는 빈 시간을 병실 천장을 바라보며 지냅니다. 네 칸씩 네 줄, 4×4로 나뉜 패널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할아버지의 장점 열어섯 개를 채우는 놀이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던 가로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병원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재미있게 읽은 <클로디아의 비밀>이라는 책 맨 뒷장에 그려진 강아지 그림을 발견했을 때입니다. 가로는 '넌 누구야?'라는 쪽지를 붙이고, 강아지 그림을 그린 아이와 친구가 됩니다. 같은 병원에 입원 중인 '오새롬'이라는 아이죠. 가로는 새롬이에게 '세로'라는 별명을 지어 줍니다. 두 사람은 책에 쪽지를 붙여 소통하며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병원 앞마당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4×4의 세계>를 읽으며 저는 책이 어떤 사람에게는 '탈출구'이자 '다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반복되는 병원 생활에서 책은 가로에게는 세상과 연결되는 탈출구가 되어 주고, 세로와 연결된 다리가 되어주기도 했으니까요. 평소엔 감동보다는 재미에 끌리는 편인데도, 이 책은 읽고 나서 유난히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읽고 나서 마음 속에서 따뜻함이 느껴졌고, 그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도 마구마구 전하고 싶어졌어요.


    책 속에서 가로가 좋아한다고 소개한 책들, 그리고 삽화에 등장하는 책들 중 교실도서관에 있는 책이 제법 많아 반갑기도 했습니다. 아이들과 이 책들을 함께 읽으면서 책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지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블로그에 방문하시면 재미있는 어린이책들을 많이 만나보실 수 있어요!

 꿀벌서가: 어린이책 초등교사 꿀벌의 어린이책 북큐레이션

 blog.naver.com/bookhoney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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