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청춘남녀를 위한 <스님의 주례사>, 자녀를 키우는 부모를 위한 <엄마 수업> 등 국민 멘토로 활약하는 법륜 스님의 신작 <쟁점을 파하라>.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번에는 한국 사회를 둘러싼 다양한 갈등을 2012 대선이라는 국민 축제의 장을 통해 어떻게 풀어내고 조화롭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논한다. 남북평화를 바탕으로 한 동북아공동체, 경제민주화와 복지 문제 등 커다란 구조의 문제부터 청년과 비정규직, 여성과 육아 문제 같이 많은 국민이 체감하는 삶 영역의 문제까지. 즉문즉설로 잘 알려진 선명한 논리와 문제의 핵심을 돌파하는 직설로 오늘 한국사회의 현실을 돌아보고 내일 우리가 마주할 미래를 제안한다.

 

한겨레출판사의 도움으로 이번 책의 큰 맥락을 살펴볼 수 있는 서문을 사전 공개합니다. 왼쪽 표지를 누르시면 예약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들어가며

1987년 민주화 이후 지난 25년 동안 우리 사회가 많이 변했다. 하지만 그 변화가 현재의 국가운영 시스템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는 않다. 그리고 앞으로 25년을 내다봤을 때 현재의 국가운영 시스템이 부족한 점이 많다. 과거 25년 동안 경험한 것에서 필요한 부분을 반영하고, 앞으로 25년간 변화할 것을 예측해서 새로운 국가운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면 헌법 개정이라도 해서 새로운 국가혁신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국가로서의 대한민국-Korea가 있고, 국민으로서의 대한민국-Korean이 있는데, 국가는 좀더 발전해야 하고, 국민은 좀더 행복해야 한다.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통일을 해야 하고, 국민이 행복하려면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이것이 시대적 과제이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국가의 기반이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남북 간 대결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지금의 분단 상태로는 국가가 더 발전하기 어렵다. 통일한국이 아닌 분단한국으로는 미·중의 경쟁이 치열해져 가는 국제정세 속에서 비전을 찾기 어렵다. 분단이 유지된다면 남과 북은 미·중의 하위변수가 되어 대립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통일이 국가발전의 핵심 키워드이다. 평화와 통일이 국가발전의 기본 방향이다.
  국민이 더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도 살펴보자. 첫째, 국민의 정치적 자유가 더 확대되어야 한다. 지도자를 뽑는 시민의 권리는 확보했지만 선거 때만 잠시일 뿐이다. 일상적인 시민의 권리가 좀더 확보되려면 적어도 직접민주주의적인 요소가 더 많이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방분권이 강화되어서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자기 지역의 문제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국민의 다양한 요구가 국정에 제대로 반영되려면 다양한 국민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다당제적인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일상적으로 지역이나 계급·계층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다양한 정당이 국회에서 일상적으로 정치행위를 해야 한다.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통합해내는 정치행위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야 국민의 요구가 좀더 충분하게 정치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국민이 경제적으로 안정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성장이 더 되어야 한다. 성장이 정체 국면으로 가고 있는데, 통일이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다. 북한 개발에 드는 비용을 투자의 개념으로 바라본다면 마치 미국의 서부개척처럼 더 큰 한국을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중국이 아직 더 성장할 테니 이를 활용하면 우리가 여기서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다.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는 서구 문명을 모방하는 시스템이었는데, 모방으로는 이제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 이것을 뚫고 나갈 창의력이 중요한데, 창의력이 결국 우리의 경제력을 한 번 더 성장시킬 동력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창의적인 인재를 기르기 위한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
  또 하나, 예전에는 성장의 떡고물이 일반 국민에게도 좀 떨어졌는데 지금은 안 떨어진다. 그래서 분배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우리가 자본주의를 선택하고 있는 한, 개인이 경쟁을 통해 자기 기량을 최대로 발전시켜나가는 방식이 기본 골격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국가가 이 경쟁의 룰을 공정하게 만들고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국가가 이것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룰의 운용이 가진 자에게 유리하게 되는 것은 큰 문제이다. 정부가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공정하기만 하면 되느냐, 그렇지 않다. 아예 경쟁에 참여하지 못하는 약자가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나 장애인, 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층에 대한 안전망이 충분히 구축되어야 한다. 이 문제가 복지이다. 그래서 새로운 사회는 공정과 복지가 함께 가야 한다.
  결국 세금을 거두는 조세정책과 세금을 쓰는 재정정책을 통해서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운영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나를 따르라’는 방식의 성장시대 리더십도, 단결투쟁을 외치는 민주화시대의 리더십도 이 문제를 풀기 어렵다. 이제는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합리적으로 통합해내는 ‘통합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이 통합의 리더십만이 국내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를 통합해내고 남북 간의 갈등과 대립도 통합하고 미·중의 이익균형점 역시 적절히 통합해낼 수 있다. 이를 통해 통일과 양극화 해소도 이룰 수 있다.
  이런 새로운 세상을 위해서 우리 모두 함께 진지하게, 어느 편인가의 문제, 누가 이기느냐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 국가가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 국민이 행복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 우리 국민은 안정을 요구하는 국민도 많고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도 많다. 꼭 변화만이 옳은 것도 아니고 안정만이 옳은 것도 아니다. 이걸 함께 이끌어가는 게 필요하다. 정치권에서부터 경쟁할 때는 경쟁하더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서로 대화를 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간다면 우리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오래전부터 사회적 쟁점들, 서로 싸우고 풀지 못하는 문제들, 서로 상처받고 손해를 보면서도 풀지 못하는 현안들에 대해 그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보는 이야기를 엮어보고자 했다. 내 주장이 모두 옳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토론의 장을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펴낸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동력인 국민 대통합의 리더십을 열고자 하는 이들에게 작은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기 바란다. 

 

- 2012년 11월, 법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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