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입자 힉스로 추정되는 입자가 발견되어 화제인데요. 여기저기서 우주의 비밀을 풀 인류 최고의 발견이라고 하는데, 도무지 이게 뭔지 모르겠다는 푸념도 들리고, 과학 분야 담당자로서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테지만, 저 역시 이 발견이 제 삶을 어떻게 바꿀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형편이라, 마친 나온 <물리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에 있는 '신의 입자란 무엇인가' 한 꼭지를 전해드리는 걸로 대신할까 합니다. 복잡하지도, 길지도 않고 핵심만 딱 간추린 내용이니 어디 가서 빠지지 않고 이야기를 알아들을 정도로는 충분할 겁니다. 이 책은 물리학의 주요 개념 스무 가지를 이런 방식으로 설명하는데, 입문서로 맞춤하니 이번 기회에 살펴보셔도 좋겠습니다. 자, 이제 '신의 입자'가 무엇인지 알아보지요.
신의 입자란 무엇인가?
힉스 보존과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 그리고 질량의 근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레온 레더만(Leon Lederman)이 말했다. "그것이 신(神)과 무관하다는 것은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정작 놀라운 것은 그 입자가 아직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우주의 모든 비밀이 소립자에 숨겨져 있다고 믿는 물리학자들에게는 레더만의 말이 짓궂은 농담처럼 들릴 것이고, 과학이 삶의 의미까지 밝혀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독설처럼 들릴 것이다.
안타깝게도 신의 입자(God particle)는 우주의 모든 것을 말해 주지 않았으며, 삶의 의미를 밝혀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힉스 보존(Higgs boson)을 찾아야 할 이유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 입자가 발견되면 입자물리학의 표준 모형(standard model)은 마지막 퍼즐 조각이 끼워지면서 완전한 체계를 갖추게 된다. 힉스 입자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우리는 우주의 근본적 성질 중 상당 부분을 밝힌 것이 되고, 모든 물질들이 지금과 같은 질량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만일 이런 입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입자물리학은 출발점으로 되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 드라마는 스위스를 무대로 펼쳐지고 있다. 제네바에 위치한 유럽 공동 원자핵 연구소(European Organization for Nuclear Research, 이하 CERN이라 한다.)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입자 가속기가 운영되고 있는데, 물리학자들은 이 거대한 장치가 표준 모형 이론의 진위 여부를 판가름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 강입자 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이하 LHC라 한다.)로 불리는 이 입자 가속기 속에서 양성자들끼리 거의 빛의 속도로 충돌하면 힉스 보존이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전 세계의 물리학자들은 피터 힉스(Peter W. Higgs)가 1964년에 제안했던 가설에 어떤 판정이 내려질지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힉스 보존의 탄생
피터 힉스의 제안은 매우 간단하다. 그는 모든 입자들이 갖고 있는 질량의 근원을 추적하다가, 어떤 장(場, field)이 존재하여 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한다는 가설을 내세웠다. 이것은 기존의 중력장이나 전기장이 아닌 새로운 장으로서, 빅뱅 후 우주가 식으면서 형성되어 특정한 입자들의 운동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그런데 질량이 큰 물체일수록 움직이기가 어려우므로 힉스는 이 장이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근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힉스는 이 논문을 <피직스 레터(Physics Letters)>라는 학술지에 제출했으나, 심사위원이 "현실적인 물리학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이유로 게재를 거절했다. 그래서 힉스는 논문의 일부를 수정하여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예견을 내놓았다. "핵자들을 서로 단단하게 결합시키는 힘 속에서 이 장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지만, 아직 발견된 사례는 없다." 그 무렵에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와 압더스 살람(Abdus Salaam)은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연구를 막 시작하고 있었다.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은 신기하게도 비슷한 점이 많았다. 전자기력을 양자 역학 버전으로 서술한 이론은 양자 전기 역학이고, 방사능의 형태와 태양의 핵융합 등은 약력 이론(weak force theory)으로 설명되는데, 이들은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비슷한 특성을 공유하고 있었다(19장 자연에서 가장 강한 힘은 무엇인가? 참조). 와인버그와 살람은 연구를 거듭한 끝에 두 힘이 정말로 하나의 근원에서 탄생했음을 증명했고, 여기에는 '약전자기이론(electroweak theory)'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이 이론은 하나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약전자기 이론이 맞으려면 W 보존과 Z 보존이라는 매개 입자가 존재해야 하는데(보존은 힘을 만들어내는 입자의 총칭이다.), 그때까지 단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리하여 입자물리학의 동물원에는 생전 본적도 없는 생소한 명단이 추가되었다.
더욱 곤란한 것은 W 보존과 Z 보존이 질량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전자기력의 경우에는 빛의 입자인 광자가 힘을 매개하는데, 보존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광자는 질량을 갖고 있지 않다. 만일 광자와 W, Z 보존이 통일된 이론에서 같은 역할을 한다면 이들 사이에는 어떤 대칭성이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광자는 질량이 없고 W 보존과 Z 보존은 질량을 갖고 있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무언가가 이들 사이의 대칭성을 붕괴시켰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이것은 양팔저울의 균형을 세심하게 맞춰 놓은 후 한쪽 접시에 작은 조각을 얹으면 균형이 붕괴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렇다면 접시에 올라간 조각은 과연 무엇인가? 무엇이 이들 사이의 대칭을 붕괴시켰는가? 피터 힉스가 그 대답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힉스 장(Higgs field)이었다.
1967년에 와인버그와 살람은 약전자기 이론에 힉스 장을 도입했다. 그리고 1983년에 CERN에서 실험을 하던 중 약전자기 이론에서 예견되었던 W 보존과 Z 보존이 실제로 발견되었다. 그야말로 입자물리학의 여정에 마지막 후렴구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단 한 가지 문제점은 힉스 장의 존재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힉스 장을 찾아서
힉스 장을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직관적으로 이해하려면 주름이 잡힌 골판지를 떠올리는 것이 가장 쉽다. 손가락을 골판지 위에 대고 주름이 난 직선 방향을 따라 이동하면 아무런 저항도 느껴지지 않는다(골판지와의 마찰은 무시하자.). 그러나 방향을 90도 돌려서 주름의 수직 방향으로 이동하면 어떤 저항이 느껴질 것이다. 즉, 이전보다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골판지를 힉스 장에 비유했을 때 W 보존과 Z 보존은 바로 이런 방향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광자는 힉스 장에 난 홈을 따라 움직이는 반면, W 보존과 Z 보존은 움직일 때마다 홈과 부딪치기 때문에 어떤 저항을 느끼게 되고, 그 결과가 질량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정도면 꽤 그럴듯한 아이디어이다. 하지만 학계에 수용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한다. 방향성을 가진 힉스 장이 전 우주에 깔려있는데 광자는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W 보존과 Z 보존만이 힉스 장을 느끼기 때문에 질량을 갖는다.- 이 가설을 증명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힉스 장에 대응되는 입자가 실험실에서 발견되어야 한다. 물리학에 등장하는 모든 장은 그에 대응하는 입자를 갖고 있다. 전기장의 입자는 광자이고 중력장의 입자는 중력자이며(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강한 핵력에 대응되는 입자는 글루온이다. 따라서 힉스 장이 정말로 존재하여 W, Z 보존에 질량을 부여하고 있다면 그에 대응하는 입자, 즉 힉스 보존이 존재할 것이다. 이런 식의 유추가 과연 먹혀 들어갈 것인가?
사실 물리학자들은 입자물리학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입자물리학이 커다란 성공을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입자물리학은 수많은 입자의 존재를 성공적으로 예견했으며(힉스 입자는 예외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입자를 발견할 수 있는 환경까지 거의 정확하게 예견해 왔다. 물리학자들은 입자의 에너지를 언급할 때 '전자볼트(electronvolt, eV)'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전자 하나가 9볼트짜리 배터리를 통과하면서 얻는 운동에너지는 9전자볼트(eV)이다. 와인버그와 살람은 CERN의 연구원들에게 "90기가전자볼트(GeV)의 에너지로 입자들을 충돌시키면 W와 Z 보존을 발견할 수 있다."고 예견했다.
표준 모형은 모든 것을 예견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물리학자들은 이론 물리학에 등장하는 26개의 기본 상수들이 왜 하필 지금과 같은 값을 가져야만 하는지, 그 이유를 아직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입자는 어떤 에너지에서 관측될지 알 수가 없어서 무작정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했다. 예를 들어 쿼크의 일종인 꼭대기 쿼크는 그 존재가 이론적으로 예견되고 거의 20년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발견되었다. 그 주된 이유는 꼭대기 쿼크가 어느 정도의 에너지 수준에서 발견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관측된 결과는 170기가전자볼트였다.). 안타깝게도 힉스 보존 역시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런 입자가 분명히 존재하긴 하는 것 같은데, 어디서 찾아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자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를 바라면서 입자 가속기의 덩치를 점점 키워가고 있다.
충돌과 포획
입자 가속기를 이용한 충돌 실험은 언뜻 볼 때 필사적인 마구잡이 사냥 같지만 사실은 매우 계획적이고 정교한 작업이다. 사실 입자물리학의 역사는 충돌 실험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니스트 러더퍼드도 충돌 실험을 통해 원자핵을 최초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톰슨이 제안했던 '건포도가 박힌 푸딩' 모형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1909년에 그 유명한 산란 실험을 실행했다. 러더퍼드는 얇은 금 박막에 알파 복사선(헬륨 원자의 핵)을 빠른 속도로 발사했는데, 실험 결과 대부분의 알파 입자들은 박막을 그냥 통과했고 일부는 왔던 방향으로 크게 되튀어나왔다. 이로부터 그는 원자의 중심부에 양전하가 밀집되어 있으며, 이것이 원자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로 '핵물리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 후로 물리학자들은 핵의 내부 구조를 탐사하기 위해 더욱 큰 입자 가속기를 꾸준히 만들어 왔고, 그 결정체가 바로 CERN에 있는 LHC이다. 이 가속기는 '힉스 보존을 발견해 줄 강력한 후보'로 언론에 자주 언급되었지만, 이런 목적으로 건설된 가속기는 LHC가 처음이 아니다. 물리학자들은 힉스 보존이 어느 에너지 수준에서 발견될지 알 수 없었으므로(표준 모형 이론은 약 96기가전자볼트를 권장했다.) 여러 해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가속기의 규모가 커지면서 희망도 점점 부풀었으나, 힉스 보존은 좀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힉스 보존을 발견할 목적으로 처음 건설된 입자 가속기는 CERN에 있는 대형 전자-양전자 충돌기(Large Electron Positron collider, 이하 LEP라 한다.)이다, 둘레 27킬로미터짜리 원형 터널로 이루어진 LEP는 전자와 양전자를 거의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킬 수 있다. 터널 안에는 4,600개의 자석이 설치되어 있어서 입자의 길을 유도하는데, 전체 구조가 스위스 쥐라(Jura) 산맥의 기슭을 지나 프랑스까지 걸쳐있을 만큼 방대하다. 그 속에서 전자와 양전자는 원형 궤도를 따라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자석이 유도하는 길을 따라 거의 빛의 속도로 달리던 전자와 양전자가 정면으로 부딪치면 충돌의 여파로 수많은 입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주변에는 4개의 초대형 감지기가 설치되어 있어서(하나의 크기가 웬만한 집과 맞먹는다.). 쏟아져 나온 입자의 궤적을 기록하고 있다. LEP가 한 번 가동되면 실험이 몇 시간 동안 계속되는데, 그 사이에 매 초마다 2,200만 번의 충돌이 일어난다. 가동이 끝나면 과학자들은 감지기에 기록된 데이터를 수집하여 전자-양전자의 충돌 효과를 분석한다.
힉스 입자를 흘끗 보다
1989년에 가동을 시작한 LEP는 45기가전자볼트의 출력으로 입자를 가속시킬 수 있었다. 이 정도면 Z 보존을 발견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후에 가속기의 출력을 보완하여 W 보존까지 생성시키는데 성공했고, 가동을 멈추던 무렵에는 출력이 209기가전자볼트까지 향상되었다. 그런데 가동이 중단되기 직전인 2000년 9월에 힉스 보존과 비슷한 입자가 발견되어 전 세계 물리학자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이 발견은 115기가전자볼트 근처에서 이뤄졌는데, 이 정도면 표준모형의 예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값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데이터의 양이 너무 적어서 통계적인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때 내려진 결론은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 즉 E=mc2에 입각한 힉스 보존의 에너지가 114기가전자볼트 이상이라는 것이었다.
힉스 보존의 질량은 꼭대기 쿼크 및 W 보존의 질량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과학자들은 힉스 보존의 질량이 가질 수 있는 상한값과 하한값을 꾸준히 추적하여 탐색 영역을 좁혀 왔다. 최근에 W 보존의 질량으로부터 추정된 힉스 보존의 질량은 대략 153기가전자볼트 근처이며, 이 입자를 찾으려는 경쟁은 지금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2009년에 페르미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2010년 말까지 힉스 보존이 발견될 확률은 50퍼센트 정도'라고 했다. 이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는 사람은 LHC를 운용하는 연구원들이다. LHC는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모든 기계들 중 출력이 가장 큰 초대형 장비로서, LEP가 놓여있던 지하 터널에 설치되어 있다(LEP는 2000년에 철거되었다.). 이곳을 지나는 양성자와 반양성자는 광속의 99.9999991퍼센트까지 가속된 후 14테라전자볼트(14TeV=14,000GeV)의 에너지로 충돌하게 된다. 이렇게 보면 엄청난 에너지인 것 같지만, 입자 빔의 굵기가 수천 분의 1밀리미터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실 그다지 큰 양은 아니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이 가속기가 예기치 못한 대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며 가동을 반대하고 있다.
힉스 입자의 흔적
초대칭(supersymmetry, susy) 힉스 입자들은 LHC의 감지기 안에서 다양한 흔적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 흔적들은 특정 에너지에서 존재하는 입자를 나타내며 이들은 다시 여러 개의 입자로 붕괴된다. 감지기에 힉스 입자만 나타나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아주 쉽게 찾을 수 있겠지만, 온갖 입자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난리통 속에서 특정 입자를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힉스 입자를 놓치는 것도 문제지만 엉뚱한 입자를 힉스 입자로 오인해도 큰 혼란이 빚어진다.
미국에서 가장 큰 입자 가속기인 페르미 연구소의 테바트론(Tevatron)도 힉스 입자를 발견해 줄 후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LEP가 얻은 데이터 속에 이미 힉스 입자가 포함되어 있는데, 과학자들이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입자 가속기에서 초대칭의 흔적이 발견된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다. CERN의 연구원들도 LHC가 초대칭의 증거를 발견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것이 발견된다면 입자물리학은 또 한 번의 혁명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사실 힉스 입자가 발견된다고 해도 질량의 근원은 여전히 미지로 남을 것이다. 입자들이 왜 하필 지금과 같은 질량을 갖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꼭대기 쿼크의 질량은 전자의 정지 질량의 100만 배가 넘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 주는 이론은 아직 발표된 적이 없다. 힉스 보존은 약력과 질량의 상호 관계를 밝혀 주겠지만, 쿼크의 질량이 그토록 큰 이유까지 설명해 주진 않는다. 더욱 신기한 것은 양성자 안에 있는 쿼크의 질량과 쿼크들을 결합시켜 주는 에너지를 모두 더한 값이 양성자의 질량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입자물리학자들은 전자의 질량을 아직도 이론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입자 가속기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건 간에 '신의 입자'는 그 이름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할 것 같다. 그 존재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물론 짜릿한 경험이겠지만, 그와 함께 신의 입자의 이론적 토대가 처음 기대했던 것만큼 단단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위 글은 <물리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의 '8장. 신의 입자란 무엇인가?' 전문입니다. 도움 주신 휴먼 사이언스 출판사에 감사 말씀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