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올해의 인물을 꼽는다면 아마 '나는 꼼수다'가 제일 위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바람이라면 잦아들 때도 되었건만 엄청난 취재와 자료를 바탕으로 뿜어내는 가공할 예지력에 이제 나꼼수 열풍은 메가톤급 태풍이 되어 한국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관련하여 나꼼수 멤버들이 출간한 책도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바, 알라딘에서는 이들 네 명을 차례로 인터뷰하기로 작정했다. 지난 10월 28일 김어준 총수의 인터뷰를, 11월 24일 김용민 피디의 인터뷰를 각각 진행했고, 오늘 김총수, 내일 김용민 피디의 인터뷰를 차례로 공개한다. 올해가 가기 전에 다른 두 분의 인터뷰도 진행할 예정이다. 물론 이전 두 인터뷰와 동일하게 트위터로 실시간 중계를 할 예정이다.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린다.
(인터뷰 녹취에 트위터리언 @81231004 님께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말씀 전합니다. 사진은 총수의 거부로 따로 찍지 않았습니다.)
총수님께 축하드릴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그러게 왜 다들 저한테 축하를 하는 건지.
<닥치고 정치>가 전 서점에서 종합 1위를 했는데요. 스티브 잡스 자서전 때문에 2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아, 알라딘에서는 하루를 더 견뎠네요.
알라딘에서 제일 먼저 1등하고 제일 늦게 내려왔네요. 잡스는 우리에게 기회를 줬기 때문에 약 2주 정도 양해할 생각이 있어요.
나꼼수의 영향도 있지만 어쨌든 이 책의 성공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텐데, 총수가 생각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요.
제 사진이죠. 하하하.
사진 하니 마지막 문장(“나는 잘생겼다! 크하하하)도 떠오르네요. 사진과 관련해서 트위터에서 질문이 하나 올라왔는데 셔츠가 좀 커 보인다네요.
아 멋을 몰라서 그런다고 전해주세요. 나름의 스타일.
딴지일보가 온라인 미디어에서 선구자 역할을 했고 나꼼수도 새로운 흐름의 중심에 있는데, 총수님은 의외로 SNS를 안 하시잖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책에 다 써 있는데요. 천성이 게을러요. 좀 길게 얘기하자면, 물론 SNS가 일상에서 전혀 만날 수 없는 관계를 만들어냈고 실시간으로 소통하게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바로 눈앞에 있는 사람을 두고 웹상의 트친들과 소통하느라고 리얼 스페이스, 현실 세계에서의 상대하고는 대화가 끊어져요. 일종의 디지털 분리 불안이죠. 그게 안 하게 된 절대적인 이유라기보다는 그런 요인도 하나쯤은 있다는 거죠.
역시 면 대 면이 좋다는 말씀인가요?
나는 직접 만나는 게 좋아요. 천성이 그래요. 그리고 그게 일종의 트렌드이기도 하잖아요. SNS가 가진 장점도 많고 그 장점 때문에 유행한 것도 있지만 유행 때문에 하기도 하잖아요. 전 유행에 둔감해요. 남들이 다하기 때문에 싫어, 이런 건 아니에요. 그런 트렌드가 재미있으면 같이 가죠. 그런데 트렌드이기 때문에는 안 가요. 트렌드에 뒤처지는 게 불안을 주거나 무섭거나 내가 낙오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없어요.
솔직히 ‘바빠서’, 뭐 이런 간단한 답변도 기대했습니다만
내 주변은 거의 다 트위터를 하는데 그들이 에너지를 너무 쏟아요. 나는 거기에 에너지를 나눌 여력이 없어요. 물론 나는 꼼수다를 해서 제가 알리고 싶은 걸 트위터를 통해서 알릴 필요도 있겠지만 그런 이득만큼이나 손해가 크다, 내가 이걸 하면서 뺏기게 된 에너지가.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서 누군가를 설득하고 논리적으로 공박해서 이해시키고 싸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설득 가능한 대상과 싸우는 게 아니다, 지금. 우선순위가 달랐던 거죠.
언젠가 하실 날도 오겠죠?
트위터를 하든 자기 블로그를 가지고 있든 누구나 오해를 받잖아요. 누구나 자기를 있는 그대로 남한테 설득할 수 없어요. 이해시킬 수도 없고. 그러면 이런 걸 하게 되면 자기를 이해시키고 싶은 욕구가 막 솟구쳐요, 모두가. 사람들이 제일 못 견디는 게 오해거든요. 그리고 그 남들이 보기에는 사소하지만 자기에게는 대단히 큰, 거기에 매달려서, 이해는 가지만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는 경우가 많아요. 트위터에 열성적으로 매달리는 사람들의 핵심은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이거거든요. 저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든 말든 생각이 없어요. 오해에 대해 반응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요. 모두에게 이해시키려는 사람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트위터에 대한 필요가 없는 거죠. 지금은. 앞으로 영원히 안 하겠다는 거는 아니고 현재 상황에서는 해서 얻는 이익보다는 손해가 더 크다. 뭐 그런 종합적인 생각이에요. 해명, 변명, 이해시키기, 그런 게 싫어요 전. 귀찮고.
독자 리뷰 가운데 내용 관련해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이 도입부인데요. 좌파 우파 이야기하시면서 일종의 진화심리학 같은 설명을 하셨는데,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게 이런 무학의 통찰에 이르기 위해 어떤 수련이 필요한가인데요. 이전 인터뷰에서 부모님의 교육이 남달랐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만.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겠는데, 부모가 저를 잘 길러주신 부분은 철저하게 방목해주셨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금기가 없었다는 거고요. 여행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아요. 여행을 다니다 보니 사람이 사는 데 지켜나가야 할 규칙이라는 게 대단히 단순하다는 걸 알게 된 거죠. 하필 내가 한국에 태어났고 어떤 사람은 하필이면 사모아에서 태어나고 또 어떤 사람은 짐바브웨에 태어나잖아요. 우연히 그렇게 태어나서 그 공간적 시간적 제약 속에서 사는 거죠. 지역과 시간에 따라 적용되는 특별한 규칙이 있거든요. 여행을 다니다 그렇게 특수해 보이는 규칙들이 대부분 사소하고, 또 결국 사람 사는 데 통하는 규칙은 대단히 단순하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저는 그게 상식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람 사는 곳에 으레 통하는 상식, 그 상식의 기준으로 보자면 우리가 지켜야 할 보편 상식이 복잡한 게 아니거든요. 그걸 제외하고는 그 주변에 존재하는 무수한 이론, 개념들은 그냥 하나의 참고사항이다, 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러니까 애초에 금기가 없었던 데다가 여행을 다니면서 얻은 깨달음이 더해진 거군요.
네, 그렇게 껍데기가 사라지는 거고. 그럼 진짜 본질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이 이어진 거죠. 오로지 이 사건의 본질이 뭘까, 이 현상이. 이렇게 생각하는 게 훈련을 통해서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운 좋게 몸에 쌓인 거죠. 그러다 보니 좌파, 우파에 관한 무수한 책들과 설명들에 별로 관심이 없는 거고요. 그가 마르크스라 한들, 마르크스는 인간이 아니냐 씨바. 다만 상당히 똑똑하고 명석했던 인간이다. 하지만 그도 그 시대에 한계 속에 있는 인간이죠. 마르크스도 뻘 소리 많이 했어요. 그렇다고 그가 멍청하거나 나쁜 사람이거나 이상하거나 부족한 사람이라는 게 아니라 당대의 천재는 맞는데 그 사람의 이론도 한 사람의 이론인거고, 그래서 그 사람의 이론도 하나의 이론으로 받아들이는 거죠.
모두가 각자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별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말씀이군요.
모두 그렇게 비슷한 정도의 가능성을 두고 그냥 상황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건 청소부 아저씨건 저한테는 똑같은 사람이에요. 지위가 그 사람은 아니잖아요. 물론 그렇다고 청소부 아저씨가 더 위대해, 이러면 오바고. 계급장 떼고 보면 다 인간이니까. 근데 그걸 의식적으로 계급장을 떼고 보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계급장 떼고 단어를 빼고 이론을 빼고 있는 그대로 현상이 뭔지 그렇게 보도록 생겨 먹었어요. 그러다 보니 좌우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런 게 아닐까 싶었던 거죠. 최초의 출발은 똥 누다가 였던 거 같아요. 무슨 책을 보다가 좌파가 어떻고 길게 썼는데, 맞는 얘기들도 있지만 불완전한 얘기들도 있고 틀린 것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뭐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거죠. 이런 게 아닐까? 그러니까 무학이라고 하는 거고요.
결국 직관과 통찰이라는 말씀이군요. 시작은 화장실에서...
사실은 대단히 놀라운 과학적 발견이나 철학적 사유나 그런 게 대단히 합리적이고 논리적이고 엄정한 과학적 추론을 통해 탄생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아요. 굉장히 놀라운 과학적 발견들은 대부분 직관과 통찰에 의해 발견이 되었어요. 이러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거죠. 중간에 엄청난 논리적 갭이 있는데 이러지 않을까 생각하고 거꾸로 그걸 자기 직관과 통찰로 확인해가는 과정에서 발견한 게 많다는 거죠. 그 직관과 통찰이라고 하는 게 인간에게 있는 굉장히 강력한 무기인데 이것이 논리적이지 않다고 이성보다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나꼼수는 2013년 2월에 종방이라고 말씀하셨고, 닥치고 정치 본문에서는 문재인 이사장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두 가지의 접점은 결국 내년 대선이잖아요. 이 책을 쓰실 때와 지금의 시점 차이가 있는데, 변화된 지점이 있을까요.
없어요, 여전히 그렇게 생각해요. 저는 만나보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 인상 비평하는 걸 즐기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이 저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이 하죠. 어떤 사람들은 개그맨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들은 입만 살아서 나불댄다고 생각하고. 입이 나불대라고 하고 있는 거지. 씨바. 안철수랑 박원순이 나온다고 해서 대선이 바뀔 것도 없어요. 안철수가 나올 거라고 생각도 안 하고. 말만으로는 부족해요. 직접 만나보고, 그 사람이 나온 길을 보고, 했던 말들을 종합해보고, 했던 선택들을 봐야지. 말은 자기를 잘 못 표현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상황에 따라서 그 말을 해야 해서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말을 가지고 말꼬투리를 잡거나 이러니까. 말도 뉘앙스가 있기 때문에 직접 들었을 때 말과 보도된 말을 들었을 때 전혀 달라요. 그러니까 저는 그 사람을 만나보고 판단해요. 특히 정치는. 문재인 이사장은 그렇게 만나본 사람 중에 최고라 이거죠. 개인적으로.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세대 정치의 뚜렷한 반영이 보였잖아요. 나꼼수의 지지층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적극지지층인 2, 3, 40대에 대한 전략이 하나 있을 것이고, 한편으로 여전히 나꼼수를 모르고 또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 대한 전략이 있을 텐데요. 듣지 않는 사람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게 기본 태도일까요?
아니요, 듣고 있는 사람도 신경 안 써요. 우리의 일관된 철학입니다. 이걸 듣는 사람들, 지지하는 사람들의 요청도 수십만 가지예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으니 우리가 생겨 먹은 대로 갈 거예요.
나꼼수 역풍과 검찰 조사 등 앞으로 공권력, 정치권에서의 압력들이 더 거세질 것에 대해 어떻게 예측하고 대응할 계획이신지.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하고요. 다 예상한 바고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다 나름의 계획이 있습니다. 앞으로 재밌는 일들이 벌어질 거예요.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렇게 항상 예상한 대로만 움직여주셔서 감사하다고.
트위터로 올라온 몇 가지 재밌는 질문들이 있는데요. 주진우, 김용민, 정봉주 이 세 분이 대선출마하면 셋 중에 누구를 지지할 거냐 하는 질문입니다.
바보짓은 하지 말라 그래.
만약에 각하 퇴임 시에 나꼼수가 막방을 한다. 그러면 이후에는 어떤 계획이 있는지.
계획 없어요. 저는 항상 혹시 내가 내일 할 일을 오늘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는 스타일이지, 무려 1년 4개월 후의 계획을 지금 세우는 사람이 아닙니다. 내가 어떻게 알아요. 그러나 이건 말할 수 있어요. 잘할 거다.
지금까지 진행된 나꼼수 방송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화가 있다면요.
지나간 건 생각 안 해요. 다음 걸 더 재밌게 어떻게 할까 생각하죠.
가장 존경하는 정치 지도자가 있다면. 국내외 가리지 않고.
저는 사람이 사람을 존경할 일은 없다고 봐요.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무시하거나 존중하거나. 그런 거죠 뭐. 사람끼리 뭐 존중씩이나 해. 다 불완전한 사람끼리.
김총수께서는 남자의 포스를 꽤나 풍기시는데, 본문에서 서른 중반에 남자가 되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남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애를 많이 해봐야 해요. 연애를 해야 자기가 찌질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한계점에 가니까. 자기가 찌질한 걸 알아야 안 찌질해져요. 자기가 찌질하다는 걸 모르면 찌질해져요.
본인이 연애하면서 했던 찌질한 짓도 있나요?
저는 연애하면서 거의 찌질한 행동을 한 적이 없는 거 같은데. 연애를 하다가 도망가거나 내가 더 유리하려고 사기를 치거나 그런 게 찌질한 거거든요. 아니면 상대를 내 뜻대로 하려고 억지를 부리거나. 그래본 적이 없어요. 제가 해보지 않았지만 그런 경우를 많이 봤죠. 연애 상담의 90%는 그거예요. ‘나 안 찌질하지?’ 자기가 찌질하다고 인정할 수 없는 거예요.
나중에 더 나이 들면, 배 나오고 지성 있는 아저씨들이 있는 불친절한 바를 운영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대략의 개업 시기는 언제일까요?
가카 퇴임 후에 생각해보죠. 지금 가카랑 노느라 바빠요.
창업 멤버에는 나꼼수 멤버들도 다 포함이 되는지?
나중에 생각해 보겠다니까요. 지금 네 명은 특수한 상황에서 특수한 목적으로 모인 거지, 포함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어요, 지금은. 나중에 한 번 해야지, 여기까지 생각했지.
총수 본인이 생각해도 이건 좀 저질인데, 저급한데 이렇게 생각해본 욕망이 있는지.
제 상상에는 금기가 별로 없어요. 다만 상상대로 하지 않죠. 행동으로 옮기면 반사회적이거나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상상에서는 뭘 못해요. 이런 상상도 하고 저런 상상도 하고 다 하는 거지.
다음 정권에서 정부에 들어간다면 국정원장이 제격일 듯한데 어떤가요.
공무원이잖아요. 하기 싫어요. 공직에 따르는 막중한 책임은 부담이 안 되는데 그에 따르는 의무들 그건 귀찮아요.
교통방송 사장도 공직인가요?
그건 박원순 시장 당선 직후에 사석에서 선언했어요. 교통방송 포기한다. 우리한테 밥 한 끼만 사라. 이렇게. 서울시청 식당에서 밥 한 끼만 사라. 그걸로 퉁 쳤어요.
최근에 김용민 신간과 정봉주 의원 신간이 나왔고. 연말까지 나꼼수 관련 책들이 연달아 나올 텐데, 대개 반기는 편이지만 한편 너무 빨리 소진되는 게 아닌가 싶은 우려의 시선도 있습니다.
제 생각도 그래요. 딱 한 권씩만 냈어야 했는데. 하지만 그들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거잖아요. 사실 김용민은 오래전부터 계속 책을 써왔어요. 그동안 안 팔렸을 뿐이지. 그런데 그게 갑자기 이것 땜에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있는 거죠. <조국 현상을 말하다>도 나꼼수와 상관없이 나온 거예요. 제 책만 오로지 나꼼수와 어느 정도 관련해서 나온 거고. 정봉주 의원은 선거에 출마할 거니까 나오는 것이고. 그렇게 생각하면 많이 나온 게 아닌데 그렇게 보일 수 있죠. 누가 그렇게 꼼꼼히 상황을 챙기는 게 아니니까. 그렇지만 그들에게 쓰지 말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용민이는 벌써 예전부터 써놓은 책이 몇 권이 있는데. 오히려 일부러 안 내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 보일까봐. 걔는 쓸데없이 많이 쓰거든요. 재미도 없는데. 나꼼수 관련해서는 용민이도 한 권, 저도 한 권인 거예요. 참, 그리고 이런 것도 있죠. 출판사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으니까. 다 거절해도 되는데. 그간의 인간적인 관계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도 있죠.
벌써 다음 책 기대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글쎄 다음은 생각하지 않는다니까요. 제 장점은 다음을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사람들은 계획부터 세우잖아요. 계획이 안 될 경우를 상정하고,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할지 상정하고, 그리고 그게 실패할 경우 내가 어떻게 변명할 건지 고민하고, 졸라게 생각해요. 그리고 사람들한테 알려주고 막 힘들다고 하고, 안 될 수도 있다고 하고, 보호막 치고, 그러다 자기가 설득돼. 그러고 안 하죠. 그런 사이클이 졸라 많죠. 저는 그냥 하는 스타일이에요. 하고 싶다. 하자. 하는데 이 일을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지. 이 다음에 어떻게 할지는 이 다음이 오면 생각하면 되죠.
나꼼수 콘서트는 방송을 듣거나 책을 본 사람들을 직접 대면하게 되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무엇보다 큰 의미는 고맙다는 부분이에요. 물론 실용적인 의미로는 서버 비용을 만들어야겠다는 의미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의미만 있다면 다른 방법으로 했을 거예요. 분명히 고마운 부분이 있어요. 티셔츠도 팔아주고 계속 유지되도록 응원도 해주고. 이런 유대가 있죠. 그 유대에 대한 연대의식. 유대감에 대한 보답이라고 보면 되요. 그러나 계속할 수는 없어요. 우리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이것만 하고 돌아다닐 수는 없는 거거든요. 또 할지 안 할지는 몰라요. 계획이 없기 때문에.
FTA 관련해서. 노무현 대통령을 언급한 광고가 나왔잖아요.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FTA, 이번 정권에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이런 식의 광고인데요.
비겁한 광고죠.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FTA에 이미 독소조항이 있었어요. 그것이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현실화된 것이죠. 물론 우리에게 불리한 조항들이 빠졌으면 좋았겠죠. 그게 정부가 할 역할이었고. 왜냐면 당시 시민사회에서 몇 가지 독소조항 이야기하면서 과거 멕시코의 사례를 볼 때 미국 국회에서 비준을 받으려면 이런 조항들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 예상했단 말이죠. 우리 정부가 협상력이 있었다면 그런 조항들이 안 들어가도록 만들었겠죠. 물론 그때 당시만 해도 예상이었기 때문에, 그중 일부는 예상에 그쳤고 일부는 실제 포함된 거죠. 노무현 FTA와 이명박 FTA는 같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어요. 같은 점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입장을 밝혀야 할 부분이 있죠.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있는 거고요. 그리고 노무현 정부가 시작했던 FTA에서 사실, 제 개인적으로 볼 때 노무현 정부의 가장 큰 과오는 흔히 말하는 신자유주의가 뭔지 체감을 하지 못했다는 건데요. 그 당시만 해도 용어로만 존재했지 그게 어떻게 사회를 양극화 시킬 것인지 거기에 대한 이해가 없었거든요. 그건 노무현 정부의 잘못이긴 해요. 하지만 노무현 정부만의 잘못은 아니었어요. 그러나 정부니까 책임져야죠. 그걸 깨닫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임기가 많이 남지 않았을 때였어요.
FTA 혹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이해가 부족했다는 말씀인가요?
당시만 하더라도 노무현 정부의 발상은 이런 거였거든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 FTA를 체결하지 않은 OECD 국가는 두 군데밖에 없었어요. OECD국가였나 아니면 WTO 체제 국가였나 헷갈리는데, 둘 중 하나예요. FTA 자체가 악은 아니거든요. 협정일 뿐이죠. 그러니까 그게 상호 이익의 균형에 맞는가. 그리고 우리 쪽 불이익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가. 우리 권리를 침해하진 않는가. 우리가 불리할 경우에 그것을 수정할 수 있는 것인가.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것이지 FTA 협상 자체가 악은 아니에요. 통상 협정이고 어느 나라와도 맺을 수 있죠. 그 균형을 맞추느냐 못 맞추느냐의 문제인 거죠. 지금 FTA를 반대하는 쪽은 FTA 자체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정교하게 들어가 보면 그렇지 않지만 그렇게 보이죠. 거꾸로 따지면 미국한테 FTA가 악인가요? 미국한테 유리하니까 한 거잖아요. 협정이 악일 순 없어요, 조건이 악할 수 있는 거지. 그 조건을 따져내는 데 있어서 협상을 담당했던 우리 측 관료들이 대단히 친미적이었고, 실제 미국에게 협상 당사자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했고. 또 그것을 노무현 정부가 통제하지 못했고. 그러니 노무현 정부의 책임도 있고 우리 정부 관료 자체가 대부분 미국에서 유학한 사람들이라는 근본적인, 태생적인 한계도 그 안에 있는 것이죠. 어쨌든 노무현 정부 FTA의 최초의 출발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있는데 다른 국가들과 경쟁을 하는 와중에 우리가 보다 좋은 조건으로 미국과 협정을 맺어서 그 시장을 선취하자, 이런 발상이었던 거죠. 저는 그 발상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FTA 얘기가 너무 긴데? 씨바.
그래도 마무리는 해주셔야.
어쨌든 노무현 FTA와 이명박 FTA가 같은 점과 다른 점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책임질 부분이 있고 이명박 정부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 그 두 개가 분리되어야 하고 노무현 정부의 인사들이 답할 부분이 있고 현재 이명박 정부가 책임지고 답할 부분이 있다. 이렇게 정리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