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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에 이그노벨상이 있고, 아카데미상에 골든라즈베리상이 있다면 SERI CEO 여름휴가 추천도서에는 Sorry CEO 여름휴가 추천도서가 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일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의미를 발견한다면 당연히 의미의 확대재생산을 위해 세를 불리고 힘을 모아볼 작정입니다. 그나저나 앞에 언급한 두 개의 상은 모두 노벨상과 아카데미상 보다 먼저 발표한다는데, 내년에는 분발해야겠습니다.(작년 Sorry CEO 추천도서 서재 글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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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벌써 일년'이란 말이 새삼스럽네요. 어제 오전 SERI CEO 추천도서가 발표되었지요. 올해는 먼저 발표할까 했는데 그래도 주인공 자리는 SERI에 양보하는 게 도리다 싶어 하루 늦게 목록을 소개합니다. 올해부터는 격을 높여 서재 글에 그치지 않고 SERI에 필적할 규모의 정식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음, 정식 이벤트라 함은 증정품과 경품이 있다는 말이지요. 더불어 알라딘 추천도서 외에 여러 선생님들께 추천도서를 받아 목록에 힘을 더했습니다. 선정 기준과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알라딘 등록 기준 출간일이 2010년 7월에서 2011년 6월 사이일 것. 단, 개정판 등 새롭게 등록된 도서는 후보로 인정한다.
2. 세상을 바꾸는 힘, 돈과 자본 제대로 알기,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 마음의 평안 찾기, 한국형 CEO 맞춤 교과서. 이상 다섯 가지 주제에 각 4권씩 20종을 선정한다.
3. 분야를 막론하고 해당 주제에 적합한 도서를 각 20종씩 총 100종 1차 선별 후 심사 과정을 거쳐 최종 20종을 확정한다.
4. 알라딘 추천도서 외에 외부 인사에게 추천을 받는다. 4명이 각 4권씩 추천하며, 이 경우에는 각 1종씩 1번에서 규정한 출간일을 벗어날 수 있는 예외를 허용한다.
이벤트 페이지 주소 :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110627_sorryceo
한편 SERI는 올해도 경제경영 분야와 인문 분야로 나눠 각각 10종, 7종을 추천했는데요. 우선 한국 CEO의 독서 화두 설문을 살펴보지요.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삶의 지혜 획득 31.9% / 시대 트렌드 포착 25.6% / 경영 아이디어 발굴 20.8%
마음의 평안과 위안 찾기 13.1% / 전문적 교양지식 습득 8.1% / 기타 0.5%
이 설문은 지난 2008년까지 비슷하게 진행하다가 2009년 경제 위기를 맞아 불황 타개와 관련한 설문이 늘었고, 작년에는 '자연, 인간, 사회와의 공존'같은 다소 생뚱맞은 설문들이 들어갔다가, 올해에 2008년까지 진행하던 설문 구성으로 돌아간 모습입니다. 변화가 두드러지는 지점은 '전문적 교양지식 습득'인데요. 작년 18.1%에서 올해 8.1%로 급락했습니다. 1, 2, 3위는 동일한 설문 구성이었던 2005년에서 2008년까지와 비슷한 결과입니다. '전문적 교양지식 습득'을 책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신 건지, 아니면 아예 그런 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신 건지 알 수 없지만, 열심히 습득하시길 권합니다.
올해 경제경영 추천도서는 핫 타이틀보다는 일정하게 탄탄한 내용을 담보하는, 다양한 주제의 책들로 구성을 한 듯보입니다. 미친듯이 팔릴 책은 눈에 띄지 않지만 전체 구성으로 봤을 때는 수긍할 만합니다. 중국과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을 다루려는 의도는 공감하는데 추천도서에 오른 책이 해당 분야의 대표작인지는 의문입니다. 짐 콜린스도 낡은 느낌을 지울 수 없고요. <보이지 않는 고릴라>, <디퍼런트>,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적절한 추천이라는 생각.
인문으로 넘어오면 SERI의 고민이 한층 깊어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목록의 다변화를 꾀하기 위해 인문 분야를 열었는데 이게 맥락을 잡아서 도서 선정하기가 쉽지가 않으니까요. 저도 Sorry CEO 추천도서 선정 작업에서 교양서 고르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되는 책이 너무 많아서 어떤 지점을 근거로 삼을 건지 스스로도 불명확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개별 도서의 특색이 하나의 줄기로 엮이지 않아서 독서 흐름을 만들기엔 아쉬움이 있습니다. 재미난 건 인문 도서라 할 수 있는 <전을 범하다>, <사회적 원자>,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알라딘에서 모두 편집장의 선택으로 다룬 책이라는 점.
아, 잡설이 길었습니다. 그럼 2011년 Sorry CEO 추천도서 목록을 공개하겠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 - 돈이 아니어도 세상은 좋아질 수 있습니다]
부제 그대로입니다. 자본권력과 국가권력을 넘어서기 위한 힘을 모으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 틀마저 뛰어넘는 상상력이 있잖아요. 누군가는 노래를 만들고 누군가는 티셔츠를 만들고... 더불어 우리는 마음이 동하면 바로 움직일 수 있는 가벼운 몸과 열린 마음이 있으니 '감시와 처벌'의 시선조차 따라오지 못할 속도로 힘을 모으고 나눌 수 있습니다. 때론 즐겁게, 때론 묵직하게 전하는 '세상을 바꾸는 힘'을 내 몸으로 겪고 내 안에 쌓아가길 바랍니다.
[돈과 자본 제대로 알기 - 무조건 좋다고요? 이유나 알고 좋아합시다]
이 주제는 인문학스터디에서 다뤄보려고 이리저리 궁글리던 내용인데요. 홍기빈 선생은 <권력자본론>, <자본주의>, <돈의 본성>으로 이어지는 번역 작업을 통해 권력-자본-화폐의 구조를 우선 번역으로나마 전하고 싶었다는 후문입니다. 책세상 비타악티바 시리즈로 <자본주의>를 내셨지만 총체적으로 문제를 다룬 저작은 아니니까요. 휴버먼의 말처럼 "자본주의건 사회주의건, 그것이 맞서 싸워야 하는 상대이든 애써 추구해야할 대상이든, 우선은 그 본질과 그것을 둘러싼 진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고 또 반갑게 그런 책들이 줄기차게 나오는 최근입니다. 난이도는 3-1-4-2 정도 되겠네요.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 - 꼭 걸어서 내려가겠습니다! 우리, 지금 만나러 갑니다!]
따로 설명드리지 않아도 될 주제입니다. Sorry CEO 추천도서의 핵심이라 생각하고요. 이번에 나온 <소금꽃나무>(한정 특별판)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습니다. 연대와 지지를 보내던 분들이 출판사에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출판사도 애초의 고민을 실천할 힘을 얻어 이야기가 확산되는 데에 중심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와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는 제목이 감각적인데 지금 현실의 취업과 노동 문제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마지막으로 <너희는 고립되었다>는 저자이기도 한 송경동 시인이 직접 책을 들고와 판매를 부탁하신 기륭전자 투쟁 사진집입니다. 출판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수급 등에 어려움이 있지만 알라딘도 연대의 의미로 동의했고, 안타깝게도 알라딘에서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마음의 평안 찾기 - 당신의 여유가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잘 쉬어야 일도 잘 할 수 있다는 덕담은 인사치레에 불과한 우리 현실이죠. 대통령께서도 휴가를 제대로 쓰지 않으시며 불철주야 국가 대업에 애쓰시는데 감히 저희가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가 있나요. <휴식-행복의 중심>은 근면하기로는 한국인 못지않게 유명한 독일 사람들을 감탄시키고 '쉬고 하자!'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책입니다. 노동에 관한 한 프랑스보다 독일에 가까운 우리 문화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겁니다. <심야 치유 식당>도 비슷한 조언을 합니다. 많은 문제가 '너무 열심히 살기 때문에' 생긴다고 말하며 대학 선배처럼 친근하게 고민을 들어줍니다. <에고로부터의 자유>는 굳이 영성이나 명상에 관심이 없더라도 나를 옭아매는 자아를 한 번쯤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기회를 전해줄 겁니다. 마지막 <회사 우울증>은 사실 제목만 보고 많이 알려지겠다 싶었는데 소리 없이 묻힌 책입니다. "왜 회사만 가면 우울할까?"라는 표지의 카피가 읽어볼 충분한 이유를 전할 거라 생각합니다. 굳이 한 권 더 얹고 싶은데요. 경영 담론이 노동자의 휴가 문화를 어떤 식으로 조장하고 이끌었는지를 조목조목 살펴본 <잃어버린 10일>을 권합니다. 사회학 논문이라 만만치 않지만 시선과 분석 모두 신선합니다.
[한국형 CEO 맞춤 교양서 - 이 정도는 아셔야 CEO 소리(Sorry) 듣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가장 많이 고민한 목록입니다. 수십 권의 책이 왔다갔다하면서 겨우 하나둘 제자리를 찾아 하나의 조합을 만들었습니다. <물건 이야기>는 사회과학에 가까운데 분류는 경제경영으로 잡힌 책입니다. 원료 추출에서 생산, 유통, 소비, 폐기까지 말 그대로 상품이 겪는 일생을 집요하게 추적하는데, 책상머리에 앉아 서류만 보고 결정하고 지시하는 적지 않은 CEO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전할 거라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두 권은 역사성 문제인데요. 아무래도 한국 재벌은 대개 세습으로 경영권이 이어지다 보니 사회문화적 맥락과 기업의 역사적 가치와 역할에 대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합니다. 저 두 권 정도면 기본기는 갖출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오판>은 리더의 결정적 실수가 어떤 파국을 초래하는지를, 미국 역사에서 찾아내 보여주는 책입니다. 그들이 소중한 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더나 현실 사회에서 중요한 건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그에 합당한 책임감을 가져주길 기대하면서 골랐습니다.
[경제학자 선대인 추천도서]
경제학자답게 관련 도서 중심으로 추천해주셨습니다. 이로써 전체적이 균형이 잡힌 듯합니다.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각각의 추천사를 차례로 전합니다.
<삼성을 생각한다> : 전무후무한 시대의 증언.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양심이 있다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합니다
<폴트 라인> : 미국발 경제위기의 근원을 가장 명쾌하면서도 체계적으로 분석한 책
<한국 IT 산업의 멸망> : 잘 나가던 한국 IT산업이 흔들리는 이유의 근저에 재벌과 정부관료들의 기득권 구조가 있음을 적나라하게 설명한 수작
<하우스 푸어> : 지난해에 나온 책이지만 2011년 하반기부터 다시 화두가 될, 그리고 향후 5년 이상 지속될 문제에 대해 예견한 책
[법학자 김두식 추천도서]
바쁜 와중에도 늘 이슈를 놓치지 않고 꾸준히 주목할 도서들을 챙겨 읽는 애독가의 면모가 드러나는 목록입니다. 특히 인물에 관한 책을 집중적으로 추천해주셨네요. 작년 인터뷰 때도 <김대중 자서전>을 추천해주신 기억이 있어 연결이 되네요.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각각의 추천사를 차례로 전합니다. <이타적 인간의 출현>은 <이기적 원숭이와 이타적 인간>과 함께 읽어도 좋겠습니다.
<문재인의 운명> : 자신만의 목소리, 이야기가 담긴 살아있는 책. 최근 읽은 어떤 책보다도 재미있었다
<인권변론 한 시대> : 1970~1980년대 역사 속에 몸을 던진 인권 변호사의 담담한 회고. 드물게 솔직하다
<이타적 인간의 출현> : 경제학자로는 흔치 않게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한 저자는 게임이론을 통해서 이타성을 설명한다.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해주는 흥미로운 책
<이완용 평전> : 누구나 쉽게 욕하지만 사실은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사람에 관한 책. 국권상실의 가장 큰 책임은 대신들이 아니라 왕에게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준다
[한겨레 고명섭 기자 추천도서]
고명섭 기자께서는 예상대로 묵직한 인문서 중심으로 추천을 해주셨습니다. 네 권이 책이 번갈아가며 당대와 역사를 오가는 게 재미나네요. 상당히 진지하고 섬세하신 분인데 네 개의 추천사에 모두 느낌표를 꽝꽝 찍어놓으신 것도 눈에 띕니다. 강력한 추천의 의지랄까, 이런 게 느껴지지 않나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민주주의의 기원으로 찾아가 '데모스의 힘'을 발견해내는 정치철학적 사유의 모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 마침내 원전 번역서로 만나게 된 서구 비판정신의 뿌리, 역사서술의 모범!
<정치가 우선한다> : 이념에 짓눌리지 않는 진보연합 정치를 통해 복지국가를 만든 서구 사민주의의 투쟁과 승리!
<축의 시대> : 기원전 6세기 전후 동서양 문명벨트에서 일제히 일어난 사유의 혁명 과정을 답사하는 인문학적 수학여행!
[금태섭 변호사 추천도서]
김두식, 조국에 이어 글 잘 쓰고 잘 생기고 등등, 법조계의 엄친아 3인방을 구성하는 금태섭 변호사의 추천 도서입니다. 워낙 문학을 좋아하고 언젠가 소설을 쓰겠다는 꿈을 갖고 있어서인지 유일하게 문학 작품을 하나 추천해주셨네요. <내 청춘의 감옥>은 80년대 기억물의 새로운 지형을 연 의미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더 많은 분들이 만날 수 있길 기대합니다.
<평생 독서 계획> : 최고의 독서 안내서. 다 읽지 못 해도 좋다. 저자가 소개하는 133권의 책 제목만 봐도 뿌듯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젊은 세대의 생각, 느낌, 그리고 좌절과 희망을 그들 자신의 말로 들려주는 책
<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 : 흥미진진한 소설 한편을 읽고 덤으로 물리학에 대해서 아는 척할 수 있게 해주는 책
<내 청춘의 감옥> : 인터넷에서 다운 받은 오늘의 유머를 들고 와서 웃음을 강요하는 상사에게 진정한 유머, 가슴이 따뜻해지는 웃음이 무엇인지 힌트를 주고 싶을 때 권할 만한 책
이렇게 알라딘 추천도서 20종에 외부 인사 추천도서 16종을 더해 2011년 Sorry CEO 추천도서는 36종으로 정리합니다. 작년에 많은 관심을 보내주시어 올해에 더 의미 있는 행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습니다.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말씀 전합니다. 더불어 귀한 시간 내주시며 애써 추천도서를 고르고 추천평까지 보내주신 네 분 선생님께도 감사를 전함과 동시에 묘한 동지애를 가져봅니다.
올해에는 여러분이 만들어주시는 목록을 모아볼까 합니다. 이벤트 페이지에 댓글로 여러분의 목록을 남겨주시면 우리의 목소리가 공명하고 퍼져나가는 데에 큰 힘이 될 겁니다.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립니다.
목록 때문에 고심한 며칠이 지나고 이렇게 글을 올리고 나니 뿌듯하면서도 불안하고, 마음이 꽉 차면서도 허전합니다. 내년에 더 나은 목록으로 찾아뵙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뜨거운 지지와 냉철한 비판이 필요합니다. 언제나 곁에서 지켜주시리라 믿으며 2011년 Sorry CEO 추천도서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아, 시작합니다!
이벤트 페이지 주소 :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110627_sorry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