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금요기획'은 25일 밤 11시5분 '미 법학계에 떠오르는 젊은 리더 석지영'편을 방송한다. 지난해 11월 아시아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가 된 석지영(38)씨는 여섯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뒤 발레리나를 꿈꾸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하지만 부모의 반대로 발레 교습을 중단한 뒤 미 예일대와 영국 옥스퍼드 대학을 거쳐 하버드 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법학자의 길로 들어선다.
  법대 재학 시절부터 뛰어난 성적과 활발한 교.내외 활동으로 교수진에게 인정받은 석 교수는 2006년 하버드 법대 조교수로 발탁되며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페미니즘을 통한 가정폭력법 개혁' '패션법' 등 창의적인 연구 주제로 교수 임용 4년만에 종신교수가 되며 미 법학계의 '스타'가 됐다.
  발레는 물론,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석 교수는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살려 '공연 예술 법학' 강의를 개발했는데, 할리우드 스타부터 세계 정상급 작가ㆍ발레리나가 초청 강사로 강단에 서는 이 수업은 하버드 법대 최고의 인기 강의로 자리잡았다.
  석 교수는 "하고 싶은 것, 꿈을 향한 도전이 오늘을 있게 했고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 임용 역시 또 다른 꿈을 향한 시작일 뿐이다"고 말한다. 제작진은 이런 석 교수의 열정적인 삶, 가족과의 단란한 일상을 소개한다.(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2011년 2월 24일)

 
   

젊은 리더들에게 큰 관심이 없는지라 석지영이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도 성공 스토리를 담은 자기계발서나 에세이인 줄 알았습니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고 짤막한 책소개를 보고 나서야 호기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법에 대해 쉽게 풀어주는 교양서는 아니지만, 법과 집의 관계 변화를 추적하는 가운데 법과 집 모두를 재발견하는 기획이 신선하다 생각했습니다. 보통 집은 법의 테두리 바깥에 존재하거나 법이 없어도 유지될 수 있는 공동체라 생각하는데, 이 책은 법이 어떻게 집 안으로 들어와 사생활에 관여하게 되었는지, 특히 이 과정에서 여성의 지위와 여성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색다른 방법으로 보여주는 듯합니다. 성공 스토리에 앞서 성공의 근거가 된 학문적 업적이 먼저 소개되어 반갑습니다(표지는 빼고요). 오늘(7월 5일)까지 예약판매 중인 이 책의 머리말을 소개합니다. 조금 길지만 읽어볼 만합니다. 본문이 만만찮겠지만 읽어볼 의욕을 주네요.

 

| 머리말 |

자선과 구타는 집에서부터 시작된다.
- 프랜시스 보몬트(Francis Beaumont) & 존 플래처(John Fletcher), <돈 없는 재치(Wit without Money)(1639)>

9.11 테러가 발생한 지 열흘이 채 되지 않은 2001년 9월 20일쯤, 미국인들은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의 결연한 "국토(homeland)" 수호의지를 확인했다. 미국 본토 안에서 공격을 당함으로써 미국인들이 세계 속에서 가지는 안전과 안도감은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 국토 안전하게 만들기(securing our homeland)"라는 공식적 표현이 생길 정도였다. "국토"란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개념이었지만, 주석자들은 그 단어가 쓰이기 시작하자마자 미국 사전에 등장한 그 용어의 특성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단어는 생소하고 "약간은 게르만적인 어감(vaguely Teutonic ring)"을 지닌다라고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섬뜩하다(creepy)"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국토(homeland)라는 신조어의 탄생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받게 되었을까? 레이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이자 언어학적인 날카로움으로 유명했던 페기 누난(Peggy Noonan)은 "경찰을 본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이런 집이나 가정과 같은 표현을 사용할 때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불쾌감을 묘사했다. "집(home)"이란 사사로운 내부 공간의 개인적 자유가 재현되는 곳이다. 하지만 요즘은 국가가 긴급 명령의 최대 공개화를 합법화하는데 마치 집이란 개념이 징집된 것처럼 되었다. 집이 가지고 있는 특별하고 정서적인 낭랑함은 정부 권력의 전력을 위해 공개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보통 인간 경험에 있어서 집과 같이 편재되어(ubiquitous) 있는 개념은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집은 발달 형성에 중요한 문화적, 감성적 그리고 정신적 중대성을 지닌다. "가정/집(home)"이란 세대(household) 또는 집의 물리적 구조(physical structure of the house)와 구분되어, 19세기부터 가족을 위한 정서적인 개인의 삶과 친밀하게 연계되어 있는 가정생활 및 사생활의 이상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집이란 지금도 여전히 발달되고 있는 개념으로서, 우리가 과연 누구인지 그리고 안전과 소속되어 있음에 관해 우리가 느끼는 것들에 대하여 깊게 알려준다.  

영미(英美)에서는 전통적으로 가정(home)과 역사적 상관성을 지니고 있는 집(house)이란 개념을 오랜 세월 폭력적인 침입에 대항한 보안과 연결시켜 왔다. 집(house)을 성(城)으로 여겼던 고대의 생각을 고려해보면 집이란 한때 전체 영국 섬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으나, 역사적으로 사용된 법률적 의미는 바로 개개인의 거주지(dwelling)에 대한 안전을 뜻한다. 에드워드 코크(Edward Coke)가 표현하기를 "개개인의 집(house)은 그에게 있어서 자신의 성(城)이자 요새일 뿐만 아니라 상해 및 폭력에 대항하는 자신의 방위 수단이다."라고 했다. 윌리엄 블랙스톤(William Blackstone)은 "영국 법은 아주 특이하게도 남성의 집(house)에 대한 면책권을 고려해 왔다. 그의 성(城)을 보호해주고 형벌을 면해줌으로써 영국 법이 위반되는 일이 없도록 한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넘쳐나는 공포(abundant terror)"를 만들어내는 주거침입죄(절도 혹은 강도, burglary)란" 강제적인 침입일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연 상태에서 획득하게 되는 주거권을 방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식 아래, 집(house)은 유일한 안전보장과 안심의 장소임과 동시에 테러 및 공격을 당하기 쉬운 잠재성을 지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특이한 양면성을 통해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정신세계의 집에 관해 이야기한 유명한 토론을 상기해볼 수 있다. 독일어 하임리히(heimlich)라는 단어를 분석하면서 프로이트는 "한편으로 이 단어는 친밀한 상태와 편안함을 뜻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눈에 띄지 않고 숨겨진 상태를 뜻"한다라는 것을 알게 된다. 특이하게도 그는 그 단어의 뜻. 즉 소박한(제 집 같은, homelike), 친밀한(intimate), 친숙한(friendly), 편안한(comfortable), 안전한(secure)에 상반되는 이중적 감정의 방향을 개발해 그 뜻이 완전히 반대인 운하임리히(unheimlich)에 도달하게 되는데, "반대어는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언홈리(unhomely, 비가정적인)이지만 표준 영어 번역은 언캐니(uncanny, 기괴한 또는 괴기한)이다. 오랫동안 알고 익숙해진 것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하는 몹시 두려운 것들을 모아 놓은 "조용하면서도 공포스러운 불안함은 바로 가정적인 것이 반대의 상태로 되어버리는 것에 대한 섬뜩한 느낌을 가리킨다. 이러한 평행선은 집에 관한 깊은 양면성을 특징짓는다. 집이 침입을 받는 것을 상상할 때마다 엄청난 공포가 엄습한다는 것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남성의 집(home)이 그의 성(城)으로서 최종적으로 절대 불가침한 장소라는 것을 떠올려야만 한다.  

기괴한 기분은 집이 변화되고 있을 때 생겨나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미국 내의 안전한 집(house)을 위해 뜻했던 바가 "안전하지 못한" 상태로 되는 것에 대하여 고민하게 되면서 집에 관한 논의는 특별한 염려로 가득 차게 된다. 이러한 배경에 맞서 집이 나쁜 범죄에 연루되었음을 시사하는 법적 논의의 범위는 더욱 두드러진다.  

현대적 집(home)이란 공(公)과 사(私)의 공간을 구분하는 문자 그대로의 경계선을 표시한다. 또한 집(home)은 공(公)과 사(私)의 영역 사이에 놓여 있는 비유적 경계선(metaphorical boundary)을 대표하기도 한다. 문자 그대로 공간과 비유적 영역에 있어서 집(home)이란 개개인과 정부 권력 사이의 관계에 관한 기본적인 문제들이 일어나는 장소이다. 미국 법에서는 집(home)에 관한 생각을 통해 범죄, 폭력, 섹스, 가족, 사생활, 자유 그리고 재산이라는 법적 개념들이 중요하게 형성되었다. 집이란 전통적으로 주거침입관련죄, 정당방위 및 가정폭력 관련 형법을 규정하는 역할을 했다. 비합리적인 수색과 압수(unreasonable search and seizure)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정당한 법적 절차(due process)를 보장받을 권리 및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권리(최근)를 포함한 헌법 권리들을 표현하는 중심에 집(home)이 위치한다.  

정부 및 개개인의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영역인 집(home)은 종종 집 자체가 아주 명확하고 법적 결과들이 생성될 수 있는 확립된 원칙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집에 관한 법적 의미는 양면적이고 논쟁거리의 중심에 위치한다. 집이란 계속 발전하고 있는 우리의 법적 우주를 건설하고 틀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들을 놓고 분투하는 장소이다.  

 

이전 시대에 존재했던 미국에서의 삶 안에서 집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바로 줄곧 받아들여져 왔던 19세기 부르주아 집에 관한 이상향. 즉 여성과 가정 공간을 연관하는 것에 대한 절정에 대응한 페미니스트들의 도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마찬가지로 빅토리아 시대의 가정생활에서 자란 샬롯 퍼킨스 길먼(Charlotte Perkins Gilman)이란 작가는 1903년에 자신들의 능력을 개발하는 자유가 없이 집 안에 갇혀 지내는 여성들을 관찰했다. 길먼은 "벽, 마루, 의자, 테이블에 놓여 있는 괴상한 장신구 집합체와 특별히 조각된 가구, [여성] 자신의 몸 및 그녀의 자녀들의 미약한 몸에서부터 혐오스러운 공포감을 느꼈는데, 이는 집(house) 안에서 지나치게 먹기만 하고 충분한 일을 하지 않는 레이디에 관한 건강치 못한 반란의 표현을 뜻한다." 이러한 상상 속에서 대중적인 삶으로부터 여성의 사적 공간을 보호하는 것이 여성을 종속화시키는 기술로 둔갑하여 여성들을 미치도록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성의 집(home)이 그의 성(城)인 것만큼 집은 또한 여성의 감옥이기도 했다. 따라서 집 안에 종속되어 있는 여성의 이미지는 다음과 같은 법적 유사물을 만들어냈는데, 그 유사물이란 바로 유부녀 법(law of coverture)이다. 코먼로(common law) 아래, 결혼한 여성의 법적인 정체성이란 그녀의 남편에 의해 "가려"졌던 결혼 후의 지위를 말한다. 결혼 후의 지위에 관한 법이 19세기 때 천천히 개혁되었지만, 아내와 집을 연관시키는 그 흔적은 지워질 수 없다.  

20세기 말에 시작된 집과 관련된 획기적인 개혁 운동은 폭력 문제에 그 초점을 맞추었다. 이 법적 개혁의 표적은 바로 집 안에서 종속화된 것들 - 단순히 개인적인 영역 속에서 여성을 가부장적으로 규제하는 형태가 아니라 집 안에서 일어나는 구타, 성폭행 및 위협의 형태로 종속되어 있는 것 - 이다. 길먼을 포함한 페미니스트들이 집을 보호하는 벽에 대하여 사악한 것으로 평가한 것처럼, 20세기 말의 페미니스트들 역시 어떻게 법이 보장하는 가정 사생활 자체가 가정폭력을 공공의 중재/개입(public intervention)으로부터 숨겨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했는지에 대하여 보여주었다. 그 벽은 여성들이 피해를 입는 동안 경찰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버리는 역할을 했다. 페미니스트 고전의 제목을 인용하자면, 집이란 바로 "무서운 사랑(terrifying love)"이 일어나는 장소인 것이다.  

집을 여성들이 성(城) 주인인 남성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장소로 이해하기보다는 남성이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으로 이해하는 것은 집에 관한 법적 문화의 비전 안에서 게슈탈트적 방향 전환(gestalt shift)을 필요로 한다. 이미 블랙스톤이 이야기한 주제 - 소위 말해서 집(house)의 기반, 안전보장, 테러 및 폭력 - 를 통해 이러한 변화는 이루어진다. 안전하고 친숙함을 담고 있는 집의 의미만큼이나 폭력적이고, 공포스럽고 궁극적으로는 범죄적인 것들이 두드러지는 것으로서 그 의미를 전환하는 것보다 더 비가정적인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지난 40여 년간 페미니스트들은 집(home)이 법적 기관으로서 특별히 형법 정의 체제를 통해 인식되고 다루어지도록 변화를 추구했다. 이러한 운동은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러한 개혁을 이루도록 만든 생각들은 법 관련자들에게 있어서 더 이상 새롭거나 급진적인 생각이 아니었다. 이러한 생각들은 법적 독트린, 법 이론 및 법 관습 안에서 법 제정과 판결, 집행 및 법적 문화와 관련하여 지적이고 관념적인 파워로 뿌리를 내렸다. 따라서 그 생각들은 법 속에 들어가 있는 집 안에 위치하게 되었다. 

집 안에 있다는 것은 완벽하게 편안한 상태로 지내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니다. 이러한 생각들이 일반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우리가 집과 법은 이러이러할 것이다라고 상상하는 정도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사생활을 위한 침범할 수 없는 공간으로서의 집에 관한 생각들은 기본 바탕을 제공하긴 하지만 전혀 이 생각을 방어하고 지켜내지는 못했다. 집에 관한 개념을 사용해온 법 관련자들(판사, 변호사 및 정치 관련 학자들)은 페미니스트들이 지난 40여 년간 일구어온 변화를 반영하기도 하고, 반대하기도 한다. 미국 내의 가장 낮은 하위 법원 - 지방 경범죄 법정들(local misdemeanor courts) - 에서 일상적으로 실시하는 기소사실인부절차(起訴事實認否節次, arraignment)에서부터 미국 대법원에서 진행되는 헌법 판결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집은 끊임없이 등장한다. 양면적 의미들이 법 체계 안에서 많은 시간을 들이며 변화하는 것처럼 아직까지는 집의 개념에 대한 사용은 불안정하고 불안하다.  

이 책은 집에 관한 탐험(exploration of home)이다. 책의 각 장에서는 형법과 연결된 현대 문제들의 범위 내에 집이 가지고 있는 법적인 의미가 변화하는 것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목표는 바로 집에 관한 생각들이 법적 문화(legal culture) 속으로 이동되고 새겨지는 과정과 그 결과물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각 장은 집과 경찰 사이의 관계 발전에 대한 판례 연구를 평행적으로 포함한다. 이와 관련된 최소 두 가지 관점(vision)은 집에 관한 법적 구조물이 그 바탕으로 삼고 있는 근본적인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즉, 타인으로부터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최종적 장소로서의 집에 관한 전통적인 관점은 "집은 성(城)이다"라는 개념에 담겨 있다. 남성의 집이 그의 성(城)이라면, 오늘날 경찰은 집이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고 불가침한 곳으로 남도록 힘쓰고"집이 부여받은 형벌 면책권(impunity)이 위반되지 않도록" 지켜나가기 위해 위임된 군대와 같다. 또 다른 면을 살펴보자면, 성(城)의 비유는 정부 침입과 통제로부터 개인적 자유를 누리는 모범적 장소인 집을 일컫는다. 정부의 권한은 집의 입구에서 멈춘다. 지금 시대를 대표하는 헌법 사건인 로렌스(Lawrencev. Texas) 판례에서 대법원은 "전통적으로 정부는 집 안 어디에나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했다.  

두 관점은 모두 침입에 관한 염려를 표명하지만 각 침입과 정부의 관계 면에서는 각기 다른 장신구를 달고 있다. "경찰이 집을 보호한다."라는 첫 번째 관점은 침입자들로부터 보호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경찰은 집에서 일어나는 일에 상관하지 않는다(집과는 거리를 유지한다)."라는 두 번째 관점에서는 정부가 바로 침입자가 된다. 첫 번째 관점은 주로 안전보장을 중요시하고, 두 번째 관점은 자유를 중요시한다. 겉으로 볼 때에는 상황에 따라 안전보장과 자유의 원칙이 다르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예를 들면, 경찰은 폭력으로부터 집을 보호해야 하지만, 서로의 동의 하에 행하는 성행위와 같은 사생활 면에 있어서는 집에 상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법의 전체적인 풍경 속에서 집에 관한 논의들이 진행된 과정을 살펴보면 첫째 패러다임이 둘째 패러다임의 공간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강압과 학대를 대표하는 집의 이미지는 문화적인 우월성을 점점 확보해나가고 있다. 따라서 집이 벽 안쪽에 위치하는 종속되어 있는 것들을 보호하는 방패막이가 된다는 생각은 법의 기본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에 수반되는 기본적인 염려는 정부의 침입에 관한 것이 아니라, 집에서 정부가 중재하기(개입하기)를 실패하는 것에 관한 염려이다. 마찬가지로 경찰이 집을 보호한다는 의무는 침입자들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주로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다른 가족 구성원을 보호하는 것을 가리키게 되었다. 적어도 가난한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는 집에는 불균형적으로 경찰들의 존재가 더욱 잦아진 사실을 감안한다면, 집 안에서 경찰의 존재를 기대하는 것은 점점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목적은 닫힌 문 뒤에서 남편, 남자 친구 및 아버지로부터 남 몰래 행해지고 일어나는 피해를 방지함으로써 집을 최종적인 안전보장 장소로 만드는 것이다.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필요성으로 인해 정부는 가정 공간을 통제(혹은 지배)하는 관행을 만들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오히려 정부는 보호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자율성과 사생활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하게 되었다. 집의 사생활이 폭력과 같은 연장선에 놓여 있다는 것에 관한 페미니스트의 비판은 법 체제라는 직물에 조각조각 함께 짜여 있는 것이다. 사회 속에서 이 비판을 흡수한 후에도, 헌법 틀과 집에 관한 많은 사람들의 직관적인 관점 속에서 사생활이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로 남아 있다.  

집의 변화와 함께 범죄가 무엇인지에 관한 개념 안에서도 그 변화에 따른 전환이 일어난다. 범죄란 경계선 - 문자 그대로인 선이든 비유적인 선이든 혹은 물리적인 선이든 아니면 법적인 선이든 간에 - 을 넘어버리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상상해 왔다면 현재는 범죄를 사적인 공간 안에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한 사람이 종속화되는 것으로 점차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집의 상징을 바탕으로 하는 개인적인 권리가 확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을 둘러싸고 있는 법적인 경계선은 서서히 파괴되어 갔다. 

 

오늘날 가장 강력하게 법을 형성시키는 집의 개념은 무엇인가?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 "마음이 가는 곳이 집이다", 또는 "집이란 당신이 그곳에 갔을 때 당신을 무조건 받아들여 주어야 하는 장소이다"와 같은 개념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집에 관하여 서서히 고개 드는 법적인 비전은 바로 실질적이거나 잠재적인 폭력에 관한 비전이다. 즉 집이란 범죄가 있는 곳이다.  

집이란 학대를 예고하는 종속화 장소라는 생각을 중심으로 법적 독트린과 관행 및 논의는 점점 융합되고 있다. 이러한 법 관련자들의 생각의 발달로 말미암아 법은 정부와 개인 공간 사이의 관계 및 친밀성에 유념을 두어 아주 놀라운 방법으로 건설되기 시작했다. 법적 논의는 몇몇 예상치 못했던 결과와 함께 "집은 폭력(home-as-violence)"이라는 생각을 일반화하고 강화시키는 과정을 점차 반영한다. 집에 관한 논의가 풍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관행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공(公)과 사(私)가 법적으로 더더욱 비슷한 공간으로 변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하여 나는 법이 집의 개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치와 이상(理想)에 관한 해석을 제시할 것이다. 법에 관한 페미니스트의 비판이 엄청나게 실용적인(이론적인 것이 아니라) 진보를 이룬 것을 보여주고, 그 비판이 현실 세계에 미친 영향들을 일일이 확인시키는 것에 대하여 피하지 않겠다. 이렇게 확인하는 것들 중에는 어떤 여성들을 보호하는 것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정부와 비교할 때 여성과 남성의 자율성이 엄청나게 감소한 사실 - 특히 정부의 불균형적인 통제 대상이 이미 되어버린 인종 및 경제에 따른 민족 공동체 내에서 자율성이 감소한 사실 - 을 포함한다. 이러한 발달사항들이 과연 여성의 이익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인지에 관하여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폭력에 대항해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집의 입구에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한 개혁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찬성하겠지만, 아마도 면밀히 살펴본다면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즉, 그 개혁을 자극하는 생각들이 지속적이며 논리적으로(불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장한다는 사실은 이미 자율성과 사생활, 그리고 안전보장과 같은 귀중한 가치들과 어떤 면에서는 충돌하고 공존할 수 없다는 법적 현실을 생성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내가 설명하는 발전사항들은 다른 법적 개혁과 마찬가지로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권력의 분배에 영향을 미친다. "집(home)"이 무엇으로 변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그 효과와 집들이 과연 무엇이 되었는지를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또한 우리를 시민으로서 보호해주는 법적 구조물을 계속 만들어 가는데 바탕이 되는 가치와 이상향들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집과 공적 영역 사이의 경계선은 정말 이론상으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파괴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이 현상이 지금 나아가는 방향대로 일어나는 것에 대해 만족하는가? 이 책은 우리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이러한 현상에 대해 초점을 맞추려는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제1장은 코먼로(common law)에서 다루고 있는 주거침입관련죄(crime of burglary)와 집 범죄의 원형에 초점을 맞추고, 어떻게 법정들이 가정폭력을 집 침입에 관한 전형적인 범죄로 변형시켜 왔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제2장에서는 내가 소위 "정부 주도의 실질적 이혼(state-imposedde facto divorce)"이라고 이름을 붙인 현상, 즉 형법이 집 안에서 일어나는 친밀한 관계에 대하여 새로 명령하고 통제하도록 만들어준 일상 가정폭력 경범죄를 다루는 관행을 살펴보도록 한다. 제3장은 "성(城)"에 관한 전통적 생각 자체를 폭력적 종속성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것과 국토 안전보장에 관한 비유에 융합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운동, 즉 이 운동은 전미(全美) 총포 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가 강력하게 시작하고 발전시켜 추진한 정당방위법을 확장토록 했는데, 바로 이 과정에 대하여 전개해나갈 것이다. 제4장에서는 재산으로서의 집에서 시작하여 정부의 재산 획득 및 정당한 법적 절차에 관한 대법원의 최근 몇 가지 판례들을 정부가 집을 몰수하는 렌즈를 통해 살펴본다. 제5장은 집의 사생활에 관한 법적 상상 속에 존재하는 여성 인물들에 대하여 생각해보고, 남성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방패막이에 관한 생각과 연결해 사생활을 더욱 명확하게 정의하는 사법부를 해석하도록 한다.  

이 5개 장의 목적은 (각 장 따로따로든지 혹은 함께 묶어서든지) 집에 관한 가능한 모든 의미를 나열하고 주의사항을 덧붙이면서 철저하게 분석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자료 - 코먼로 사건들에서부터 형사법원의 일상적 관행과 개혁적 입법 및 미국 대법원 판례 의견에까지 - 를 자세히 읽어봄으로써, 법적 문화(legal culture)가 발달된 여러 기간 동안 형성된 집중적이고 그 질감이 살아있는 집에 관한 해석을 제시하는 것이다. 판례들을 통해 법적 변화를 분명히 밝혀낼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고, 각 판례들 역시 다루고 있는 주제가 흥미롭기 때문에 이러한 판례 연구가 진행되었다. 또한 우리의 법적 문화로부터 생겨난 뜻의 보화들을 우리의 양심에 머물고 있는 것들을 통해 수용해가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판례 연구를 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법적 연구와 인류가 서로 교차되는 지점을 연구한 책이다. 책의 연구 대상은 법에 관한 문화적 담론(논의)이고, 이는 법의 합리적인 것과 정당화를 설명하고 실행하기 위해 법적 관계자들이 사용하는 계발적인 방법이다. 법적 본문 표현 중에 나타나는 생각들은 어떤 특정한 법적 결과의 원인이 되거나 그 결과가 피할 수 없는 결과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며, 예측 가능한 정치 의제와 일관되도록 일치시키는 것도 아니다. 법적 본문에는 해석이 필요한 인식 가능한 수사학적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법적 표현과 법적 관행 속에는 우리가 누구인가, 우리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상징적인 개념들이 가득 차 있다. 법이 우리 삶을 규율하도록 만들어주는 이러한 생각들을 이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이 생각들에 다가가는 길은 바로 법이 담고 있는 다양하고 변하기 쉬운 표현 방식들을 면밀하게 해석하는 데에 있다. 문화생산물로서의 법이 우리 스스로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구별된 생각들에 대하여, 법적 독트린의 퍼즐 또는 이데올로기적 목표의 행진을 넘어서 (물론 완전히 이와 동떨어지게는 아니지만) 우리들에게 들려줄 이야기에 대한 매력에 사로잡혀 있는 나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당당하게 보여주도록 하겠다. 집이란 법의 경계선을 넘어 아주 격렬하고 상상적인 인간적 투자가 된 장소이기 때문에, 집은 법적 연구를 위한 풍부한 광맥과 같은 장소이다. 동시에 법은 집을 만든다. 집은 우리를 만든다. 물론 우리가 그 법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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