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detail_book.aspx?pn=110530_insa
[이창동 감독 탄원서]
"그라피티, 이미 세계적으로 수십 년 전부터 새로운 예술장르"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저는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창동입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표현의 자유를 정신적 양식으로 삼아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한 사람의 영화감독으로서, 그리고 한 때 문화관광부 장관이라는 중책을 맡아 문화예술 창작을 고취시키기 위한 행정의 책임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이번 세청 'G20 정상회의 포스터 쥐 그림 사건'으로 기소된 박아무개 피고인에 대한 법적 처리가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척도, 예술적 방법에 의한 풍자와 비판에 대한 관용과 이해라는 중대한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여 재판장님의 현명하고 관대한 처분을 호소하기 위해 이 탄원서를 제출합니다.
피고인 박아무개는 국문학 박사로, 대학에서 교양 국어와 환상문학 등을 강의하며,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지젝의 저작 등 다수의 서적을 번역하였고, <청소년을 위한 꿈의 해석>등을 집필한 인문학자입니다. 사회참여도 활발하여,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한 '미신고 장애인시설인원실태조사' 사업과, 교도소 평화인문학, 지역도서관 인문학강의 등에 열심히 참여하였습니다.
또한 장애인 야학에서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플랜코리아'와 '세이브더칠드런'등 아동복지단체에 6년째 후원해 온 민주시민입니다. 현재 지역사회에서 초, 중학생들과 더불어 텃밭 가꾸기를 하고 있으며, 웹진에 1년 동안 육아일기를 써서 올릴 정도로 육아와 가사에 헌신하는 자상한 가장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인 박아무개가 G20 정상회의 홍보물에 그라피티 작업을 하여, 비록 공용물건 훼손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였음이 인정되지만은 이는 사회적으로 관용되는 예술의 범위를 확장하여 표현의 자유를 높이고 우리사회를 더욱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일이었음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G20 정상회의는 성공적으로 개최되었고, 박아무개의 행윌 인해 특별히 G20 회의가 방해된 바가 없으며, 공공의 재산상의 손실도 50만 원 정도로 미미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박아무개의 행위는 국민들에게 풍자적인 웃음과 해학을 제공해 주었을 뿐, 어느 누구에게도 심대한 피해를 끼치지 않았으며, 국가의 위신을 실추시킨 바도 없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날 그라피티는 이미 세계적으로 수십 년 전부터 새로운 예술장르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그것이 생성되게 된 역사적, 사회적 배경과 매체의 특성상 일정한 도발성과 기존권력에 대한 풍자와 비판, 그리고 '허가 받지 않은 장소'에 그려진다는 위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박아무개가 제작해서 유통한 몇 점의 그라피티도 이러한 매체의 속성을 지니고 있을 뿐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번 박아무개의 표현물에 무거운 형벌이 가해지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성숙도,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바탕으로 한 예술적 창의성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깊이 헤아려주시기 바라며, 피고인 박아무개를 선처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1. 4. 28.
이창동
[장정일 작가 탄원서]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소설가 장정일입니다. 저는 ‘G20 홍보물’에 그라피티 작업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수, 최지영 피고인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 이 탄원서를 제출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인 박정수는 ‘G20 홍보물’에 그라피티 작업을 하여, 공공물건 훼손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음을 시인하였습니다. 비록 그는 공공물건을 훼손하는 법률을 저촉했지만, 피고인의 그라피티 작업이 개인적인 심리 배설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헤아려 주십시오.
재판장님이 더 잘 알고 계시듯, 민주주의 사회는 왕정시대와 달리 왕명이나 국명이 전체 시민의 의견을 일거에 소거시킬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온갖 자유로운 의견이 제시될 뿐더러, 그것들이 서로 상충하기까지 하는 시대가 민주주의 사회고, 우리나라의 초․중․고등학교 교육은 그런 사회를 바람직하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 뜻에서 ‘G20’ 행사가 선진조국 창조에 필요불가결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소수나마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인 박정수는 언론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저와 같은 작가도 아닙니다. 만약 그가 언론인이나 작가였다면, ‘G20’ 직전에 나왔던 허다한 반대론자들의 글이 그랬듯이, 매우 강한 어조로 ‘G20’을 비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언론인도 작가도 아니었기에 글이나 말로 자신의 의사를 밝힐 기회가 주어지지 못했습니다.
대신 동네 놀이터의 공터를 미술 실험장 삼아 설치 미술을 선보인 바도 있는 박정수 피고인은, 그라피티 작업을 자신의 표현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공범으로 고소된 최지영은 함께 공부하는 인문학 연구실의 선배인 박정수로부터 그라피티 작업을 할 것이라는 언질을 들었을 뿐, 실제 작업에는 참여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흔히 낙서라고 불리는 그라피티 작업은 왕왕 개인적인 심리 배설과 동일시됩니다. 하지만 박정수의 그라피티 작업이 명료한 의식의 산물이면서 공공의 목적을 띄고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지 않습니다.
그 일례로 그는 ‘G20’에 반대하는 의도를 드러내기 위해 자신의 그라피티 작업을 ‘G20 홍보물’에 국한했습니다. 관공서나 일반 건물에 무작위로 행하지 않고,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G20 홍보물’에만 대상을 확정한 것은, 그가 감정적이거나 무정부적인 충동(반사회적)에 휩싸이지 않았던 좋은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피고인이 관공서나 일반 건물에 무작위로 자신들의 분노를 방사했다면, 용서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내용)를 정확한 용기(‘G20 홍보물’)에 최소화했던 이 점에, 피고인 박정수의 양심과 공공성이 있다고 저는 감히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박정수 피고인의 죄와 그에게 내려질 법률적 처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당연 피고인의 죄는,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처분됨이 또한 법치주의에 마땅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법에 문외한들은, 재판장님이 법률적 처분을 하는 데 있어, 피고인의 사정을 헤아릴 수 있는 커다란 자율적인 권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가 다양한 의견의 사회라는 것은, 국가가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억압하지 않고 보장해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이상이라고 합니다. 재판장님의 현명하신 판단과 넓은 혜량으로 박정수 피고인과 무리하게 공범으로 기소된 최지영을 선처해 주시길, 두 손 모아 빕니다.
2011. 5. 6.
장정일
[박찬욱 감독 탄원서]
"우리사회를 더욱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
존경하는 재판장님
영화감독 박찬욱입니다. 이번 사건의 피고인 박아무개 피고인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하여 탄원서를 제출합니다.
피고인 박아무개는 국문학 박사로, 대학에서 교양 국어와 환상문학 등을 강의하며,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지젝의 저작 등 다수의 서적을 번역하였고, <청소년을 위한 꿈의 해석> 등을 집필한 인문학자입니다. 사회참여도 활발하여,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한 '미신고 장애인시설인권실태조사' 사업과, 교도소 평화인문학, 지역도서관 인문학강의 등에 열심히 참여하였습니다. 또한 장애인 야학에서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플랜코리아'와 '세이브더칠드런'등 아동복지단체에 6년째 후원해 온 민주시민입니다. 현재 지역사회에서 초, 중학생들과 더불어 텃밭 가꾸기를 하고 있으며, 웹진에 1년동안 육아일기를 기제할 정도로 육아와 가사에 헌신하는 자상한 가장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인 박아무개가 G20홍보물에 그라피티 작업을 하여, 비록 공용물건 훼손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였지만, 이는 사회적으로 관용되는 예술의 범위를 확장하여 표현의 자유를 높이고 우리사회를 더욱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된 일이었음을 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G20대회는 성공적으로 개최되었고, 박아무개의 행위로 인해 특별히 G20 대회가 방해된 바가 없으며 공공의 재산상의 손실도 50만 원정도로 미미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박아무개의 행위는 국민들에게 풍자적인 웃음과 해학을 제공해 주었을 뿐, 어느 누구에게도 심대한 피해를 입히지 않았으며, 국가의 위신을 실추시킨 바도 없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가벼운 사안에 무거운 형벌이 가해지는 것이 국가의 위신과 민주주의의 후퇴를 염려하는 국민들의 심기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점을 널리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피고인 박아무개를 선처해 주십시오.
2011. 4. 24.
박찬욱
[봉준호 감독 탄원서]
"이 정도의 풍자·유머 가볍게 소화해내지 못한다면 실로 큰 모순"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인 봉준호 라고 합니다.
저는 이번 사건의 피고인 박아무개 최아무개 피고인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하여 이 탄원서를 제출합니다. 피고인 박아무개와 최아무개가 G20 홍보물에 그라피티 작업을 하여, 비록 공용물건 훼손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였지만, 이는 예술 활동을 통한 다채로운 풍자와 해학의 표현으로 볼 수 있는 바, 재판장님께서도 너그러운 관점으로 보아주시길 호소합니다. G20 과 같은 국제적인 대규모 행사도 훌륭히 치러내는 우리사회, 이 정도의 풍자와 유머조차 가볍게 소화해내지 못한다면 이는 실로 큰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1976년 필리페 페팃이라는 프랑스 청년은, 자신의 동료 세명과 함께 몇 개월에 걸친 치밀한 준비를 통해,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동이 빌딩에 '조직적'으로 치무하여, 경비원과 경찰들의 눈을 피해 두 빌딩의 옥상에 '불법적으로' 와이어를 설치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와이어 위에서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고공 외줄타기 퍼포먼스'를 펼쳐보여 세계무역센터 일대의 교통을 마비시키며,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그는 물론 퍼포먼스 직후 뉴욕 경찰에 의해 수갑에 채워져 연행되었습니다. 주요 공공시설에의 무단침빕, 사전 허락 없는 공연, 도로교통을 방해한 점 등등... 경찰로서는 당연하고 합당한 연행이었습니다. 그러나 뉴욕법원이 이 프랑스 청년에게 내린 최종 판결은 아래와 같습니다.
"피고는 공원에서 뉴욕시 어린이들을 위해 외줄타기 무료공연을 1회 이상 실시토록 한다"
법률에 대해 무지한 저 같은 사람이 보더라도, 아니 전 세계인 그 누가 보더라도 실로 위트와 센스가 넘치는, 유머감각이 살아있는 최종 판결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앞에서 제가 감히 과거 해외의 판례까지 들먹인 이유는, 현재의 우리 사회가 1976년 미국 사회만큼의 여유는 최소한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의 관용과 유머도 없이 어떻게 우리가 선진국 문턱에 진입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겠습니까?
존경하는 재판장님.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부디 너그러운 관점으로 이 사건을 보시어, 피고인 박아무개, 최아무개에게 과도하게 씌워진 혐의를 벗겨 주시고, 선처하여 주시길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봉준호
[정윤철 감독 탄원서]
"이 사회의 아량 시험하는 카나리아, 그 소리 멈추지 않기를..."
본인 정윤철은 영화감독이자 창작자로서 예술은 개인의 내면 뿐 아니라 사회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사유도 드러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번 G20 그래피티는 평소에 비주류 예술 작업을 해오던 박아무개씨가 사회에 던진 풍자적 발언이었습니다. 'G'와 '귀'의 발음적 유사성, 그리고 대통령을 그에 비유하는 사회적 일각의 세태를 모티브로 하여 G20에 대한 작가의 우려를 담아낸 것입니다.
물론 이는 오로지 개인의 견해이며, 공공기물을 훼손하며 예술을 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회가 그 이상의 것, 즉 예술적 발언의 정치성과 권력비판을 문제로 삼아 더 큰 벌을 내리려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불행한 사태가 될 것입니다.
물론 예술행위에도 마땅한 책임이 따르고, 타인에게 필요이상의 혐오나 불쾌감을 주어선 안됩니다. 하지만 박아무개씨가 선택한 대상이 귀한 문화재나 개인의 사유재산은 아니었던 점, 그리고 국가나 대통령의 위신을 떨구려는 의도가 있었다해도 대한민국에 그 정도의 유머감각과 관용은 기대해도 된다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부디 너그러운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G20 그래피티 사건은 이 사회의 아량을 시험하는 카나리아입니다. 지저귀는 그 소리가 멈추지 않기를 두손모아 기원합니다.
2011. 5. 2.
정윤철
[김조광수 감독 탄원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수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0단독부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영화를 만들고 있는 김광수라고 합니다. 저는 이번 사건의 피고인 박아무개와 최아무개 피고인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하여 이렇게 탄원서를 제출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인 박아무개가 G20 홍보물에 그라피티 작업을 하여, 비록 공용물건 훼손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였지만, 이는 사회적으로 관용되는 예술의 범위를 확장하여 표현의 자유를 높이고 우리사회를 더욱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된 일이었음을 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라피티는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새로운 현대 미술 장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라피티를 주로 작업하는 유명한 예술가들도 많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초기에는 그라피티를 공용물건에 대한 훼손이나 낙서로 취급 받았던 적이 있지만 이제는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인정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한 피고인 최아무개는 박아무개의 동료이자 후배로서 연행당한 박아무개의 생업과 연구실 활동, 법률 등에 대한 조언을 문자메세지로 나눈 것이 빌미가 되어 마치 이 사건을 조직적, 계획적 범죄로 보이게 하려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의해 공범으로 몰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박아무개의 행위는 조직적 계획적 행위가 아니었으며 국민들에게 풍자적인 웃음과 해학을 제공해주었을 뿐, 어느 누구에게도 심대한 피해를 입히지 않았으며, 국가의 위신을 실추시킨 바도 없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가벼운 사안에 무거운 형벌이 가해지는 것이 국가의 위신과 민주주의의 후퇴를 염려하는 국민들의 심기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점을 널리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은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이번 사건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부디 이 사건을 현명하게 헤아려, 피고인 박아무개를 선처해주시고, 최아무개에게 씌워진 혐의를 벗겨 주십시오.
2011. 5. 2.
김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