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오리 공부 모임을 위해 샀다. 주중에 라이브로 접속해서 들을 자신이 없어서 신청만 해두었다가 오늘 들었다. 설명을 듣기 전에 예습 겸 정해진 분량을 읽어두었다. 설명을 듣고 해당 부분을 다시 읽으니 이해의 폭이 확연히 달라져서 깜짝 놀랐다. 그간 얼마나 많은 책을 오독했을지 생각하니 아연해진다.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치와 당위의 세계(규범, 의무, 도덕)'와 '사실의 세계(자연, 관찰)'라는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한다. 이 두 세계를 혼동해 사실에서 당위를 도출하는 것은 오류이며, 우리는 이것을 사실-당위의 오류(이 책에서는 자연주의적 오류가 동의어로 쓰인다)라고 부른다.


저자 로레인 대스턴은 사람들이 자연에서 도덕을 끌어내는 것, 즉, 사실과 당위를 혼동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 인간의 비합리성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의 이성, 즉, "합리성의 인간적 형태에 관한 사례 (13)"라고 보고, 인간은 왜 사실(자연)에서 가치(규범)를 찾으려하는지를 탐구한다.


19세기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처럼 자연 질서를 도덕적으로 메아리치게 하는 데 반대하는 일부 비평가들은 이러한 사례를 염두에 두고 자연주의적 오류가 논리적으로 거짓일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해롭다고 비난했다. "자연이 죽이기에 우리도 죽여야 하는 게 옳고, 자연이 고문하기 때문에 우리도 고문해야 하는 게 옳고, 자연도 그러니 우리도 망치고 파괴해야 하는 게 옳은가? 만약 아니라면 우리는 자연이 하는 일을 전혀 생각하지 말고, 그저 선한 일을 해야 한다." (12)


여기에 적은 내용은 이 책의 도입부이다. 이어서 그는 자연의 의미를 세 가지 제시한다. 특정(종 특유의) 자연, 지역적 자연, 보편적 자연법칙이다. 이에 대한 내용과 이어지는 내용은 공부하면서 천천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것은 집단 비합리성의 단순한 사례가 아니라 오히려 바로 합리성의 인간적 형태에 관한 사례다. 그렇기에 이는 철학적 인간학의 주제다. 나의 연구 방법은 자연 속 가치의 탐구를 촉진하는 직관의 근원을 발굴하는 것이다. 다양한 시대와 장소에서, 이러한 직관은 자연과 문화 자체의 풍부함만큼이나 가장 풍부하고 다양한 형태로 자신을 표현해왔다. 하지만 자연에 기반을 둔 다양한 규범들의 저변에 있는 핵심 직관에는 모종의 공통점이 있다. 그 핵심에는 사실과 이상으로서 질서를 바라보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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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2-08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기가오리는 언젠가 시간이 나면 해야지 하며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직접 하고 계신 분을 보니 반갑습니다. ^^

책먼지 2023-02-08 11:07   좋아요 1 | URL
저도 한참 벼르고 있다가 새해가 된 기념으로 시작했습니다!! 강의와 자료가 실시간 모임 후 일주일 간은 살아있어서 시간될 때 들어가서 들으면 되니 좋은 것 같아요!! 가오리님(?)이 자꾸 알라딘을 까서 들으면서 좀 맘이 불편하긴 한데.. 들을 건 듣고 거를 건 거르며 이용하고 있숩니다!!

수이 2023-03-07 1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책먼지님! 가오리님이 알라딘 왜 까요? 궁금하다!!

책먼지 2023-03-07 12:26   좋아요 1 | URL
알라딘 리뷰들 지적하면서 여러분은 그러지 말고 전기가오리 하시고 고급 독자가 되세요 하는데요.. 그 잘못됐다는 게 리뷰에 자기 얘기를 쓴다거나, 지엽적인 부분만 가지고 책 전체를 이야기한다거나, 어느 철학자를 파겠다고 하거나 그런 건데.. (철학 공부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래요..) 저는 사실 가오리님이 하지 말라고 예로 든 게 좋은 리뷰의 특성 같거든요??? 그 책을 읽은 사람의 주관과 오독이 들어가지 않으면 그게 리뷰로 무슨 가치가 있나요..?? 그리고 우린 책 읽고 글쓰면서 노는 건데 좀 완벽하지 않음 어때? 싶기도 해서 왜 까는지 이해도 안 되고 들으면서 기분도 안 좋더라고요

수이 2023-03-07 12:40   좋아요 1 | URL
학문으로 대하고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이들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니까 이해는 가네요. 먹물들 어쩔 수 없는 ㅋㅋㅋㅋ

책먼지 2023-03-07 12:53   좋아요 2 | URL
그쵸?? 이미 고급독자 나누는 거부터 기분 나빴는데.. (그럼 난 저급독자라는거야 뭐야) 이번달에 <페미니즘과 지리학> 같이 공부한다기에 바로 용서함요ㅋㅋㅋㅋ

수이 2023-03-07 12:58   좋아요 2 | URL
가오리님 같은 존재는 정말 귀하죠. 페지 멋져요. 전 가오리님 아주 초기에 후원만 하다가 지금은 안 하고 있지만 그래도 계속 응원하고 있어요. :)

책먼지 2023-03-07 14:1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불편한 지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철학에 대한 그 열정만큼은 무조건 인정이요!! 요즘 이탈자(?)가 많아져서 좀 힘드신 것 같더라고요ㅠㅠ 이러다 혹시 그만두신다고 하면 어쩌나 좀 걱정스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