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동유럽 자동차 여행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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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쉽게 드나들며 도시별 다양한 체험을 하고, 또 여권에 도장도 찍으며 제대로 여행기분도 낼 수 있어 추천하는 동유럽 여행! 이 책에는 6곳의 동유럽 나라를 담고 있는데, 하나하나 살펴보며 필요한 정보를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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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드디어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가이드북 - 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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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여행과는 다른 순례길이기에 조금 막막한 기분이 드는 산티아고 순례길! 출발전 미리 책을 통해 시뮬레이션 해보면 어떨까? 출발과 도착지점, 준비물, 숙소, 교통, 꼭 챙겨야 하는 물품들을 하나하나 점검하다보면, 어느새 막막함은 사라지고 설레임과 용기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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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
한예린 지음 / 부크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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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몸보신'을 위해서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챙겨 먹으면서, 정작 그보다 더 중요한 '마음보신'을 위해서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나는 몸보신만큼 마음보신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한 번씩 위안, 위로, 용기, 힐링, 행복, 격려 등이 담겨 있는 책으로 매번 조금씩 생기는 틈을 꽉꽉 채워주고는 하는데, 이 책도 그런 마음보신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책 중 하나다.


특히 이런 마음보신을 위한 책들은 외부로부터 받는 충격(상처, 배신, 슬픔 등)들을 완화시켜줄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나를 더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또 타인보다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현재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나는 이런 책들을 주기적으로 접하며, 약간 수행하는 느낌으로 마음보신을 위해 읽고 또 읽는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삶에 지친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말을 전해주며 우리가 다시 건강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더불어 살면서 가장 듣고 싶은 위로의 말들을 건네며 괜찮다, 웃을 날이 곧 올 것이라 말해준다. 또 지금의 시련 또한 더 좋은 날을 위한 준비운동 같은 것이라 말하며 힘든 날을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건넨다.


어쩌면 지금 당장은 확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조금만 지나고 나면, 한 발짝만 멀어져서 생각해 보면 이 모든 문장들이 틀리지 않은 말임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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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라는 말을 좋아한다. 어떤 조건이든, 어떤 상황이든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겠다는 말 같아서. 그.럼.에.도 짧은 네 글자이지만, 이 안에는 농도 짙은 뜻이 들어 있다.

(...)

때로는 간절한 소망이자 애절한 속삭임이 되고, 완강한 다짐과 완곡한 외침이 될 말. 과거가 어떻든 지금을 바라보겠다는 의지이자,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중이다.

14페이지 中

=====


어떤 말에 붙여도 '그럼에도'라는 말은 긍정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이 말에는 어떤 강인한 의지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아 이 말을 쓸 때만큼은 나도 모르게 더 강한 다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고 말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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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 누구도 내 하루와 시간, 마음은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아 가며,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나의 꿈과 소망을 억누르면서까지 살아갈 필요는 없다. 억지로 살아가지 말고, 나의 의지로 살아가자. 나 아닌 다른 요인으로 인해 움직이는 수동적 태도가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나아가는 능동적 태도로 살아가도록 하자. 타인의 첨언은 좋은 것만 흡수하고 좋지 않은 건 흘려보내면서, 자신이 내린 결정을 믿고 후회 없는, 후련한 삶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19~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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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나의 비중보다 타인의 비중이 커지면 그 삶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때로 '함께'라는 타이틀에 너무 매몰되어 나는 없고 타인의 말과 행동만을 따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삶에 주인공인 내가 아니라 타인임을 명심하자.


내 인생에 '내'가 존재해야 '함께'도 존재할 수 있다. 나에게 이로운 것, 나에게 적합한 것,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 등을 우선적으로 알아야 그때부터 진짜 '함께'를 누릴 수 있다.


타인에게 좋은 것이 다 나에게 적합하거나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니 타인의 이야기는 적절히 걸러듣자. 그리고 나의 의지와 나의 주관에 따라 삶을 설계하고 시간을 쓰자.


그래야 진짜 내 삶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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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곳곳에 여백을 두어야 한다.


마음에 두면 쉼이 될 것이고,

시간에 두면 여유가 될 것이다.


사랑에 두면 돌아봄이 될 것이고,

나에게 두면 돌봄이 될 것이다.


비우고서야 보인다.

내 하루를, 나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무언가가.

52페이지 中

=====


요즘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여백'에 대한 부분이다. 예전에는 여백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지 모르고 살았는데, 마음에, 시간에, 관계에, 나에게 여백을 둬보니 진정 왜 여백이 필요하고 중요한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틈이 있어야 무언가 들어올 여지가 생긴다. 우리의 삶에 틈을 만들어 여백을 두어보자. 그러면 삶이 한결 더 여유롭고 편안해질 것이다.



=====

놓쳐 버린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유효 기간이 지나 상해 버리면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매사 아끼고 미루기만 해서는 안 된다. 순간을 잡는 것은 나의 몫이고, 놓치면 나의 탓인 거니까. 그러니 부디 주어진 기회 앞에서 망설이지 말기를. 행복할 수 있는 순간들이 멀리 도망가지 않도록 붙잡아 두기를.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삼키고 삼키다 이내 잊어버리지 않게.

미루고 미루다 결국 접어 버리지 않게.

아끼고 아끼다 끝내 놓쳐 버리지 않게.

63페이지 中

=====


예전에는 아끼고 아끼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가장 소중한 것, 귀한 것을 가장 마지막에 먹거나 사용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결국 쓰임을 다해 사용하지 못하고 폐기되는 경우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귀한 것일수록 지금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사람, 관계, 음식, 시간 등은 모두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 그러므로 멀리 도망가기 전에, 그 쓰임이 다하기 전에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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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잃으면서까지 유지하려는 관계는 결코 좋은 관계가 아니다. 진정하고 솔직한 관계는 흘러가는 대로 두어도 곁에 남는 법이다.

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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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관계를 좋게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던 때도 있었다. 먼저 연락하고, 챙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았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결국 이어질 관계는 이어지고, 애쓴다고 해도 끊어질 관계는 끊어진다는 것을.


타인에게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려고 애쓰지 말자. 특히 관계에 있어서는 더 그렇다. 그저 진솔하게 상대를 대하는 것이면 족하다. 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관계와 만남을 이어가다 보면 결국 남을 사람은 남고, 떠날 사람은 떠나게 될 것이다.



=====

우연히 본 교양 프로그램에서 한 강연자가 말했다.

"섬을 떠나야 섬이 보인다."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거리감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문장이다. 친구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비로소 거리를 두었을 때 보이는 게 있다고 설명했다.

(...)

그러고 보면 무언가 내게서 멀어지고서야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

사람의 마음은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흙탕물처럼 더욱 탁해진다. 그럴 때면 잠시 거리를 두어 감정의 파도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멀어짐은 또 다른 이어짐이 되어 남아 있는 마음을 다시 매듭지어 줄 테니까.


가까이 있으면 더 자세히 볼 수 있을 것 가지만, 실은 그 대상의 반쪽밖에 보지 못하는 격이다. 가끔은 먼발치에서 그 대상의 일부가 아닌 전체를 바라보려는 시각도 필요하다. 관계에 있어서 멀어짐은 이어짐의 끝이 아니라 재시작을 의미하기도 하니까. 대상의 전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서로의 마음을 재정립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멀어짐의 시간이 지나면 보인다.

진짜 감정, 진짜 사랑, 진짜 인연이 보인다.

101~103페이지 中

=====


'진짜'를 발견하고 싶으면 조금 거리를 벌려보자. 너무 가까이에 붙어 있으면 진짜를 발견하기 어렵다. 내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고 싶다면, 나 자신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자.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거리를 벌려보면 내 감정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도를 볼 때조차도 코앞에 두어서는 내가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없다. 나를 중심으로 근방 전체를 살펴봐야 내가 지금 어느 위치에 있고 목표지점을 향해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멀어짐은 지금의 나를 발견하고, 또 다른 시작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므로 가끔은 동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관점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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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로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말자.

잘해야 한다는 마음에 너무 매달리지 말자.

환하게 웃고 있을 그날의 나를 생각하며

묵묵히 걸어가자.

그리고 반드시 잘 될 나를 반갑게 맞이하자.

1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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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의 일로 우리는 너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쓴다. 불안해한다고, 걱정한다고 그 일의 결과가 달라지는 일은 없다.


그러니 결과에 매달리기보다, 지금 현재의 나에 집중해 보자. 과정을 묵묵히 밟아가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때 마음껏 기뻐하고 행복해하자. 그날을 위해 지금은 걱정하기보다 실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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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안온은 가장 기본적인 것에 있고, 우리는 그 기본만 충족되어도 보다 여유를 느끼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며, 동시에 걱정의 양도 줄여야 한다. 기본은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지만 모두가 만족할 만큼 주어지지는 않기에, 이 부분은 결국 노력으로 채워야 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돌보고 돌아봐야 한다.


기본만 충족되어도 행복의 반은 채워진다. 그 기본을 잘 지키는 것이 곧 삶의 뿌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다.

2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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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행복을 꿈꾼다면서 정작 가까이에 있는 행복은 보지 못한다. 되려 닿지 못할 이상만 꿈꾸고 바라며 현재의 행복은 놓치는 삶을 살고 있다.


우리 삶은 기본만 충족되어도 이미 행복한 삶인데, 그 기본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들은 너무 당연한 것처럼 여기게 되면서 행복의 기본을 깎아먹는다.


먼 이상만 좇을 게 아니라, 삶의 안온을 위해, 안정적인 삶을 위해 매일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들을 한 번쯤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것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실상 이것들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어떤 불행이 찾아오는지는 직접 경험해 본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 삶을 지탱하는 기본을 지키기 위해 오늘부터라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보자. 나의 튼튼한 오늘과 내일과 더 먼 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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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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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무너졌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일상을 되찾는 일이다. 그런데 평소 일상을 엉망으로 살았던 사람들은 일상을 되찾아도 삶을 재건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본을 지키면서 사는 것, 나를 제대로 마주하며 내 삶을 사는 것, 현재에 집중하며 사는 것들을 매일 같이 반복하며 살았던 사람들은 더 빠르고 더 건강하게 다시 삶을 일으킬 수 있다.


걱정과 후회에 젖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과만 그리며 꿈만 꾸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과정을 살아내야 한다. 묵묵히, 그리고 덤덤하게 오늘을 성실히 살아내야 내가 원하는 결과와 이상을 맞이할 수 있다.


살다 보면 걷는 구간, 뛰는 구간, 넘어지는 구간, 쉬는 구간 등 다양한 구간을 만나게 된다. 이런 구간을 매번 무사히 잘 건너가기 위해서는 나의 특성을 제대로 알아야 하고, 또 그런 특성을 위해서는 나를 발견하기 위한 거리와 여백이 필요하다.


이 책에는 이처럼 좋은 날을 위해 오늘 우리가 해야 하는, 우리가 굳건히 지켜내야 하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든 기본을 지키며 살아가다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삶의 과정을 성실하게 한 걸음씩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 우리가 바라던 해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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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사람 - 알츠하이머의 그늘에서
샌디프 자우하르 지음, 서정아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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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의사조차도, 가족의 질병 앞에서는 여느 보호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을 처음 인지하게 된 건 아마도 2004년에 개봉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아닐까 한다. 물론 그전에도 들어보긴 했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을 가지고 있고, 어떤 질병인지를 제대로 알게 된 건 아마도 이 영화에서 손예진 배우가 보여준 증상들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후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진 이 질병은 이제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더불어 '치매'라는 말과 함께 사용되고 있으며, 사람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병 중 하나가 되었다. 오죽하면 '죽음보다 무서운 병'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이 책은 이처럼 사람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알츠하이머'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는데, 읽다 보면 '병 앞에는 장사 없다'라는 말과 '긴 병에 효자 없다'라는 말을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동시에 파킨슨병을 앓았던 어머니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는 책이다.

여기에 더해 의사로서 지식을 통해 이 병을 이해하고, 또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었던 한 의사 아들의 회고록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의사와 과학자, 지식인들이 수두룩하게 많은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긴 병과 소멸되는 기억 앞에서 이들 모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알츠하이머 간병기간 7년, 결고 짧다고도 말할 수 없는 시간 동안 이들이 무엇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게 되었는지 이 책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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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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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렘 자우하르
-저자의 아버지
-나이: 일흔여섯
-인도계 미국인 과학자
-알츠하이머병 투병

■라즈
-저자의 어머니
-파킨슨병 투병

■샌디프 자우하르
-저자 / 심장내과 의사
-나이: 마흔일곱
-아내: 소니아(의사)
-아이들:모한과 피아

■라지브 자우하르
-저자의 친형 / 심장내과 의사
-실용 주의자이며 현실주의자
-아내: 반다나

■수니타 자우하르
-저자의 여동생
-남편: 비니

■하윈더
-상주하고 있는 아버지 간병인

■마크 고든
-아버지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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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들어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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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아버지와 어머니는 형과 내가 사는 롱아일랜드로 거처를 옮겼다. 양친과 물리적으로 가까워진 이후, 나는 아버지의 증상이 평범한 노화와 관련된 인지 기능 변화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결국 형과 나는 둘이 합하면 경력이 40년에 달하는 의사들이었음에도 아버지가 전문의의 진료를 요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심장병에 관한 한, 우리 역시 전문의였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아버지의 문제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 있었다.

존경받는 과학자였음에도 아버지는 약물이(혹은 의사가) 당신의 건강을 지켜줄 거라고는 결코 믿지 않았다.

고든 선생에게 다녀온 2014년의 그 가을로부터 우리 가족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이어지는 몇 해에 걸쳐 우리는 아버지의 상태가 나날이 악화되는 과정을 힘겹게 지켜봐야 했다. 

와중에 나는 독자적인 탐구에 돌입했다. 아버지의 뇌, 그리고 치매에 걸린 다른 환자들의 뇌를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이 책은 그 여정에 관한 이야기다. 아버지와 나의 관계, 특히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병마에 무너져 가던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이 책은 가족 구성원들이 간병인 역할을 맡아야 할 때 생기는 여러 문제점과 동기들 간의 유대, 그 유대를 시험하는 난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에 실린 대화와 논쟁은 사적인 동시에 다분히 보편적이다.

지식이 두터워질수록 나는 아버지의 세계로 더욱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사이의 틈을, 내가 평생을 노력했지만 좀처럼 좁히지 못했던 그 간극을 조금이나마 메울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 길은, 생각건대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험난한 노정이었다.

나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아꼈지만, 동시에 증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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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처음 이상을 감지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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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내가 처음으로 알아차린 건 겨우 넉 달 전 아버지의 은퇴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그 무렵 양친이 거주하던 노스다코타주로 날아갔을 때였다.
(...)
찌는 듯한 7월의 오후 집 앞에 차를 대는데, 잔디밭에 세워진 '매매' 표지판이 곧장 시야에 들어왔다.
(...)
아무리 봐도 팔려고 내놓은 집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양친은 거실에서 나를 맞이했다. 라즈, 그러니까 우리 어머니는 나날이 쇠약해지는 몸을 일으켜 기꺼이 나를 안아주었다. 그 무렵 몇 년째 파킨슨병을 앓아온 어머니는 동작이 어색하고 느릿느릿했다.
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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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이 자라 독립하게 되면 부모의 안부를 묻거나 상태를 점검하는 일에 소홀해지게 된다. 그게 설사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반면, 부모는 자식의 이상함을 금방 감지한다. 이것이 바로 부모와 자식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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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 감퇴를 처음으로 알아차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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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든에게 그간의 일들을 털어놓았다. 우리가 아버지의 기억력 감퇴를 처음으로 알아차린 건 지난 8월, 그러니깐 석 달 전 아버지가 롱아일랜드로 이사한 이후였다.
(...)
오래지 않아 그저 건망증이라기엔 심상치 않은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족 모임에서는 툭하면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했다.
(...)
참으로 극적인 변화였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아버지는 당신의 실험실에서 밀 유전학 연구를 전두지휘하던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과학자였는데 말이다. 게다가 미국과학진흥회 회원이기도 했다.
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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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알츠하이머 증상을 아들이 인지했을 때는 이미 어느 정도 진행이 된 상태로 보인다. 이 병의 경우 보통 서서히 점진적으로 진행된다고 하는데, 아들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을 정도라면 이미 알츠하이머라는 기차에 올라탄 뒤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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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를 처음 인지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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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모시고 신경과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어머니였다.
(...)
9월의 그 저녁 집에서 내 부축을 받으며 계단을 오르던 어머니는, 그 동안 우리 모두가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던 질문을 마침내 내 귀에 속삭였다. "너희 아버지, 알츠하이머병 아닐까?"
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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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처음부터 끝까지 늘 함께 있었기에 어쩌면 어머니는 아버지의 기억에 문제가 있음을 단번에 캐치했는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아무도 내뱉을 수 없었던 말을 어머니는 가장 먼저 꺼내들며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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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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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기억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기억은 뇌에서 어떤 식으로 부호화 되고, 치매에 걸리면 무엇 때문에 이것이 황폐해지는 것일까?

이건 내게 단순히 학문적인 질문에 그치지 않았다. 의사로서, 또한 아버지의 아들로서 나는 뇌의 퇴화에 대해 과학적으로 파헤침으로써 그러한 의문들을 어느 정도 해소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 바라건대 아버지의 상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그분이 현재 몇 년 후에 겪을 법한 일은 무엇인지를 얼마간 헤아릴 수 있을 터였다.

동시에 나는 아버지의 기억상실을 직시하는 것이, 소중한 사람의 달라진 인격을 마주했을 때 우리가 정서적으로 또 실질적으로 경험하는 딜레마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믿었다. 나는 사안을 광범위하게 살펴보기로 했다. 지식이 내게 상황을 더 깊이 꿰뚫어 보는 통찰력에 더해 공감 능력까지 가져다줄 거라고 믿었다.
(...)
그러므로 아버지의 상태에 관한 과학적 지식과 역사적 지식을 축적하는 일은 아버지의 욕구를 파악하는 동시에 나 스스로를 더욱 세심히 돌보기 위한 일이기도 했다.
56~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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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전공분야는 아니었지만, 저자는 의사라는 직업에 따라 과학적 지식을 통해 정보를 모으는 동시에, 정서적 실질적인 딜레마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저자는 덕분에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언급하는데, 내가 느끼기에 이것은 아버지를 위한다기 보다 자기 자신을 위함이 더 컸다.

뇌라는 구조와 질병이 어떤 증상과 상황을 만드는지를 머리로 이해하고, 어떤 결정에 있어 자기 합리화를 위해 이 모든 지식이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계속 죄책감으로 남았던 부분들을 수용하고 결정 내리게 만든 것은 물론, 자기 면피 혹은 최선을 다했다는 자기 위로, 당위성의 근거로 활용되면서 결론적으로 이 모든 것들은 저자 자신을 위한 공부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실적이고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형과는 다르게 계속 감정에 기대에 과거의 아버지와 현재의 아버지 사이에서 갈등하던 저자는 그렇게 마지막 결정을 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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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 진행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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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아일랜드 도착했을 때 양친의 건강은 내가 파고에 가서 뵈었던 한 달 전에 비해서도 당혹스러울 만큼 악화되어 있었음 신경이 과민했고 건망증이 심했다. 어머니는 부축이나 장비의 도움 없이는 걸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그런 자잘한 착오가 은퇴와 이사, 익숙한 일상의 상실로 인한 스트레스의 결과라고 믿었다. 상황이 곧 나아질 거라고, 새 집이 더 편안해지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면 자연히 해결될 문제라고, 나는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마흔아홉 해 동안 어머니와 아버지는 거의 모든 일을 함께 했다. 또 그래서인지 마치 당연한 수순처럼 어머니도 상태가 갈수록 나빠졌다. 어머니의 건강이 악화되자 자연스레 아버지의 삶도 팍팍해졌다.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 진단!
경도인지장애는 인지 기능이 동년배의 표준에는 못 미치지만 진성 치매로 분류될 만큼 심각하지도 않다는 뜻이다. 

비록 일부 정신적 영역에서, 특히 기억력과 관련해 몇 가지 눈에 띄는 결함이 발견되긴 했지만, 아버지는 만나는 사람들이 이상을 쉽게 감지할 정도로 지력이 떨어진 상태는 아니었다. 이를테면 운전과 같이 비교적 복잡한 활동은 이제 혼자 힘으로 수행할 수 없는 상태였다.

경도인지장애의 발생 빈도는 노인 다섯 명당 한 명꼴이었다. 경도인지장애가 본격적 치매로 진행되는 비율은 20퍼센트 혹은 그 이상이라고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교우관계를 유지하거나 사회적 합의를 존중하거나 역사를 공유하는 이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능력을 상실하면서, 아버지는 바깥 세계에서 흡사 투명 인간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다.


●불행히도, 다툼은 그날로 끝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장애가 악화될수록 다툼은 심해져 갔다.

때로는 달래고, 때로는 언성을 높이고, 때로는 보호시설로 보내겠다고 을러가며, 우리는 아버지를 지속적으로 회유했다. 그러나 헛수고였다. 아버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고, 감정 폭발을 제어하지도 못했다.

고로 우리는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채 하윈더와 해결책을 의논했다. 결국 하윈더는 위험수당 형식으로 주간 보너스를 받는 데 동의해 주었다.

한편으로는, 절박하기도 했다. 하윈더가 입주 간병인으로 일해준 덕분에, 우리는 각자의 직장과 가정에 충실할 수 있었다. 더욱이 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지 않으려면 하윈더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

흡사 회전목마처럼, 우리의 대화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빈번히 같은 지점으로 되돌아왔다. 의사로서 나는 그런 내 노력이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로서 나는, 아버지를 이해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차마 버릴 수 없었다.

아버지는 당신이 나쁜 행동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단 한번도 일정하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문제 행동의 심각성을 일깨우려 해도 아버지는 무감하고 냉담하고 무심하고 심드렁한 태도로 일관할 뿐이었다.

아버지의 그런 태도가 뇌 질환에서 비롯된 결과일 공산이 크다는 사실을, 나는 그해 가을 세인트루이스를 방문한 후에야 비로소 알아차렸다.

세인트루이스에서 나는 워싱턴대학 의과대학의 젊은 신경학자 그레고리 데이 선생을 만났다. 그는 찰스 F. 앤드 조앤 나이트 알츠하이머병 연구센터의 부센터장이었다.


●2020년에서 2021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이 되자, 아버지는 하루에 거의 열여섯 시간을 방에서 지내며 사실상 침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라지브 형과 나는 갈수록 더 많은 시간을 그 집에서 보내기 시작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그나마 남아 있던 부분까지 급속도로 붕괴되어갔다.

겨울이 되자 아버지는 러닝머신마저 사용하지 못할 만큼 쇠약해졌다. 결국 그 겨울, 러닝머신은 겨울잠에 들어갔다.

조력 없이는 걸을 수 없는 상태였기에 배회벽은 결국 사그라들었고 아버지는 배회하려는 욕구조차 더는 느끼지 않았다. 분노 역시 진정되었다.

알츠하이머 재단의 지지집단 모임에서 나는 그러한 수동성이 치매의 마지막 단계에 흔히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의 세계가 축소되면서 아버지의 욕구도, 시야도, 가치 있는 존재에 대한 기대치도 축소되었다. 아버지가 당신의 제한된 삶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는 내가 감히 판단할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아버지는 나를 비롯해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알아보았고, 어쩌면 중요한 건 그게 전부인지도 모를 일이다.


●금요일 아침, 아버지는 끝내 숨을 거두었다.


***

아들의 입장에서 서술되어서일까? 어떻게 보면 굉장히 냉정하게 보이는 장면들도 눈에 띈다. 알츠하이머병을 이해하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감정적으로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모습도 여럿 발견된다.

그래서인지 어떤 면에서는 실용주의자인 형보다도 더 저자가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모습도 많이 보인다. 아버지의 병으로 인해 오히려 자신 안의 또 다른 자아와 싸우고 있는 모습이 보여 안타까우면서도 병 앞에서는 직업이나 경제적 상황과 상관없이 모두 똑같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마 부모나 가족들의 간병을 하고 있는 보호자들의 모습 또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병 그 자체보다 내면의 나와 싸우느라 더 지치고 피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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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vs 알츠하이머병 자기 인식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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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기저핵이라는 뇌의 운동 제어 영역에서 시작되었다가 피질 영역으로 퍼져나간다. 그리고 '병이 어디로 번져 가느냐에 따라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후군의 윤곽이 결정'된다.

짐작건대, 어머니의 뇌에서는 전두엽과 두정엽이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장애 범위가 확대되는 와중에도 어머니는 당신의 장애를 한 발짝 뒤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알츠하이머병
주로 전두엽과 두정엽의 손상을 유발한다. 그러한 손상이 보통은 후기에만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발병 초기에 환자들은 자신의 질병을 인식한 상태에서 기억력 감퇴에 대해 불평하거나 농담을 던질 수도 있다. 심지어 스스로의 결함을 가족들보다 더 확실히 자각할 여지도 충분하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 중기-통상 진단 후 2년에서 5년사이-에 접어들면 대개는 질병 및 자기 인식 능력이 약해지기 시작한다. 가령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여전히 인지하면서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지에 대해서는 자각하지 못하는 식이다.


***

저자의 어머니는 파킨슨병이 심해지는 와중에도 자기인식은 뚜렷이 하고 있었다. 그래서 생명이 희미하게 꺼져가는 와중에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일상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반면, 아버지의 알츠하이머병은 병이 심해질수록 점점 자신을 잃고, 기억을 잃고, 존재 자체를 잃어가게 된다. 마침내는 아들까지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서 자신이 현재 어디에 있고, 무얼 하고 있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전혀 자각하지 못한다.

때문에 보호자들에게도 끔찍한 병으로 불리는 것이 아닐까? 아버지를 간병했던 간병인과 저자의 가족들이 겪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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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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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은 어머니가 평소 즐기던 삶을 앗아갔다. 아이들을 훌륭하게 기르고 집안을 살뜰하게 돌보는, 늘 힘에 부쳤지만 온전했던 그 삶을 송두리째 거둬가버렸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어머니는 결코 '왜 하필 나인가?'라고 묻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왜 하필 어머니인가?'라는 물음을 늘 입에 달고 살았다.
(...)
2016년 초봄의 어느 날 실용주의자인 형은 어머니가 별안간에 돌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14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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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에서는 두 가지 쟁점이 눈에 확 들어왔다.

첫 번째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당사자인 어머니는 전혀 원망의 마음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자식들은 원망과 물음을 늘 입에 달고 살았다는 점이다.

병마저도 끌어안고 받아들이는 어머니의 태도에서 삶을 어떻게 포용하고 수용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했다.

두 번째는,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며 어느 날 형은 돌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는 장면에서 '역시 자식은 자식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부모님들은 자식이 아무리 큰 병을 앓고 있어도 끝까지 내 자식을 지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한다. 하지만 자식들은 다르다. 어느 순간 탁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 원망하는 마음을 키워간다.

그런 마음을 꼭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근본적으로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과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하늘과 땅 차이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토록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이야기 하나보다.


-----
형수 반다나와 이야기하던 어머니는 친목에 소비할 에너지가 더는 남아 있지 않은 사람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무뚝뚝하고 담담한 어조로, 끝이 가까워졌다는 말을 꺼냈다.
(...)
다년간 의사로 일한 경험 덕분에 나는 적지 않은 환자가 죽음이 가까워졌을 때를 육감으로 인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하지만 그날 밤 나는 어머니의 예감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
그로부터 3주쯤 지나, 어머니는 영면에 들었다.
146~14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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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미 수많은 환자를 보며 환자들이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 육감적으로 인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것을 자신의 어머니에게는 적용하지 못했다.

때문에 어쩌면 저자는 많은 것을 놓쳤을지도 모른다. 이럴 때 보면 의사라는 직업도 가족 앞에서는 별 소용이 없는듯하다.

환자들에게는 예리하게 작용하는 촉이, 정작 자신의 어머니에게는 작용하지 않으니 말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그 예감으로 인해 아들인 저자는 어떤 것을 놓치고 또 잃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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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 일하는 동안 나는 심지어 선의에서 비롯된 온정주의도 얼마든지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우리가 누구든, 의사든 자식이든 간병인이든,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를 멋대로 결정할 권한은 우리에게 없다.
1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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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한부 판정이 내려지는 순간, 당사자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어떤 경우, 이를 당사자에게는 숨기고 쉬쉬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멋대로 숨기고 결정을 유보할 권한은 누구에게도 없다고 말한다.

나의 죽음을 결정지을 수 있는 존엄, 그리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도 의사나 보호자는 반드시 당사자에게 이를 고지해야 한다.

온정주의를 위해서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는 달리 말하면 누군가의 기회를 앗아가는 해로운 일일 수도 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
일단 치매가 발병한 뒤에는, 열차가 이미 역을 떠났고, 속도를 늦출 수도 없다고 봐야죠. 누구든 그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이거나 돈을 노리는 사기꾼입니다.

이 말이 내게는 이상하게도 위안이 되었다.
(...)
한데 데이의 발언은 효과적인 요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내게 일깨워 주었다. 
220~2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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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녀 중 끝까지 반대하고 또 반대했던 인물이 바로 저자다. 그래서 수면 위에서 볼 때는 가장 부모를 아끼고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밑바닥에는 죄책감 혹은 타인의 비난 등에 가장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저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오히려 거침없이 요양원을 알아보자고 말하는 막냇동생 수니타나 아니면 아버지의 유언대로 연명치료를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형 라지브가 어쩌면 더 솔직한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여기저기서 모은 과학지식과 실경험들을 통해 자기 안의 감정을 추스르는 것은 물론, 자기 위로와 위안을 얻는다.

결코 드러낼 수 없었던 자기감정을 그렇게 하나씩 채워가며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설득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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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있어 질병을 인식하는 능력의 상실은 사실상 방어기제나 다름없었다. 어찌 보면 그 병이 병든 아버지를 보호하고 있었던 셈이다.

위안이 되는 사실들은 또 있었다. 우리는 결코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 거짓말을 함으로써 아버지의 불안을 다소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
말다툼 같은 건 대부분 돌아서면 잊어버렸다. 아버지는 어떤 일을 부인하거나 그것에 대해 질책할지언정 그 일을 오랫동안 마음에 두진 않았다. 단기기억이랄 게 거의 없다 보니 아버지는 인생을 일종의 환각 상태에서 살고 있었다. 몇 분 내로, 때로는 더 빠르게 아버지의 기분은 격노에서 체념을 지나 기쁨 비슷한 것으로, 혹은 적어도 익살이나 장난기-그것도 내가 자라는 동안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유의 장난기-로 바뀔 수 있었다.
(...)
아버지는 순전히 현재 속에서 살고 있었다. 비록 그것이 당신의 병이 빚어낸 결과일지라도. 아버지의 망각 능력은 저주인 동시에 축복이었다.
230~2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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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던 초창기에는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어쩌면 더 괴로웠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병이 더 진행될수록 당사자는 점점 더 편안해진다.

기억이 점차 빠르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기분이 빠르게 변화하고 현재만 존재하게 되면서, 보호자는 점점 괴로워지지만 당사자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

때문에 망각이 저주인 동시에 축복이라 말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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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궁금해진다. 그 시절 아는 왜 그토록 끊임없이 아버지와 언쟁을 벌였던 걸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상당 부분 존경심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아버지의 행동이 불합리하고 무의미하게 보일 때조차 아버지가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또한 그러므로 합리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고 믿고 싶었다.

당연히 이는 부인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었다. 비록 의료 전문가로서의 나는 당시에 일어나는 일들을 명확히 이해했지만, 아들로서의 나는 아버지가 얼마간 통찰력을 되찾거나 병세에서 회복되리라는 희망을 좀처럼 놓을 수 없었다. 정신 질환자의 가족이 대개 그렇듯, 나 역시 합리적 논쟁 외에는 달리 소통할 방법을 도무지 떠올리지 못했다.
29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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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다시 합리적으로 행동할 거라고, 곧 그렇게 되리라고 믿고 싶었던 저자의 마음이 그토록 아버지와 언쟁을 벌이게 만든 원인이었다고 말하는 저자.

어쩌면 자신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있던 존경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더 현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토록 형제들과 대립하며 반대하고, 아버지와 말다툼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
"내가 정말, 정말...... 미안하구나."
"사과를 받아들입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아버지의 얼굴이 편안해졌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고맙구나, 버부."

(...)

"사랑한다. 산자." 아버지는 이렇게 속삭였다. 살면서 아버지에게 그런 말을 들은 건, 내 기억으로 그때가 처음이었다.
"저도 사랑해요."
(...)
"한동안 여기 와서 나랑 지내볼래?"
"좋죠." 나는 반사적으로 말했다. "지금은 가야 하지만, 조만간 다시 올게요."
"그래도 되겠니? 내가 정말, 정말...." 아버지는 다음 낱말을 떠올리려 안간힘을 썼다. "미안하구나. 넌 내 가족이야."
(...)
문득 이번 겨울이 아버지의 마지막 겨울이 되리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309~3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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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불현듯 평생 하지 않았던 말을 아들에게 전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라고.

때문에 아들은 어머니 때는 놓쳤던 마지막을 아버지 때에는 인지하게 된다. 기억을 잃어가는 마지막 순간에 남기고 싶었던 말을 아버지는 간신히 떠올리며 그렇게 전한다.

어쩐지 짠하면서 아들로서는 평생 기억에 남을법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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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질환이 발병했을 가능성은 있어요. 하지만 요로감염증도 따지고 보면 말기 치매의 합병증이에요." 재스민은 천천히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나는 잠시 그의 이야기를 곱씹어 보았다. 그때껏 나는 아버지의 급격한 쇠락이 근 일곱 해 동안 우리를 괴롭혀온 질병과는 어째서인지 무관하다고 여겨온 터였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일찍이 받아들인 질병의 결과라는 간호사의 설명은, 돌연 치료의 중단이 내게 더 합리적인 결정으로 비치게 만들었다.

3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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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위로, 자기 결정의 또 다른 순간이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저자는 합리적 시선으로 아버지의 병을 바라보지 못한다. 어쩌면 가족에게 일어난 일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아버지가 겪고 있는 증상을 치매와는 별개로 생각한다. 그래서 끝까지 고칠 수 있다, 나아질 수 있다고 우긴다. 그래서 수액을 달고 피검사를 요청한다.

하지만 마침내 마지막을 도와주러 온 간호사의 설명에 저자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다른 선택지도 있음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줄곧 한쪽방향으로만 추가 기울어져 있었다. 다른 방향성이나 선택지에 대해서는 줄곧 회피해 왔다. 하지만 차근차근 이야기해주는 간호사로 인해 서서히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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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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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기억이 사라진 후를 시작으로 다시 인생을 만들며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우리 삶에서 기억이 가져다주는 가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존재, 자아, 연결, 관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범주와 시점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적당하다 말할 수 있을까?
◎가족이 겪고 있는 병보다 내 감정에 더 사로잡히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한부 판정을 받는 당사자에게 진실을 말해주는 시점은 언제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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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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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앓고 있는 알츠하이머라는 병을 중심으로 회고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어떤 병이든 가족 중에 큰 병을 앓고 있는 이가 있고, 또 가족들이 돌아가며 간호하는 상황을 맞닥트리게 되면 상상이상으로 힘든 현실을 감내해야 한다.

매 순간 일상은 침범당하고, 제때 잠을 자거나 먹는 것조차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타인의 우려 섞인 시선과 경제적인 부담까지 가중되면 보호자는 피로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책에서 언급되는 몇몇 불편한 부분들이 어떻게 보면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나 현실적으로는 매우 합당한 이야기다. 그리고 저자가 겪은 일련의 심적 고통과 고민들 또한 마찬가지다.

위에서는 다소 비판적인 어투로 이야기했으나, 사실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저자와 같은 내적 갈등을 겪고 있으며, 어떤 대단한 직업을 갖고 있다 해도 대상자가 나의 가족이 되는 순간 객관적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알고 있는 것은 모두 부스러지고, 일반 범주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결국 내 가족은 다를 것이라며 자꾸 특수한 경우에 끼워 맞추게 되고 결국 감정은 더 격양된다.

때문에 환자와 자꾸 갈등을 빚게 되고, 여기에 더해 나 자신과도 싸워야 하는 상황에 도래하면서 평온한 상태가 지속되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진짜 소중하게 보내야 할 시간을 헛되게 보내게 되고 결국 그렇게 허무하게 마무리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부모님 두 분이 동시에 큰 병을 앓는 상황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갔을 것이다. 특히 아버지의 경우 앞서 과학자의 길을 걸으며 아들에게 있어서는 존경의 인물이자 감히 넘을 수 없는 사람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기억을 잃고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은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자기 암시를 걸며 새로 나타나는 증상들에 대해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계속 치매와 연관 짓지 않으려 무의식적으로 노력했을 것이다. 내가 알던 사람을 지속적으로 기억하며 그 모습 그대로 있기를 소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뇌에 대한 과학지식과 알츠하이머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점차 현실감각을 되찾게 되었을 것이고, 그렇게 마지막 순간에는 형과 동생의 결정에 따르게 되었을 것이다.

죽음 앞에 모두는 평등하다. 그리고 그 누구도 죽음은 거스를 수 없다. 더불어 인간의 존엄성은 지켜져야 한다. 그렇기에 당사자가 생전 바라던 죽음의 형태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삶을 존중해 주었듯, 죽음 또한 존중이 필요한 것이다.

7년의 간병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결론적으로는 아버지는 자신이 원하던 방식대로 존중받으며 죽음을 맞았다.

이 책을 읽을 때 기억을 잃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달라지는 여러 가지(존재, 관계, 삶 등) 부분들을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병을(어떤 병이든) 대하는 자세,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태도도 함께 고려해 보면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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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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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 보게 했던 책!"


누군가 나에게 이 책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경이로웠노라고!' 더불어 꼭 읽어보라고, 비밀의 문이 열리는 순간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 책은 잠시의 틈을 활용해 읽으려 펼쳐든 책으로, 실상 이 생각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왜냐하면 읽기 시작한 순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그대로 끝까지 완주해버렸기 때문이다.

수많은 곁가지의 비밀을 떨쳐내고 진짜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서 독자는 그저 저자의 손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때로 눈앞에 펼쳐지는 눈부신 빛에 정신을 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서 멈춰 서서는 안 된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빛 너머의 또 다른 비밀을 찾아 떠나야만 한다.


총 1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실제 현존하는 이야기에 약간의 허구를 더해 만들어진 팩션으로, 빛과 기억을 주 재료로 설계되었다.

자료 조사와 집필에만 8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그만큼 수많은 비밀장치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한순간에 꿈과 모험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폐허처럼 보였던 요양병원의 공간은 빛이 스며드는 순간 마치 누군가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빛의 향연이 펼쳐지고, 덕분에 주인공은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비밀을 하나 둘 파헤치게 된다.

또 보상으로 받은 시테섬의 집에서는 따뜻한 기억과 추억들이 먼지 속에서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한다. 차마 말로 전하지 못했던 사랑의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독자가 접근할 수 있는 이야기의 끝에 다다르게 되면 문득 집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그저 잠만 자는 공간, 잠시 머무르는 공간, 소유의 목적으로 인식되던 공간에 새로운 의미가 스며들기 시작한다.

기억 속에 저장된 어릴 적 집, 그리고 공간을 거쳐 지금 머무르는 집에 새로운 필터가 씌워진다. 이 공간 안에서 울고 웃으며 쌓은 추억들이 다시금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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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들어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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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이자 작가인 저자는 프랑스에 있을 당시 길을 지나다가 문득 아름다운 집을 볼 때면 그 집의 우편함에 편지를 적어 넣곤 했다.

그러다 간혹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집에 초대를 받았고, 그 집에 숨어 있는 신비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렇게 오랜 시간 수많은 파리의 저택에 발길이 닿았고 그 이야기가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저자는 8년 동안 조사해 온 거의 모든 집의 이야기를 책 속에 넣었고 그 이야기를 하나로 재구성했다. 그리고 책 속에 많은 비밀을 넣어두었다. 파리에서 인터뷰에 응해주셨던 분이라면 금방 알아볼 수 있는 그들만의 비밀, 저자로서 독자에게 보내는 수수께끼까지.

각 챕터마다 작가가 직접 그려 넣은 그림에도 역시 비밀이 숨어 있는데, 집의 이야기를, 집의 기억을 전해준 사람들에게 전하는 마음의 표시였던 것이다.

그분들이 소중한 '기억'을 그들만 알 수 있는 표식으로 그렸기 때문에,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분들이라면 그림을 보고 그 챕터가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챕터가 시작되는 지점마다 각기 다른 모양으로 자리하고 있는 대문이 그 해답이 아닐까 한다. 아마도 이야기를 들려준 분들의 집 대문이 아닐까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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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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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 클레제
-건축가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어 말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동산에 의뢰해둠
-한 달이 지난 후 부동산으로부터 파리의 중심부에 있는 시테섬에 가격과 조건이 맞는 곳이 있다는 연락을 받게 됨(5만 유로)
-이때부터 집을 얻기 위한 모험과 테스트가 시작됨

■피터 왈처
-현재 왈처요양병원에서 요양 중
-아버지의 숨겨진 비밀을 풀어달라는 요청을 한 의뢰자이자 시테섬의 집 주인

■크리스티나 도브르
-왈처요양병원 원장
-보통 크리스 부인이라고 부름

■프랑스와 왈처
-피터의 아버지
-건축가
-40년 전 사망
-왈츠요양병원을 설계하고 디자인한 건축가

■아나톨 가르니아
-의문의 여성
-종탑 근처 그녀의 무덤이 발견됨
-그녀의 일기장이 숨겨진 도서관에서 발견됨

■이자벨 파이에
-집주인 피터 왈처 씨의 대리인

■알랑 펠리시에
-부동산 중개인

■뱅상
-스위스 루체른에서 빵 배달 일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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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와 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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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의 비밀
-왈처요양병원은 일 년에 단 한 번 4월 15일에 비밀이 열린다.
-두 일기의 시작일
-왈처요양병원 온실의 이름: 잠들어 있는 보석

●왜 당신이어야 하는가?
-등장인물들의 주요 직업이 건축가
-집과 관련되어 있음
-저택의 숨은 매력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


*종탑 주변의 무덤들(프랑스와 왈처/아나톨 가르니아)
*병원 건물 구석구석
*종탑
*당신의 방에서..... 바라본다.
*5층 복도 끝방(=왈처씨 부인의 방): 침대가 없음
*3층 열쇠 구멍이 없던 비밀의 공간=창문이 없는 공간=숨겨진 도서관
*바니시 칠이 책에 눌린 자국이 있는 나무 책상
*필사책과 알 수 없는 2권의 일기장
*피터 씨의 목에 걸려 있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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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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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일을 하고 있지만 늘상 남들을 위해서만 집을 지어주던 뤼미에르는 어느 순간부터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위한 공간을 스스로 고치고 싶어 5만 유로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부동산에 매매를 의뢰한다.

그리고 어느 날 부동산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게 되는데,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시테섬에 가격과 조건이 맞는 집이 있다며 긴급 연락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 전화로 인해 뤼미에르는 삶이 통째로 바뀌게 된다.

집과의 첫 대면은 어딘가 이상한 점이 많았는데, 첫째 매수인이 건축가라는 조건을 붙인 것, 둘째 아무리 방치된 오래된 집일지라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내놓은 점, 셋째 계단 난관의 오른쪽과 왼쪽의 높이가 다른 점이었다.

집주인인 피터 왈처는 대리인인 이자벨을 통해 뤼미에르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게 되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무엇이고, 이 집이 마음에 드는지.
*두번째, 이 집을 산다면 집을 어떻게 할 건지, 수리는?
*세번째, 집이란 무엇인가?

이 모든 질문에 만족스러운 답변을 듣게 된 대리인 이자벨은 그를 피터 씨가 있는 요양원으로 초대하게 되고 이 또한 매매 조건 중 하나였다.

사실 시테섬에 있는 이 집은 피터 씨의 아버님이 살던 집으로 피터 씨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겨 있는 소중한 집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집을 관리해 줄 사람이 없어서 방치되고 있는 중으로, 피터 씨는 몸이 아파 계속 요양원에 머물고 있었다.

피터 씨는 이 아끼는 집을 잘 가꿔줄 사람을 찾고 있는 중으로, 판매 가격보다 더 중요한 조건이 이 집을 얼마큼 잘 이해하고 가꿀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이런 내용을 듣게 된 뤼미에르는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서명에 사인한 후 마침내 집주인인 피터 씨를 만나러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왈처요양병원으로 가게 된다.

이런 사정을 듣게 된 뤼미에르는 어느새 집을 보러 온 사람이 아니라, 그 집에 살던 집 주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게 된다.

며칠 후 집주인으로부터 기차 티켓과 경비를 받은 뤼미에르는 불현듯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밤기차를 타고 스위스 루체른으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기차 안에서 잠이 드는데 꿈속에서 어떤 남자를 만나게 된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도착지점 역이었고 막 출발하던 참이라 급하게 뛰어내려 역 맞은편 카페에서 요기를 하고 그곳에서 빵을 배달하는 뱅상 씨의 차를 얻어타고 왈처요양병원으로 가게 된다.

가는 길은 매우 험해서 아무나 자주 오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는데, 가는 길에 뱅상 씨는 왈처요양병원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곳은 최고급 시설을 갖춘 요양병원으로 거대한 호텔같이 방이 꾸며져 있으며, 돈이 많이 들어 아무나 갈 수 없는 병원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외로운 부자들의 무덤'이라 불리며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이 주로 머물고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때문에 손님이 찾아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그래서 교통편이 많이 없다며, 오고 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렇게 처음 마주한 병원은 마치 아주 오래된 수도원이나 저택쯤으로 보였는데, 건물 주위로 널브러진 잔해들로 인해 마치 로마의 포로 로마노에서 폐허가 된 유적을 접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뤼미에르는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문지방을 넘는 순간 바닥이 잔디밭으로 되어 있어 실내로 들어섰지만 다시 바깥인 느낌을 받게 된다.

놀라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는데, 위에서는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두려움과 따뜻한 빛줄기 속의 안도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무어라 정의 내릴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요양원은 원장인 크리스 부인이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그녀를 통해 피터 씨와의 면회를 신청하지만 건강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당장 면회가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에 뤼미에르는 돌아가기로 마음먹지만, 때마침 대리인 이자벨 씨가 원장 크리스 부인을 통해 전해 온 전언으로 인해 뤼미에르는 그녀와 통화한 후 더 머물지 말지를 결정하기로 한다.

이자벨 씨는 뤼미에르에게 며칠 더 머물러 주기를 요청했지만 그는 어쩐지 썩 내키지 않는다. 어쩐지 자신을 자꾸 잡아두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화하는 사이 데려다주기로 한 뱅상 씨는 이미 떠난 뒤였고, 차편이 끊겨 오늘은 시내로 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에 하룻밤만 신세를 지기로 하고 요양원에 머물며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이곳저곳 둘러볼수록 건축가로서 이 저택에 대한 호기심이 너무나 커져버려서 탐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고, 그렇게 탐방하면서 이상한 점들을 하나 둘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뤼미에르는 점점 더 이 병원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살롱에서는 엄청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그날은 일 년에 단 한 번 비밀이 열린다는 4월 15일이었던 것이다.

이 광경을 목격한 후 뤼미에르는 피터 씨에게 한 통의 서한을 받게 되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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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4월 15일인가?
그리고 왜 당신이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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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는 계속 이 집에서 자의든 타의든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마치 자신만 모르는 무언의 상황들, 그리고 마치 동물원 원숭이를 쳐다보는 듯한 시선 때문에 불쾌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저택에 대한 호기심이 자존심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지면서 이 병원을 떠나지 못하게 되었고, 더불어 이 집의 건축가에 대한 호기심도 더해지면서 이 집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해 테스트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원장은 면회가 가능해질 때 그 문제에 대한 답을 피터 씨께 주면 된다는 말을 전했고 이에 뤼미에르는 서한의 답을 찾기 위해 며칠 더 머물며 병원 곳곳을 더 광범위하게 돌아보기로 한다.

한편 뤼미에르는 자는 동안 꿈을 통해 어떤 남자를 계속 만나게 되는데, 그는 뤼미에르에게 계속 어떤 힌트를 주고 있었다.

노인의 모습은 흰색 와이셔츠, 흰색 넥타이, 흰색 정장 거기에 흰색 수염, 흰머리, 금색 안경, 기품 있는 노인의 모습이었는데, 오른쪽 얼굴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흉터 자극이 있었다.

병원 곳곳을 둘러보면 숨겨진 힌트를 하나 둘 얻어 가던 뤼미에르는 마침내 피터 씨가 의식을 차렸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지금까지 그가 얻은 비밀의 조각들은 풀어놓게 된다.

피터 씨는 눈이 먼 상태라 앞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뤼미에르는 읽거나 자세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그에게 내용을 전해야만 했다.

여러 비밀장치와 비밀의 공간, 무언의 조각들을 통해 얻은 두 개의 일기를 발견했고, 이에 적힌 내용을 듣던 중 피터 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긴 비밀이 모르는 여인과 아버지의 로맨스 이야기라 오해하게 되면서 끝까지 듣기를 거부하고 이에 피터 씨의 의뢰는 자연스레 종료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3일간 머무르던 병원을 떠나게 되는데, 그날 아침 원장의 방에서 우연히 그동안 자신의 꿈에 나오던 백발의 노인이 프랑스와였음을 알게 된다. 다소 놀랍기는 했지만 이미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뤼미에르는 크리스 부인이 건네는 두 개의 서한과 두 개의 일기를 가지고 다시 파리로 돌아가게 된다.

크리스 부인이 준 두 개의 서한 중 한 장은 프랑스와 왈처가 부인에게 남긴 편지였고 또 하나는 피터 씨가 뤼미에르에게 전한 편지였는데, 프랑스와가 남긴 편지는 당장 읽지 않고 안주머니에 넣어두었고, 피터 씨가 남긴 편지에는 돈과 감사의 내용이 적혀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피터 씨는 시테섬의 집도 뤼미에르에게 대가 없이 그냥 주기로 하면서 뤼미에르는 마침내 바라던 파리 중심가에 내 집을 갖게 된다.

집을 손보기 전 그는 먼저 집 구석구석을 살펴봤고 그러던 중 새로운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호기심과 프랑스와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가면서 뤼미에르는 새로 고칠지 아니면 그의 생각을 온전히 지킬지 고민하다가 결국 전 주인인 프랑스와의 흔적과 역사를 간직해 주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 또한 흔적을 남겨 다음 사람에게 전해주기로 결정하면서 프랑스와의 일기와 아나톨의 일기를 다시 처음부터 꼼꼼히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이들의 숨겨진 인연과 사연을 알게 된다.

같은 날짜(1921년 4월 15일)에 시작되는 일기는 다른 형태를 띠고 있었는데, 프랑스와는 앞으로, 아나톨은 과거로 흘러가고 있었다.

수수께끼 같고, 미스터리한 일기 내용을 통해 뤼미에르는 집에 숨겨진 여러 장치와 비밀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되살려보기 위해 하나씩 흔적을 되새겨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크리스 부인이 건네준 또 다른 편지(프랑스와가 크리스 부인에게 남긴 편지)를 읽어보게 된다. 이를 통해 이 저택도 병원처럼 숨겨진 비밀이 있으며, 진짜 중요한 비밀은 병원이 아닌 이 저택에 잠들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프랑스와가 살아있던 시절, 아나톨을 위해 집을 고쳐나갔던 모습들을 떠올리며,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촉각, 후각, 온도, 청각들을 활용한 비밀스러운 장치들을 구현해 내기 시작한다.

일기의 내용이 거듭될수록 비밀은 더 큰 비밀을 품고 있었고, 이에 뤼미에르는 피터 씨에게 알리기 위해 다시 스위스 루체른의 요양원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피터 씨에게 집을 돌려주는 것은 물론 그의 부모가 그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후 갑자기 프랑스와의 집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뤼미에르는 불현듯 그곳을 찾게 된다. 그리고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피터 씨의 가족을 만나게 된다.

더불어 그 후의 이야기들을 전해 듣게 된다. 피터 씨는 뤼미에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그를 초대해 자신의 기억으로만 열 수 있는 다락방에 숨겨진 비밀의 벽 문을 보여준다.

감춰져 있던 벽에는 오래된 글귀가 가득 적혀 있었는데, 아나톨과 프랑스와의 글씨들이었다. 그곳은 그들이 함께 시간을 보냈던 곳으로 사랑이 묻어있는 공간이었으며, 셋의 아픈 시간이 기록된 곳이었다.

피터 씨는 비밀의 문을 통해 아나톨이 죽고 난 후,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프랑스와가 아이에게 어떤 사랑을 주어야 할지 몰라 자신을 친모에게 맡기고 떠났으며, 그렇지만 여전히 자신을 사랑했고,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주기를 바랐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덕분에 자신의 기억 속에 깊이 묻혀 있었던 프랑스와와 아나톨의 깊은 사랑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이 일로 피터 씨는 계속 이 집에 머물며 여전히 프랑스와와 아나톨이 남긴 메시지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여태까지 본 것 이상으로 곳곳에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결국 이 비밀의 핵심 키는 피터 씨의 기억에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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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건축물이 주는 느낌에 대한 표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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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과 달리 약간 어두운 그녀의 집무실은 차갑고 묘한 분위기였다. 병원의 현관에 감도는 따뜻한 분위기와 내부 복도의 차가운 분위기가 동시에 느껴진다는 점이 건축가인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니, 어쩌면 막연한 불안감일지도 모른다. 건물이 주는 느낌은 그 공간 안에 있는 사람의 심적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이 병원을 만든 건축가를 만나서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호기심이 드는 이상한 공간이었다.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지은 것일까.
6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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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하나로 확연히 달라지는 분위기가 결국 그 공간에 머무르는 사람의 심적 변화에 따른 느낌이라니, 어쩐지 신비로우면서 호기심 어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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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바라본 것은 테이블로 향하는 빛기둥이었다. 그 빛기둥은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난 후 빛기둥이 테이블 모서리에 닿자 모두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식사를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6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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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기둥의 이동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곳에 존재하는 혹은 존재할 것만 같은 형상들을 떠올리게 된다. 요즘은 집을 지을 때 건축가나 건축주의 의도에 따라 일부러 빛을 들이려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심한다는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들었는데, 프랑스와 또한 그 모든 것을 계산한 뒤에 만든 공간이 바로 이 살롱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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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처요양병원의 정문은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표정이 없는 사람 같았다. 무섭기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비밀의 여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바깥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잔디가 덮인 바닥을 보면서 그녀의 비밀이 아주 깊은 곳에 있음을 직감했다.
(...)
그녀는 비밀이 많은 미지의 '여인'이었다. 결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프랑스와라는 건축가가 만든 이 '여인'을 샅샅이 알아보고 싶었다.
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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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닌 어떤 물체에서 표정을 발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별히 의도했거나 혹은 특유의 감성을 가지지 않고서는 쉽게 발견할 수 없기에 더 그렇다.

왈처요양병원은 아주 특색 있는 건축물이다. 외관으로 봤을 때는 오래된 수도원의 느낌을 하고 있지만,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곳이다.

또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살롱의 모습과 온실은 어떠한가? 여기에 더해 일 년에 단 한 번만 감상할 수 있는 빛의 향연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층마다 자연으로부터 들려오는 바람 소리와 자연의 소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그래서 왈처요양병원은 비밀이 많은 미지의 '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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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팔관은 뭐죠?"
"그 공간을 통해 자연의 소리를 듣고 향기도 맡을 수 있어요. 그것도 아주 선명하게요.
(...)
자연 속에 숨어 있는 음악을 듣는 거예요. 더불어.... 아침 햇살이 그 틈으로 들어올 때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답니다. 저희 병원에 계신 분들은 모두 그 공간에서 귀를 기울이거나 가만히 바라보세요."
(...)
원장이 하는 소리를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방금 전 몸이 끼어 창피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건축가의 호기심이 곧 발동했다.
8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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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 있는 자연을 그대로 안으로 끌어들이는 건축물이라니, 나 또한 그 장소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상상만으로 도저히 채워지지 않아 더 궁금해지는 나팔관의 모습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만이 온전히 느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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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줄기가 거울에 닿자 순식간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모두의 탄성이 이어졌고, 그중에서도 내가 지른 탄성은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어둡기만 했던 살롱이 갑자기 수많은 빛줄기로 환하게 밝아진 것이다. 벽 쪽 거울에 닿자마자 빛줄기는 반사되어 반대쪽 조금 높은 벽의 거울에 닿았고 그 빛줄기는 다시 반대편 거울에 마지막에는 천장에 닿았다. 어제 보이지 않던 천장은 온통 비스듬한 조각 거울로 이뤄져 있어 어두웠던 공간을 한순간 반사된 빛줄기들로 가득 채워버렸던 것이다.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던 내게 떨어진 것은 수천 갈래의 밝은 빛줄기였다. 순식간에 일어난 빛의 반사로 처음에는 시야를 잃었고 이내 주변은 온통 따뜻함으로 감싸졌다. 마치 포근한 엄마의 품속에 안긴 것처럼.
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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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단 한 번, 그것도 운이 좋아야 관람할 수 있는 빛의 향연은 포근한 엄마의 품속에 안긴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고 이야기한다. 어둡던 살롱이 동시다발적으로 환한 빛줄기를 내뿜으며 여기저기 반사되는 모습은 가히 천상에 있는 느낌을 선사하지 않았을까?

빛과 그림자, 조각상과 거울, 여기저기로 뿌려지는 빛줄기를 나 또한 멍하니 앉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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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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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에게 질문을 건네면서 나는 뜻밖에도 내 안에 남아 있는 순수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를 새롭게 발견하면서 젊은 피가 끓어오르는 건축가로 탈바꿈된 것만 같았다. 묘한 행복감이 나도 모르게 온몸을 휘감았다.
8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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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는 스위스로 오기 전 이미 지쳐있는 상태였다. 자신의 일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한 달간 장기 휴가를 낸 상태였다.

그때 우연히 만난 시테섬의 집과 피터 씨의 비밀 조각들은 뤼미에르로 하여금 다시 건축가로서 영감과 열정을 느끼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계기가 되어준다.

덕분에 앞서 거쳐간 세 명의 건축가들과는 달리, 그는 이 모든 비밀과 건축물들에 매료되어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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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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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에게 수많은 사연이 있듯이 집도 저마다 사연이 있는 법이다. 그 사연을 듣고 보고 느끼고 싶다면 천천히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사이에 집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주고 느끼게 해줄 것이다. 오래된 집은 그만큼 오랜 시간 누군가를 기다려 왔을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느껴줄 사람을... 때론 몇 십 년, 때론 수백 년을 그렇게 기다릴 것이다.
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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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 이야기는 어떤 면에서는 조금 답답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천천히, 느리게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때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사연을 듣고 보고 느끼고 싶다면 천천히 기다려야 한다.

그가, 당신이, 집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보여주고 느끼게 해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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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천장의 찢어진 틈을 감쪽같이 메웠다면 이 집이 겪었던 격동의 과거는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 건물은 과거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고 새로운 삶을 부여받아 지금의 병원으로 되살아났다.
1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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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상처나 부서진 곳을 감쪽같이 메우려고 노력한다. 티가 나지 않도록 덧되고, 비슷한 질감으로 채워 넣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것 또한 티가 나기 마련이다. 어쩌면 건물이나 우리가 안고 있는 상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히려 더 멋스러운 빈티지로 자리 잡을 텐데, 너무 인위적으로 가리려고만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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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세상에서 찾아낸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하늘'이다. 하늘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
다른 하나는 '생각'이다. 사람의 생각은 경계가 없고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와도 같다.
1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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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는 순간, 어쩐지 유니크함과 멋스러움 모두를 지니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을 절대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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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왈처가 재현시킨 폐허였던 중세 수도원과 그 폐허에서 다시 사람이 살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유리와 철골 구조는 시간이 흘러 함께 늙어가는 부모와 자식처럼 느껴졌다. 재질은 전혀 다르지만 예전의 석조 공간과 프랑스와가 지은 유리와 철골 구조가 완벽히 결합했고, 현대 건축가인 내게는 둘 다 완벽한 한 편의 역사로 다가왔다.
(...)
폐허가 된 건물을 이렇게 새롭게 구축하는 방식을 고안한 그에게 깊은 존경심이 들었다. 내게 이 병원은 더 이상 하나의 건축물에 그치지 않았고 보물처럼 느껴졌다. 역사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향기로운 보물 말이다.
128~1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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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에서 '상생'을 떠올려 보게 된다. 전혀 다른 나와 네가 뭉쳐서 어우러지고 함께 잘 살아가는 모습.

건축가였던 프랑스와는 그런 감각이 탁월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완벽한 결합은 미관도 살리고, 안전도 보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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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완벽히 예전의 모습을 지키는 문화재는 박제된 문화재일 뿐이다. 조금씩 변화되면서도 지켜야 할 부분은 지키는 문화재가 지금도 살아 있고 앞으로도 생명력을 보전해 갈 수 있는 존재다. 프랑스와는 이 건물에서 그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1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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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는 수많은 문화재가 있다. 그리고 그 문화재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을 보고 우리는 보통 '보존'이 잘 되어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말은 곧잘 박제되어 있다는 말과도 같다. 다시 말해 죽어있다는 말이다.

살아 숨 쉬는 문화재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변화한다.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에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와 똑같은 형태, 똑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오로지 죽어있는 상태여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 모습 또한 그렇지 않을까? 완벽히 어제와 같은 오늘이 매일 이어진다면 그 사람은 죽어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매일 새로운 생각, 일상을 살아야 비로소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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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그렇다. 잠시 자신의 생을 사는 동안 빌려 쓰는 공간이다.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동시에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2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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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과 미니멀에 대한 영상과 책을 보면서 물건을 소유로 생각하기보다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개념들을 많이 봤는데, 집 또한 그 범주에 넣는 것이 맞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집에 대한 개념이 좀 다르지만, 외국의 경우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 또 다음 세대가 오랫동안 한 집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더 그 개념이 자리 잡혀 있는 듯하다.

그래서 100년 된 집,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집 등과 같은 미담들이 속출한다. 우리나라도 이야기가 담긴 개성 넘치는 집들이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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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 많다. 오래될수록 숙성되어 진가를 발휘하는 와인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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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를 보면, 숙성의 묘미를 많이 잃어버렸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세상에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 꽤 많은데, 진득하게 기다려주는 인내를 잃어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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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가 제게 알려준 것이 있습니다. 건축가가 조금 부족한 공간을 만들면 그곳에 사는 사람이 나머지를 추억과 사랑으로 채운다는 겁니다. 그때 비로소 건축이 완성됩니다. 당신의 부모님이 당신을 위해 그 부족함을 채웠습니다. 이제 피터 씨, 당신 차례입니다. 당신의 흔적을 채워서 당신의 아이들에게 전해줄 차례입니다.
3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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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아름다운 공간도 그곳을 채우는 사람이 없다면 그 공간은 결코 빛을 발할 수 없다. 더불어 공간만으로 완벽하다 말할 수 있는 공간 또한 없다.

그렇기에 공간에는 사람이, 이야기가, 추억이 스며들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우리가 머무르는 공간 또한 마찬가지다. 텅 빈 공간은 많이 부족한 공간일 뿐이다.

지금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공간을 나만의 추억과 사랑, 이야기로 가득 채워보면 어떨까? 그러면 어떤 공간에 있든 완벽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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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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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공간, 빛이 어우러져 멋스러운 책이 탄생했다. 찬란함 속에 스며 있는 온화함과 따스함 덕에 그 어떤 폐허의 공간도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사람이 오랫동안 머물지 않았던 시테섬의 집마저도 먼지 속에 온기가 숨어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나만의 집과 공간을 갖기를 원한다. 그래서 외적인 것에 많이 치중되어 있다. '갖기' 원하기 때문에 정작 내면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갖기'보다 '추억'하고 '채워' 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공간 속에서 내가 어떤 이야기를 심고, 추억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지에 따라 공간이 달라질 수 있음을 느낀다.

앞으로는 보이는 재료에 치중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재료에 더 집중하며 나만의 집을 지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기억의 장소가 집이 될 수 있도록, 집이 기억의 보물창고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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