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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8월
평점 :
"집이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 보게 했던 책!"
누군가 나에게 이 책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경이로웠노라고!' 더불어 꼭 읽어보라고, 비밀의 문이 열리는 순간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 책은 잠시의 틈을 활용해 읽으려 펼쳐든 책으로, 실상 이 생각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왜냐하면 읽기 시작한 순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그대로 끝까지 완주해버렸기 때문이다.
수많은 곁가지의 비밀을 떨쳐내고 진짜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서 독자는 그저 저자의 손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때로 눈앞에 펼쳐지는 눈부신 빛에 정신을 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서 멈춰 서서는 안 된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빛 너머의 또 다른 비밀을 찾아 떠나야만 한다.
총 1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실제 현존하는 이야기에 약간의 허구를 더해 만들어진 팩션으로, 빛과 기억을 주 재료로 설계되었다.
자료 조사와 집필에만 8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그만큼 수많은 비밀장치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한순간에 꿈과 모험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폐허처럼 보였던 요양병원의 공간은 빛이 스며드는 순간 마치 누군가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빛의 향연이 펼쳐지고, 덕분에 주인공은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비밀을 하나 둘 파헤치게 된다.
또 보상으로 받은 시테섬의 집에서는 따뜻한 기억과 추억들이 먼지 속에서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한다. 차마 말로 전하지 못했던 사랑의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독자가 접근할 수 있는 이야기의 끝에 다다르게 되면 문득 집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그저 잠만 자는 공간, 잠시 머무르는 공간, 소유의 목적으로 인식되던 공간에 새로운 의미가 스며들기 시작한다.
기억 속에 저장된 어릴 적 집, 그리고 공간을 거쳐 지금 머무르는 집에 새로운 필터가 씌워진다. 이 공간 안에서 울고 웃으며 쌓은 추억들이 다시금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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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들어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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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이자 작가인 저자는 프랑스에 있을 당시 길을 지나다가 문득 아름다운 집을 볼 때면 그 집의 우편함에 편지를 적어 넣곤 했다.
그러다 간혹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집에 초대를 받았고, 그 집에 숨어 있는 신비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렇게 오랜 시간 수많은 파리의 저택에 발길이 닿았고 그 이야기가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저자는 8년 동안 조사해 온 거의 모든 집의 이야기를 책 속에 넣었고 그 이야기를 하나로 재구성했다. 그리고 책 속에 많은 비밀을 넣어두었다. 파리에서 인터뷰에 응해주셨던 분이라면 금방 알아볼 수 있는 그들만의 비밀, 저자로서 독자에게 보내는 수수께끼까지.
각 챕터마다 작가가 직접 그려 넣은 그림에도 역시 비밀이 숨어 있는데, 집의 이야기를, 집의 기억을 전해준 사람들에게 전하는 마음의 표시였던 것이다.
그분들이 소중한 '기억'을 그들만 알 수 있는 표식으로 그렸기 때문에,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분들이라면 그림을 보고 그 챕터가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챕터가 시작되는 지점마다 각기 다른 모양으로 자리하고 있는 대문이 그 해답이 아닐까 한다. 아마도 이야기를 들려준 분들의 집 대문이 아닐까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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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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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 클레제
-건축가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어 말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동산에 의뢰해둠
-한 달이 지난 후 부동산으로부터 파리의 중심부에 있는 시테섬에 가격과 조건이 맞는 곳이 있다는 연락을 받게 됨(5만 유로)
-이때부터 집을 얻기 위한 모험과 테스트가 시작됨
■피터 왈처
-현재 왈처요양병원에서 요양 중
-아버지의 숨겨진 비밀을 풀어달라는 요청을 한 의뢰자이자 시테섬의 집 주인
■크리스티나 도브르
-왈처요양병원 원장
-보통 크리스 부인이라고 부름
■프랑스와 왈처
-피터의 아버지
-건축가
-40년 전 사망
-왈츠요양병원을 설계하고 디자인한 건축가
■아나톨 가르니아
-의문의 여성
-종탑 근처 그녀의 무덤이 발견됨
-그녀의 일기장이 숨겨진 도서관에서 발견됨
■이자벨 파이에
-집주인 피터 왈처 씨의 대리인
■알랑 펠리시에
-부동산 중개인
■뱅상
-스위스 루체른에서 빵 배달 일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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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와 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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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의 비밀
-왈처요양병원은 일 년에 단 한 번 4월 15일에 비밀이 열린다.
-두 일기의 시작일
-왈처요양병원 온실의 이름: 잠들어 있는 보석
●왜 당신이어야 하는가?
-등장인물들의 주요 직업이 건축가
-집과 관련되어 있음
-저택의 숨은 매력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
*종탑 주변의 무덤들(프랑스와 왈처/아나톨 가르니아)
*병원 건물 구석구석
*종탑
*당신의 방에서..... 바라본다.
*5층 복도 끝방(=왈처씨 부인의 방): 침대가 없음
*3층 열쇠 구멍이 없던 비밀의 공간=창문이 없는 공간=숨겨진 도서관
*바니시 칠이 책에 눌린 자국이 있는 나무 책상
*필사책과 알 수 없는 2권의 일기장
*피터 씨의 목에 걸려 있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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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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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일을 하고 있지만 늘상 남들을 위해서만 집을 지어주던 뤼미에르는 어느 순간부터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위한 공간을 스스로 고치고 싶어 5만 유로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부동산에 매매를 의뢰한다.
그리고 어느 날 부동산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게 되는데,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시테섬에 가격과 조건이 맞는 집이 있다며 긴급 연락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 전화로 인해 뤼미에르는 삶이 통째로 바뀌게 된다.
집과의 첫 대면은 어딘가 이상한 점이 많았는데, 첫째 매수인이 건축가라는 조건을 붙인 것, 둘째 아무리 방치된 오래된 집일지라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내놓은 점, 셋째 계단 난관의 오른쪽과 왼쪽의 높이가 다른 점이었다.
집주인인 피터 왈처는 대리인인 이자벨을 통해 뤼미에르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게 되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무엇이고, 이 집이 마음에 드는지.
*두번째, 이 집을 산다면 집을 어떻게 할 건지, 수리는?
*세번째, 집이란 무엇인가?
이 모든 질문에 만족스러운 답변을 듣게 된 대리인 이자벨은 그를 피터 씨가 있는 요양원으로 초대하게 되고 이 또한 매매 조건 중 하나였다.
사실 시테섬에 있는 이 집은 피터 씨의 아버님이 살던 집으로 피터 씨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겨 있는 소중한 집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집을 관리해 줄 사람이 없어서 방치되고 있는 중으로, 피터 씨는 몸이 아파 계속 요양원에 머물고 있었다.
피터 씨는 이 아끼는 집을 잘 가꿔줄 사람을 찾고 있는 중으로, 판매 가격보다 더 중요한 조건이 이 집을 얼마큼 잘 이해하고 가꿀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이런 내용을 듣게 된 뤼미에르는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서명에 사인한 후 마침내 집주인인 피터 씨를 만나러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왈처요양병원으로 가게 된다.
이런 사정을 듣게 된 뤼미에르는 어느새 집을 보러 온 사람이 아니라, 그 집에 살던 집 주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게 된다.
며칠 후 집주인으로부터 기차 티켓과 경비를 받은 뤼미에르는 불현듯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밤기차를 타고 스위스 루체른으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기차 안에서 잠이 드는데 꿈속에서 어떤 남자를 만나게 된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도착지점 역이었고 막 출발하던 참이라 급하게 뛰어내려 역 맞은편 카페에서 요기를 하고 그곳에서 빵을 배달하는 뱅상 씨의 차를 얻어타고 왈처요양병원으로 가게 된다.
가는 길은 매우 험해서 아무나 자주 오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는데, 가는 길에 뱅상 씨는 왈처요양병원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곳은 최고급 시설을 갖춘 요양병원으로 거대한 호텔같이 방이 꾸며져 있으며, 돈이 많이 들어 아무나 갈 수 없는 병원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외로운 부자들의 무덤'이라 불리며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이 주로 머물고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때문에 손님이 찾아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그래서 교통편이 많이 없다며, 오고 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렇게 처음 마주한 병원은 마치 아주 오래된 수도원이나 저택쯤으로 보였는데, 건물 주위로 널브러진 잔해들로 인해 마치 로마의 포로 로마노에서 폐허가 된 유적을 접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뤼미에르는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문지방을 넘는 순간 바닥이 잔디밭으로 되어 있어 실내로 들어섰지만 다시 바깥인 느낌을 받게 된다.
놀라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는데, 위에서는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두려움과 따뜻한 빛줄기 속의 안도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무어라 정의 내릴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요양원은 원장인 크리스 부인이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그녀를 통해 피터 씨와의 면회를 신청하지만 건강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당장 면회가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에 뤼미에르는 돌아가기로 마음먹지만, 때마침 대리인 이자벨 씨가 원장 크리스 부인을 통해 전해 온 전언으로 인해 뤼미에르는 그녀와 통화한 후 더 머물지 말지를 결정하기로 한다.
이자벨 씨는 뤼미에르에게 며칠 더 머물러 주기를 요청했지만 그는 어쩐지 썩 내키지 않는다. 어쩐지 자신을 자꾸 잡아두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화하는 사이 데려다주기로 한 뱅상 씨는 이미 떠난 뒤였고, 차편이 끊겨 오늘은 시내로 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에 하룻밤만 신세를 지기로 하고 요양원에 머물며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이곳저곳 둘러볼수록 건축가로서 이 저택에 대한 호기심이 너무나 커져버려서 탐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고, 그렇게 탐방하면서 이상한 점들을 하나 둘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뤼미에르는 점점 더 이 병원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살롱에서는 엄청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그날은 일 년에 단 한 번 비밀이 열린다는 4월 15일이었던 것이다.
이 광경을 목격한 후 뤼미에르는 피터 씨에게 한 통의 서한을 받게 되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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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4월 15일인가?
그리고 왜 당신이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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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는 계속 이 집에서 자의든 타의든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마치 자신만 모르는 무언의 상황들, 그리고 마치 동물원 원숭이를 쳐다보는 듯한 시선 때문에 불쾌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저택에 대한 호기심이 자존심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지면서 이 병원을 떠나지 못하게 되었고, 더불어 이 집의 건축가에 대한 호기심도 더해지면서 이 집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해 테스트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원장은 면회가 가능해질 때 그 문제에 대한 답을 피터 씨께 주면 된다는 말을 전했고 이에 뤼미에르는 서한의 답을 찾기 위해 며칠 더 머물며 병원 곳곳을 더 광범위하게 돌아보기로 한다.
한편 뤼미에르는 자는 동안 꿈을 통해 어떤 남자를 계속 만나게 되는데, 그는 뤼미에르에게 계속 어떤 힌트를 주고 있었다.
노인의 모습은 흰색 와이셔츠, 흰색 넥타이, 흰색 정장 거기에 흰색 수염, 흰머리, 금색 안경, 기품 있는 노인의 모습이었는데, 오른쪽 얼굴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흉터 자극이 있었다.
병원 곳곳을 둘러보면 숨겨진 힌트를 하나 둘 얻어 가던 뤼미에르는 마침내 피터 씨가 의식을 차렸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지금까지 그가 얻은 비밀의 조각들은 풀어놓게 된다.
피터 씨는 눈이 먼 상태라 앞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뤼미에르는 읽거나 자세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그에게 내용을 전해야만 했다.
여러 비밀장치와 비밀의 공간, 무언의 조각들을 통해 얻은 두 개의 일기를 발견했고, 이에 적힌 내용을 듣던 중 피터 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긴 비밀이 모르는 여인과 아버지의 로맨스 이야기라 오해하게 되면서 끝까지 듣기를 거부하고 이에 피터 씨의 의뢰는 자연스레 종료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3일간 머무르던 병원을 떠나게 되는데, 그날 아침 원장의 방에서 우연히 그동안 자신의 꿈에 나오던 백발의 노인이 프랑스와였음을 알게 된다. 다소 놀랍기는 했지만 이미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뤼미에르는 크리스 부인이 건네는 두 개의 서한과 두 개의 일기를 가지고 다시 파리로 돌아가게 된다.
크리스 부인이 준 두 개의 서한 중 한 장은 프랑스와 왈처가 부인에게 남긴 편지였고 또 하나는 피터 씨가 뤼미에르에게 전한 편지였는데, 프랑스와가 남긴 편지는 당장 읽지 않고 안주머니에 넣어두었고, 피터 씨가 남긴 편지에는 돈과 감사의 내용이 적혀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피터 씨는 시테섬의 집도 뤼미에르에게 대가 없이 그냥 주기로 하면서 뤼미에르는 마침내 바라던 파리 중심가에 내 집을 갖게 된다.
집을 손보기 전 그는 먼저 집 구석구석을 살펴봤고 그러던 중 새로운 비밀을 발견하게 된다.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호기심과 프랑스와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가면서 뤼미에르는 새로 고칠지 아니면 그의 생각을 온전히 지킬지 고민하다가 결국 전 주인인 프랑스와의 흔적과 역사를 간직해 주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 또한 흔적을 남겨 다음 사람에게 전해주기로 결정하면서 프랑스와의 일기와 아나톨의 일기를 다시 처음부터 꼼꼼히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이들의 숨겨진 인연과 사연을 알게 된다.
같은 날짜(1921년 4월 15일)에 시작되는 일기는 다른 형태를 띠고 있었는데, 프랑스와는 앞으로, 아나톨은 과거로 흘러가고 있었다.
수수께끼 같고, 미스터리한 일기 내용을 통해 뤼미에르는 집에 숨겨진 여러 장치와 비밀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되살려보기 위해 하나씩 흔적을 되새겨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크리스 부인이 건네준 또 다른 편지(프랑스와가 크리스 부인에게 남긴 편지)를 읽어보게 된다. 이를 통해 이 저택도 병원처럼 숨겨진 비밀이 있으며, 진짜 중요한 비밀은 병원이 아닌 이 저택에 잠들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프랑스와가 살아있던 시절, 아나톨을 위해 집을 고쳐나갔던 모습들을 떠올리며,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촉각, 후각, 온도, 청각들을 활용한 비밀스러운 장치들을 구현해 내기 시작한다.
일기의 내용이 거듭될수록 비밀은 더 큰 비밀을 품고 있었고, 이에 뤼미에르는 피터 씨에게 알리기 위해 다시 스위스 루체른의 요양원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피터 씨에게 집을 돌려주는 것은 물론 그의 부모가 그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후 갑자기 프랑스와의 집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뤼미에르는 불현듯 그곳을 찾게 된다. 그리고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피터 씨의 가족을 만나게 된다.
더불어 그 후의 이야기들을 전해 듣게 된다. 피터 씨는 뤼미에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그를 초대해 자신의 기억으로만 열 수 있는 다락방에 숨겨진 비밀의 벽 문을 보여준다.
감춰져 있던 벽에는 오래된 글귀가 가득 적혀 있었는데, 아나톨과 프랑스와의 글씨들이었다. 그곳은 그들이 함께 시간을 보냈던 곳으로 사랑이 묻어있는 공간이었으며, 셋의 아픈 시간이 기록된 곳이었다.
피터 씨는 비밀의 문을 통해 아나톨이 죽고 난 후,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프랑스와가 아이에게 어떤 사랑을 주어야 할지 몰라 자신을 친모에게 맡기고 떠났으며, 그렇지만 여전히 자신을 사랑했고,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주기를 바랐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덕분에 자신의 기억 속에 깊이 묻혀 있었던 프랑스와와 아나톨의 깊은 사랑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이 일로 피터 씨는 계속 이 집에 머물며 여전히 프랑스와와 아나톨이 남긴 메시지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여태까지 본 것 이상으로 곳곳에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결국 이 비밀의 핵심 키는 피터 씨의 기억에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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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건축물이 주는 느낌에 대한 표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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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과 달리 약간 어두운 그녀의 집무실은 차갑고 묘한 분위기였다. 병원의 현관에 감도는 따뜻한 분위기와 내부 복도의 차가운 분위기가 동시에 느껴진다는 점이 건축가인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니, 어쩌면 막연한 불안감일지도 모른다. 건물이 주는 느낌은 그 공간 안에 있는 사람의 심적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이 병원을 만든 건축가를 만나서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호기심이 드는 이상한 공간이었다.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지은 것일까.
6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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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하나로 확연히 달라지는 분위기가 결국 그 공간에 머무르는 사람의 심적 변화에 따른 느낌이라니, 어쩐지 신비로우면서 호기심 어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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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바라본 것은 테이블로 향하는 빛기둥이었다. 그 빛기둥은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난 후 빛기둥이 테이블 모서리에 닿자 모두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식사를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6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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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기둥의 이동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곳에 존재하는 혹은 존재할 것만 같은 형상들을 떠올리게 된다. 요즘은 집을 지을 때 건축가나 건축주의 의도에 따라 일부러 빛을 들이려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심한다는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들었는데, 프랑스와 또한 그 모든 것을 계산한 뒤에 만든 공간이 바로 이 살롱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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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처요양병원의 정문은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표정이 없는 사람 같았다. 무섭기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비밀의 여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바깥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잔디가 덮인 바닥을 보면서 그녀의 비밀이 아주 깊은 곳에 있음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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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비밀이 많은 미지의 '여인'이었다. 결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프랑스와라는 건축가가 만든 이 '여인'을 샅샅이 알아보고 싶었다.
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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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닌 어떤 물체에서 표정을 발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별히 의도했거나 혹은 특유의 감성을 가지지 않고서는 쉽게 발견할 수 없기에 더 그렇다.
왈처요양병원은 아주 특색 있는 건축물이다. 외관으로 봤을 때는 오래된 수도원의 느낌을 하고 있지만,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곳이다.
또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살롱의 모습과 온실은 어떠한가? 여기에 더해 일 년에 단 한 번만 감상할 수 있는 빛의 향연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층마다 자연으로부터 들려오는 바람 소리와 자연의 소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그래서 왈처요양병원은 비밀이 많은 미지의 '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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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팔관은 뭐죠?"
"그 공간을 통해 자연의 소리를 듣고 향기도 맡을 수 있어요. 그것도 아주 선명하게요.
(...)
자연 속에 숨어 있는 음악을 듣는 거예요. 더불어.... 아침 햇살이 그 틈으로 들어올 때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답니다. 저희 병원에 계신 분들은 모두 그 공간에서 귀를 기울이거나 가만히 바라보세요."
(...)
원장이 하는 소리를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방금 전 몸이 끼어 창피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건축가의 호기심이 곧 발동했다.
8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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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 있는 자연을 그대로 안으로 끌어들이는 건축물이라니, 나 또한 그 장소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상상만으로 도저히 채워지지 않아 더 궁금해지는 나팔관의 모습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만이 온전히 느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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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줄기가 거울에 닿자 순식간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모두의 탄성이 이어졌고, 그중에서도 내가 지른 탄성은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어둡기만 했던 살롱이 갑자기 수많은 빛줄기로 환하게 밝아진 것이다. 벽 쪽 거울에 닿자마자 빛줄기는 반사되어 반대쪽 조금 높은 벽의 거울에 닿았고 그 빛줄기는 다시 반대편 거울에 마지막에는 천장에 닿았다. 어제 보이지 않던 천장은 온통 비스듬한 조각 거울로 이뤄져 있어 어두웠던 공간을 한순간 반사된 빛줄기들로 가득 채워버렸던 것이다.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던 내게 떨어진 것은 수천 갈래의 밝은 빛줄기였다. 순식간에 일어난 빛의 반사로 처음에는 시야를 잃었고 이내 주변은 온통 따뜻함으로 감싸졌다. 마치 포근한 엄마의 품속에 안긴 것처럼.
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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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단 한 번, 그것도 운이 좋아야 관람할 수 있는 빛의 향연은 포근한 엄마의 품속에 안긴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고 이야기한다. 어둡던 살롱이 동시다발적으로 환한 빛줄기를 내뿜으며 여기저기 반사되는 모습은 가히 천상에 있는 느낌을 선사하지 않았을까?
빛과 그림자, 조각상과 거울, 여기저기로 뿌려지는 빛줄기를 나 또한 멍하니 앉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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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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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에게 질문을 건네면서 나는 뜻밖에도 내 안에 남아 있는 순수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를 새롭게 발견하면서 젊은 피가 끓어오르는 건축가로 탈바꿈된 것만 같았다. 묘한 행복감이 나도 모르게 온몸을 휘감았다.
8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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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는 스위스로 오기 전 이미 지쳐있는 상태였다. 자신의 일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한 달간 장기 휴가를 낸 상태였다.
그때 우연히 만난 시테섬의 집과 피터 씨의 비밀 조각들은 뤼미에르로 하여금 다시 건축가로서 영감과 열정을 느끼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계기가 되어준다.
덕분에 앞서 거쳐간 세 명의 건축가들과는 달리, 그는 이 모든 비밀과 건축물들에 매료되어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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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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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에게 수많은 사연이 있듯이 집도 저마다 사연이 있는 법이다. 그 사연을 듣고 보고 느끼고 싶다면 천천히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사이에 집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주고 느끼게 해줄 것이다. 오래된 집은 그만큼 오랜 시간 누군가를 기다려 왔을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느껴줄 사람을... 때론 몇 십 년, 때론 수백 년을 그렇게 기다릴 것이다.
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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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 이야기는 어떤 면에서는 조금 답답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천천히, 느리게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때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사연을 듣고 보고 느끼고 싶다면 천천히 기다려야 한다.
그가, 당신이, 집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보여주고 느끼게 해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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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천장의 찢어진 틈을 감쪽같이 메웠다면 이 집이 겪었던 격동의 과거는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 건물은 과거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고 새로운 삶을 부여받아 지금의 병원으로 되살아났다.
1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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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상처나 부서진 곳을 감쪽같이 메우려고 노력한다. 티가 나지 않도록 덧되고, 비슷한 질감으로 채워 넣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것 또한 티가 나기 마련이다. 어쩌면 건물이나 우리가 안고 있는 상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히려 더 멋스러운 빈티지로 자리 잡을 텐데, 너무 인위적으로 가리려고만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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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세상에서 찾아낸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하늘'이다. 하늘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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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생각'이다. 사람의 생각은 경계가 없고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와도 같다.
1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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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는 순간, 어쩐지 유니크함과 멋스러움 모두를 지니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을 절대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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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왈처가 재현시킨 폐허였던 중세 수도원과 그 폐허에서 다시 사람이 살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유리와 철골 구조는 시간이 흘러 함께 늙어가는 부모와 자식처럼 느껴졌다. 재질은 전혀 다르지만 예전의 석조 공간과 프랑스와가 지은 유리와 철골 구조가 완벽히 결합했고, 현대 건축가인 내게는 둘 다 완벽한 한 편의 역사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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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건물을 이렇게 새롭게 구축하는 방식을 고안한 그에게 깊은 존경심이 들었다. 내게 이 병원은 더 이상 하나의 건축물에 그치지 않았고 보물처럼 느껴졌다. 역사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향기로운 보물 말이다.
128~1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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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에서 '상생'을 떠올려 보게 된다. 전혀 다른 나와 네가 뭉쳐서 어우러지고 함께 잘 살아가는 모습.
건축가였던 프랑스와는 그런 감각이 탁월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완벽한 결합은 미관도 살리고, 안전도 보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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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완벽히 예전의 모습을 지키는 문화재는 박제된 문화재일 뿐이다. 조금씩 변화되면서도 지켜야 할 부분은 지키는 문화재가 지금도 살아 있고 앞으로도 생명력을 보전해 갈 수 있는 존재다. 프랑스와는 이 건물에서 그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1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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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는 수많은 문화재가 있다. 그리고 그 문화재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을 보고 우리는 보통 '보존'이 잘 되어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말은 곧잘 박제되어 있다는 말과도 같다. 다시 말해 죽어있다는 말이다.
살아 숨 쉬는 문화재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변화한다.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에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와 똑같은 형태, 똑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오로지 죽어있는 상태여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 모습 또한 그렇지 않을까? 완벽히 어제와 같은 오늘이 매일 이어진다면 그 사람은 죽어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매일 새로운 생각, 일상을 살아야 비로소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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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그렇다. 잠시 자신의 생을 사는 동안 빌려 쓰는 공간이다.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동시에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
2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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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과 미니멀에 대한 영상과 책을 보면서 물건을 소유로 생각하기보다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개념들을 많이 봤는데, 집 또한 그 범주에 넣는 것이 맞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집에 대한 개념이 좀 다르지만, 외국의 경우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 또 다음 세대가 오랫동안 한 집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더 그 개념이 자리 잡혀 있는 듯하다.
그래서 100년 된 집,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집 등과 같은 미담들이 속출한다. 우리나라도 이야기가 담긴 개성 넘치는 집들이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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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 많다. 오래될수록 숙성되어 진가를 발휘하는 와인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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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를 보면, 숙성의 묘미를 많이 잃어버렸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세상에는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 꽤 많은데, 진득하게 기다려주는 인내를 잃어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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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가 제게 알려준 것이 있습니다. 건축가가 조금 부족한 공간을 만들면 그곳에 사는 사람이 나머지를 추억과 사랑으로 채운다는 겁니다. 그때 비로소 건축이 완성됩니다. 당신의 부모님이 당신을 위해 그 부족함을 채웠습니다. 이제 피터 씨, 당신 차례입니다. 당신의 흔적을 채워서 당신의 아이들에게 전해줄 차례입니다.
3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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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아름다운 공간도 그곳을 채우는 사람이 없다면 그 공간은 결코 빛을 발할 수 없다. 더불어 공간만으로 완벽하다 말할 수 있는 공간 또한 없다.
그렇기에 공간에는 사람이, 이야기가, 추억이 스며들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우리가 머무르는 공간 또한 마찬가지다. 텅 빈 공간은 많이 부족한 공간일 뿐이다.
지금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공간을 나만의 추억과 사랑, 이야기로 가득 채워보면 어떨까? 그러면 어떤 공간에 있든 완벽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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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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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공간, 빛이 어우러져 멋스러운 책이 탄생했다. 찬란함 속에 스며 있는 온화함과 따스함 덕에 그 어떤 폐허의 공간도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사람이 오랫동안 머물지 않았던 시테섬의 집마저도 먼지 속에 온기가 숨어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나만의 집과 공간을 갖기를 원한다. 그래서 외적인 것에 많이 치중되어 있다. '갖기' 원하기 때문에 정작 내면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갖기'보다 '추억'하고 '채워' 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공간 속에서 내가 어떤 이야기를 심고, 추억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지에 따라 공간이 달라질 수 있음을 느낀다.
앞으로는 보이는 재료에 치중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재료에 더 집중하며 나만의 집을 지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기억의 장소가 집이 될 수 있도록, 집이 기억의 보물창고가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