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행복을 찾고 싶은 너에게
변진서 지음 / 부크럼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짜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에는 수많은 고난이 따른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부에서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 때문이다. 

 

저자는 진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저자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삶의 대안에 대한 방법을 제시한다.

 

만약, 매일의 삶이 무가치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혹은 감정을 꾹 참고 버티는 삶을 살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질문해 보자. 

 

그리고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위해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효율적이고, 확실한 방법을 적용해 보자. 여기 이 책에서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타인의 시선과 사회의 조건에 맞는 삶을 사느라 우리의 행복을 포기하고 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길지 않은 단 한 번뿐인 인생을 허투루 흘려보내기 보다, 이왕이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가장 나답게 살아보자. 어쩌면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일지도 모른다.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step 1>에서는 진짜 나를 알아가는 방법을 만나볼 수 있으며, <step 2>에서는 저자가 도전했던 경험들을 만나볼 수 있다. <step 3>에서는 저자의 치부와도 같은 그림자들을 솔직히 드러내고 이를 통해 감정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제시한다. <step 4>에서는 저자 스스로 색안경의 필터를 제거해 나간 과정과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에서 자유를 찾아 나간 과정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내면을 통해 바라던 꿈을 찾아나가는 여정에 대한 이야기로, 매우 솔직한 저자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어쩌면 숨기고 싶은 그림자 같은 치부마저도 이제는 당당히 자랑스럽다 말하는 저자의 태도에서 온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꽤 오랫동안 정성을 쏟았던 일을 포기하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꿋꿋이 앞을 향해 나아간 저자의 경험들은 그래서 더 반짝반짝 빛이 나는 듯하다.

 

인상 깊었던 그녀의 이야기와 문장들, 그리고 그녀가 제시하는 방법들을 통해 저마다 나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책에 담긴 내용들을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한다.

 

 


=====
진짜 나를 알아가는 방법
=====

 

-----
나답게 살아간다는 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안다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표현도 명확하다.

(...)

그렇기에 나답게 살아가는 사람은 개성이 넘친다. 그 개성은 매력이 된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사람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명확하게 알고 주체적으로 살아간다.

17페이지 中
-----

 

행복을 이야기함에 있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단연, '나'를 아는 것이다. '타인'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조건이 아니라, 진짜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그리고 나를 안다는 것은 곧 나답게 살아가는 토대가 됨을 알 수 있는데, 저자는 행복한 삶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곧 나의 개성이자 매력이 된다고 말하며, 나를 알고 나답게 살아가는 것은 곧 여러모로 선순환을 불러옴을 알 수 있다.

 

 


-----
당신의 무기력함, 그 시작에는 자신이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인지 모른다는 게 깔려 있지 않을까 한다. 내가 칼인지 가위인지 자동차인지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일단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인지하고 있어야 주방 또는 도로 등 내가 힘쓸 수 있는 곳을 정할 수 있다.

28페이지 中
-----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무기력함에 빠질 때가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한 예시로 내가 만약 칼이라면 그 쓰임에 따라 적절한 위치에 놓여야 하며 이에 따라 활용되어야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무기력함에 빠지게 되는데, 그 쓰임이 적절하지 않은 곳에 활용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쓰임이 있는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이처럼 무기력함에 빠져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일삼을 뿐인 것이다. 

 

나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오늘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
탁월함이라는 단어는 누구보다 잘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유독 잘하거나, 유독 재미를 느끼거나, 유독 마음 가는 방향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그것이 아무리 소소한 일이라도 내게 잘 맞고 사회생활도 잘 하고 있다면 그게 바로 탁월함을 발현하며 사는 삶이다.

(...)

탁월함이라는 건 특별한 일을 한다고 발휘되는 게 아니다. 내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며 타인에게 또는 세상에 공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진정 나타나는 것이다.

29~30페이지 中
-----

 

때로 우리는 탁월함이라는 말에 주눅 들곤 하는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김연아나 손흥민과 같이 탑에 오른 세계적인 선수나 사람들을 쉽게 떠올린다.

 

하지만 저자는 탁월함의 기준을 낮춰 나에게 잘 맞는 것을 잘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탁월함을 발현하며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를 제대로 알아가는 여정 중에는 '나의 탁월함'을 찾는 것도 포함되는데, 탁월함을 발현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나의 삶을 살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이 가는 일의 방향성이 곧 탁월함과 직결되는 것임을 깨닫고, 내가 편안해 하고,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탁월함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면서 숨겨진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자.

 

 


------------------------------

 

<실존주의를 내 삶에 적용해 보는 방법>

 

저자가 무기력에 빠졌을 때 벗어나는 데에 큰 도움을 준 사상은 '실존주의'였다. 저자가 제안하는 실존주의를 내 삶에 적용해 보는 방법을 통해 오늘의 무기력에서 벗어나 보자!

 

1. 우리는 그냥 태어났다.
2. 삶의 부조리함을 느낀다.
3. 이것에서 벗어나려 애쓰지 않는다. 그냥 삶이란 본래 누구에게나 이런 것이라 받아들인다.
4. 이 무의미한 삶에 의미를 스스로 부여한다.
5. 무의미한 삶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면 나만의 삶이 창조된다.

 

 


<삶의 의미를 찾는 구체적인 방법>

 

삶의 의미를 찾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저자는 빅터 플랭클이 제시한 삶의 의미가 될 수 있는 것들을 활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첫 번째. 가장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가족'
▶두 번째. 자신의 '업'에 사명감, 소명 의식을 부여하는 방법

 

 


<나다움을 찾기 위한 도전하는 삶>

 

-----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외로운 고행길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적성을 찾고 그 일로 밥벌이를 하게 되었을 때 얻는 것은 억지로 세상의 틀에 맞춰서 살았을 때보다 훨씬 많다. 진정한 성공은 행복과 자아실현이니까. 그래서 자기다움을 찾고 진짜 원하는 것을 찾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 도전은 고귀하다.
(...)
이 고귀함은 분명 삶에 밑거름이 된다. 도전의 결과가 실패이든 성공이든 상관없이 도전했다는 자체가 나를 고귀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두려워 말자. 나를 잃은 삶보다, 안주하는 삶보다 훨씬 멋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니.

45페이지 中
-----

 

경험이 주는 최대 이점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우리는 보통 외롭고 두려운 마음에 도전하기를 꺼려 한다. 하지만, 막상 그것을 이루었을 때 얻는 성취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 경험해 보지 않으면 절대 모를, 진짜 자기다움과 행복을 맛보기 때문이다.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양분이 되어줄 나만의 도전과 경험은 그래서 더 숭고하고 고귀하다고 말할 수 있을듯하다.

 

------------------------------

 

 


-----
지금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나의 모습, 고민하고 애쓰는 지금 내 모습이 이미 보물이고 가치가 있다. 그동안 스스로 목표를 이루기 전엔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깎아내리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에게 미안했다. 지금 나는 이대로도 반짝거리는데, 스스로 그걸 인정해 주지 못했다.
(...)
행복이란 무엇을 이뤘을 때가 아니라 무엇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내 모습을 인정해 주는 순간 찾아왔다. 그날 나는 나에게 사과했다.

67~68페이지 中
-----

 

우리는 무언가를 이루어야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행복에는 결과뿐만이 아니라 무엇을 이루어나가는 과정도 포함된다.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행복은 더 빨리 찾아온다.

 

 


======
저자가 도전했던 경험들
======

 

1. 직업적 도전 경험들

 

저자가 도전했던 경험들을 살펴보면 한 발 한 발 성장하는 재미를 엿볼 수 있는데, 내면의 나를 발견하고 진짜 내가 원하는 모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행복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저자의 경험은 연극, 직장 생활, 요가 자격증 도전, 명상 지도 강사 자격증 도전 등으로 이어지는데, 이 모든 것들은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과 쓰임,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찾아 한 발 한 발 내딛는 과정이었다.

 

10년 동안 했던 연극은 표현력, 전달력, 공감 능력 등 많은 스킬을 길러주었지만 저자의 길은 아니었다. 생계를 위해 연극과 함께 했던 직장 생활은 너무 좋은 곳이었으나 저자 자신이 원했던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해오던 일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 무엇이 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고민했고 가장 먼저 자신이 평소 꾸준히 해오던 운동이었던 요가와 등산을 떠올리게 된다.

 

이것은 곧 요가 지도사 자격증이라는 도전과 연결되었고, 덕분에 내면에 집중하고 알아차리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내 몸에 몰입해서 변화를 예민하게 느끼는 행위가 재미로 다가오게 되면서 요가 그 자체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지도자 과정을 준비하며 건강까지 덤으로 얻게 된다.

 

덕분에 연극에 대한 상실감을 이겨내는 것은 물론 3개월 과정 수료 후 인생 첫 자격증을 따는 성취감도 얻게 된다. 덕분에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는 거구나'라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요가는 또 다른 경험을 불러왔는데, 요가가 명상 방법의 한 종류임을 알게 되면서 내면 집중에 도움을 주는 '명상'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가 자격증을 딴 학원에서 명상 지도 강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추가 신청을 했고 대한불교조계종이 재단으로 있는 종립대학이라서 스님인 교수님께 직접 수업 받을 기회를 얻게 된다.

 

명상은 내 무의식에 장착된 관념, 생각, 신념을 관찰할 기회를 제공하는데, 이를 통해 무의식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내 무의식에 있는 생각을 긍정적, 낙관적으로 바꾸고 또 내려놓는 연습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어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거기에는 나 자신도 포함된다. 

 

이처럼 명상을 적극 활용하여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훈련을 지속하면, 타인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생각들을 흘려보낼 수 있는데, 덕분에 저자는 앞서 연기하는 것보다 내면의 큰 성장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2. 관계의 변화를 위한 도전

 

2살 터울인 동생과 꽤 오랫동안 자주 부딪혀 온 저자. 거의 30년 이상 쌓인 애증은 쉬이 풀리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명상을 통해 이제는 심호흡 세 번 정도 한 후 짜증을 흘려보낸다고 말한다.

 

-----
생각의 습관이 굳어지면 그만큼 바꾸는 게 어렵다는 걸 안다. 하지만 바꿀 수 있다는 것도 내 경험으로 알았다.

129페이지 中
-----

 

가족이기에 오랜 시간 쌓인 애증은 더 풀기 어렵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는 원인도 이유도 모른 채 울컥 말투에 짜증이 스미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런 말과 생각의 습관이 굳어진 상황에서 저자는 명상을 통해 이를 극복해 냈다.

 

덕분에 지금은 미움은 흘려버리고 케케묵은 애증의 감정도 풀렸다고 하니 만약 불편한 감정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한 번쯤 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
명상은 나를 탐구하는 시간이다. 내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가득 차 있는지 알 수 있다.
(...)
제 삼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나를 지켜본다.
(...)
그렇게 나와 더 친해지고 더 아끼고 존중하게 된다. 자아 존중감이 생기면 삶이 전반적으로 달라진다. 쓸모없는 일에 신경 쓰지 않고, 나를 위한 행동을 한다. 이렇게 명상은 나의 내면을 단단하게 해준 가장 좋은 방법이다.

129~130페이지 中
-----

 

저자를 행복으로 이끈 '명상'은 나를 탐구하는 시간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게 함으로써 자아 존중감을 만들어줬고, 이를 통해 내면을 단단하게 해주었다. 덕분에 불협화음을 일으켰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생각들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
치부를 드러내고 마주함으로써 감정의 주인이 되는 법!
=====

 

-----
명상을 통해 얻은 지혜는 이것이다.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건 오직 나뿐이라는 거. 내가 변화해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이 마음가짐은 내가 내면 아이를 직면할 수 있게끔 용기를 주었다.

143페이지 中
-----

 

내가 겪는 고통과 스트레스는 사실 내 안에서 비롯된다. 타인과의 비교, 욕망, 욕구 등 결국 내가 변화해야 고통해서 해방될 수 있다. 이제 용기를 갖고 내면의 나와 마주해보자. 그것이 첫 시작이다.

 

 


-----
내가 부족했던 건 내 존재가 부족한 게 아닌 그저 무지했을 뿐이다. 이 사실을 먼저 인정하자. 그러면 우리 앞에 무궁무진한 세계가 펼쳐진다. 수많은 기회가 보인다. 더는 회한에 젖지 않아도 된다. 과거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으니, 그날의 무지했던 나를 안아 주자.

163페이지 中
-----

 

부족함을 존재의 부족에서 찾지 말고, 무지에서 찾아보자. 우리는 그저 무지했기에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존재하는 자체로 빛난다. 존재에서 부족함을 찾으면 해답을 찾기 보다 무기력에 빠지기 쉽다. 반면, 무지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다채로운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무지했던 나를 안아주고, 무지를 깨달음으로 채워보자.

 

 


-----
애쓰지 않는다는 건 내려놓는다는 말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신을 믿는 일이기도 하다.
(..)
인연에서도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날 인연은 반드시 만나게 되고, 피하려 해도 만나게 된다.
(...)
고마운 사람이라면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지난 시간을 소중히 마음에 담아두면 그만이다.
(...)
밉고, 원망스러운 대상이라면 그렇게 만날 사람이었나 보다 생각하고 흘러 넘기자. 그 사람으로 인해 미래의 내 삶이 불행해지도록 내버려 두지 말자.

181페이지 中
-----

 

-----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것이 내가 원하는 걸 진짜 얻는 방법이다. 힘을 빼고 기대하지 말고 애쓰지 말자.

182페이지 中
-----

 

우리는 너무 애쓰며 살아간다. 때론 내려놓음도 필요한데, 어떤 일이나 인연은 때로 애쓰는 것과 상관없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고 자신을 믿어보자. 

 

만약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인연을 만나거나 일을 맞닥뜨리게 된다면, 그저 조용히 흘러 넘기자. 그것으로 충분하다.

 

 


=====
세상의 편견, 세상으로부터의 편견에서 자유로워진 과정 엿보기
=====

 

-----
흑과 백처럼 둘로 나누는 방식은 사고하기에 편하다. 그런데 실제 현실은 흑과 백 사이 무수한 회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순수한 흑색인 100% 흑의 부분은 정말 일부분이다. 그래서 내가 느끼기엔 나 이외 대다수의 의견이 틀린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분법적 사고를 하면 세상에 적이 많아진다. 틀린 사람이 한가득이기 때문이다. 잘못 살고 있는 사람이 득실거린다. 그런 세상에 살면 나라도 비관적으로 변하고,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맺기 어려울 듯하다. 우리는 세상이 흑과 백 두 개로 나누어진 게 아니라 그사이 흑백의 비율이 수없는 회색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또 그렇게 형성된 세계에는 옳고 그른 부분이 없다. 그저 다를 뿐이다.

207~208페이지 中
-----

 

우리는 생각보다 꽤 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크고 작은 편견 속에서 타인을 바라보고, 자신을 대한다. 때로 이것은 외모, 목소리 등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이미지를 자신의 방식으로 인식하는 편견의 형태가 될 수도 있고, 남녀 구분의 성 인식과 역할 구분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또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상대를 판단하고 색안경을 끼기도 하는 등 사물이나 현상, 사건 등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어쩌면 편견 없는 세상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자신이 만들어 놓은 색안경이 있음을 인정하면 그때부터는 상대의 편견 어린 판단에 의연할 수 있게 된다. 판단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소리다. 남에게 피해 주지만 않는다면 내가 무엇을 선호하든 간에 문제 될 건 없다. 단지 나다움이라는 확신만 있으면 된다.

 

이렇듯 자신에 대한 색안경은 나다움이라는 확신을 통해 벗어날 수 있다면, 다음으로 타인에 대한 편견은 조금 더 열린 마음을 통해 벗어날 수 있다.

 

내 경험과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조금은 줄어든다. 그리고 그런 사람도 적어진다. 덕분에 내 마음은 편안해진다. 특정 상황에 다양한 확률과 가능성을 두고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 사람들은 친절해진다. 내가 열린 마음으로 친절하게 다가가기 때문이다.

 

세상의 수많은 편견들 속에서 내가 깊이 사유하고 관찰하는 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남들과 같이 흑과 백처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쉽다. 그러나 이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섣부른 판단은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갈 뿐이다.

 

그러니 늘 열려 있자.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그리고 세상에도.

 

 

저자의 경험에 비추어 전하는 이야기들은 하나하나 깊이 사유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깨달음의 결과물들이다. 그저 생각 없이 직업을 바꾸고 타인을 대하는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살펴보고,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용기 있게 도전함으로써 행복에 가까워진 산 증언이 담긴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치부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꺼내어 드러냈으며, 그것이 이제는 오히려 자랑스럽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이제는 바꿀 수 없는 것들에 시간을 쏟기보다, 나의 내면에서 답을 찾아 더 용기 있게 도전함으로써 나의 변화를 꾀해보자. 이러한 생각의 전환은 세상이 말하는 행복한 삶이 아닌 내가 진짜 원하는 행복한 삶을 가져와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한 프랑스 책방
마르크 레비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그 어떤 것에도 '반드시'라고 자신하지는 마세요. 제 말을 믿으세요....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상상력이 풍부하니까요!"

 

 


제목을 보고 처음 기대했던 내용과는 현저히 달라 초반에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앞서 읽었던 마르크 레비의 신작 <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이 꽤 인상적이어서 그의 다른 작품을 보고 싶어 선택한 책이었는데, 평범한 일상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생각보다 조금 따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어쩌면 그의 신작이 감명 깊게 다가와 그런 부류를 기대하고 봤기에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쨌든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겼는데, 읽다 보니 어느새 잔잔한 일상의 멋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베스트 프렌드인 두 친구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다루고 있는데, 싱글 파파인 이 둘이 각자의 아이들을 키우며 주변 이웃들과 나누는 일상 속에서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어찌 보면 철없는 두 남자의 성장담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들이 나누는 티키타카와 그런 아빠들이 싸울 때마다 화해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하는 아이들의 노력이 꽤 엉뚱하면서도 귀엽게 다가온다.

 

꽤 오랫동안 인생을 나눈 친구인 이들은 사실 꽤 먼 거리에서 살고 있다. 마티아스는 파리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앙투안은 런던에서 건축가로 일하며 가끔 서로가 사는 도시를 방문해 안부를 나눈다.

 

그러던 중 앙투안의 적극적인 권유로 마티아스는 앙투안이 사는 런던으로 이주를 결심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앙투안의 이웃으로 살고 있는 전처인 발렌틴과 딸 에밀리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파리를 떠나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다시금 전처 발렌틴과의 재결합을 꿈꾸며 마티아스는 런던으로 이사를 결심한다. 하지만 그의 목적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데, 그가 이사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발렌틴이 파리로 직장을 옮기게 되면서 딸 에밀리를 두고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마티아스는 에밀리를 혼자 도맡아 키우게 되는 상황이 된다.

 

다행히도 벽하나를 두고 바로 옆집에 살고 있는 친구 앙투안과, 파리에서처럼 런던에서도 서점을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차츰 런던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한다.

 

=====
마티아스 曰:
"각자 자기 집에서 사는 거잖아. 그건 아무 소용 없어!"
(...)
"문제는 독신이라는 게 아냐. 혼자 살아야 한다는 게 문제지."

 


앙투안 曰:
"그건 독신의 기본이야. 그리고 우리는 혼자가 아냐. 애들하고 함께 살잖아."

 


마티아스 曰:
"혼자라니까!"

"집에 들어서면 생기가 도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고. 더 이상 우울한 일요일은 싫어. 아이들과 하하 호호 웃음꽃이 피는 주말을 보내고 싶다고."

55페이지 中
=====

 

하지만 혼자 사는 것에 이력이 난 마티아스는 앙투안과 함께 살기를 적극적으로 원했고 오랜 숙원이었던 '함께 살기'를 마침내 벽을 뚫으면서 실천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동거에는 3가지 규칙이 함께 했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 절대 보모를 부르지 말 것.
둘째, 집에 여자를 들이지 말 것.
셋째, 밤 12시 30분까지 반드시 귀가할 것.

 

이 세 가지 규칙은 한동안 꽤 순조롭게 진행되었는데, 마티아스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서서히 어긋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우당탕탕 부딪히는 일도 많아지는데, 덕분에 이들은 각자 마음속에 숨겨두었던 내면의 상처와도 마주하게 된다. 

 

=====
앙투안 曰:

"애 키우는 데 몰두한 지 6년이야. 그러다가 여자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잊었다는 걸 깨달았지."

118페이지 中
=====

 

=====
"그렇게 사람들을 다 돌보는 게 귀찮지도 않아? 그러다가 자네 마음의 상처는 도대체 언제 돌볼 건가?"

(...)

"선을 행하려 세상의 반대편으로 간 사람들도 있어요.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노력할 뿐이에요."

"자네는 훌륭한 남자야, 앙투안. 카린이 떠난 것 때문에 자신을 벌하는 짓은 이제 그만둬."

137~138페이지 中
=====

 

=====
마티아스 曰
"넌 진심으로 마음을 열지 못하니까. 아니라고 할 순 없을걸. 아주 개인적인 것 한 가지만 말해 봐. 딱 한 가지만."


앙투안 曰
"난 이제 아무 욕구도 없어, 마티아스."

 


앙투안 曰
"너한테 부족한 건 용기가 아니라 분별력이야! 미련 없이 과거를 잊어. 단 한 번이라도"

 


앙투안 曰
"너는 자라는 게 두려운 거야. 앞으로 몸을 내던지는 게 두려운 거라고. 너를 마비시키는 건 바로 그거야.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포함해서. 네 아내하고의 관계에서는 남편이 되는 게 두려웠을 거고, 때때로 네 딸과 일으키는 문제에서도 똑같이 아빠가 되는 게 두려운 거야. 네가 너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을 위해 마지막으로 뭔가 해준 것이 언제야?"


마티아스 曰
"누군가의 인생으로 들어가려면 스스로 보호하려고 쌓은 벽을 부숴야 해. 다른 사람이 벽을 부숴줄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

 

두 아빠의 티키타카 속에 이들을 화해시키기 위해 중간에서 남몰래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과 주변에서 이들을 함께 돌보며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이웃들의 모습에서 일상의 소중함과 정을 맛볼 수 있다.

 

=====
에밀리는 두 아빠 사이를 잇는 우정에 대해 정확하게 요약했는데,

비밀 일기에 앙투안 아저씨와 아빠는 완벽하게 똑같다.... 하지만 아주 다르다고 적었다.

287페이지 中
=====

 

다 큰 어른이지만, 때론 아이들보다 철이 없고 자신의 마음을 알지 못해 동동거리는 어른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의 모습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어른이 된 이후 사람들은 보통 '반드시'라는 말로 확신을 가지지만, 실상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자신할 수 없는 일은 없다. 마티아스와 앙투안이 그러했듯이 조금 더 용기 내어 한 발짝 내밀어 보면 어떨까?

 

=====
마티아스曰

"우리 둘 다 두 번째 기회가 있어야만 해."

333페이지 中
=====

 

덕분에 이들은 사랑과 우정을 모두 얻었다. 신체적 거리는 다시 멀어졌을지언정, 그들은 진짜 마음을 나누었고, 서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내면도 성장했다.

 

특히 마티아스의 적극적인 행동과 성장이 돋보이는데, 몇 가지 목표를 세우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차근차근 이루어내는 모습은 가히 칭찬해 줄 만하다.

 

어른들의 사정에 대해 아이들을 배제하던 것도 비로소 바로잡으면서 아이들은 아빠를 이해했고, 아름다운 청년으로 자라게 된다. 

 

아무 일 없이 잘 흘러가기에 때로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일상과 늘 곁에 있기에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는 가족과 이웃들. 하지만 그들이 있기에 힘겹고 외로운 순간을 버티며 살아갈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물과 공기처럼 우리가 너무 가까이에 있어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아주 소중하고 중요한 것들에(가족, 이웃, 인연 등)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켜야 할 세계 -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문경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과 얼마 전까지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이야기와 맞물려 가슴이 뜨거워지는 소설 한편을 만났다. 실화와 픽션이 교묘하게 맞물려 요즘의 우리 사회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는데, 결론 없는 아귀다툼과 권력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기도 했다.

 

핵심 키워드들을 나열해 보면 교사, 학생, 교육, 장애 그리고 여기에 더해 사람들의 욕망과 권력에 대한 탐욕으로 정리해 볼 수 있는데,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무한 반복의 굴레라 이제는 결론에 대해 말하기도 입 아플 정도다.

 

이야기의 배경은 대략 80~90년대로 추정되는데,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내용들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단지 대놓고 하느냐 아니면 숨겨서 뒤로하느냐의 차이 정도랄까? 

 

물론 표면적으로 보이는 부분들은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고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실상을 통해 우리는 교육현장이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한 명의 국어 교사의 이야기를 통해 리얼한 교육현장은 물론 장애를 가지고 있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한 사람의 직업관과 꿈, 그리고 삶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국어 교사 정윤옥은 임기 초반의 3년을 빼면 교사로서 쉽지 않은 선택들을 지속하며 마지막까지 자신의 소신을 지켜내는데, 가족사를 비롯해 무엇 하나 호락호락한 것이 없다.

 

여기에는 그녀가 선택한 인생의 중대한 결정들이 한몫을 더했는데, 객관적으로는 이러한 선택들이 칭찬받아 마땅해 보이지만, 어쩐지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이래서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실제 직업이 교사이며 장애가 있는 딸의 아빠가 쓴 소설인데, 그래서인지 디테일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약 7년의 시간 동안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공을 들였다고 하니 주제와 관점을 다르게 하여 읽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듯하다.

 

"만약 나라면?"이라는 마음으로 교사의 관점, 학생의 관점, 장애 아이를 둔 가족의 관점, 학부모의 관점, 동료 교사로서의 관점 등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을 듯하다. 혹은 주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교육방식, 교권의 침해, 자살,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에 대한 견해, 장애 아이들의 교육 등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켜야 할 세계>라는 제목이 시사하는 바는 독자에 따라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학교가 될 수도 있고, 혹은 나의 삶이 될 수도 있으며, 우리 사회 전반을 지칭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각자의 상황이나 견해, 그리고 이슈에 따라 중점이 달라질 수 있기에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어떤 식으로 해석해도 나쁘지 않은 소설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기>

 

국어 교사인 정윤옥은 교사라는 외길 인생을 묵묵히 걸어오며 정년퇴임을 맞는 해 죽음을 맞게 된다. 정년퇴임까지 교사를 지속했으니 마지막 가는 길은 많은 사람들의 축복과 배웅 속에 떠났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녀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는 굳게 닫힌 정문 때문에 그녀가 마지막까지 근무했던 고등학교의 운동장에 들어갈 수 없었고, 아무도 없는 학교는 고요하고 쓸쓸했다. 그렇게 윤옥은 봉안당에 안치되는 것으로 60여 년 삶의 모든 절차를 매듭지었다.

 

그녀의 삶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불운했고, 삶을 뒤흔드는 인간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죄의식과 직업에 대한 윤리의식이 꽤 강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때문에 그녀의 삶은 고통 속에서 나 홀로 고군분투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어릴 때는 건설 현장에서 화약 사고로 죽은 아버지와 뇌 병변장애를 앓고 있는 동생으로 인해 경제적,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나날을 보냈다. 산동네로의 이사와 더불어 엄마는 돈을 벌기 위해 방직 공장으로 나갔고, 윤옥은 홀로 혼자서는 밥을 먹을 수도, 화장실에 갈 수도 없는 중증의 동생을 돌봐야만 했다.

 

그렇게 8년을 함께 살다가 도저히 모두를 감당할 수 없었던 엄마는 윤옥이 열 살 때 동생 지호를 한 목사에게 입양 보낸다. 당시 입양이 뭔지도 몰랐던 윤옥은 그렇게 동생과 헤어졌고 이후 윤옥도 또래처럼 학교도 다닐 수 있게 된다.

 

시간이 흘러 서울에 있는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합격한 윤옥은 산동네를 떠나 대학 근처에 쪽방을 얻게 되었고 아르바이트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마침내 남들과 같은 사람답게 사는 삶에 가까워진다.

 

당시 교사 자격은 선발 절차 없이 바로 임용될 수 있는 일종의 보험 같은 느낌이라 동기들은 교사가 되는데에 별 관심이 없었던 것에 비해 고등학생 때부터 윤옥은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그 이유는 가난에서 벗어나 남들처럼 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자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
가난한 직업이었고 별 볼일 없는 일이었으나 윤옥에게는 교직이 그렇지 않았다. 적은 봉급이어도 저축만 잘하면 산동네나 쪽방촌이 아닌 서울 어딘가에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어쩌면 승용차를 몰 수 있을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윤옥은 자신이 겪었던 교사들과는 다른 교사가 되고 싶었다.

74페이지 中
=====

 

또 자신이 겪었던 교사들과는 다른 교사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기에 교사라는 직업은 윤옥에게 남다른 직업이자 처음으로 꿔보는 미래였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처음 부임 후 3년 차까지는 꽤 인기 있는 선생님으로 학교와 학생, 동료 교사들에게도 인정받는 선생님이었다. 그러다 만연하게 퍼져있던 촌지를 거부하고 승진을 위해 이기적으로 구는 주임교사와 척을 지면서 점점 동료 교사들과의 사이도 소원해진다.

 

=====
교감이나 동료 교사들은 이물감이 느껴진다는 태도로 윤옥을 대했다. 윤옥은 이 모든 것이 학교에서 요구한 각출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걸 직감했다.

120페이지 中
=====

 

여기에 더해 자신의 동생을 떠올리게 하는 뇌 병변장애를 앓고 있는 자신의 반 학생 시영을 끝까지 책임져 주고 싶은 마음이 여러 일들과 맞물려 그녀의 교권이 여러모로 침해당하기도 한다. 학부모들에게 아동학대 신고 협박과 고소 협박을 당하기도 하고, 수행평가와 관련된 일로 한 학생과 다투기도 하는 등 나 홀로 고군분투를 이어나가게 된다.

 

=====
윤옥은 혼자였다. 상대가 바라는 대로 무릎 꿇고 싶지 않았다. 힘들긴 했지만 버틸 만했다. 윤옥은 마음이 무너질 것 같을 때마다 엄마가 이겨낸 것들을 생각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엄마만큼은 아닐 테니까.

121페이지 中
=====

 

공부했던 것과 달랐던 현실을 경험한 윤옥은 이러한 사유로 추후 교육현장을 떠나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더하고 싶은 꿈을 한때 꾸기도 한다.

 

=====
학교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되고 돈이 모이면 기회를 봐서 대학원에 가고 싶었다. 석사 과정과 박사과정을 거쳐 공부하는 삶을 살고 싶기도 했다.

(...)

윤옥이 겪은 현장 교육은 대학 때 공부했던 것과 달랐다.

(...)

무엇보다 입시 중심으로 돌아가는 학교문화에서는 진정성 있는 무언가를 시도해 볼 여지가 좁았다. 교실 뒷벽에는 성적 석차별로 정렬된 학생들의 명단이 붙어 있었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체벌이 뒤따랐다.

109페이지 中
=====

 

그러던 중 3학년 최수연이라는 학생을 알게 되면서 그녀를 따라 간 야학에서 우연히 사범대 수학교육과 동기 김정훈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를 통해 새로운 교육의 길에 대한 희망을 맛보게 되면서 함께 하기로 한다.

 

=====
정훈은 신규교사 시절의 윤옥에게 민들레 야학을 함께 하자고 말하면서 교육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고 싶다고 했다.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고 싶다고, 한국의 프레이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듀이처럼 실험학교를 만들어보자고도 했다.

97페이지 中
=====

 

=====
공부하는 삶을 이어갈 수 있다면 학문중심 교육과정과 프레이리를 통합하는 연구를 해보고 싶었다.

111페이지 中
=====

 

현 교육현장에 대해 반감을 품고 있던 윤옥은 정훈의 포부에 깊게 공감했고, 자신이 원하는 학문 중심의 교육과정과도 맞닿아 있어 살짝 들뜨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에서 좌절과 절망으로 다가오면서 생각보다 후폭풍은 세게 다가온다. 교원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파직당하고, 시사토론반의 반장으로 문학적 감수성도 상당하고 생각도 깊어서 여러모로 눈에 띄었던 수연은 보름간 정학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이 일 이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훈과 다시 시작한 소규모의 공부방에서 정훈이 수연을 성폭행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면서 마침내 마지막 윤옥의 희망마저 처참히 깨지고 만다. 이외에도 반 아이였던 영숙은 분명치 않은 이유로 자살을 하는 등 무수히 많은 불행들이 찾아와 윤옥은 힘든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
윤옥은 그런 정훈의 수업이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 있는 친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 일을 통해 기대하지 않았던 미래가 열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165페이지 中
=====

 

남들과 다른 교사가 되고 싶어 꾸었던 교사라는 꿈, 그러나 막상 들어선 현실은 교육과 달랐고, 야학이라는 이름으로 입시가 아닌 지식을 전하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을 꿈꿨지만, 이 역시 개인의 욕망 앞에서 철저히 무너져 내렸다.

 

이렇게 한순간에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무너져 내렸다. 무엇을 따르고, 무엇을 거부해야 하는지 알기 힘든 현실 속에서 부유하듯 몇 년이 흐르고, 종적을 감췄던 수연이 다시금 찾아오게 되면서 윤옥은 또 다른 인생의 기점을 맞이하게 된다.

 

여느 겨울 한 놀이공원에서 마주한 수연은 살고 싶다는 말과 함께 네 살 된 아들 상현이를 맡기고 떠났고 윤옥은 아이를 입양함으로써 깨질 것 같은 수연을 보듬는 동시에 어딘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 상현을 돌보는 것으로 결핍을 채워주려 노력한다.

 

이 모든 것은 아마 당시 수연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상기시키는 한편, 마지막 순간 자신을 찾아와 도움을 구하는 수연에 대한 고마움과 반가움이 들었기에 가능한 일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게 상현은 윤옥의 아이로 출생신고가 되었고 추후 수연은 자신만의 길을 다시 찾아갔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밑반찬을 전달하는 것으로 고마움을 전하는 한편, 아이가 건강히 잘 자라는지 지켜볼 수 있게 된다.

 

 


윤옥의 삶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마음속에 돌처럼 박혀있던 동생 지호에 대한 일이 잊힐 때쯤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 윤옥은 불현듯 아르바이트로 마련한 돈을 쥐고 원주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동생 지호가 입양되었다는 '기적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생각지 못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동생을 데리고 간 하성호 목사의 실체와 동생의 행방이 묘연해졌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한참 세월이 흘러 엄마와 함께 수림 상회를 운영하던 수림 엄마의 장례식이 있고 난 뒤 어느 날 우편물을 하나 받게 되는데, 보낸 사람이 자신의 엄마인 '임옥순'이었다. 제주도 서귀포에서 온 우편물이었는데, 그 속에는 편지 한 통과 DVD 한 장이 들어있었다.

 

이것을 추적해 가면서 마침내 윤옥은 과거 사기꾼이었던 하성호 목사와 동생 지호의 행방을 다시금 알 게 되는 것은 물론,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엄마의 행방과 더불어 수림 엄마 장례식에서 이유를 알 수 없던 멍투성이었던 엄마 얼굴의 사유도 알게 된다.

 

=====
결국, 사람은 혼자다.

젊을 때는 옆에 사람이 북적이다가도

하나둘 떠나고, 곁에 있는 마지막 사람마저 보내고,

그리고 나도 훌쩍 떠나면 그만인 것이다.

191페이지 엄마의 편지글 中 
=====

 

 


총 3부로 나뉘는 이야기 속에는 이처럼 행복과 희망을 꿈꾸지만 끊임없이 좌절하는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놀리듯 잠시 찾아와 기대를 한껏 가지게 했다가 누가 볼세라 냉큼 불운을 던져주고 가버리는 삶을 지켜보면서 어쩌면 행운은 세상에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하게 된다.

 

하지만 가만히 지켜보면 이 속에서도 나름의 긍정적 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삶이 지속되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윤옥과 수연, 상현의 관계가 그러했고, 아들 지호를 향한 사랑과 미안함, 모정이 만들어낸 또 다른 제2의 지호들과 윤옥의 엄마 '임옥순'의 관계가 그러하다.

 

그리고 타인의 삶을 이용하고 망가뜨린 이들은 후에 벌을 받는 모습이 그려지며 권선징악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러한 나름의 정석적 결말을 보았음에도 여전히 끝이 아리게 다가오는 것은 죽음을 다루고 있는 결말들이 하나같이 비슷하게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살아생전 주변인들을 살뜰히 챙겼던 수미 엄마는 홀로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수연의 아들을 입양해 사랑으로 품은 윤옥 역시 눈이 오던 겨울밤 홀로 오르막길을 걷다가 넘어져 세상을 떠나게 된다.

 

어찌 보면 참 허무한 죽음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것이 인생이라는 생각도 든다. 윤옥의 엄마가 죽음을 예고하며 남겼던 편지글에서처럼 결국 사람은 혼자고, 떠날 때는 훌쩍 그렇게 떠나면 그만인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 앞에는 꿈도 희망도, 명예도, 거창함도, 권력도 다 필요 없다. 

 

1부에서는 윤옥의 가족사, 2부에서는 교사로서의 삶, 3부에서는 사람 정윤옥의 마지막 한 해에 대해 담고 있는데, 읽다 보면 여러 관점을 들여다보게 하고, 각각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픽션을 담은 소설이지만, 그 어떤 소설보다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어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되돌아볼 장면들이 꽤 많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의 모습을 비롯해 교육과 교사의 현주소, 우리 사회에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부정부패와 성폭력, 잃어버린 사람 사이의 관계와 정 등.

 

이 책은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꽤 많은 물음을 던진다. 당신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겠냐고 끊임없이 묻는다.

 

정년까지 오랜 시간 교사직을 역임하며 윤옥은 사회적, 시대적으로 꽤 험난한 시간들을 보낸다. 얼토당토 하지 않은 사유로 비난과 고소도 당했지만, 끝까지 교육에 있어 자신만의 고집과 소신을 지켜나가며 어떤 권력도 취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변인들은 윤옥을 불편해하고 가까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치부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
"정 선생님은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정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는 겁니다. 그 사람들이라고 나쁜 사람으로 태어났겠어요? 아닙니다. 다들 사느라 그러는 거예요. 우리가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보입니까? 우리가 그렇게 큰 욕심을 부리던가요? 그건 아니지 않나요?"

교감의 태도에는 관리자 역할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었다.

155페이지 中
=====

 

교감은 윤옥의 태도가 정당하고 바른길임을 알면서도 반대편에 선 자신들이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님을 어필한다. 살기 위해 그런 거라는 이유를 앞세우며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제는 멈춰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고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진정한 답을 고민해 볼 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기 위해 약한 자들을 이용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성공과 안위를 위해 부정부패를 저지하지 않고 묵인해 주는 것이 맞는가? 성욕과 욕망을 위해 타인을 농락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자신을 부끄럽고 불편하게 한다고 동료를 거부하고 따돌리는 행위를 지속하는 게 맞는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특혜 혹은 차별을 받는 것이 옳은 행위일까?

 

어쩌면 죽는 것보다 살아남기가 더 어려운 세상 속에서, 이 소설이 전하는 또 다른 숨은 메시지는 끝까지 살아남으라는 응원의 말을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 소설 속에는 수많은 죽음이 존재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대부분 안타까운 죽음이 대다수다. 윤옥도 수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어쨌든 정년까지 버티고 살아남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정년의 나이에 맞이한 윤옥의 죽음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윤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만의 세상을 지켜나갔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가 부린 고집이 어쩌면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끝까지 살아남으라는 저자의 강력한 응원의 메시지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이 소설은 관점과 주제를 어디에 두고 보느냐에 따라 수많은 물음과 외면했던 일들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내가, 우리가,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세계는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시태그 프랑스 한 달 살기 - 2024~2025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11월
평점 :
품절


독창적이고 다양한 문화를 자랑하는 프랑스에서 낭만을 맛보고 싶다면 미리보기를 해봐도 좋겠다. 서유럽에서 가장 면적이 큰 만큼 볼거리도 풍성하고, 지역마다 음식도 다양해 실망감을 느끼기는 어려울듯 싶다. 1구에서 20구까지 골목을 구경하는것만으로도 어쩐지 한달은 너무 짧을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시태그 동유럽 한 달 살기 - 2024~2025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하고 싶은 동유럽의 소도시를 쏙쏙 담은 이책을 통해 나만의 한달살기를 계획해보자. 알찬 정보를 통해 나만의 테마도 완성할 수 있다. 지도를 통해 동선을 확인해보고, 교통편과 맛집, 숙소도 미리 확인해볼 수 있다.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매력적인 도시에서 행복을 찾아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