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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랑을 부른다
조남선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12월
평점 :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저자는 이 책에서 삶 속에 스며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이야기하는데 읽다 보면 '삶이란 무엇인가?' 내지는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자가면역질환에 걸리며 병마와 싸우게 된다. 그리고 20대에는 친구의 배신과 절망, 부모님의 투병과 죽음을 겪기도 하고, 결혼 이후에는 경제적인 시련도 겪게 된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마흔 때쯤에는 갑자기 찾아온 우울감으로 생에 처음 홀로 배낭을 짊어지고 세계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큰 테두리에서 살펴보면 누구나 살면서 겪는 질병, 사망, 배신, 우울, 좌절 등에 대한 내용이다. 하지만 세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를 나락으로 이끄는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이다.
여기서 핵심은 이런 문제들을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뜨겁게 껴안고 헤쳐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저자는 후자의 선택을 통해 나를 돌보고,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돕는 손길로써 자신의 인생을 사랑으로 보듬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삶을 사랑으로 껴안은 저자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살면서 갑자기 들이닥치는 시련 앞에서 나는 어떤 생각과 태도로 삶을 대할지를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각 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데, 순서 상관없이 더 끌리는 장을 먼저 읽어봐도 무관하다.
●첫 번째 이야기: '나'를 사랑하는 방법으로의 여행기
●두 번째 이야기: 소박한 일상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사랑 이야기
●세 번째 이야기: 추억 속에서 길어올린 사랑 이야기와 부모님께 배운 삶의 지혜
●네 번째 이야기: 넉넉한 마음과 깊은 이해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삶의 가치
아래는 각 장마다 인상 깊게 다가왔던 문장들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다. 이 글을 통해 그냥 흘려버렸거나 방치했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인 개입으로 나를 보듬는 삶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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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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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연애와 31년의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며 두 딸(큰 딸 채영과 둘째 딸 채원)을 포함한 네 가족이다. 사춘기 남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며, 한때 조약국 집 팔 남매 가족의 사연으로 방송을 탄 적도 있다.
20대에 친구의 배신과 절망, 부모님의 투병과 죽음을 겪으며 생각지 못한 굴곡을 겪게 된다. 결혼 이후에는 경제적인 시련 역시 겪게 된다.
특히 백혈병으로 오래 투병하시던 어머니, 치매로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한 채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며 저자는 남은 가족들의 고통을 실감하게 되었고, 그래서 오륙 년 전 남편과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를 작성해두었다.
저자는 희귀한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스틸병에 걸려 고생한 적도 있고, 마흔에는 갑자기 우울증에 걸려 일상을 살아가는데 버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 저자는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기보다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찾는 방법을 택하게 되고, 그렇게 다시 자신의 삶과 일상을 되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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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 방법으로의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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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되던 해 겨울부터 시작된 알 수 없는 열병으로 저자는 몸도 마음도 가라앉아 우울의 늪에 빠지게 된다. 비워낼 여유가 없어 아무도 포용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담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낯선 곳에서 알 수 없는 이 열병을 다스려 보기로 한다. 오롯이 나만을 돌아보는 시간, 그 일탈의 시간에서 돌파구를 찾길 바랐다.
그렇게 첫 배낭여행을 시작하게 되고 첫 여행지로는 인도를 선택하게 된다.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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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 일 없는 인도에서 그렇게 시간을 잊었고 혼란스러운 풍경 속에서 호리병에 갇힌 나를 잊었다. 내가 본 세상은 넓고 삶은 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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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불볕 아래에서 다시 삶을 뜨겁게 끌어안을 에너지를 얻었으니, 뱀처럼 묵은 껍질을 벗고 새로운 마음으로 일상에 들어서려 한다.
19~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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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인도인들을 보며 저자는 삶과 죽음을 한 공간 안에서 마주해야 했다.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과 삶을 살아가고 있던 그들.
밑빠진 독처럼 어떻게 해도 채워지지 않던 에너지를 저자는 그 땅에서 비로소 채울 수 있었다.
인도 여행의 후기를 살펴보면 완전히 극과 극으로 나뉜다. 아마도 저자가 마주한 그 풍경과 삶의 방식 때문이 아닐까 한다.
완전 날것의 그것, 밑바닥의 그것을 체험한 후에야 비로소 묵은 껍질을 벗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었다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서 때론 다른 환경, 다른 장소에 나를 놓아두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인도차이나반도 라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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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울 거야.' 메콩강은 선물을 주었다. 향기로운 향수와 달콤한 사탕수수, 귀여운 아이들의 그림, 그리고 소년의 귀한 새틀까지.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더 소중한 것은 황톳빛 메콩강을 닮아 '슬로'의 삶을 사는 라오스인의 따스한 마음이다.
맑지 않다고 더러운 것은 아니다. 탁한 황토물이 오히려 더 순박하고 정겹다. 메콩강과 함께 흐르는 그들의 삶이 힘겨워 보이지만 결코 불행하지 않듯이.
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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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어떤 것들은 우리의 시야를 가려, 깨끗한 것을 더럽게 만들고, 더러운 것을 깨끗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그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알맹이다. 빈국에 속하는 라오스지만, 저자는 이 여행을 통해 따뜻함을 맛봤다.
정으로 통하던 한국 사회지만, 이제는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려울 만큼 요즘 우리 사회는 각박해졌다. 아마도 저자는 이처럼 사라진 '정'을 라오스 여행에서 맛봤던 것이 아닐까 한다.
■창녕 화왕산 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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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올랐다. 바위산 꼭대기에 이런 광활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짐작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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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홀로 앉아 표현할 수 없는 무념의 상태에 빠져 온 마음을 다 놓아 버렸다. 머리를 풀어 헤친 억새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제소리를 내고 있었다.
'서걱서걱' 같은 소리였다. 충분했다. 그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충분했다. 자신의 색을 띠고, 바람의 방향에 따라 순리대로, 서로의 몸에 기대어 천천히 흔들리며 낼 수 있는 소리를 내면 그만이었다.
(...)
억새밭에서 지혜 하나를 얻는다. 물이 흐르는 대로, 바람이 부는 대로 순리를 따라 사는 삶. 바람이 부는 대로 몸을 맡긴 억새의 아름다운 몸짓에는 가식도 군더더기도 없다. 어떤 꾸밈음도, 변주도 필요 없는 담백한 소리가 가장 아름답다.
42~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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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왕산에 올라 마주한 억세의 모습에서 저자는 지혜를 얻는다. 바람에 따라 흔들리며 어떤 꾸밈음이나 변주도 필요 없는 담백한 소리를 내는 억새에게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얻는다.
■티베트 조장 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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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중에 <염쟁이 유씨>라는 작품이 있다. 평생 시신 염하는 일을 하며 살아온 염쟁이 유씨는 말한다.
"죽는 거 무서워들 말어. 잘 사는 게 더 어렵고 힘들어."
맞는 말이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이 있기에 삶이 더 귀하고 소중하다는 것은 잘 모르는 것 같다.
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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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게 죽음과 삶을 떨어뜨려놓고 생각한다. 그래서 삶은 귀하다 여기고, 죽음은 두려워하며 피하려고만 한다.
하지만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로, 오히려 죽음 덕분에 삶을 더 귀하게 여기게 된다는 점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유한한 삶이기에 지금 우리의 '생'은 더 가치 있고 빛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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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일상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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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어도 테니스를 그만둘 수 없다 말할 만큼 테니스를 좋아하던 그가 운동을 일 년간 끊은 적이 있다. 갑자기 내게 온몸의 장기를 침범하는 희귀한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스틸병이 발병했기 때문이다. 이불만 살짝 움직여도 통증이 느껴질 만큼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그는 침대 아래 바닥에 이불을 깔고 일 년을 지냈다.
8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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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대목으로, 그토록 테니스를 좋아하던 남편이 운동을 그만두고, 침대 아래 바닥에서 일 년을 머물며 아내 곁을 지켰다. 꼭 말로 하지 않아도, 이런 태도나 행동에서 우리는 깊은 사랑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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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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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뜬금없는 질문에 오랜만에 영양가 있는 생각 하나 한 것 같다. ' 왜 사는가?' 하는 철학적인 질문과 그것의 명쾌한 모범답안, '꿈이 있으니까', 그렇다. 나이에 상관없이 꿈은 살아있는 '이유'가 되고 '에너지'가 된다. 십 대와 오십 대, 다른 세상을 걷고 있는 아이와 나의 꿈이 같을 수는 없다.
(...)
꿈은 자기만의 것이니까. 그러니 너도 너만의 멋진 꿈을 품어보렴. 세상은 꿈꾸는 사람의 것이라잖니.
114, 1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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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이들이 생각 없이 던지는 질문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는데, 저자 역시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던 것 같다. 덕분에 오랜만에 '왜 사는가'에 대한 철학적 사유에 빠져 삶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는 매 순간 크든 작든 꿈을 꾸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꿈은 에너지가 되고, 목표에 도달하는 동기가 되어 주기도 한다. 살다가 왜 사는지 이유를 모를 때는 '꿈'을 가져보자. 그러면 살아갈 나만의 이유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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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에서 길어 올린 사랑 이야기와 부모님께 배운 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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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망가진 뒤에 급히 바로잡으려 하면 이미 썩어버린 재목처럼 돌이키기 어렵지만, 작은 잘못을 알았을 때 고치기를 꺼리지 않으면 서둘러 수리 한 집처럼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의 한구석에 깨진 유리창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깨진 구멍으로 황소바람이 몰아쳐 삶 전체를 흔들어 놓지 못하도록 살펴야 한다. 뒷골목에 세워 둔 자동차처럼, 흉물이 된 게시판의 시간표처럼, 제때 살피지 않아 못쓰게 된 집처럼 적절한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유리창이 조금 깨졌다고 전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 삶을 온전하게, 100으로 지키는 것도 좋지만 좀 부족한 99라도 내 삶임을 인정하고 쉽게 0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린 시절 내가 망친 그림처럼 말이다.
17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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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저자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선지 저자가 말하는 바가 너무 강렬하게 다가왔다. 조금 망친 걸로 화가 나 전체를 망가뜨리는 우를 범했던 어리석은 나.
이제는 삶은 완벽한 것이 아니라, 계속 가꿔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저자가 말하는 두 가지만큼은 꼭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려 한다.
첫째, 항상 삶에 구멍 난 곳은 없는지 철저히 살펴 보강할 것, 중요한 것은 적절한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둘째, 삶에 작은 흠집이 났다고 해서 쉽게 인생 전체를 포기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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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몰랐다. 바로 가는 길보다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할 때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지름길을 좋아한다. 쉽고 빠른 길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살아 보니 알게 된다. 빠르게 가는 길이 능사가 아님을. 오히려 천천히 돌아가면서 얻는 많은 것을 지름길에서는 놓칠 수도 있다.
183~18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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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많이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한때는 람보르기니를 타고 직선거리를 최대한 빨리 달리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던 때도 있는데, 이제는 오히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돌아가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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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마음과 깊은 이해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삶의 가치
출처 입력
사람에게 힘이 나게 하는 것, 함께 버텨 나가는 힘, 그것은 결국 따뜻한 정이다.
1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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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다움, 인정, 베풂, 돕는 것과 같은 단어로 통합되는 그 무엇. 살아보니 대단히 큰 일이라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작은 선의가 진짜 큰 힘이 되더라.
저자의 가족들은 각자가 선택한 방법으로 각기 다른 봉사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렇게 작은 마음들이 모여 살맛 나는 세상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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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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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삶의 여러 굴곡을 겪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그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했다. 어떨 때는 홀로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또 어떨 때는 남편과 가족의 사랑으로, 또 다른 방법으로는 이웃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내어주고 작은 힘을 보태는 것으로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왔다.
어쩌면 그냥 멈춰있는 것으로,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내버려두어도 되었을 텐데 저자는 그러지 않았다.
살아가다 보면 원하지 않아도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저자와 같이 뜨겁게 나의 삶을 끌어안고 '사랑'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헤쳐나가 보면 어떨까 한다. 나의 가치 있는 삶을 위해, 그리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그렇게 사랑이 가지고 있는 비밀스러운 힘을 믿고 나아가다 보면 조금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생이 풀릴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