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나를 비춰 아름답고 오래도록 빛나게 한다
한미숙 지음 / 쿤스트포르센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 걸까?"



처음 기대와는 다르게, 처음 몇 페이지를 읽고는 금세 책장을 덮었다. 모호한 말과 모호한 그림들. 처음에는 내 문제인 줄 알았다. 지속되는 소음에 노출된 탓에 집중하지 못해 발생한 오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연휴 기간 황금 같은 휴일. 적막으로 감싸인 그 기간 중 하루를 이 책에 올인했다. 그런데 마지막 페이지까지 도달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약 200쪽, 통상적인 페이지보다 적어 2~3시간 투자하면 금방 읽을 줄 알았다. 그런데 도통 속도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읽으면서 계속 분석을 해나갔다. 왜 이렇게 머릿속에 남는 게 없을까? 왜 이렇게 깊게 빠져들 수 없는 걸까?


다 읽고 난 후 내가 내린 결론은 나는 저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쓰고 그린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어떤 맥락이나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어려운 내용들이다.


2006년부터 2024년의 상상과 현실을 오가는 기록과 51점의 드로잉을 담았다고 소개되어 있는데, 거기에 독자를 향한 메시지라던가 어떤 깨달음 같은 느낌은 전혀 없다.


그저 저자 자신만의 상념이나 기록들을 한 데 모아 엮은 책이라는 느낌밖에는 들지 않는다. 날짜도 뒤죽박죽이고 내용도 타인이 판단하기에는 '알 수 없음'으로 귀결되는 내용뿐이다.


그래서 그냥 계속 읽어나갔다. 까만 것은 글자, 하얀 것은 종이. 그리고 여기에 더해 간간이 배치된 드로잉도 그냥 보고 넘겼다.


간혹 작업이나 프로젝트 활동에 대한 두려움이나 어려움 등에 대해 기록한 것들이 발견되기는 했으나 이 역시 저자 자신의 상념들을 나열한 문자들이기에 타인에게 큰 감흥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멍 때리다 발견한 글자를 그냥 눈으로 읽듯이 그 역시 그냥 읽고 넘기게 된다.



일기 같기도, 메모 같기도 한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그렇게 나에게는 '꽃'이 되지 못했다. 글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고, 그림도 좋아하는 나이지만 모호하게 쓴 누군가의 글과 그림은 생각보다 더 어렵게 다가왔다.


나는 저자가 아니고 저자도 내가 아니기에, 저자의 머릿속과 경험에 다가갈 수 없는 나는 그저 텍스트 주변을 빙빙 맴돌다 그렇게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이런 의문만 남았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뭐였을까? 내가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었던 걸까?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