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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 -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문경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평점 :
불과 얼마 전까지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이야기와 맞물려 가슴이 뜨거워지는 소설 한편을 만났다. 실화와 픽션이 교묘하게 맞물려 요즘의 우리 사회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는데, 결론 없는 아귀다툼과 권력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기도 했다.
핵심 키워드들을 나열해 보면 교사, 학생, 교육, 장애 그리고 여기에 더해 사람들의 욕망과 권력에 대한 탐욕으로 정리해 볼 수 있는데,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무한 반복의 굴레라 이제는 결론에 대해 말하기도 입 아플 정도다.
이야기의 배경은 대략 80~90년대로 추정되는데,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내용들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단지 대놓고 하느냐 아니면 숨겨서 뒤로하느냐의 차이 정도랄까?
물론 표면적으로 보이는 부분들은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고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실상을 통해 우리는 교육현장이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한 명의 국어 교사의 이야기를 통해 리얼한 교육현장은 물론 장애를 가지고 있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한 사람의 직업관과 꿈, 그리고 삶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국어 교사 정윤옥은 임기 초반의 3년을 빼면 교사로서 쉽지 않은 선택들을 지속하며 마지막까지 자신의 소신을 지켜내는데, 가족사를 비롯해 무엇 하나 호락호락한 것이 없다.
여기에는 그녀가 선택한 인생의 중대한 결정들이 한몫을 더했는데, 객관적으로는 이러한 선택들이 칭찬받아 마땅해 보이지만, 어쩐지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이래서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실제 직업이 교사이며 장애가 있는 딸의 아빠가 쓴 소설인데, 그래서인지 디테일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약 7년의 시간 동안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공을 들였다고 하니 주제와 관점을 다르게 하여 읽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듯하다.
"만약 나라면?"이라는 마음으로 교사의 관점, 학생의 관점, 장애 아이를 둔 가족의 관점, 학부모의 관점, 동료 교사로서의 관점 등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을 듯하다. 혹은 주제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교육방식, 교권의 침해, 자살,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에 대한 견해, 장애 아이들의 교육 등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켜야 할 세계>라는 제목이 시사하는 바는 독자에 따라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학교가 될 수도 있고, 혹은 나의 삶이 될 수도 있으며, 우리 사회 전반을 지칭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각자의 상황이나 견해, 그리고 이슈에 따라 중점이 달라질 수 있기에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어떤 식으로 해석해도 나쁘지 않은 소설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기>
국어 교사인 정윤옥은 교사라는 외길 인생을 묵묵히 걸어오며 정년퇴임을 맞는 해 죽음을 맞게 된다. 정년퇴임까지 교사를 지속했으니 마지막 가는 길은 많은 사람들의 축복과 배웅 속에 떠났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녀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는 굳게 닫힌 정문 때문에 그녀가 마지막까지 근무했던 고등학교의 운동장에 들어갈 수 없었고, 아무도 없는 학교는 고요하고 쓸쓸했다. 그렇게 윤옥은 봉안당에 안치되는 것으로 60여 년 삶의 모든 절차를 매듭지었다.
그녀의 삶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불운했고, 삶을 뒤흔드는 인간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죄의식과 직업에 대한 윤리의식이 꽤 강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때문에 그녀의 삶은 고통 속에서 나 홀로 고군분투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어릴 때는 건설 현장에서 화약 사고로 죽은 아버지와 뇌 병변장애를 앓고 있는 동생으로 인해 경제적,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나날을 보냈다. 산동네로의 이사와 더불어 엄마는 돈을 벌기 위해 방직 공장으로 나갔고, 윤옥은 홀로 혼자서는 밥을 먹을 수도, 화장실에 갈 수도 없는 중증의 동생을 돌봐야만 했다.
그렇게 8년을 함께 살다가 도저히 모두를 감당할 수 없었던 엄마는 윤옥이 열 살 때 동생 지호를 한 목사에게 입양 보낸다. 당시 입양이 뭔지도 몰랐던 윤옥은 그렇게 동생과 헤어졌고 이후 윤옥도 또래처럼 학교도 다닐 수 있게 된다.
시간이 흘러 서울에 있는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합격한 윤옥은 산동네를 떠나 대학 근처에 쪽방을 얻게 되었고 아르바이트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마침내 남들과 같은 사람답게 사는 삶에 가까워진다.
당시 교사 자격은 선발 절차 없이 바로 임용될 수 있는 일종의 보험 같은 느낌이라 동기들은 교사가 되는데에 별 관심이 없었던 것에 비해 고등학생 때부터 윤옥은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그 이유는 가난에서 벗어나 남들처럼 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자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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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직업이었고 별 볼일 없는 일이었으나 윤옥에게는 교직이 그렇지 않았다. 적은 봉급이어도 저축만 잘하면 산동네나 쪽방촌이 아닌 서울 어딘가에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어쩌면 승용차를 몰 수 있을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윤옥은 자신이 겪었던 교사들과는 다른 교사가 되고 싶었다.
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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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신이 겪었던 교사들과는 다른 교사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기에 교사라는 직업은 윤옥에게 남다른 직업이자 처음으로 꿔보는 미래였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처음 부임 후 3년 차까지는 꽤 인기 있는 선생님으로 학교와 학생, 동료 교사들에게도 인정받는 선생님이었다. 그러다 만연하게 퍼져있던 촌지를 거부하고 승진을 위해 이기적으로 구는 주임교사와 척을 지면서 점점 동료 교사들과의 사이도 소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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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이나 동료 교사들은 이물감이 느껴진다는 태도로 윤옥을 대했다. 윤옥은 이 모든 것이 학교에서 요구한 각출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걸 직감했다.
1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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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자신의 동생을 떠올리게 하는 뇌 병변장애를 앓고 있는 자신의 반 학생 시영을 끝까지 책임져 주고 싶은 마음이 여러 일들과 맞물려 그녀의 교권이 여러모로 침해당하기도 한다. 학부모들에게 아동학대 신고 협박과 고소 협박을 당하기도 하고, 수행평가와 관련된 일로 한 학생과 다투기도 하는 등 나 홀로 고군분투를 이어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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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은 혼자였다. 상대가 바라는 대로 무릎 꿇고 싶지 않았다. 힘들긴 했지만 버틸 만했다. 윤옥은 마음이 무너질 것 같을 때마다 엄마가 이겨낸 것들을 생각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엄마만큼은 아닐 테니까.
1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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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했던 것과 달랐던 현실을 경험한 윤옥은 이러한 사유로 추후 교육현장을 떠나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더하고 싶은 꿈을 한때 꾸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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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되고 돈이 모이면 기회를 봐서 대학원에 가고 싶었다. 석사 과정과 박사과정을 거쳐 공부하는 삶을 살고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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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이 겪은 현장 교육은 대학 때 공부했던 것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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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입시 중심으로 돌아가는 학교문화에서는 진정성 있는 무언가를 시도해 볼 여지가 좁았다. 교실 뒷벽에는 성적 석차별로 정렬된 학생들의 명단이 붙어 있었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체벌이 뒤따랐다.
10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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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3학년 최수연이라는 학생을 알게 되면서 그녀를 따라 간 야학에서 우연히 사범대 수학교육과 동기 김정훈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를 통해 새로운 교육의 길에 대한 희망을 맛보게 되면서 함께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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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은 신규교사 시절의 윤옥에게 민들레 야학을 함께 하자고 말하면서 교육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고 싶다고 했다.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고 싶다고, 한국의 프레이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듀이처럼 실험학교를 만들어보자고도 했다.
9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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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삶을 이어갈 수 있다면 학문중심 교육과정과 프레이리를 통합하는 연구를 해보고 싶었다.
1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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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교육현장에 대해 반감을 품고 있던 윤옥은 정훈의 포부에 깊게 공감했고, 자신이 원하는 학문 중심의 교육과정과도 맞닿아 있어 살짝 들뜨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에서 좌절과 절망으로 다가오면서 생각보다 후폭풍은 세게 다가온다. 교원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파직당하고, 시사토론반의 반장으로 문학적 감수성도 상당하고 생각도 깊어서 여러모로 눈에 띄었던 수연은 보름간 정학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이 일 이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훈과 다시 시작한 소규모의 공부방에서 정훈이 수연을 성폭행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면서 마침내 마지막 윤옥의 희망마저 처참히 깨지고 만다. 이외에도 반 아이였던 영숙은 분명치 않은 이유로 자살을 하는 등 무수히 많은 불행들이 찾아와 윤옥은 힘든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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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은 그런 정훈의 수업이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오랫동안 함께 일할 수 있는 친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 일을 통해 기대하지 않았던 미래가 열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16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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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다른 교사가 되고 싶어 꾸었던 교사라는 꿈, 그러나 막상 들어선 현실은 교육과 달랐고, 야학이라는 이름으로 입시가 아닌 지식을 전하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을 꿈꿨지만, 이 역시 개인의 욕망 앞에서 철저히 무너져 내렸다.
이렇게 한순간에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무너져 내렸다. 무엇을 따르고, 무엇을 거부해야 하는지 알기 힘든 현실 속에서 부유하듯 몇 년이 흐르고, 종적을 감췄던 수연이 다시금 찾아오게 되면서 윤옥은 또 다른 인생의 기점을 맞이하게 된다.
여느 겨울 한 놀이공원에서 마주한 수연은 살고 싶다는 말과 함께 네 살 된 아들 상현이를 맡기고 떠났고 윤옥은 아이를 입양함으로써 깨질 것 같은 수연을 보듬는 동시에 어딘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 상현을 돌보는 것으로 결핍을 채워주려 노력한다.
이 모든 것은 아마 당시 수연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상기시키는 한편, 마지막 순간 자신을 찾아와 도움을 구하는 수연에 대한 고마움과 반가움이 들었기에 가능한 일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게 상현은 윤옥의 아이로 출생신고가 되었고 추후 수연은 자신만의 길을 다시 찾아갔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밑반찬을 전달하는 것으로 고마움을 전하는 한편, 아이가 건강히 잘 자라는지 지켜볼 수 있게 된다.
윤옥의 삶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마음속에 돌처럼 박혀있던 동생 지호에 대한 일이 잊힐 때쯤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 윤옥은 불현듯 아르바이트로 마련한 돈을 쥐고 원주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동생 지호가 입양되었다는 '기적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생각지 못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동생을 데리고 간 하성호 목사의 실체와 동생의 행방이 묘연해졌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한참 세월이 흘러 엄마와 함께 수림 상회를 운영하던 수림 엄마의 장례식이 있고 난 뒤 어느 날 우편물을 하나 받게 되는데, 보낸 사람이 자신의 엄마인 '임옥순'이었다. 제주도 서귀포에서 온 우편물이었는데, 그 속에는 편지 한 통과 DVD 한 장이 들어있었다.
이것을 추적해 가면서 마침내 윤옥은 과거 사기꾼이었던 하성호 목사와 동생 지호의 행방을 다시금 알 게 되는 것은 물론,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엄마의 행방과 더불어 수림 엄마 장례식에서 이유를 알 수 없던 멍투성이었던 엄마 얼굴의 사유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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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은 혼자다.
젊을 때는 옆에 사람이 북적이다가도
하나둘 떠나고, 곁에 있는 마지막 사람마저 보내고,
그리고 나도 훌쩍 떠나면 그만인 것이다.
191페이지 엄마의 편지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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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부로 나뉘는 이야기 속에는 이처럼 행복과 희망을 꿈꾸지만 끊임없이 좌절하는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놀리듯 잠시 찾아와 기대를 한껏 가지게 했다가 누가 볼세라 냉큼 불운을 던져주고 가버리는 삶을 지켜보면서 어쩌면 행운은 세상에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하게 된다.
하지만 가만히 지켜보면 이 속에서도 나름의 긍정적 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삶이 지속되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윤옥과 수연, 상현의 관계가 그러했고, 아들 지호를 향한 사랑과 미안함, 모정이 만들어낸 또 다른 제2의 지호들과 윤옥의 엄마 '임옥순'의 관계가 그러하다.
그리고 타인의 삶을 이용하고 망가뜨린 이들은 후에 벌을 받는 모습이 그려지며 권선징악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러한 나름의 정석적 결말을 보았음에도 여전히 끝이 아리게 다가오는 것은 죽음을 다루고 있는 결말들이 하나같이 비슷하게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살아생전 주변인들을 살뜰히 챙겼던 수미 엄마는 홀로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수연의 아들을 입양해 사랑으로 품은 윤옥 역시 눈이 오던 겨울밤 홀로 오르막길을 걷다가 넘어져 세상을 떠나게 된다.
어찌 보면 참 허무한 죽음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것이 인생이라는 생각도 든다. 윤옥의 엄마가 죽음을 예고하며 남겼던 편지글에서처럼 결국 사람은 혼자고, 떠날 때는 훌쩍 그렇게 떠나면 그만인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죽음 앞에는 꿈도 희망도, 명예도, 거창함도, 권력도 다 필요 없다.
1부에서는 윤옥의 가족사, 2부에서는 교사로서의 삶, 3부에서는 사람 정윤옥의 마지막 한 해에 대해 담고 있는데, 읽다 보면 여러 관점을 들여다보게 하고, 각각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픽션을 담은 소설이지만, 그 어떤 소설보다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어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되돌아볼 장면들이 꽤 많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의 모습을 비롯해 교육과 교사의 현주소, 우리 사회에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부정부패와 성폭력, 잃어버린 사람 사이의 관계와 정 등.
이 책은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꽤 많은 물음을 던진다. 당신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겠냐고 끊임없이 묻는다.
정년까지 오랜 시간 교사직을 역임하며 윤옥은 사회적, 시대적으로 꽤 험난한 시간들을 보낸다. 얼토당토 하지 않은 사유로 비난과 고소도 당했지만, 끝까지 교육에 있어 자신만의 고집과 소신을 지켜나가며 어떤 권력도 취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변인들은 윤옥을 불편해하고 가까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치부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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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선생님은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정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는 겁니다. 그 사람들이라고 나쁜 사람으로 태어났겠어요? 아닙니다. 다들 사느라 그러는 거예요. 우리가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보입니까? 우리가 그렇게 큰 욕심을 부리던가요? 그건 아니지 않나요?"
교감의 태도에는 관리자 역할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었다.
1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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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은 윤옥의 태도가 정당하고 바른길임을 알면서도 반대편에 선 자신들이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님을 어필한다. 살기 위해 그런 거라는 이유를 앞세우며 정당성을 부여한다.
이제는 멈춰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고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진정한 답을 고민해 볼 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기 위해 약한 자들을 이용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성공과 안위를 위해 부정부패를 저지하지 않고 묵인해 주는 것이 맞는가? 성욕과 욕망을 위해 타인을 농락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자신을 부끄럽고 불편하게 한다고 동료를 거부하고 따돌리는 행위를 지속하는 게 맞는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특혜 혹은 차별을 받는 것이 옳은 행위일까?
어쩌면 죽는 것보다 살아남기가 더 어려운 세상 속에서, 이 소설이 전하는 또 다른 숨은 메시지는 끝까지 살아남으라는 응원의 말을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 소설 속에는 수많은 죽음이 존재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대부분 안타까운 죽음이 대다수다. 윤옥도 수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어쨌든 정년까지 버티고 살아남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정년의 나이에 맞이한 윤옥의 죽음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윤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만의 세상을 지켜나갔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가 부린 고집이 어쩌면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끝까지 살아남으라는 저자의 강력한 응원의 메시지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이 소설은 관점과 주제를 어디에 두고 보느냐에 따라 수많은 물음과 외면했던 일들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내가, 우리가,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세계는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