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의 작은 정원들 - 무너진 나를 다시 세우는 골목 정원 이야기
최윤선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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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의 거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꽃과 나무를 통해 식물의 생태와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



처음에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인데, 읽다 보니 어느새 고즈넉한 북촌의 작은 골목길을 걷고 있는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언젠가 방문했던 북촌로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숨겨진 보물을 찾는 느낌이었달까. 특히 마주하는 책에 실린 사진을 마주하는 순간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더불어 나태주 시인의 풀꽃 1의 한 구절이 떠올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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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꽃을 보듯 너를 본다 풀꽃 1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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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시의 구절처럼 정말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는 행복, 쉼, 힐링, 위로, 영감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하루 종일 북촌로의 골목길을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며 곳곳에 숨어 있는, 눈을 크게 떠야만 확인할 수 있는 작고 신비한 생명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아마도 최근 그런 여유를 가진 적이 없어 더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생각해 보면 혼자 북촌로를 여유 있게 돌아본 적이 없는데, 하루를 온전히 비워 찬찬히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북촌 골목 구석구석에 자리한 작은 풀꽃부터 큰 나무까지 깊이 관찰하며 식물의 생태와 인간 삶의 깨달음을 엮은 에세이 책으로, 비움, 인내, 다정함, 회복, 조화라는 다섯 가지 주제를 담고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길가의 식물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오랜 시간 지켜보면서 고요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만약 직장이 근처에 있다면 저자처럼, 점심시간과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오래 보고, 자세히 보면서 위로와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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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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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로 손에 쥔 것을 놓지 못해 마음의 흉터가 깊어지고는 합니다. 이미 생명력을 잃은 인연이나 감정을 부여잡느라 정작 나 자신의 겨울을 준비하지 못할 때도 있지요. 그럴 때면 저는 송현 광장의 중국단풍을 떠올립니다. 살기 위해서는 그리고 돌아올 봄에 새잎을 틔우기 위해서는, 때로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과의 연결 고리를 과감히 끊어 내는 '마음의 떨켜'가 필요함을 다시 새깁니다.

(...)

툭, 미련 없이 제 잎을 떨구는 나무를 보며, 우리 마음의 무거운 짐도 하나쯤 가볍게 내려놓는 연습을 해 보는 건 어떨까요.

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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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모든 것을 꽉 움켜지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더라. 때로는 미련 없이 꽃잎이나 잎을 툭 떨구는 식물이나 나무들처럼 우리 역시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는 것들을 툭 내려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더라.


너무 나를 힘들게 하는 물건이나 미련, 관계들은 이제 그만 과감히 보내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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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도 때로는 비바람에 젖어 무겁기도 하고,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 거친 나무껍질처럼 단단한 흉터로 남기도 합니다. 하지만 박태기나무는 이야기합니다. 그 고단한 시간과 상처 입은 자리는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오히려 꽃을 피울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지지대임을 말이지요.

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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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나면 보인다. 무수히 겪은 상처와 시련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음을. 잘 이겨내고 나면 그 시간들이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박태기나무는 그 시련의 시간을 견딘 자리에 화사한 꽃을 피워내며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듯하다. '너도 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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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도 대개 이런 모양이 아닐까 합니다. 끝낸 것과 지금 살고 있는 것과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이 한 사람 안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 하나의 줄기 위에 세 개의 시간이 함께 있어도 식물은 쓰러지지 않습니다.

8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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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까치수염의 꽃대 위에는 세 개의 시간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한다. 아래쪽에는 이미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그 위로는 지금 막 꽃잎을 활짝 연 꽃들이, 맨 끝 굽어진 부분에는 아직 피지 않은 봉오리가 맺혀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인간의 삶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이미 지나간 과거, 지금의 현재,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살아내며 우리는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때로 그 무게감이 현실을 짓누르고 휘청이게 할 때도 있겠지만, 큰까치수염처럼 쓰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버티고, 견디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도 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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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 용어로 '단지'란 에너지가 충분할 때는 가지를 길게 뻗고, 환경이 척박하거나 에너지를 아껴야 할 때는 속도를 늦추고 잎을 모아 효율을 극대화하여 성장한 가지를 말합니다.

(...)

남들보다 뒤처질까 봐, 더 빨리 성과를 내기 위해 쉼 없이 달리는 우리입니다. 오랜 시간을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걸어온 창덕궁의 은행나무 앞에서, 속도보다 무너지지 않는 내면이 먼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만의 속도로 나이 들어가는 법을 배웁니다.

1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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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성장하거나 좋을 수만은 없다. 때론 넘어지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는 게 인생이기에. 그러니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멈추지 말고 나아가 보면 어떨까. 그러다 보면 나만의 '단지'가 하나씩 무늬를 이루며 쌓이지 않을까.


나만이 해낼 수 있는 일들, 내가 직접 경험하고 이룬 성과들은 결코 남의 것이 될 수 없다. 그러니 남과 비교하기보다 지금의 나에게 맞는 방향과 속도로 나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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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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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의 골목 구석구석을 천천히 도보로 이동하며 관찰하듯 읽어 나가면 좋을 책이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나무나 식물이 있다면 눈여겨보고 기억해 두었다가, 언젠가 북촌에 들렀을 때 세세히 오래 보고, 자세히 보면서 발견하면 어떨까 한다.


더불어 동네를 다닐 때, 사계절을 견디며 성장하고 있는 나무와 식물을 보물 찾기 하듯 찾아보면서 위로와 쉼, 힐링을 얻어봐도 좋겠다.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해서 그렇지, 둘러보면 우리 주변에 많은 것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힘듦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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