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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달빛 아래서 시를 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 한 게으른 산책자의 사랑과 삶에 관한 다정한 생각
제롬 K. 제롬 저자, 정혜엽 역자 / 우리네꿈 / 2026년 7월
평점 :
"일상의 풍경과 삶에 대한 생각을 깊게 관찰하고 쓴 책!"
이 책을 읽으며 처음 든 생각은 '속았다'라는 느낌이었다. 사실 도입부에서는 크게 인식하지 못했는데, 읽어 나가며 살펴보니 '어라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 이내 제목에서 받은 느낌과 책 내용이 너무 달라 그렇게 느낀 것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어쩐지 제목을 보고 기대했던 내용과 너무 다르더라니. 그래서 초반에는 더 속도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저자의 글 스타일과 내용 파악을 한 이후에는 쭉쭉 읽어나갔다.
책 제목과 다르게 이 책은 산문 형태의 에세이 글로, 일상에서 우리가 흔하게 보고 느끼는 감정에 대해 위트 있게 풀어낸 책이다. 살펴보면 꽤 오랜 시간 관찰력을 가지고 쓴 글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래선지 저자만이 가진 감성이나 다정함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오랜 시간 가슴에 묻어둔 기억과 사물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 글에서는 삶에 대한 온기와 색깔이 엿보이는데, 은근한 유머가 섞여있어 살며시 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리고 저자가 관찰한 시선과 내가 바라보는 삶을 비교하며 사물과 감정을 떠올리는 맛은 은근히 쏠쏠하다.
이 책은 총 14편의 에세이를 엮어 묶은 산문집으로, 일상의 풍경과 삶에 대한 저자의 관찰력이 돋보이는 글이다.
주제만 봐도 사랑, 허영과 허세, 옷차림, 수줍음, 날씨, 아기, 개와 고양이, 음식, 돈, 게으름, 성공, 우울, 기억 등 굉장히 평범한 소재를 활용했는데, 그래서 더 일상의 감각을 특별하게 떠올리는 느낌을 받게 한다.
너무 평범한 소재라 사실 보통의 일상에서는 쉽게 떠올리지 못하고 흩어지는 일이 부지기수인데, 이렇게 저자의 기억과 관찰력이 더해져 글로 탄생되고 보니, 이만한 주제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읽고 난 후 나 역시 잠시나마 내 주변의 아주 사소하지만 늘상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심도 있게 바라보게 되었다. 어떻게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지, 그것에 대한 내 생각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말이다.
제목처럼 내용은 아주 낭만적이거나 서정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저자만의 유머와 색다른 시선, 그리고 다정함이 엿보인다. 더불어 '시'는 아주 잠깐 등장하는 정도다.
만약 책 제목이 내용과 맞물리는 '일상에 관하여'라던가 내용을 바로 확 떠올릴 수 있는 것이었다면 나는 이 책을 또 다르게 접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만약 일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거나, 너무 평범해서 미처 붙잡지 못하는 일상을 잠시 붙잡아 두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경험해 보면 어떨까.
읽다 보면 '아 이런 게 행복이지'라던가 '이런 게 일상이지'하는 삶의 의미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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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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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짜증을 던져버리지 못하면 우리 곁에 눌러앉아 슬픔이 됩니다. 작은 불쾌감을 가슴속에 품고 곱씹다 보면 큰 상처가 되고, 그 독기 어린 그림자 아래서 증오와 복수심이 싹트게 되는 것입니다.
욕설은 감정을 해소해 줍니다. 그것이 바로 욕설의 역할이죠.
1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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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 고양이의 행동 패턴과 그것을 바라보는 관찰자 시점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때론 짜증이 나기도 한다며, 그것을 어떻게 해소하면 되는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장면이다.
저자는 사소한 짜증을 꾹꾹 눌러 담거나 참으려만 하지 말고 가끔 욕설을 통해 감정을 해소해 보라 이야기한다. 욕이라고 무조건 나쁘다고만 하기보다 이처럼 감정 해소를 하는 용도로 써먹어 보면 어떨까.
물론 남들 앞에서 상스러운 욕을 일상 언어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꾹꾹 눌러 참아 감정이 곪아가는 것보다는 이렇게 밖으로 배출해서 해소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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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는 온 세상으로부터 멸시받는다. 기독교인이나 귀족이나, 선동가나 하인이나 할 것 없이 그를 무시한다. 젊은이들을 위한 그 어떤 도덕 교과서의 격언도 가난한 자를 존경받게 만들지는 못한다.
사람들의 평판에 관한 한 겉모습이 전부다.
1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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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부터 현재까지 변하지 않은 불변의 법칙을 뼈 때리게 지적하고 있는 글이 아닐까 한다.
'가난한 자는 온 세상으로부터 멸시받는다'
어떤 이들은 아니라고,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거의 진실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평판에서 '가난'은 상위 순위에서 한 번도 빠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학식, 인품, 외모 등 모든 것이 뛰어나도 가난한 자들은 쉽게 존경받거나 평판이 그리 좋지 못한 것이 현실이기에.
물론 후대에 겉모습을 배제한 업적이나 성과를 두고 칭송하거나 존경을 표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을 배제한 상태에서만 오롯이 가능한 일이다.
돈에 쪼들린다는 것, 가난하다는 것은 사람의 많은 것을 바꿔놓는다. 나뿐 아니라 타인까지도. 그러니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은 여러 의미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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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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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제목을 보고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읽은 사람이라면 나처럼 '속았다'는 느낌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책 제목을 보면 '서정적, 시, 감성적'과 같은 키워드가 떠오르는 것에 비해 실제 내용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너무 일상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이거 뭐지?'하는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 내용 자체가 나쁘다거나 이상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너무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당황스러웠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이야기들을 다시 꺼내보는 계기가 되었고, 삶 속에 존재하는 평범한 일상들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는데, 하루의 목격담 형태로 일기를 써보는 것도 꽤 괜찮을 거란 아이디어까지 떠올렸다.
나를 관찰하고, 내 주변에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눈여겨보다 보면 이처럼 하나의 에피소드 같은 글들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지난해, 지난주, 어제 나는 어떤 생각과 삶의 온기를 가지고 하루를, 일주일을, 한 달을, 일 년을 살았는지를 살펴보는 좋은 기록지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