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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우붓 사우나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6월
평점 :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가족의 힐링 이야기!"
현실감 돋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읽으면서 공감이 많이 갔던 이 책은,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한국적 정서로 대표되는 사우나라는 공간, 그리고 한 가족을 둘러싼 여러 친척을 등장시킨 점, 여기에 여러 지인들과 사기,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 등에 대한 소재까지 더해지며 그야말로 현실 속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포인트들이 꽤 많았다.
지금은 흔하게 볼 수 없는 가족 형태를 다루고 있는 점을 빼면 거의 현실 속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아 더 짠하고, 더 애틋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총 12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12개월 한 해를 살아낸 한 가족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다. 발리 우붓에서 꽤 잘나가던 이들이 한순간에 빈털터리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 년의 시간들을 담아냈는데, 보다 보면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신기한 점은 중간중간 갈등과 다툼이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갈라서는 극강의 단절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어떻게든 서로 뭉쳐서 살아내겠다는 의지가 더 크게 엿보이는데, 이 때문에 '이래서 소설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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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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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서
-딸
-중학교 때 발리에서 살다가 현재 한국 거주 중으로 대학생
■김서홍
-아들
-고등학생
-불쑥불쑥 천재성을 발휘
■이은숙
-엄마
-발리 우붓에서 한식당 '윤서네 한식당'을 운영하다 망해서 한국으로 옴
■김현석
-아빠
-발리 우붓에서 한식당 '윤서네 한식당'을 운영하다 망해서 한국으로 옴
■김성자
-고모
-현철과 쌍둥이이며 누나
■명숙
-윤서의 이모
-은숙의 친 여동생
-새신사 자격증 보유
-요양보호사 근무 경력도 가지고 있음
■김현철
-현석의 남동생
-가정의학과 '닥터 김 병원' 운영 중
■사미선
-현철의 아내
-사우나에 한 번씩 손님으로 방문
■임석구
-자신을 재력가이자 투자 사업가로 소개하며 윤서네 집에 사기 친 사람
■장민주
-윤서의 초등, 고등학교 동창 친구
-사우나에 자주 방문
-안 빠지던 살이 사우나에 다니면서 명숙의 조언을 듣고 빠지기 시작
-제법 사는 집 자녀로, 엄마는 삼성전자 부장
■오 여사
-탈의실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터줏대감
■철수
-여섯 살 된 유준이를 홀로 키우고 있음
-한동안 사우나 관리 알바를 함
■소정식
-성자의 중학교 동창
-구청 환경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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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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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네 가족은 한국에서 사기를 당하고 쫓기듯 발리 우붓으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다행히 그곳에서 자리를 잘 잡은 덕분에 '윤서네 한식당'은 대박을 쳤고, 한동안 꿈같은 날들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중학생 시절을 발리 우붓에서 보낸 윤서와 동생 서홍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윤서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한국에서 다니게 되면서 현재는 원룸에서 동생과 지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레 윤서는 부모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는데, 또다시 사기를 맞은 부모님이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는 연락이었다.
이후 이들은 윤서와 서홍이 생활하던 원룸의 보증금까지 빼서 허름하고 낡은 사우나 하나를 구매하게 되고, 그곳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게 된다. 여기에는 발리 우붓에서 함께 사기를 당하고 온 고모 성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이들 가족은 짠하고 애틋한 일들을 다양하게 겪으며 가족의 결속력은 더 높아지고, 이웃과 함께 사는 법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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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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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는 핸드폰 하나를 들고 스낵에서 파는 각종 음료수를 빨대로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세상은 공평한 듯 보였다. 일단 옷들이 같다. 그리고 누구나 매트나 베개를 사용하고 방바닥에 눕는다. 가끔 독서하는 사람도 있지만, 거의가 TV나 핸드폰을 본다.
경락 마사지 숍에 가서 제법 돈을 주고 고급 전신 경락 마사지를 받는 사람이 여기서는 상류층에 플렉스 소비를 하는 사람이다.
(...)
윤서는 생각했다. 인간에게 진정한 유토피아가 있다면, 어쩌면 이곳이 아닐까 하고.
누구나 가진 옷으로 평가받지 않고, 바닥에 누워서 버티고 있는 상황들이야말로 비교 대상이 사라진 공평한 사회 같아 보였다.
73~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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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나에서 생활하게 된 뒤로 윤서네 가족은 종종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사우나 안에서 같은 옷을 입고,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은 어느새 사라지기 시작한다.
어떤 의미로는 윤서의 말대로 정말 사우나야말로 진정한 유토피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괜한 걸로 사람을 평가하기보다 어쩌면 고급 경락마사지를 받는 것으로 상류층을 구분하는 사우나가 어떤 의미로는 더 공평하고 평등한 사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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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한 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함부로 남에게 불편을 끼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았으면 됐습니다."
1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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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소설이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교훈도 함께 얻을 수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 하나같이 모두 사연을 가득 가지고 있는데, 결국 남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는 삶의 태도에 대한 메시지까지 더해져 제대로 힐링의 참맛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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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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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 보면 짠하고 남의 일 같지 않은 에피소드를 많이 만나볼 수 있는데, 지금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이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아픈 엄마를 병간호하다가 결국 직업도 잃고 경제적으로 궁핍해진 것은 물론 우울증까지 얻게 된 청년의 이야기, 홀로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가 살 곳을 마련하지 못해 사우나 한 달 이용료를 끊어 생활하면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동안 아이를 혼자 방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홀로 남겨지게 되면서 은둔형이 되어 버린 한 여성, 먹고 살 것이 막막하고 두려워 갓난아기를 사우나에 유기한 젊은 부부의 이야기 등.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우나를 운영하는 윤서의 가족들은 이들을 내치지 않고 보듬으며 상황에 따라 단호한 훈계와 곁을 내어주는 두 가지 방법을 활용하여 이들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사우나는 실질적으로 몸을 데우고 쉬는 장소를 상징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우나 역시 그런 물리적 힐링과 쉼을 상징함과 동시에 관계를 데우고 회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다소 부딪히는 듯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이들은 점점 더 끈끈한 동지애를 보여준다. 사우나에 방문하는 손님들도,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도 점점 주름살이 곧게 펴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윤서네 가족은 사기를 당한 후로 복잡한 심정으로 운영하게 된 사우나에서 때론 폭발하고, 때론 데워지다 결국엔 온기를 나누게 된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힐링이 필요하다면 지금 이 책, <발리 우붓 사우나>를 통해 희로애락을 함께 경험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