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벤 존슨
이찬란 지음 / 시원북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한 삶은 없으며 연대를 통해 삶을 회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



한 때 영웅이었지만 사흘만에 약물 사건으로 추락한 벤 존슨이라는 인물을 중심에 두고, 저자는 벤 존슨을 동경하고 닮아있는 한 인물을 만들어 낸다.


그는 마른 체형의 중년 남자로, 그의 삶 또한 현실에서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호달을 만나게 되면서 다시 삶의 의미를 되찾게 된다.


실제로 저자는 7년전 지하철에서 한 남자를 보게 되는데, 그는 벤 존슨, 9.98이라는 문구를 갈겨쓴 종이를 가지고 있었다.


계속 그 사람을 흘깃거리며 머릿속으로는 두서없는 상상을 이어가던 저자는 마침내 그것을 그럴듯한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총 1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고립된 사람들이 서로의 삶에 스며들면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에 이어 할머니까지 잃고 혼자가 된 호달은 신림동 고시원에서 머무르다 결국 내쫓기게 되고, 여기에 더해 밀린 아르바이트비는 받지 못한 채 막막한 일상이 이어진다.


중년 남자는 항상 먼 곳만 바라보며 누군가를 그리워하던 아내를 잃자 모든 살림살이를 정리한 후 죽음을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아내의 납골당을 방문하게 된다.


그 외에도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이들로 고단하고, 고립된 삶이 일상이다. 때문에 고시원에서는 이따금씩 고독사하는 사람들이 발견된다.



=====

등장인물 소개

=====


■벤 존슨

-88올림픽 육상종목 떠오르는 다크호스

-캐나다 신예

-9초 79라는 놀라운 신기록을 세웠지만 금지된 약물 사용이 밝혀지며 사흘만에 영웅에서 사기꾼으로 전락


■호달

-가족을 잃고 혼자 신림동 고시원에서 전전긍긍하다 쫓겨남

-6월29일 아버지 기일 / 6월30일 할머니 기일

-납골당에 들렀다가 알 수 없는 소리를 듣고 그대로 줄행랑치게 되고 이후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중년 남자랑 엮이게 됨


■중년남자

-평소 벤 존슨을 영웅으로 생각하며 살았음

-아내의 납골당에 들렀다가 우연히 아내가 낳은 아들을 발견

-이후 지하철 사건을 계기로 호달을 따라다니며 도움을 주게 됨


■김야무

-호달의 조모이자 88국수집의 사장

-남편은 알코올 중독으로 아들이 일곱 살 되던 해 사망


■이문기

-호달의 아버지

-버스 운전기사

-보통 마을버스를 운전하고 휴무일에는 관광버스 운전

-마을버스 운전을 하다 우연히 한 여성을 알게 되고 그녀 사이에서 아들을 얻게 됨

-오 년 동안 매해 수첩 하나씩을 꽉 채우며 기록을 남겼고 2010년 6월 23일을 마지막으로 기록 중지됨


■조금만

-PC방 매니저

-호달의 알바비를 떼먹고 폭력을 저지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중


■찬기

-PC방 알바를 하러왔다가 매니저를 따라다니며 불법도박사이트의 운영을 돕게 됨

-중년 남성과 호달의 도움으로 매니저의 손에서 벗어나  학교로 돌아감



=====

간략 줄거리

=====


호달은 버스운전 기사일을 성실하게 하는 아버지를 사고로 잃고, 이후 아버지의 기일을 챙기던 할머니마저 아버지 기일 다음날 사망하게 되면서 하루아침에 홀로 남게 된다.


여기에 더해 가족들이 함께 살던 집이 몽땅 타게 되면서 머물 곳조차 잃어버리게 된 호달은 고시원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상을 이어가게 된다.


그러던 중 알바를 하던 PC방 매니저가 돈을 떼어먹게 되면서 이제는 고시원에서조차 머물 수 없게 된다. 서러운 마음에 할머니와 아버지를 모신 납골당에 가서 한바탕 서러움을 쏟아내고 돌아가던 지하철 안에서 호달은 한 중년 남자가 빌런처럼 행동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후 자신을 미행하며 시비를 거는 중년 아저씨와 엮이며 더 큰 나락으로 빠지는 듯 했으나 이내 반전의 상황이 벌어지며 밀린 알바비에 더해 병원비까지 받아내게 된다. 더불어 실패에 머무르지 않고 다시 인생을 시작해 보기로 마음 먹으면서 자신만의 꿈도 가지게 된다.


또 호달은 함께 연대할 소중한 인연도 얻게 된다. 여기에는 호달은 모르는, 호달을 위해 엄마가 보내준 소중한 인연과 더불어, 함께 어려움을 극복한 이가 있었다.



=====

인상깊게 다가온 문장들

=====


-----

"달아나는 사람은 꼭 잡히게 되어 있거든. 무엇에게든 말이야."

142페이지 中

-----


생각해보면, 어떤 것에서든 달아나는 이유는 결국 반드시 처리해야 하거나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무작정 달아난다고 해서 그것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는 있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두자.


차라리 빨리 마주하고 속편하게 지내보는 방법을 택하자. 그게 정답이다.



-----

"못할 게 뭐 있냐! 올림픽도 연 나라에서."

216페이지 中

-----


'올림픽과 나랑 뭔 상관이야?' 할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올림픽을 한번 연다는 것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급격히 성장한 케이스가 많지 않았다.


때문에 그런 맥락으로 이해하면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다. 그런 고도의 성장을 이루어 낸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그런 나라에서 올림픽도 열었다. 그런 나라 안에 살고 있는 국민성을 가진 우리가 못할 게 뭐가 있겠나!



-----

패배하기로 결심하지 않는 한, 패배의 법칙 같은건 없어야 했다.

261~262페이지 中

-----


중년의 남성은 모든 것을 놓아버릴 결심을 하지만, 호달이 살아 있는 것을 목격한 뒤로 이 생각은 서서히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이 쓸모있는 사람이 될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이후 이야기의 저편에는 아마도 호달의 든든한 조력자 중 한명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패배의 결말은 내가 결심하지 않는 한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다. 이 책의 주인공들의 삶처럼. 태어날때부터 패배의 법칙을 안고 태어났다는 불순한 생각은 이 책을 계기로 이제 그만 놓아주자.



=====

마무리

=====


책을 읽고 난 뒤 서평을 쓰기 전 이 책의 제목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나의 벤 존슨>에서 이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뭘까 한참을 고민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나의 벤 존슨은, 이 책의 줄거리상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 호달의 입장에서 '이름 모를 중년의 남자'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호달에게는 나의 벤 존슨이 그 '중년의 남자'인 셈이다.


한 때 신기록을 세우며 캐나다 신예로 주목받았던 벤 존슨을 중년의 남자는 끝까지 동경하며 영웅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 벤 존슨은 영웅이 아니었으며, 스스로 성공을 위해 선택한 약물로 인해 사회적으로는 패배자로 낙인찍힌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한참 지난후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지른 곳으로 다시 돌아와 과오를 반성하며 새로운 출발을 하는것처럼, 사람은 스스로 실패라고 단정 짓기 전까지는 실패한 인생이라 보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벤 존슨이 상징하는 바는 중년의 남자를 포함해 호달뿐 아니라 찬기에게도 적용되지 않나 싶다.


사회적으로 봤을 때 이들은 모두 실패한 인생을 산 사람들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그렇게 낙인 찍었을수도 있을만큼 황폐하고 미래가 없는 삶을 살았고,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서로 연대하면서 태도를 바꾸고 삶의 방향을 설정하게 되면서 이들은 실패가 아닌 상승 곡선으로 들어선 삶으로 접어들게 된다.


인생은 언제나 한결같을 수 없고 굴곡진 인생을 살아가는 만큼,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나 실패한 삶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연대하며 살아가는 삶과 포기하지 않는 삶을 중심으로 벤 존슨이라는 상징성을 통해 풀어내며 사람들에게 자각과 깨달음을 주고 있는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