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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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통해 삶을 생각하게 만드는 에세이"



미디어를 통해 고독사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그것이 비단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든 그 대상자가 나 또는 주변의 가까운 지인 중 한 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둘러봤을 때 가족의 유무, 결혼의 유무를 떠나 누구든 언제나 홀로 고립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에 나는 우리가 늘 이 점을 염두에 두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고독사 이후의 모습은 어떨지에 대해 평소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에세이 덕분에 사후의 모습과 그 흔적을 어떻게 지우고 다시 채우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총 2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어느 특수청소부가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고독사한 사람들의 남다른 사연과 흔적, 그리고 특수청소하는 과정과 상황 등을 엿볼 수 있다.


1장에서는 고독사한 사람들의 특별한 사연을 중심으로 다뤘다면, 2장에서는 특수청소부로서 느낀 힘듦과 보람, 그리고 일을 하면서 느낀 소회와 에피소드 등에 대해 다루면서 고독사의 현실과 민낯을 덤덤하고 솔직하게 전한다.


이것을 마주하다 보면 과거와 달리 이제는 나이, 성별, 재력 등과 상관없이 늘어가고 있는 고독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이와 더불어 사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게 된다.


쓸데없이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기만 했던 물건들, 그리고 정작 해보고 싶은 일은 해보지 못하고 쓸쓸히 죽어가야 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며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면 좋을지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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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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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 그리고 가난해지면 더욱 외로워지는 듯하다. 가난과 외로움은 사이좋은 오랜 벗처럼 어깨를 맞대고 함께 이 세계를 순례하는 것 같다.

(...)

가난하다고 너무 심각해지지 말자. 그대가 현자라면 언제나 심각한 사람이 손해라는 것쯤은 깨달았으리라. 어차피 지갑이 홀쭉하나 배불러 터지나 지금 웃고 있다면 그 순간만은 행복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47~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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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하는 이들의 통계를 보면 대체적으로 가난하고 고립된 이들의 비중이 많은 듯하다. 그 둘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오랜 벗인 양 긴 시간 함께할수록 사람들에게는 더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마치 고독사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그런 것에 더 매몰되지 말자고, 심각해지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심각할수록, 깊이 파고들수록 손해 보는 것은 결국 나이기에 그저 현재 이 순간 행복하게 지내는 것으로 훌훌 털어버리자고 말한다.


결국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 그러니 죽는 것에 너무 두려움을 갖기보다 가난해도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것들에 웃을 수 있다면 결국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승리가 아닐까 한다.


가난해도 부자여도 외로울 수 있다. 그러니 가난함과 외로움을 한데 묶어 스스로를 고독사로 연결 짓지 말고, 그냥 있는 현실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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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잘 잔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르겠네요.

-네, 착각이라니요?

(...)

-어쩌면 이제 괴로운지 어떤지도 모르고 그냥 버티는 건 지도 모르겠네요. 스스로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냥 견디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자주 받는 질문인데도 언제나 대답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도 사실은 그런 점을 무의식중에 외면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1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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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넘기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 우리는 어쩌면 그냥 버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십 년의 긴 시간 동안 특수청소부로 일해온 저자처럼 말이다.


나는 잘 지내고 있다고, 괜찮다고 말하지만 진짜 잘 지내고 있는지 이번 기회를 빌어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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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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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살다 고독사한 집의 흔적은 말 그대로 처참하다.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기도 하고, 오물이나 피 등이 뒤섞여 심한 악취가 베여있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동물의 사체가 여기저기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또 가끔은 이웃집으로부터 불편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 등 특수청소부의 일은 생각보다 고되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이 일을 저자가 해온 데에는 아마 그만한 가치와 깨달음이 있어서가 아닐까 한다. 저자는 한 사람을 위한 특별한 청소를 하며 종종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는 하는데, 덕분에 어쩌면 자신의 인생을 더 귀하게 여기는 법을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다.


' 나는 사는 동안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죽은 이후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인가' 돌아보며 사는 삶이란 어쩌면 준비된 인생이자 죽음 그 자체가 아닐까 한다.


무방비하게 죽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인생을 원 없이 살고 때가 되었을 때 정갈하게 죽는 것.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언젠가 맞이할 죽음이라면, 평소에 언제든 대비할 수 있는 삶을 살자 생각하게 되었다. 사는 동안에도, 사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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