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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네가 세상에 있어서 - 나태주 한서형 향기시집
나태주.한서형 지음 / 존경과행복 / 2025년 12월
평점 :
"시와 향기로 '감사'를 떠올리게 하는 책"
택배 박스를 뜯는 순간부터 코끝에 머물던 향. 그것만으로도 이 책이 어떤 책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책을 감싼 포장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내 방안을 채우던 향 덕분에 더 빨리 책을 펼쳐들게 된 듯하다.
책을 읽기 전, 얼마나 책에 코를 박고 킁킁거렸는지 ㅋㅋ 그리고 이내 나태주 시인의 '감사'에 대한 시를 읽으며 '감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최근 극한의 상황 속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생존만을 생각하느라 일상의 소중함과 감사에 대해 잊고 살았는데, 덕분에 잃어버린 감사를 다시 되찾을 수 있었다.
올해에는 감사일기를 써볼 예정인데, 그때 나태주 시인처럼 다양한 감사의 내용을 함께 기록으로 남겨봐도 좋을 듯하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시와 향으로 감사를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든 책으로, 곳곳에서 감사의 흔적과 향을 만나볼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감사'와 일상의 순간들을 기록하고 있어 부담 없이 향기 시집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이 시집을 통해 감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물론, 일상 속에서 감사가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충만한 삶이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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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쓰인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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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작가가 감사 나무를 그리며 가장 먼저 떠올린 향은 시더우드로, 이 나무는 고대로부터 위엄과 용기의 상징으로 여겨져 궁전과 신전을 짓는 데 쓰였다고 전해지는 신성한 나무라고 한다. 향기 작가는 잘 썩지 않아 오랜 세월 숲을 지켜온 그 품성이 감사와 닮았다고 느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뿌리에는 마음을 단단히 지탱하는 베티베르와 흙의 기운을 품은 파촐리를, 따스한 기운을 북돋우는 주니퍼 베리와 전나무로 튼튼한 줄기를 세웠다.
그리고 그 위로 아침 숲의 숨결을 닮은 보드라운 호 우드와 사이프러스로 부드러운 그늘을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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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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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멀리 있는 사람이 고맙다
아침저녁 찬 바람
맑은 하늘 흰 구름이 고맙다
오늘도 살아 있는 내가 더 고맙다.
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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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많이들 잊고 사는 것들에 고맙다고 말하는 시구를 보고, '나도 한때 저런 것들에 감사하며 살았는데'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제 다시, 일상 속 고마움들을 되찾아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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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울었다
올해도 매미가 울었다
매미 울음소리 속에
여름이 저물고
낙엽도 떨어졌다
그렇게 한 세상 잘 살았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고맙다.
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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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보내고 난 뒤라서인지, '한 세상 잘 살았다, 고맙다'고 말하는 부분이 꽤 인상 깊게 다가왔다. 특히 작년 연말은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보내서인지, 올해 연말만큼은 꼭 이렇게 이야기하며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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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덥다, 덥다
이 말도
살아있다는 증거
추워요, 추워요
이 말씀도
고마운 말씀.
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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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으면서 '맞네, 맞네!'라는 소리를 연발했던 것 같다. 그렇게 보면, '죽겠다'는 말도, '힘들다'는 말도 모두 살아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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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오늘도 물과 밥 먹을 수 있음에
감사
오늘도 무슨 일인가 할 수 있음에
감사
오늘도 누군가 만날 수 있음에
감사
더불어 어딘가 갈 수 있음에
감사
무엇보다 숨 쉬는 사람임에
감사.
1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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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구를 읽는 순간, 내 힘듦과 불평들이 쏙 들어가 버렸다.
그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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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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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덕분에 향으로, 시로 감사에 대한 의미를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더불어, 삶에서 감사할 것들이 사라진다는 것이 얼마나 인생을 피폐하게 만드는지도 함께 깨달았다.
나와 주변을 채우는 일상의 소중함, 그리고 그것에 대해 감사함을 가진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삶 그 자체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의미와도 같기에, 앞으로는 하루하루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깊은 만족감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 볼 예정이다.
살다 보면 분명 넘어지고 깨지는 순간들도 있겠지만, 내 삶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다 보면 모든 것이 감사함으로 기억되는 순간이 분명 올 거라고 믿는다.
그날을 위해 매일 조금씩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