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올리브에게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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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나무 집'이라는 공간과 '나나 올리브'라는 인물을 통해 따뜻함과 관계의 회복,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



루리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냉큼 도서관에 예약을 걸어두고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읽게 된 <나나 올리브에게>.


앞서 읽었던 루리 작가의 <긴긴밤>의 스토리가 좋아 이번에도 기대를 했는데, 새삼 이런 공간과 사람이 계속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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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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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나무 집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그 집을 사람들은 올리브나무 집이라고 부름

-그 집에 가면 다 괜찮아질 거라는 소문이 무성했음


■다리스

-30년 전 약속을 떠올리게 되면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다시 올리브나무 집을 찾기 시작

-군인이었던 월터 씨의 도움으로 난민 심사에서 합격하게 되면서 이후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됨

-열두 살에 징병될 위험에 처하자 엄마는 다리스에게 올리브나무 집으로 가라고 하면서 올리브나무 집과 인연을 맺게 됨

-별칭: 소년


■월터

-부대에서 낙오되어 길을 잃어 헤매다가 올리브나무 집을 발견하게 됨

-그곳에서 다리스를 만나게 되면서 도움을 줌

-별칭: 군인


■조로 / 배트맨(조로의 새끼)

-배트맨 가면을 쓴 것 같은 얼룩무늬 개

-사람들을 올리브나무 집으로 이끄는 역할

-처음에는 조로가, 다음에는 조로의 새끼인 배트맨이 그 역할을 하게 됨


■나나 올리브

-딸 파티마, 손녀 세이라

-올리브나무 집을 지키며 살고 있음

-처음에는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살다가 전쟁으로 남성들이 징집되면서 현재의 모양을 갖추게 됨


■나나 올리브 대역(아야)

-별칭: 코흘리개

-나나 올리브 역할을 하며 사람들을 돌봐줌

-아야의 엄마는 메이

-메이는 나나 올리브의 진짜 이름을 따서 '아야'라고 지음(뜻은 기적)

-올리브나무 집과의 첫 시작은 어느 날 다 죽어가는 새끼 강아지를 안고 아야가 나타나면서 시작됨


■카릴라

-가족사업으로 비누를 만듦

-가족 중 혼자만 살아남음

-간병인에게 올리브나무 집 이야기를 듣고 찾아 나섬

-구호 캠프에 '메이'를 데려다준 사람

-별칭: 사자머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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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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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올리브에게>는 '올리브나무 집'이라는 공간과, 나나 올리브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상처와 회복, 일상 속 위로를 담은 이야기다.


이야기의 중심은 특정 사건이나 극적인 전개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소소한 일상과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에 있다. 마음 놓고 잠시 쉴 수 있는 곳, 어딘가 의지할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위안을 얻는다.


특히 전쟁으로 세상이 황폐해진 시대에서 몸을 의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올리브나무 집을 찾아온 이들의 사연은 대부분 한계에 다다른 경우가 많지만, 나나 올리브와 가족들은 거부감 없이 따뜻하게 마음을 내어 품어준다. 이런 과정이 대를 이어 이어지면서, 올리브나무 집과 나나 올리브에 대한 소문은 자연스레 퍼져나간다.


직접 올리브나무 집을 경험한 이들이 나나 올리브에게 쓴 편지를 통해, 독자는 놀라운 진실과 마주하기도 한다. 비록 진짜 나나 올리브는 더 이상 그 집에 없지만, 도움을 받은 이들을 통해 올리브나무 집의 명맥은 그대로 이어질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


작은 공간과 사소한 만남 속에서 이루어진 이들의 만남은 30년이 넘는 시간을 뛰어넘어 이어지며, 독자에게 따뜻함과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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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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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슬픔을 안고 있어요. 그 사실이 나를 버티게 해요. 가끔은 슬픔이 턱밑까지 차올라서 그만 잠겨 버리고 말 것 같을 때, 내 옆에 나처럼 턱밑까지 차오른 슬픔 속에서 천천히 앞으로 헤엄쳐 가는 사람을 보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나도 아, 아직 괜찮구나, 하고 따라서 헤엄을 쳐요. 헤엄치는 나를 보고 또 다른 누군가 역시 헤엄을 치겠지요.


우리는 이렇게 시커먼 슬픔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줄지어 헤엄을 치고 있어요, 나를 위해서, 그리고 서로를 위해서요.

104~10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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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나무 집이라는 공간은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비슷한 슬픔을 안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공간이다. 덕분에 그곳을 방문한 이들은 겉으로 드러내놓고 서로를 위로하지 않아도 그저 같은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매일을 소소하게 보내면서 마음을 회복하고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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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사람들은 더 불행한 사람들의 처지를 헤아려요. 그러면 불행에서 한 발 멀어질 수 있으니까요.

(...)

불행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줄로 연결되어 있어요. 높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서로의 허리를 끈으로 묶고 가듯이요. 그래서 불행에서 한 발 멀어질 때마다, 다른 누군가를 한 발 더 끌어올리는 거예요. 그 뒤에 있는 사람도, 그리고 또 그 뒤에 있는 사람도요.

15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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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며 불행에서 한 발 멀어지도록 돕는다는 말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에, 이들은 어쩌면 더 서슴없이 손을 내밀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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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인 사람도 살 수 있나? 망가진 인생도 살아도 되나? 수도 없이 생각해 왔어. 더 이상 어떻게 해볼 수 없게 실패해 버린 내 인생을. 그런데 당신의 편지를 읽고 보니, 알겠어. 어떻게든 살아 내면 무언가가 남아. 아무것도 남길 게 없는 내 인생에조차 이 편지가 남았잖아.


모든 것은 사라지기 마련이야. 그렇지만 우리를 붙드는 건 언제나 남아 있는 것들이지. 그렇지?

192~1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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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군에서 낙오되고, 이어 병까지 얻어 더 이상 남는 게 없다고 생각했던 월터. 그러나 그는 두 번의 위기 모두 무사히 넘기며 새로운 삶을 살아갈 기회를 얻게 된다.


그래서인지, 어떻게든 살아내면 무언가가 남는다는 그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나나에게'로 시작되는 노트를 발견한 덕분에 그는 나나 올리브의 흔적을 따라가고, 그녀가 사람들에게 베푼 은혜와 위로, 따뜻함, 사랑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그 경험을 계기로 그는 그녀의 뜻을 이어, 올리브나무 집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돕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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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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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조금 헷갈렸다. 하지만 단순히 흘려버리기엔, 후반부에 깜짝 놀랄만한 관계까지 드러나 있어 한 번쯤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각기 다른 이유와 상황으로 올리브나무 집을 방문한 이들은, 비슷한 처지에서 서로를 돕게 되고, 그 인연은 30년 뒤 재회로 이어진다.


여기에는 코흘리개가 그리움을 담아 나나에게 쓴 오래된 노트가 한몫한다. 덕분에 이들은 오래전 자신들을 도와주었던 사람들의 상황을 자세히 알게 되고, 그 마음을 이어받아 올리브나무 집을 재건하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희망이 절실한 순간, 그 희망에 더해 울타리가 되어주었던 올리브나무 집은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공간이자 상징성을 지닌 곳이기에 그대로 둘 수 없었던 것이다.


아마 그렇게 올리브나무 집은 앞으로도 사람들의 추억과 애정, 사랑이 더해지며 계속 이어질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처럼 지키고 싶은 마음이나 공간이 하나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언제든 돌아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 항상 활짝 열린 대문만큼이나 환영받을 수 있는 곳. 올리브나무 집은 바로 그런 공간이자, 사람들을 다시 살게 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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