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어령의 말 -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기를 ㅣ 이어령의 말 1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2월
평점 :
"특정 단어와 주제를 중심으로, 이어령 선생의 사유를 모아 엮은 책!"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작가나 책에 대한 정보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펼쳐 본 책에는 줄거리는 없고 대신 단어나 주제에 따른 작가의 생각과 사유가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처음에는 어떤 의도와 분위기를 가진 책인지 파악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는데 중반쯤 읽다 보니 작가의 의도나 결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어깨에 힘을 빼고 단어와 텍스트에 집중하며 읽어나갈 수 있었다.
여담인데, 책을 쓰기 전에 이것저것 검색하면서 이어령 선생의 젊은 시절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검은 머리의 이어령 선생이 왜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던지.
나에게 익숙한 이어령 선생의 모습은 백발의 인자한 모습인데, 검은 머리의 이어령 선생은 어딘가 모르게 날카롭고, 평론가적 이미지가 강해서 깜짝 놀랐다.
세월을 따라 그의 생각이 얼마나 많이 변화했는지가 외모에서부터 느껴지는 느낌이었달까?
총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이어령 선생이 평생 동안 읽고 쓰며 남긴 수많은 저작 중에서 핵심 '말'들을 추려 한 권으로 엮은 책으로, '사유의 결정체'가 담긴 어록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짧은 말과 주제별 통찰을 통해 작가의 생각이나 사상은 물론, 우리 자신의 삶까지 돌아보게 만든다.
이 사유와 의미들을 통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또 인생의 핵심 가치들을 놓치지 않기 위한 방법들을 살펴보면 어떨까 한다.
=====
어록 살펴보기
=====
-----
어머니
나의 서재에는 수천수만 권의 책이 꽂혀 있다. 그러나 언제나 나에게 있어 진짜 책은 딱 한 권이다.
(...)
어머니는 내 환상의 도서관이었으며, 최초의 시요, 드라마였으며, 끝나지 않은 길고 긴 이야기책이었다.
46페이지 中
-----
아이들에게 있어 어머니의 존재가 얼마나 큰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글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어령 선생에게 있어 어머니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세상이 아니었을까?
나에게도 어머니의 존재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공감이 많이 갔던 글이다.
-----
희생
진흙에 빠진 사람을 건져내려면 우선 자기 몸에 진 것이 묻을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47페이지 中
-----
누군가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한다는 것은, 나 역시 그 상황과 환경 속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그만한 각오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
가끔 사람들은 그 각오 없이, 오물이 묻었다, 진흙이 묻었다며 남을 탓하거나 원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 없이는 그 행위를 '희생'이라 부를 수 없다.
그러니 타인을 위해 행동할 때는, 충분히 마음을 다지고 다짐한 후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 그 행위가 더 존중받고 빛날 수 있다.
-----
거리
어쩌면 '나와 나 사이'에 (이렇게) 거리가 없어서 나 자신의 모습을 좀처럼 들여다볼 수 없는 건지도 몰라. 어떤 대상을 관찰하려면 어느 정도 거리가 필요한 법이잖아.
81페이지 中
-----
살아보니 어떤 관계든 적절한 거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설사 그게 나 자신과의 거리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켜봐야 객관적인 판단과 생각이 선다.
그러니 너무 가까이서만 바라보려고 하지 말고, 가끔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살펴보는 시간도 가져보자.
-----
차
차 맛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와 함께 마시느냐로 그 맛이 결정된다.
124페이지 中
-----
크게 공감 가는 말 중에 하나라 가져와 봤다. 좋은 차, 비싼 차라는 조건보다, 환경, 분위기,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차 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
버려두기
우리 말에 버려두기라는 말이 있지? 버리는 것과 두는 것의 중간이야. 그런데 버려두면 김치는 묵은지가 되고, 누룽지는 숭늉이 되잖아.
버리지 말고 버려두면, 부풀고 발효가 되고, 생명의 흐름대로 순리에 맞게 생명자본으로 가게 된다네.
그게 살아 있는 것들의 힘이야. 버리는 건 쓸모없다고 부정하는 거잖아.
버려두는 건, 그 흐름대로 그냥 두는 거야.
263페이지 中
-----
이 문장을 통해 '버려두기'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동안에는 '버려두기'를 '버리기'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위 문장을 읽다 보니 순리에 따라 그냥 두는 것이라는 의미가 붙어 조금 더 긍정적 의미로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 인생도 가끔은 '버려두기'에 맡겨두고 흐름대로 그냥 둬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
마무리
=====
문장이나 주제에 대한 이어령식 정의를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니, 이어령 선생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태도, 또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삶의 태도에 따라 주제나 단어의 해석도 천차만별로 달라지는데, 그래서 어쩌면 그의 어록집만 모아 엮은 이 책이야말로 더 그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은데, 첫 번째는 이어령 선생의 사유 글을 통해서 내 삶을 돌아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각 단어나 주제에 따른 이어령 선생의 사유 글과 내가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의 차이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내 삶과 내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비교 분석하다 보면,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9가지의 주제들 중에서 지금 당신에게 가장 절실한 주제를 시작으로 이어령 선생의 말속에 풍덩 빠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