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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한의원
이소영 지음 / 사계절 / 2023년 3월
평점 :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생생하게 그려지는 알래스카에서의 치유 이야기"
투명하고 새파란, 빙하를 떠올리게 하는 표지를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빡빡한 현실과 두려움 너머의 비현실 속 사이를 오가게 된다.
그 속에는 우연한 사고로 극심한 통증을 얻게 된 이지라는 인물이 중심에 있다. 대한민국 여느 직장인과 다를 것 없이 빡빡한 생활을 하던 그녀는 '복합통증증후군'을 얻게 되면서 결국 직장에서 잘리게 된다.
치료를 위해 온갖 병원을 찾아다녀 보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던 중 우연히 네이버의 한 카페 정모 모임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방법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알래스카로 훌쩍 떠나게 되는데, 거기부터 서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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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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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대한민국 → 알래스카
□알래스카에 있는 트랩 라인
-강이 흐르다 바다와 만나는 지점
-주로 사냥을 해서 먹고사는 수렵 채집인들이 덫을 놓고 동물을 기다리는 곳
-야생과 문명의 마지막 경계선
-삶과 죽음의 경계선
■김이지(캐스퍼)
-38세
-경미한 교통사고 이후 오른손과 팔에 심한 통증을 느끼는 '복합통증증후군'을 앓게 됨
-이후 8년 다닌 직장에서 잘림
-온갖 병원을 다녀도 팔의 통증은 낫지 않음(9개월)
-우연히 '복합통증증후군 치유 모임'이라는 네이버 카페를 통해 한 논문을 발견하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알래스카에 있는 한 한의원을 찾아가게 됨
■박 대표
-이지의 사진학과 선배이자 직장 대표
-현실적인 이유로 이지를 해고
■고담
-40대
-알래스카에서 한의원을 운영 중
-아내를 치료하기 위해 알래스카로 오게 됨
-이지가 발견한 논문 속 한의원의 원장
■은하
-고담의 아내
■밥
-알래스카 원주민 이누이트
-논문 속 주인공
■리토
-일본인
-한의원의 1층에서 꽃집 운영 중
-과거에는 도쿄 전력에서 일하던 공무원
-일본 대지진 때 쓰나미로 아내를 잃음
-이후 알래스카로 오게 됨
■캐롤라인
-40대 초반
-폴란드인
-본업은 마사지사
-이지가 알래스카에서 머물던 쿠바 모텔에서 장기 알바중
■미세스 정
-남편과 관계가 소원.
-고립되어 살다가 좋은 사람을 만나 삶의 활력을 얻음
■핌
-한인 민박에서 일하고 있음
■시차 유령
-뒤집힌 형태의 중절모의 모습
-어릴 적 이지와 사유가 만든 캐릭터
-이지가 자동차 사고를 당하기 전날 구입한 동화책 속 주인공이자 이지의 악몽
■박사유
-시차 유령을 쓴 동화 작가(무스)
-유치원 시절 이지의 친구
-그리니치 유치원의 핼러윈 파티가 끝난 후 끔찍한 일을 당함(베런의 첫 번째 피해자)
■알렉스 베런
-57세
-소아성애자
-세계 각국을 옮겨 다니며 아이들을 성추행
-인터폴 수배 중
-처음 성추행이 시작된 곳이 한국의 '그리니치 유치원'이었음
-그에게 당한 아이들의 수만 해도 약 100여 명이 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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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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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 일을 하며 빡빡한 삶을 살아가던 이지는 회사 대표의 개를 산책시키던 중 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후 극심한 오른팔 통증을 겪게 되고, 이 일로 오른팔을 쓸 수 없게 되면서 결국 회사에서도 잘리게 된다.
어렵사리 복합 통증 증후군이라는 병명은 알게 되지만, 전국 어떤 병원을 가도 통증을 완화시키지 못하자 매일 섭취하는 수면제와 진통제의 양도 무시무시하게 늘어가게 된다.
그러던 중 네이버 카페의 한 모임에서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한 사람을 치료했다는 논문을 발견하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이지는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논문의 주인공이 있는 알래스카로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고담이라는 한의사를 만나게 되지만, 그는 자신이 치료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막막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녀는 옛 기억을 떠올리게 되면서 결국 오른팔 통증의 근본 원인을 발견하게 된다.
눈보라가 치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두려움과 마주하지만, 그녀는 어린 시절과 달리 도망가지 않고 두려움과 맞서며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끝내 야생과 문명의 마지막 경계선이자 삶과 죽음의 경계선인 트랩 라인에 이르며, 과거의 고통은 물론 오른팔의 통증 역시 치유된다. 여기에는 물리적인 치유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의 변화도 한몫을 했다.
알래스카에는 이지뿐만 아니라 저마다의 고통을 껴안고 이곳에 방문한 이들이 가득한데, 그들이 어떻게 고난을 극복하고 치유해 가는지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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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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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can't live every day like that, but you have to live today, right? Isn't it?"
(매일을 그렇게 살 순 없겠지만, 그래도 오늘을 살아야지? 안 그래?)
19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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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지치고 힘든 날들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이 문장을 떠올려 보면 조금은 힘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오늘을 살아야 하잖아.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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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죽을 때까지 존엄하고 싶어요. 내가 원하는 걸 하면서"
289~2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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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대사는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만난 고담의 아내 은하가 한 말로, 그녀는 마지막 순간 존엄한 죽음을 위해 홀로 트랩 라인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아마 그런 그녀의 마지막 잔상을 이지가 마주한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존엄한 존재로, 누구도 그것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 극심한 아토피라는 산을 넘고, 또다시 암이라는 산을 만난 은하는 아마도 마지막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트랩 라인을 넘은 것이 아닌가 싶다.
비현실 속 모습이었지만, 마지막 은하의 모습이 밝고 쾌활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그런 존엄이 지켜졌기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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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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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비현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정도다. 여기에 더해 개연성 있게 시작된 오른팔의 통증 덕분에 이야기가 산으로 가지 않고, 긴 호흡으로 흥미롭게 전개된다.
어딘가 있을 법한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이 더해진 알래스카라는 공간은 기본 방향성과도 너무 딱 맞는 공간적 요소로 다가온다.
존재하지만 쉽게 갈 수 없는 곳에, 상상으로 채워지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뼈대에 살이 덧붙여지는 느낌이다.
마지막은 훈훈하고 따뜻하게 마무리되며, 차갑게만 느껴지던 알래스카가 어쩐지 신비로우면서 인연을 이어주는 공간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