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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두 마리와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습니다
박혜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평점 :
"진솔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
롱폼으로 챙겨보는 유튜버가 몇 안 되는데, 최근 그중 몇몇이 신기하게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런 유튜버의 책 중 하나로,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되었다.
저자는 대구에서 스타 영어 강사로 일하다가, 남편과 가족을 위해 네덜란드로 이주한 지 몇 년 되지 않았고, 이제 겨우 적응해 그녀만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영상에 다 담아내지 못한 속 이야기와 후일담들을 이 책에 담았는데, 덕분에 '인간 박혜령'에 대해서도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유튜버 박혜령'보다 '인간 박혜령'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으로, 유튜브 영상의 후일담, 저자의 생각과 꿈, 행복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영상을 통해서는 깊이 알 수 없었던 그녀의 속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보통 보여지는 채널들(SNS를 비롯해 유튜브 등)에서는 행복한 모습, 화려한 모습 등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간적인 고뇌와 고민들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기존보다 동질감과 공감력을 많이 느끼게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잠시 영상을 업로드하지 않았던 기간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는데, '생각보다 적응하는데 힘들었구나'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삶, 가족, 행복,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부터 네덜란드에 대한 깨알 정보까지 담아낸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나의 행복과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저자의 경우 주변 사람들로 인해 삶에 대한 태도나 방향이 많이 바뀐 케이스인데, 그래서 어쩌면 그들에 대한 애착과 사랑이 더 큰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봉택이를 잃어버린 에피소드를 보면, 처음에는 너무 극단적 반응이 아닌가 싶었지만, 사정을 듣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아이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양상을 많이 보이는데, 내가 보기에는 버릇없어 보이는 모습들이 꽤 보여 눈살이 찌푸려질 때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의 분량을 조금 줄이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이런 부분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영상 너머의 이야기와 그녀의 속 깊은 마음을 엿볼 수 있어 꽤 좋았다. 아마 이후 업데이트되는 영상을 볼 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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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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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는 아버님이 남긴 '가족' 카드 한 장을 간직하고 있다. 서툴지만 정성 가득한 그 글씨에서 이 모든 연결이 시작됐다고 믿는다. 그 두 글자는 낯선 땅에 도착한 나와 세랑이 그리고 강아지들까지 보듬어주겠다는 따뜻한 약속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부엌에서 그 마음을 흉내 낸다. 내 방식대로. 누군가를 먹이는 일이 아니라 이 낯선 땅에서 나라는 사람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서. 그래서 요즘은 요리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좀 더 나다워지는 느낌이 드니까.
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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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족은 굉장히 훈훈하고, 힐링 되는 포인트가 많다. 나이가 꽤 많은 네덜란드 시아버지는 손수 한글로 '가족'이라는 글자를 써서, 이민 온 가족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준다.
이런 따뜻한 가족과 함께 이민 생활을 시작했음에도, 저자는 이민 첫해에 꽤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심적으로 고민이 많았던 듯하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리를 찾았다. 한국에서는 요리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그녀가, 가족이 생기고 네덜란드로 이주하면서 오히려 요리에 흥미를 붙이게 된다.
자신만의 의미를 더하게 되면서, 설자리를 스스로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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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도 않고 비판할 지점도 존재하지만 분명한 건 많은 네덜란드인이 '모양'보다 '실용'을 택하고, 남의 시선보다 자신의 편안함을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그런 태도 앞에서 나는 종종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래, 맞아. 좀 없어 보이면 어때. 오히려 있어 보이려고 발버둥 치는 게 더 없어 보일지도 모르잖아.
14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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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인 삶을 추구하며 사는 네덜란드 사람들을 살펴보면서, 저자는 서서히 스스로 품고 있던 편견을 깨게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 더 집중하는 삶에 주목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나보다 타인의 시선과 말에 더 신경 쓰며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 대목을 읽으며 '나'와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맞다. 어쩌면 있어 보이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오히려 더 없어 보이고 찌질해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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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네덜란드의 차이점>
▷아이들의 용모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네덜란드는 만 4세부터 초등학교에 간다.
▷네덜란드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문화다. (주 3~4일만 일하고 나머지는 아이와 보내는 일이 흔하다)
▷네덜란드 부모들은 아이와 잘 논다.
▷큰 규칙은 엄격히 지키게 하되, 웬만한 건 자유롭게 두는 편이다.
149~1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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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 들여오면 좋을 것들이 많이 눈에 띈다. 특히 용모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부분은, 과한 한국 사회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문화가 아닐까 싶다. 너무 유난스러울 필요는 없지만, 요즘 우리나라 어린이집을 보면 유난도 그런 유난이 없다. 엄마도, 선생님도, 심지어 아이들조차 용모뿐 아니라 이것저것 너무 유난이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파트타임으로 일한다는 점도 꽤 흥미롭다. 그만큼 복지와 혜택이 잘 되어 있다고 하니, 한국에도 시급히 적용되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와 제대로 놀지 못한다. 그런데 네덜란드 부모들은 말 그대로 '잘 논다'고 한다. 부모 모두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문화와 복지가 더해져 형성된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항목도 눈에 띄는데, 학교나 직장 등이 너무 경직되지 않으려면 큰 규칙은 반드시 준수하게 하되, 웬만한 것들은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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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랑이가 태어난 뒤 절실히 깨달은 건 우리 중 누군가 아프면 집안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거다. 나의 건강과 멘탈을 챙기는 일은 어쩌면 가장 이기적인 동시에 가장 이타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바로 서야 비로소 주변을 돌볼 힘과 여유가 생긴다. 숨이 가빠지고 근육이 타들어가는 그 순간이, 결국은 가족에게 더 따뜻하게 웃어줄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조금 거창하지만 가장 이기적인 것이 가장 이타적인 것이라고 믿으면서 오늘도 운동 완료!
2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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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나 역시 절실히 느끼고 있는 부분으로, 나의 건강과 멘탈을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기적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이타적인 행동이 아닐까 한다.
내가 있어야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디 삶의 가장 우선순위에 자신을 두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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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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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만 그저 좋아 보이는 것, 행복해 보이는 것 말고 그 너머에 있는 누군가의 진짜 인생을 살짝 엿본 느낌이다. 덕분에 이런저런 핑계로 잠시 미뤄두었던 내 인생도 다시 끄집어내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 '나만 힘든 건 아니구나'라는 위로와 위안도 얻을 수 있었는데, 먼저 고비를 잘 넘겨 자신만의 자리와 인생을 찾은 저자를 보며 나도 용기와 힘을 내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보게 됐다.
점점 더 웃을 날이 많아질 수 있도록, 내 삶의 균형과 여유, 즐거움을 찾아 나가야겠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다정함을 건넬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