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통의 존재 : 코멘터리 북 - 이석원과 문상훈이 주고받은 여덟 편의 편지
이석원 지음 / 달 / 2025년 10월
평점 :
"이석원의 솔직함 뒤의 진솔함까지 담은 코멘터리 북!"
<보통의 존재>를 마주하지 않은 상태로, <보통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먼저 만나보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어쩐지 결론부터 먼저 본 느낌이 드는 건.
이 책은 저자의 대표 에세이인 <보통의 존재>를 저자 자신이 다시 들여다보며 코멘트를 덧붙인 책으로, 자신이 쓴 책에 대해 새로운 설명과 배경, 당시의 감정과 지금의 생각을 덧입혀 스스로를 해설하는 느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작에 대해 단순히 해설하는 느낌이라기보다, 전작에 미처 넣지 못했던 이야기를 추가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달라진 변화를 덧붙이는 느낌이 들어 색다르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예컨대, 영상으로만 보던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보는 느낌이었다고 하면 이해가 갈까? 디테일한 감성이 더 살아나서, 몇몇 장면은 눈앞에 풍경이 그려지는 듯했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책에 직접 코멘트를 덧붙이는 형태인데, <보통의 존재> 출간 후 15년이 지난 지금의 감성과 변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꽤 독특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문상훈과 주고받은 편지까지 더해지며 내용이 한층 풍성해졌다. 그래서인지 독립된 신작이라기보다는 <보통의 존재>의 확장판 같은 느낌이 든다.
평소 작가의 글 너머의 이야기, 그 이후의 후일담이 궁금했던 독자라면 이 책이 그 궁금증을 해갈해 줄 것이다.
=====
기억에 남은 문장들
=====
-----
어떤 길을 가셔도 결국에 '문상훈'이라는 존재는 드러날 수밖엔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나를 무엇으로 여기건 어떻게든 숨길 수 없이 세상에 드러날 수밖엔 없는, 그게 바로 나라는 존재이기 때문에.
45페이지 中
-----
내가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든, 혹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든, 결국 나라는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게 곧 나이고, 존재 자체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디서든 과하게 눈에 띄는 걸 좋아하지 않아 늘 나를 최대한 감추려 했는데, 돌아보면 어쩌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도 충분했을 텐데, 이제는 드러나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나이 들어 제목 같은 거 잘 떠오르지 않아도, 늙어 쉬어버린 성대에서 힘없고 볼품없는 목소리만 나온다 하더라도, 이 나이에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이르자 비로소 저는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결과는 어찌 될지 모르지만 한번 다시 해보자.
61페이지 中
-----
사람마다 용기를 내는 순간은 다 다른데, 저자는 '현재'와 '나 자신'에게서 그 힌트를 찾은 듯하다. 알 수 없는 결과보다 지금의 내 모습을 사랑하고, 거기에서 가치를 발견하기로 다짐하면서 큰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인생은 단 한 번뿐이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너무 먼 미래나 이미 지나간 과거에 머무르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도전해 보면 어떨까?
=====
마무리
=====
이 책을 읽으며, 저자처럼 나도 오래전에 쓴 글에 코멘트를 달아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에세이도 좋고, 일기장도 좋고, 아니면 과거 누군가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도 괜찮다.
숨 한번 길게 들이 마시고, 당시의 공기, 풍경, 온도 등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내 글에 코멘트를 달아보자.
어쩌면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마음을 다독이거나,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혹은, 그때와 달라진 지금의 내 마음가짐이나 생각의 전환을 통해 한층 성장한 나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