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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 예술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31가지 방식
윌 곰퍼츠 지음, 주은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1월
평점 :
"구성이나 편집을 바꿨으면 더 좋았을, 다소 아쉬웠던 윌 곰퍼츠의 안내서!"
미술 관련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되는대로 즐겨 읽는 편인데, 이 책도 그런 맥락에서 기대하는 바가 꽤 컸다. 특히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이라는 제목은 나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는데, 정작 내용에서는 기대만큼의 감흥을 주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보통 미술사나 미술관, 전시 이야기를 할 때는 중간중간 텍스트와 그림을 섞어 배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앞쪽에 그림을 몰아넣고, 이후부터는 텍스트의 향연이 펼쳐졌는데 이 구성이 크게 효과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때문에 지루함과 다소 딱딱한 분위기가 느껴져 오히려 맥락을 제대로 짚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 페이지는 언제 끝나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이왕 펼쳐 든 책이니 끝까지 몇 날 며칠을 시간을 들여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소개된 서른한 명의 예술가 들 중 특히 마음을 끌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해 보려 한다.
책에 실린 예술가들은 젊은 작가부터 오래된 조각상을 만든 이름 모를 작가까지 다양했는데, 신기한 것은 저마다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달랐다는 점이다.
그 부분은 책의 차례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 책을 읽기 전 차례에 붙은 수식어들만 훑어봐도 어떤 작가에게 먼저 손이 갈지 감이 잡힌다. 그래서 마음이 끌리는 작가를 먼저 읽어봐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어차피 순서는 큰 의미가 없으니.
저자는 큐레이션의 입장이 아닌, 작가의 내면에서 펼쳐지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을 취했는데, 아쉬운 것은 그 모든 내용을 텍스트로만 줄줄이 이어붙여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그다지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진다.
해당 작가의 유명 작품과 더불어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작품을 중간중간 배치해 주었더라면, 훨씬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매우 아쉽다.
더불어 구성이나 띄어쓰기, 문단 나누기 등을 통해 시선을 적절히 끊어주었더라면, 이 책이 작품이나 작가를 파악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여하튼 그럼에도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감각, 사유 등 신비롭게 다가왔던 부분들은 분명 있었기에 그 매력적인 지점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를 소개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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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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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눈으로 그리다 | 바실리 칸딘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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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딘스키는 바로 색채 안에서 소리를 보았고 색채를 음악적으로 들었다. 그는 오렌지색이 "강한 알토의 목소리나 알토 바이올린의 연주를 연상시키는 중형 교회의 종"과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자주색은 그에게 "잉글리시 호른, 팬플루트 또는 목관 악기(예를 들면 바순)의 깊고 낮은 음색"을 연상시켰다. 그는 팔레트에 담긴 모든 색채에 대해서 똑같이 서정적인 번역을 했는데, 예를 들어 주홍빛은 "거대한 호른이 울리듯 천둥과 같은 북소리와 비슷하다"고 했다.
105~1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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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딘스키와 쇤베르크, 케이지는 모두 우리 삶 속에서 소리가 담당하는 역할을 탐구했다. 두 사람의 음악가는 구조와 시간에 대한 형식적인 연구를 통해 작업을 전개한 반면 칸딘스키는 소리를 어떻게 보이게 만들지를 탐구했다. 그가 본능적으로 음악과 이미지를 결합한 것은 그의 공감각 덕분이었다. 그의 예술이 우리로 하여금 보는 것을 듣게 만드는 것은 그의 재능과 영성 때문이다. 소리로 보는 그의 방식은 눈으로 관찰할 때 습관적으로 잠자고 있는 감각을 활성화함으로써 우리가 주변 환경을 어떻게 지각하는지에 대해 또 하나의 차원을 더한다. 그는 우리가 새롭게 볼 수 있도록, 다시 말해 눈뿐만 아니라 귀로도 볼 수 있도록 돕는다.
10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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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칸딘스키가 그중 한 명이었나 보다. 그는 색채 안에서 소리를 보았고 색채를 음악적으로 들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위의 그림을 보니 어쩐지 경쾌한 음악이 그대로 표현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마치 그림 속에서 음악이 들리는 것 같은 착시가 느껴진달까?
이처럼 작가나 작품에 얽힌 재미있는 배경지식을 듣고 나면 듣기 전과는 다른 색다른 재미와 유니크함이 더 도드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후일담을 더 찾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응시하는 시선|렘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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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한 꺼풀의 피부가 아니라 그 내면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것이 그가 그의 주인공의 성격과 생각을 묘사하기 위해 그토록 애쓴 이유였다. 렘브란트는 얼굴 표정의 특징을 주의 깊게 살핌으로써 인물의 성격과 생각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그는 사람의 내면을 밖으로 꺼내어 그렸다고 말할 수 있다.
렘브란트가 좋아한 주제는 바로 그 자신이었다. 그가 자기도취적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모델비를 지불할 필요가 없고 언제 어느 때든 항상 모델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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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는 너무나 현실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지나간 세월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았지만 노년의 흔적을 보며 자기 성찰에 빠져드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의 주요 관심사는 그림 자체와 그림을 제대로 만드는 데 있었다.
1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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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표정의 특징을 주의 깊게 살피고, 인물의 성격과 생각을 짐작하여 내면을 밖으로 꺼내 그린 화가가 렘브란트라서일까?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적인 그림이 돋보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이 들수록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렘브란트가 그린 초상화에서는 그런 모습들이 더 도드라지지 않을까 싶다.
■영혼을 보다|앨리스 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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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의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뉴욕의 치열한 경쟁으로 너덜너덜해진 사람들을 그리기를 좋아한다."
소이어 형제의 불안은 그들의 문제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의 감정을 인식한다는 사실이 그들의 문제를 우리 문제로 만든다. 이것은 인스타그램 이미지와는 정반대다. 닐의 그림은 형제가 입고 있는 헐렁한 정장이나 그들이 있는 장소가 아니라 그들의 내면을 다룬다. 닐이 그린 대상은 사진으로는 포착할 수 없다. 모델의 의식과 무의식을 동시에 보여주고 둘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닐의 능력은 일종의 마술과 같다. 거실 한편에서 타협하지 않는 태도로 초상화를 그려내기 위해서는 숙련된 손재주와 탐정의 통찰력이 필요했다. 닐은 단순히 얼굴을 그린 것이 아니라 영혼을 드러냈다.
그녀는 자신만의 보는 방식을 위한 잘 가다듬은 전략을 갖고 있었다.
252~2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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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얼굴이 아니라 영혼을 드러낸 초상화를 그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어쩌면 그 안에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더 깊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위의 앨리스 닐의 그림에서 당신은 무엇이 보이는가? 양복을 차려입은 주름진 노인일까, 아니면 잘 차려입었지만 근심이 가득한 노인일까?
보는 사람의 마음결에 따라, 생각의 방향에 따라 같은 그림이라도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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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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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윌 곰퍼츠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조각내어 보면 꽤 흥미롭다. 하지만 그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한데 뭉쳐놓으면 이상하게도 금세 지루해지고 만다. 알찬 내용인 만큼 구성과 편집에 조금만 더 공을 들였다면 훨씬 좋은 책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보석 같은 내용들을 캐치 할 수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넉넉했더라면, 혹은 조금 더 흥미롭게 읽혔다면 더 많은 이야기들을 소개할 수 있었을 텐데.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남은 아쉬움을 달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