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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스러운 의자 관리국 - 당신의 민원을 보여주세요
최혜미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에 대한 이야기!"
머리가 복잡할 때는 몸을 혹사시키거나 소설책을 읽으며 시선을 잠시 다른 곳으로 돌리는 편인데, 이번에는 체력이 달려 소설책을 택했다.
다행히 이 방법이 잘 먹혀들어 잠시나마 복잡한 상황을 잊을 수 있었는데, 특히 소재가 워낙 흥미로워 더 깊이 빠져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의자 관리국에 근무하는 엘리가 3개의 민원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이 과정은 결국 '진정한 나'를 찾아주는 여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전반적인 포맷이나 꿈을 통해 침투한다는 점에서 과거에 읽었던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떠올리게 했는데, 비단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소재는 꽤나 흥미로웠고, 민원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판타지 요소가 더해진 소설로 의자 관리국에 취직한 엘리가 각종 민원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겉으로는 의자 관리국이라고 칭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이 진짜 바라는 '나'의 모습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곳으로, 엘리는 신입 직원이지만 이 역할을 잘 수행해 낸다.
세 가지 의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 보일 뿐만 아니라, 특히 지셀리나와 엘리의 대화를 통해 그동안 놓치고 살아온 '진짜 나'의 모습까지도 되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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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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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엘로 마을
-동서남북을 대표하는 4개의 관리국과 중앙 센터가 핵심인 마을
-4개의 관리국은 파라엘로 마을 청년들 모두가 꿈꾸는 꿈의 직장
-동쪽은 명패 관리국, 서쪽은 서책 관리국, 남쪽은 색깔 관리국, 북쪽은 의자 관리국
-관리국에 다니고 있다는 것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과 같음
-관리국에서 일한 사람들만이 중앙 센터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
-중앙 센터에는 '브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존재함
-중앙센터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는 모두 비밀에 부쳐져 있음
■의자 관리국
-생산부, 디자인부, 마케팅부, 민원 관리부로 이루어져 있음
-민원 관리부의 진짜 목적은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
-텔링크를 통해 의뢰인의 꿈으로 들어가 의뢰인의 민원과 가장 연관이 깊은 상황들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형태
■엘리
-오랜 백수생활을 접고 의자 관리국의 민원 관리부에서 근무하게 됨
■지셀리나 인그리드
-신입인 엘리 담당
■솔라나
-5년째 민원 관리부에서 근무 중으로 엘리와 같은 팀
■페레즈
-3년째 민원 관리부에서 근무 중으로 엘리와 같은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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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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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1
-안상진
-아무리 의자를 높게 쌓아도 만족스럽지 않아요.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금까지는 직급과 사회적 명성을 쌓는 데 온 힘을 쏟아왔지만, 그에게 남은 건 늘 공허함뿐이었다. 그러던 중 엘리의 도움으로 마침내 그 빈자리엔 ‘진짜 내가 바라던 삶’이 들어앉게 된다.
삶이 채워지니 태도도 달라졌고, 태도가 달라지니 주변의 반응 역시 자연스럽게 변해갔다. 그제야 그는 비로소 새로운 방식으로, ‘진짜 내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민원 2
-강하다(이체리)
-사라져 버린 내 의자를 찾고 싶어요.
스스로가 '가짜 모습'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 '진짜 나'에 대한 간절한 열망, 그리고 그 모습을 감춘 채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미안함까지 겹치다 보니, 어느 순간 하다는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런 하다를 지켜보던 엘리는 가장 가까운 친구를 통해, 하다가 '진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아낄 수 있도록 돕는다.
■민원 3
-김지수
-내 의자가 많은 보석으로 화려해졌으면 좋겠어요.
가난과 부족함 속에서 자란 지수는 성인이 된 뒤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명품을 사고, SNS에 자랑하며 잠시나마 욕구를 채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보다 더 잘 사는 친구, 더 많은 걸 가진 친구들을 볼 때면 또다시 기가 죽고 만다.
엘리는 이런 지수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도움을 주고, 지수는 그 과정에서 비로소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깨닫게 된다. 덕분에 겉만 화려한 의자에 대한 갈망도 자연스레 놓아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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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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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본래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특징이나 성격이 있지만 살아가면서 바뀌기도 하니까. 자유 의지가 있는 만큼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인생을 무한하게 바꿀 수 있으니."
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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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사주, 타로카드 등을 보는 사람들 중에는 인생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믿는 경우가 많은데, 이 문장을 읽으며 새삼 우리의 삶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되어 꼭 언급하고 싶었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기질이나 성격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인생의 방향은 결국 자신의 의지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지금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천천히 내가 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보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가 바라던 삶이 우리 앞에 놓여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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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악은 뭔지 알아?"
(...)
"의욕에 넘쳐서 해결해 준답시고 섣부른 조언을 하는 거야. 물론 의욕적인 건 아주 좋지. 하지만 그게 오히려 의뢰인들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해. 정말 자신이 100% 해결해 줄 수 없다면 괜한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아."
(...)
"우리는 그 사람이 될 수 없으니까."
(...)
"난 이 일에 가장 중요한 것은 평정심을 유지하는 거라고 생각해."
45~4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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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셀리나는 엘리에게 중요한 말을 남긴다. 섣부른 조언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다.
누구도 타인의 인생에 함부로 간섭해서는 안 된다. 설사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아도, 섣부르게 말을 얹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결국 그 사람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너무 쉽게 다른 사람의 인생에 끼어들거나 훈수를 두는 사람들이 많다.
기억하자. 내 인생을 누가 함부로 좌지우지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나 역시 타인의 인생에 함부로 발 들여놓아선 안 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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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 인생의 답은 뻔함 속에 있지 않을까.
뻔해서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뻔함을 무시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소중한 인생의 교훈과 선물을 가져다주는, 어쩌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게 만든 신의 배려.
2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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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인생의 정답은 아주 가까이에 있음을 느낀다. 우리가 너무 멀리만 바라봐서 그렇지 실상 해결책은 아주 뻔하고, 별것 아닌 것에 있으니 우리 주변부터 살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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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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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감성 콘셉트의 일러스트 이미지처럼 느껴지는 부분만 제외하면, 내용상으로는 의미와 깨달음까지 담고 있어 나쁘지 않은 스토리로 보인다.
특히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의 상황과 현실적인 측면들을 민원인의 상황에 잘 대입한 덕분에,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도 쉽게 감정이입을 하게 만든다.
끝없이 밟고 올라가야 하는 직급이나 사회적 지위에 목메는 사람들, SNS의 화려한 이면만 보고 보여지는 것에만 치중하는 사람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만 부러워하는 사람들 등 누구나 한 번쯤 거쳐갔거나 혹은 겪어봄직한 이야기들이라 읽으면서 함께 반성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민원인의 사례를 통해 현실 속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 '진정한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도 함께 배울 수 있었다.
지금부터라도 남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보다 진정한 나, 솔직한 나의 모습을 더 사랑하고 아껴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