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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라틴어 문장 하나쯤 있으면 좋겠습니다
라티나 씨.야마자키 마리 지음, 박수남 옮김 / 윌마 / 2025년 10월
평점 :
"고대 로마 현자들이 남긴 라틴어 문장 속, 삶의 지혜와 정수!"
어려움이 닥쳤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종종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 고전이나 유명 철학자들의 글귀들을 찾아 읽고는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막상 그것의 원조격인 '고대어'를 찾아볼 생각은 미처 해보지 못하는 듯하다.
이번에 그런 생각을 깨 준 책이 있어 읽어보게 되었는데, 바로 <당신에게 라틴어 문장 하나쯤 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책이다.
외국어라고 하면 제2 외국어로 활용할 영어, 일본어, 중국어, 독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처럼 여행이나 학문을 위해 사용할 언어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이 책 덕분에 고대어를 확인해 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기호와 발음 때문에 다소 난감하고 어색한 첫 만남을 가졌지만, 다행히 대화 형태로 어렵지 않게 풀어준 두 저자 덕분에 무사히 의미까지 되새길 수 있었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고대 로마의 현자들이 남긴 라틴어 문장 65가지에 대해 두 저자가 대화하는 형태로 풀어쓰고 있어 어렵지 않게 접근이 가능하다.
이들의 대화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각 저자가 격언을 추천한 이유부터, 고대 로마의 역사와 문화, 비하인드 이야기까지 만나볼 수 있는데, 은근한 지적 재미에 더해 사유의 폭까지 넓힐 수 있다.
2000년 전 존재했던 라틴어 문장을 통해 현시대를 살아갈 지혜와 이해, 공감을 얻을 수 있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삶의 방식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다소 어색하고 꼬인 발음만큼 우리 삶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우가 많은데, 라틴어를 천천히 발음하며 뜻과 의미를 되새겨 보면 어떨까? 그러다 보면, 우리 삶의 방향성과 해결책도 천천히 풀리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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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왔던 라틴어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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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했다면 이미 절반은 달성한 것이다
(디미디움 팍티 퀴 코이피트 하베트)
라티나: 냉정하게 보면, 시작이란 건 전체 과정의 1퍼센트 정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할 때는 시작하겠다는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따라서 저는 시작이 반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24페이지 中)
■오늘을 즐겨라
(카르페 디엠)
야미자키: 어쩌면 형식은 달라도 전 세계 어디에서나 '오늘 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라'는 가르침은 동일하게 존재해왔던 것 아닐까요.
삶과 죽음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러한 문장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끝에 도달한 원숙한 정신에서 비롯합니다. 인생을 즐겁게 살다 보면 죽고 싶지 않다고 느끼기 마련이지만. 카르페 디엠은 오히려 죽음을 당당히 맞이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일깨워 주는 격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카르페 디엠은 로마의 모든 기념품 가게에서 마그넷으로 만들어 팔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격언입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인생이기에 오늘 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가라는 이 말은 이 지구에 존재하는 모두에게 꼭 필요한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42~43페이지 中)
■행운은 담대한 자의 편이다
(아우덴테스 포르투나 이우바트)
라티나: 실패했을 때는 일단 받아들이고, 반성과 성찰을 통해 다음 기회에는 성공하도록 밑거름으로 삼아야 합니다.
야마자키: 맞습니다. 실수와 굴욕은 인간이 성숙해지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니까요. 자양분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현명합니다.
(73페이지 中)
■사람들은 말한다.
(많이 읽기보다는 깊이 읽어야 한다고.)
아이운트 에님 물툼 레겐둠 에쎄, 논 물타
라티나: 다독보다 정독을 권하는 말입니다.
야마자키: 정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한 권의 책을 숙독하는 것이 100권의 책을 속독하는 것보다 얻는 게 많으니까요.
(86페이지 中)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
(템푸스 옴니아 메데투르)
라티나: 사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걸 잊게 된다는 건 인간에게 주어진 참 편리한 기능이에요. 망각은 신의 선물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야마자키: 망각이라는 기능은 정서적 건강 및 행복을 증진하고 인지 능력의 효율성 또한 높이기 때문에, 잊어도 괜찮은 일이라면 빠르게 잊는 편이 좋습니다.
(...)
이 격언은 저뿐 아니라 지금까지 많은 사람의 버팀목이 되어주었을 거예요.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을 위로해 줄 말이라고 확신합니다.
(135~136페이지 中)
■살아 있는 동안엔 살아가자
(둠 비비무스 비바무스)
라티나: 그야말로 이상적인 삶의 태도를 잘 보여주는 말입니다.
야마자키: 인생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고, 지구에 생명을 지니고 태어났으면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골고루 사용하며 그저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는 얘기예요.
(1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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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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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이 언급한 격언들의 의미는 이미 대다수가 알고 있는 내용들일 것이다. 이미 수많은 책들을 통해서 읽었고 또 누군가에게 들은 문장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 다른 형태로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를테면, 책에 수록된 라틴어식 문장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 하나를 골라 반복적으로 소리 내어 읽어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읽다 보면 점점 자신감이 붙어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마법사의 어느 주문처럼, 어느새 나만의 인생 주문처럼 느껴지게 될 것이다.
마음에 새기고 갈 딱 한 문장만 가슴에, 머리에 라틴어로 콕 박아두자. 그러다 보면 정말 필요한 순간 이 글자들이 우리를 꺼내줄지도 모른다.
템푸스 옴니아 메데투르
템푸스 옴니아 메데투르
템푸스 옴니아 메데투르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
지금의 이 고난도 언젠가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