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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공감 - 우리는 왜 남의 말에 휘둘리는가
제나라 네렌버그 지음, 명선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25년 10월
평점 :
"인터넷의 발달로 소통의 방법은 쉬워졌지만, 되려 자유로운 표현이나 소통은 어려워진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
<거짓 공감>이라는 책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인데, 생각보다 쉽진 않았다. 대략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큰 맥락은 잡히는데, 디테일하게 가닥이 잡히는 느낌은 아니라, 텍스트를 줄줄이 읽어나가는 느낌으로 읽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인터넷의 발달로 세상이 쉽게 소통할 수 있는 길은 열렸지만, 반대로 그 때문에 오히려 대중의 눈치를 보느라 개개인의 특성이나 개성이 사라지고, 거짓 공감을 통해 집단 사고에 동조하게 된 원인과 이유, 그리고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소설미디어의 발달로 생겨난 '캔슬 컬처'나 '자기검열'이 자기 침묵을 야기시켜 진짜 소통은 단절되고 이로 인해 내 목소리를 잃게 된다고 이야기하며, 개인화 알고리즘으로 인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자기중심적 생각이나 양극단으로 치닫는 상황들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자기 침묵과 거짓 공감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원인과 현 상황,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진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하는 방법과 이유까지 함께 전하고 있다.
파트 1에서는 집단 사고의 심리적·사회적 근원에서부터 현재 온라인 시대에 미친 영향과 우리가 처한 극단적인 상황까지 살펴본다.
파트 2에서는 집단 사고를 벗어나는 첫걸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파악하고, 집단사고를 벗어나는 과정에서의 불편함을 견디는 법을 소개한다.
마지막 파트 3에서는 자유로운 사상가들이 다양한 생각을 받아들이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번성하는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 스스로 생각하고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대중의 시선이나 집단 사고에 매몰되어 가짜 동조, 가짜 공감을 하기보다 나의 목소리를 찾기 위한 노력들에 더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더 이상 눈치 보느라 내가 사라지지 않도록, 떳떳하게 내가 생각한 바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저자는 심리학적 접근을 통해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상황들을 다양한 예시와 인용 글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데, 읽다 보면 꽤 심각한 우리의 현주소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를 통해 아예 SNS를 끊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지금 나의 상태는 어떤지, 또 앞으로는 우리가 어떤 사고와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살펴보면서 나를 잃어버리지 않을 방법들을 하나씩 적용해 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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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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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단순히 우리의 사고방식만을 바꾼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보다 더 근본적이고,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서로를 대하는 인식을 바꾸었다. 일부의 목소리만 증폭되는 공간에서 우리는 전체 여론을 왜곡된 렌즈로 들여다보게 되고, 그 결과 다양한 시선을 듣지 못한 채 스스로 침묵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타인의 반응을 두려워한 나머지 우리 스스로도 입을 다물게 되고, 결국 사람들이 정말로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지에 대한 감각은 점점 무뎌진다.
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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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집단사고가 맞물려 단단히 굳어져 버린 지금, 그 흐름에 맞서 싸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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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이 인간의 심리를 정교하게 파고들어, 강력하고 중독적인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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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언론은 높은 조회수를 얻지만, 사회는 점점 더 분열되고, 중간 지대에 위치한 사람들은 더 깊은 침묵 속으로 몰린다. 자신이 어떤 철학적 공허 속에 있다고 착각하며, 더 이상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느낀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 중간 지대, 회색의 경계선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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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세상이 만든 집단성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실감할 수 있는 글이었다. 익명성과 온라인의 특성을 통해 언뜻 쉽게 내 생각을 말하고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극과 극으로 치닫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사람들이 점점 더 도태되고 목소리를 잃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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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상황에 빠지게 된 원인은 '자기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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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불확실성은 때때로 "압도적으로 느껴지며 거의 해결이 불가능하게 여겨지기도 한다"라고 말하며, 특히 세 가지 주요 상황에서 이러한 현상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그 첫 번째는 자아 개념이 지나치게 단순한 경우이다. 즉,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 거의 없고, 그 정체성들조차도 상당히 겹쳐서 결과적으로 하나의 정체성처럼 작동할 때"이다. 다시 말해, 다양한 역할과 경험이 부족하여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한 경우이다. 이런 경우 새로운 자극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거나 독립적으로 사고를 전개하기보다, 이미 주어진 구조 안에 의존하게 될 위험이 크다.
두 번째로, 자기 정체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경우는 정체성들이 서로 겹쳐 있을 때이다. 자신이 살아온 환경에서 벗어나 낯선 세계로 발을 내딛으려 할 때 흔히 겪게 되는 감정이다.
세 번째는, 개인이 자신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에 충분한 감정적, 물리적, 인지적, 사회적 자원이 없다고 느낄 때이다. 이때 개인은 불확실성을 "흥미로운 도전이 아닌, 불안으로 가득한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78~7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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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극단적 불확실성에 빠지면 누군가(집단 사고)에 의지하고픈 마음을 먹게 된다. 그것이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극단적 불확실성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위의 세 가지 주요 상황들을 언급하며 이럴 때 우리는 자기 불확실성을 뚜렷이 느끼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상황을 봤을 때 어느 정도는 수긍하고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이럴 때 스스로 자기인식을 통해 극단적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멘탈 관리를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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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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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런 주제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되, 분노에만 기대거나 소셜 미디어의 급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단단히 붙드는 것이다. 우리가 비판적 사고와 분별력 있는 태도를 가지면,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안녕에도 희망이 생긴다. 집단 사고의 위험을 인식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힘들게 얻은 개인의 통찰을 바탕으로 이 복잡한 세상을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4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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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하게 타인의 생각이나 행동을 좇기보다, 나의 생각과 기준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책을 읽거나 토론을 할 때, 타인과 대화를 할 때도 무조건적인 수용보다는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개인의 통찰을 따르기 바란다. 그래야 스스로의 힘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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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사고를 벗어나는 과정에서의 불편함을 견디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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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뒤흔드는 전환은 늘 고통스럽다. 이 길은 감정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는 용기가 요구된다. 하지만 집단사고의 굴레에서 벗어나면 삶의 질은 눈에 띄게 나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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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이 부여한 거짓된 안정감을 넘어서 진정한 자아를 만날 수 있다면, 그 대가는 충분히 지불할 만하다. 집단사고의 저편에는 진정한 기쁨이 존재한다.
10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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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사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주변으로부터 다양한 비난과 충고, 심지어 그들 모두에게서 동떨어진 삶을 살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선 이후 얻게 되는 진정한 기쁨과 자아라는 보상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비록 이 모든 과정이 불편하고 어렵다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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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함께 하기 위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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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야를 넓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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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존중을 바탕으로 토론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을까? 시작은 시야를 넓히는 것이다.
1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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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릴 때부터 다양한 사람들에 익숙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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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익숙해지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야 고등학교 시절뿐 아니라 이후에도 낯선 사람을 '타자'로 멀리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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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만약 삶의 다른 영역에서 인종 간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그들은 이미 그런 우정을 경험해 본 덕분에 다른 인종의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으며, 그 경험은 갈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20, 2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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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는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상 속에서 보다 진솔한 모습으로 나서고, 자신을 억누르는 태도를 줄이며, 다양한 관점과 차이에 익숙해지려 할수록, 어떤 사람들과 자신을 둘러싸느냐를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 그러한 선택은 삶의 질은 물론 전반적인 건강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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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휴식을 통해 삶에 에너지를 얻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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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운동, 스포츠, 여행, 차 한 잔처럼 '현실 세계'에서 휴식을 즐기는 것은 우리의 감각과 인식을 새롭게 재배열하며,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2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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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코미디, 웃음, 그리고 유머가 가져다주는 효과 활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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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가까워지는 느낌은 전체적인 기분과 행복감을 끌어올려 준다. 그렇기에 코미디, 웃음 그리고 유머는 우리 몸과 마음에 작용하는 강력한 치료제라 할 수 있다.
25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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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자기 자신과 자신을 규정하는 틀을 너무 무겁게 여기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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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은 변할 수 있고, 변해야만 해요. 요즘은 그 유연함이 사라져서 서로를 아프게 만들고 있죠." 그녀가 마무리했다. "무언가를 내려놓으려면 약간의 겸손이 필요합니다."
25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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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열린 마음 유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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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단과 극단에서 벗어나려면 겸손과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열린 마음을 유지하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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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로운 도시에서 우리는 복잡하고 갈등이 있는 상황도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며 소통할 수 있다. 또한 존중 속에서 다름을 인정하고 반대 의견이 주는 즐거움도 함께 누릴 수 있다.
261~26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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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러한 방법들을 제시하며, 반응을 두려워하기보다 대담하게 사고하고 소통하라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온라인에서의 소통이 결코 오프라인(대면)에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하며,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훈련하고 사고하는 방식을 더 권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위에 언급한 방법들뿐만 아니라, 늘 안테나를 세우고 공적인 사안에 참여하며, 자기만의 중심성과 균형을 확보하라고 말한다.
또 사유하는 존재로서 자신의 목표를 분명히 인식하고 자신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세심히 돌보면서 지속적인 성장과 회복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언급한다.
광범위한 소외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고립된 정체성에 집착하는 태도를 내려놓고, 집단 소속감이나 집단 정체성보다 자신의 생각을 더 우위에 두고 표현해야 다양성이 존중받고, 사람 간에 진정한 연결감이 완성된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저자는 알고리즘과 가상 공동체, 소셜 미디어보다는 실제적인 현실감에서 몸으로 체험하는 감각, 자연, 여행, 그리고 뜨겁고 긴장감 넘치는 순간들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야말로 거짓 공감과 집단 소속감에서 벗어나 내가 나로서 제대로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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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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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위해 용기 내어 일어서고, 담대하게 소통할 힘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 우리는 기꺼이 나를 먼저 탐색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물과 사람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힘, 나의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힘, 그리고 그것을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소통하며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야 우리는 더 큰 세상을 마주할 수 있다.
더불어 이런 과정들은 모두 대면을 통해 이루어져야 진심 어린 교감이 된다. 온라인이라는 세상 속에서 벗어나 복잡한 세상을 직접 마주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우리는 인터넷의 발달 이후 그 세상 속에서 내가 원하는 것만 보고,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들 속에서 거짓 공감과 집단 소속감 속에서 가짜 안정감을 누리며 살았다. 그런데 이것은 말 그대로 가짜다.
앞으로는 진짜 세상 속에서 직접 겪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직접 터득해 보면 어떨까 한다.
조금만 용기를 내면 당신은, 우리는 자신답게 살아가며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진정한 미래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