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날들이 단단한 인생을 만들지
임희재 지음 / 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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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세계를 바꿔준 다정한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



해외 생활을 담은 이야기들을 만나면 왠지 모르게 반가운 기분이 드는 건, 어쩌면 평소 해외 거주나 여행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스물두 살, 대학을 졸업한 저자가 14년간 해외 유학 생활을 하면서 겪은 다정한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세이로, 해외 생활의 고충을 즐거운 '경험'과 '추억'으로 만들어 준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가 경험한 일상 속 작은 친절이 주는 행복을 만나보면서,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와 같은 따뜻한 온기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어린 나이에 유학길에 오른 저자의 다정한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요 배경은 프랑스로, 학위를 딴 이후에는 독일 쾰른과 이탈리아에서도 얼마간 생활을 이어 나갔다고 전하고 있다.


다정하진 않았지만 섬세하게 챙겨준 독일인 남자 친구를 비롯해, 막차를 놓쳐 난감한 상황에서 집까지 바래다준 같은 버스를 탔던 승객, 아플 때 서슴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옆집 여성, 그리고 변기가 막혔을 때 직접 변기를 뚫어준 이웃 남성까지.


완전히 다른 사회 시스템 안에서 홀로 우왕좌왕하던 저자는 이처럼 많은 이웃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학위도 따고, 행복한 일상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다른 언어, 다른 문화, 다른 생활권, 다른 상식을 가진 해외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가 홀로 생활하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낯선 이방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또 그들의 생활권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이들 덕분에 저자는 14년간의 해외 생활을 이토록 다정하고 행복한 시절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특별한 이벤트에 대한 내용은 없지만, 소소한 일상 속에서 만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문화와 사람들의 이야기는 분명 우리의 정서와 많이 달랐다.


그래서 한때는 저자 역시 실수를 하거나 오해하는(혹은 오해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정한 이웃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문화를 이해하게 된다.


덕분에 그동안 가지고 있던 편견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고, 또 힘겨운 유학 생활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힘든 순간, 사람을 살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이처럼 별것 아닌 다정한 말 한마디와 따뜻한 온기일 것이다.


현재 세계는 각박함과 치열함 속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며, 서로를 향한 열린 마음과 상대를 이해해 보려는 배려의 마음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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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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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 짧은 다섯 글자는 순식간에 공기를 데우고 얼굴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정말 마법 같은 단어다.

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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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이 마법 같은 단어를 아끼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일까? 이토록 세상이 험악해진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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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한국식 학벌주의는 통하지 않았다. 학생 본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길 원하는지 등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타인에게 설명할 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여전히 유럽에서 진리로 통하고 있었다.

(...)

어차피 한국에서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는 해외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아무도 묻지 않는다. 기죽어 있을 시간에 나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하나라도 더 파헤치는 편이 훨씬 낫다. 그 시간에 우리 자신을 알자.

32~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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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벌주의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 나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같은 것들 말이다.


저자는 한국과 다른 문화와 이념, 그리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 덕분에 관점과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진짜 중요한 것은 학벌과 같이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 더 앞서 가치있게 여겨야 하는 것은 바로 나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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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학생들은 내 말을 반박하고 나에게 불평을 털어놓고 또 가끔은 내가 틀렸다고 지적하기도 해. 그런데 너는 무조건 알겠다고 답하더라."

(...)

교수님의 지적 이후 '리스너'로 살았던 20년을 뒤로하고 이제는 '스피커'로 살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

내가 하고 싶은 곡은 무엇인지, 왜 이 곡을 꼭 해야 하는지, 이 곡에서 어느 부분을 왜 좋아하는지, 어떻게 가사를 살려 부를 건지 등 나의 계획을 빠짐없이 말씀드렸다. 그러면 교수님은 이제 프로페셔널해졌구나. 앞으로도 쭉 그렇게 가는 거야!"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교수님의 응원에 힘입어 그 학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40~4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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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유학 가서 겪는 가장 큰 딜레마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유교 사상이 뿌리 깊이 박혀 있는 한국인에게 있어 '예스맨'이 되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진짜 중요한 가치들이 결여되면서, 대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고,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과 같은 것들 말이다.


아마 저자를 담당했던 교수님은 이런 부분을 꿰뚫어 보고 저자를 아끼는 마음에 지적을 하신 게 아닐까 싶다. 다행히 저자는 너무 늦지 않게 깨달았고 '예스맨'에서 '노맨'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많이 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예스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스맨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적어도 내 주관은 명확히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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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도 오붓하게 데이트할 시간이 필요해. 같이 패션쇼를 보러 가거든.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해. 그러니 사샤가 우는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9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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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다. 하지만 큰 안목으로 길게 보면 이것이 정답이다. 어떤 이들은 그럼에도 부모는 아이를 위해 같이 살아야 하고, 아이를 위해서 참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모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결코 아이를 위하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는 특히 개개인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결혼보다 팍스(PACS: 시민 연대협약) 제도가 더 활발히 정착되었다고 한다. 이 제도는 성인 두 사람이 성별에 관계없이 함께 공동의 삶을 꾸려나가도록 만든 것으로 결혼보다는 가볍고 동거보다는 깊은 의미로 해석된다.


아이 위주로 가정이 꾸려지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프랑스는 아이가 생기면 부부 위주로 가정이 재편된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는 문화가 더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때문에, 부부는 자신들의 삶과 생활을 더 귀하게 여기도 아이와도 정서적으로 독립되면서 행복한 부모, 가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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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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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가 유학을 떠나게 된 저자를 다정히 품어주었던 이웃들 덕분에 저자는 행복한 기억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자신을 더 깊이 알아 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은 물론,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고 생활하면서 은연중에 가지고 있던 편견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스스로 원해서 간 유학이었지만, 실상 두렵고 무서운 일들이 많았을 것이고, 또 혼자 어쩌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낯선 이방인의 간곡한 부탁을 서슴없이 들어온 이웃들과 그들의 배려 덕분에 저자는 성장할 수 있었다. 이것은 남자친구를 따라 무턱대고 독일 쾰른으로 이주한 저자의 적응기에서 증명된다.


내 것을 내어주며, 불편함을 감소하고, 모르는 이에게 베푸는 친절이 요즘 시대에는' 불필요함' 혹은 '무관심함'이라는 이름 아래 가려졌지만, 분명 우리도 그렇게 살던 때가 있었다.


저자는 그것을 프랑스라는 나라에서 다시 경험하게 되면서 '다정함'이 주는 힘이 얼마나 큰지를 몸소 체험하게 된 것이다.


유행은 특정 주기를 기준으로 돌고 돈다고 이야기한다. 팍팍하고 날카로운 시대의 분위기도 유행처럼 다시 돌고 돌아 다정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전환되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도 한때 '정'의 민족이라 불릴 만큼 따뜻한 시절이 분명 존재했었다. 그런 만큼, 언젠가 다시 훈풍이 도는 시절이 돌아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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