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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같은 인생을, 축제 같은 인생으로
이서원 지음 / 레디투다이브 / 2025년 8월
평점 :
"더 나은 인생 후반전을 위한 통찰의 문장 70"
한 번씩 나보다 앞서 인생을 산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큰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돌아서서 '그러지 말걸' 하는 후회의 빈도수가 줄어들기도 하고, 또 삶의 무게에 짓눌려 불안함과 막막함이 밀려올 때 덜 헤매기도 한다.
어떨 때는 잊고 있던 현재의 행복을 찾기도 하고, 다시금 인생의 방향과 목적을 제대로 상기할 때도 있다. 그러고 보면, 지금 시대에 없는 어른의 역할을 책이 대신해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나와 상관없는,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하는 책이라 할지라도 일부러 찾아 읽는 편이다. 그리고 그 책을 통해 내가 지금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 넣으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그들의 나이쯤 되었을 때 조금 더 괜찮은 나, 괜찮은 어른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말이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 여러 경로를 통해 모은 명언 중 특히 나이 오십에 새기면 좋을 문장들만 엄선해 엮은 에세이다.
단순히 명언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저자만의 생각과 경험을 덧입혀 이해와 공감력을 끌어내서인지 확실히 더 감정적으로 깊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숙제 같은 인생'이 '축제 같은 인생'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하고 있는데, 이 책에 담긴 명언들을 가슴 깊이 새기고 관점을 달리하다 보면 우리 모두 중년 이후의 삶이 '축제 같은 인생'이 되지 않을까 한다.
수집된 명언의 출처를 살펴보면, 자기 자신을 비롯해, 이웃 주민, 명사 등 다양한데 이를 통해 평소 저자가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은 물론, 관찰력이 남다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모은 명언들을 우리 삶에 잘 적용하여 앞선 인생에서 가지고 있던 나쁜 습관이나 시선, 생각에서 벗어나 더 지혜로운 노년을 맞이하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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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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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리 가족 상담소 소장으로 30년 넘게 상담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책 속 경구는 물론 내담자나 이웃 주민, 출근길 택시 기사가 무심코 흘린 명언 등을 모으고 그에 관한 자신만의 성찰을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는 그렇게 모은 수천 개의 명언 중 특히 중년의 명랑한 인생에 힌트가 될 만한 것들을 엄선하여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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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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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내는 자는 언제나 가난하다
-클라우디아누스-
100세 시대의 절반에 해당하는 오십이 되면 서서히 욕망을 정리정돈해야 한다. 정리란 있는 것을 없애는 것이고, 정돈이란 있는 것을 제자리에 두는 것이다. '욕망을 정리한다'는 것은 욕망 가운데 욕심을 없앤다는 뜻이다. 욕심은 되지도 않는 일을 바라는 것이다. 오십 이후에는 되지도 않을 돈 욕심과 사람 욕심을 버리는 태도가 필요하다.
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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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 오십이 되면, 앞서 살았던 절반의 삶과는 다른 방식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중 하나는 바로 '욕심'을 버리는 태도 아닐까?
젊은 날에는 한껏 돈 욕심, 사람 욕심을 부릴 수 있다. 그런 경험도 어느 정도 필요하니 말이다. 하지만 인생 후반부에 들어서까지 동일한 방식으로 삶을 대하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결핍과 욕망뿐이다.
만족을 모르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면, 오십에는 욕심을 버리는 연습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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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고 말하는 것은 조준하지 않고 사격하는 것이다.
-W.G. 베넘-
어른이란 누구인가. 말할 때마다 그 말이 말을 들을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잘 생각한 후 말하는 사람, 그 사람이 진짜 어른이다.
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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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갈수록 귀는 더 활짝 열어두고, 입은 닫는 것이 좋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희한하게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지혜로운 어른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내뱉는 말의 경중과 신중함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내뱉는 습관을 기르자. 그것이야말로 지혜로운 어른으로 가는 길이자 스스로가 대접받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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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내가 한 건 다 잘한 거다.
-F동 이모-
미래를 바꾸기 위해선 과거를 바꿔야 한다. 나의 과거를 깨끗하게 뽀송뽀송하게 세탁하고 나자 눈부신 미래가 눈앞에 펼쳐졌다. 신중하게, 그리고 신나게 순간의 좋은 선택을 내리며 오늘을 바람 잘 드는 빨래걸이에 거는 하루하루가 행복해졌다.
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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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덮어두었다고 해서 그것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마음속 가장 밑바닥에 숨어 있다가 언제고 우리 삶을 망쳐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래를 바꾸고 싶다면 내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어둠부터 깨끗이 청산하자. 관점을 바꿔도 좋고, 아픔을 꼭 끌어안아주는 방식도 괜찮다.
그렇게 과거를 깨끗하고 뽀송하게 세탁해야만 우리는 더 나은 선택과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사느라 바빠 고통과 슬픔을 내 안에 꼭꼭 감춰 두고 있었다면, 이제 그것들을 말끔히 놓아주고 순수한 행복의 길로 들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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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의 치료법은 반대 버릇이다.
-에픽테토스-
지금 내가 겪는 고통은 내 버릇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 버릇의 치료법은 반대 버릇이다. 오십이 된 지금 내 버릇 때문에 힘들다면, 한번 돌이켜보자. 삶이 오늘부터는 반대 버릇을 가져보라는 메시지를 나에게 전하고 있는 건 아닐지.
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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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우리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대다수의 원인은 우리 자신인 경우가 많은데, 특히 잘못된 버릇이 장기간 쌓이다 결국 파멸로 이어지는 경우가 그렇다.
이를테면 괜찮지 않은데 스스로 계속 괜찮다고 되뇌거나 꾹꾹 참는 버릇의 경우 지속적으로 쌓이다 보면 고통을 넘어 우울감 및 큰 병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러니 인생의 절반이 흘렀을 때, 무엇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면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반대 버릇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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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을 우리에게 줄 의무가 없다.
-마거릿 미첼-
인생은 주사위다. 무슨 수가 나올지 알 수 없다. 무슨 수를 나오게 하려고 애쓰기보다 무슨 수가 나왔을 때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것이 지혜로운 처신이다. 인생은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을 줄 의무가 없다는 걸 알 때쯤, 우리는 철이 들기 시작하고 오십이 된다.
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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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인생의 주사위를 던지고 기대하는 바가 나오기를 고대하다가 결국 실망하고 고통에 빠지는 것이 기본적인 패턴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도무지 행복을 찾을 수 없다.
반 평생을 그런 방식으로 살아왔다면, 오십 이후에는 관점을 바꿔 무슨 수가 나오든 그것을 내 방식대로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는 게 더 현명한 처신이지 않을까 한다.
수를 예상할 수 없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참 묘미이니, 오십 이후부터는 그 흐름에 따라 흘러가 보자. 어쩌면 그때부터 진정한 인생의 참맛을 엿볼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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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 어른이 아니라 나아져서 어른이다.
-이서원-
나이가 많다거나 경험이 많은 건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세월과 경험을 통해 사물과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인격이 나아졌느냐가 중요하다.
(...)
숨만 쉬어도 먹는 게 나이다. 나이는 벼슬이 아니다. 벼슬은 '어떻게 숨을 쉬었느냐'로 판가름 난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아니라 나아져서 어른이다.
220~2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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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이 많음'으로 우쭐거리고 대접받기를 바라는 어른들이 너무 많다. 나이 먹은 게 벼슬도 아닌데, 왜 그걸로 대접받기를 바라는지 모를 일이다.
어른 대접을 받고 싶다면, 먼저 생각을 키우고 인격의 폭을 확장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세월과 경험의 노하우를 덧입혀 종지 그릇을 더 큰 사발 그릇으로 키우다 보면, 어느새 진정한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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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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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쓴 기계도 중간에 한 번은 부품을 갈아 끼워 줘야 잘 굴러간다. 하물며 백세를 사는 인간도 마찬가지 아닐까? 인간에게 있어 부품은 사고, 관념, 생각의 전환이라 말할 수 있는데, 이것들을 재점검하고 정비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나이는 바로 오십이 아닐까 한다.
중년에 들어서면 많은 것들이 전반전과 달라지는 양상을 보이는데, 일단 체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경제력과 경험치는 올라간다. 반면 고집이 세지고 오랜 관습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만약 이것을 무시하고 그대로 노년까지 살아간다면, 우리는 어쩌면 그저 나이만 먹은 어른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쯤에서 재점검을 통해 우리의 사고와 습관을 새롭게 프로그래밍한다면, 우리는 진짜 어른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
인생 숙제를 풀기 위해 전반전을 아등바등 살았다면, 후반전은 조금 다르게 살아보자. 관점과 방식을 바꿔 조금 더 쉽게 풀 수 있는 방식을 찾는다거나, 아니면 다른 선택지를 통해 파도를 비켜가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남는 시간은 휴식을 취하거나 인생을 즐길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다.
이런 삶을 위해 저자가 수집한 인생 명언을 백분 활용해 인생의 절반, 오십에 적용해 본다면 조금 더 축제 같은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