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완벽한 무인도
박해수 지음, 영서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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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서의 자발적 고립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치유해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



읽는 내내 에세이라고 생각하며 소설을 읽었다. 다 읽고 난 뒤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며 읽었을까 고민해 봤더니, 이 책을 쓴 저자의 삶이 주인공의 삶에 고스란히 녹아들게 되면서 소설이 에세이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더불어 지극히 현실적인 에피소드들이 소설에 등장하면서 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사람, 사회, 시스템에 치여 점점 자기를 잃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안을 통해 투영해 보게 되면서, 더 깊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치열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상처받은 주인공 지안이 버거운 인간관계에 지쳐 자발적으로 고립을 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조금씩 이야기를 푸는 형태로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독자는 호기심을 가지고 계속 몰입하며 읽게 된다.


이 섬은 어디고, 현주 언니는 누구인지, 왜 지안은 홀로 무인도에서 생활하게 되었는지, 또 그곳에서는 어떻게 의식주를 해결하며 지내는지 등등.


지안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속 사정과 상처를 마주할 수 있는데,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중에 지안과 같은 이유로 자발적 고립을 택하는 이들이 많아서 공감하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읽는 중에는 지안의 감정선과 궁금증을 따라가느라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다 읽고 나니 문득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예능 프로그램 '삼시 세끼'가 떠오른다. 아마도 비슷한 결을 가진 이야기라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만약 어떤 일로 깊은 상처를 받았거나 삶에 회의감이 들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희망을 발견해 보면 어떨까 한다.


어쩌면 우리 삶에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홀로 산책하고, 직접 가꾼 야채로 한상 가득 차려 든든하게 먹는 삶을 통해 당신의 삶에도 따뜻한 온기가 배어들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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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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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문항&송도섬

-현주가 살고 있는 동네이자 지안이 우연히 머물게 된 곳

-송도섬은 도문항에서 배로 10분 걸리는 무인도


■차지안

-도시에서 힘든 일을 겪고 우연히 도문항을 찾았다가 눌러앉게 됨

-무인도에서 몸과 마음을 회복함


■오현주

-30대 후반의 젊은 여성으로 지안보다 나이가 많음

-도문항의 단 하나뿐인 여자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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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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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 지쳐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로 도문항을 찾게 된 지안은 그곳에서 현주를 만나게 되면서 잠시 숨 쉴 틈을 갖게 된다.


따뜻한 동네 인심과 현주의 넉넉한 도움 덕분에 지안은 현주와 함께 살며 배도 타고 물질도 하며 도시 생활을 잊고 살지만, 아직 털어내지 못한 과거 상처로 인해 근처 무인도에서 홀로 살 결심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고립된 섬에서 사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현주의 도움과 단단히 마음먹은 덕분에 그녀는 점차 섬 생활이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특히 홀로 크게 앓은 이후로 그녀는 더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게 되는데, 자급자족을 하며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진 것은 물론, 마침내 잃어버린 자신 또한 되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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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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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재료들을 섞은 것일 뿐인데, 이렇게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게 놀라웠다. 그날 나는 텃밭 옆 소나무 그늘에 앉아 양푼을 껴안고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쳤다.

1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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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옆에서 털푸덕 땅에 앉아 양푼을 껴안고 맛있게 비빔밥을 먹는 지안의 모습이 떠올라 살포시 웃음이 지어지는 문장이었다.


때론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것이 명답일 때가 있다. 배고픔을 달래 줄 있는 그대로의 식재료로 만든 맛있는 한 끼처럼 말이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너무 멀리에서 행복을 찾기보다 우리 주변에서 사소한 행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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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의 반대말이란 게 무섭지 않다, 이런 게 아니라 여유롭다 같은 것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두 눈을 감은 채 몸의 힘을 빼고 있으니 바다가 나를 뭍으로 올려주었다.

18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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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힘을 꽉 주고 있으면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반면, 힘을 빼고 가만히 있으면 동동 떠오른다. 우리 삶도 어쩌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너무 잘 살아내려고 애쓰기보다, 어쩌면 무거운 감정은 덜어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지안이 바다에서 느낀 무서움이라는 감정을 배제했더니 어느새 가고자 했던 뭍으로 그녀를 데려다준 것처럼, 우리 역시 힘을 빼고 나아가다 보면 결국 우리가 원하는 종착지에 언젠가 다다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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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일어나 물질을 하고 갯방풍을 따고 텃밭에서 채소를 키우며 깨달은 것은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꽤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나 대신 밥 짓고 빨래를 해줄 사람이 없는 삶, 오롯이 단 한 사람이 누리는 자유에는 더더욱 많은 불편이 뒤따랐다.

202~20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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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독립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 문장이 의미하는 바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유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지 말이다.


간섭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기 위해 우리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들을 내 손으로 다 해내야 한다. 하다못해 먹는 것조차 스스로 챙겨 먹지 않으면 내내 쫄쫄 굶어야 한다.


지안은 무인도에서 홀로 지내고 나서야 비로소 그들의 보살핌이 얼마나 컸는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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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종종 혼잣말로 "엄마, 참 고마워"라고 말할 때가 있다. 엄마가 가르쳐 준 한 가지 지혜 때문이다.


"밥을 잘 차려 먹어야 해. 나 혼자서도, 아니면 나 말고 한 명 정도 더 차려줄 수 있을 실력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해. 그래야 세상살이를 할 수 있는 거야."

(...)

사람은 곧 밥심이라는 엄마의 말은 홀로 떨어진 내게 정말로 세상을 살아낼 힘을 주었다.

228~2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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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로 하던 '밥심'의 힘을 지안은 무인도에서 홀로 살면서 비로소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동안 곁눈질로 봐온 엄마의 요리 덕분에 지안은 혼자서도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생존을 위해 나 혼자서도 해먹을 수 있는 요리 몇 가지 정도는 알아두면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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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식이라는 게 허례허식 같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내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나를 꾸미는 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가끔 주눅이 들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는 오히려 이렇게 입으면 당당해지더라고. 물론 자긍심이 몸에 밴 사람은 옷을 뭘 입든 상관없이 그 기운이 뿜어져 나오지만..."

2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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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주눅이 들거나 자신감이 떨어질 때, 내 품격을 올리기 위해 나를 예쁘게 꾸며보면 어떨까?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라도 나의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이 또한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때의 꾸밈은 단순히 외적인 것을 넘어 자존감과 자신감을 향상시켜 줄 뿐 아니라 한층 기분을 고조시켜 사람을 더 당당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마음이 고단할 때 멋지게 꾸미고 잠시 외출해 보자. 기분 전환을 통해 멋진 나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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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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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너무 퍽퍽하거나 괴로울 땐, 가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살아가는 상상을 해볼 때가 있다. 바닷가를 산책하며 시원한 바람을 맞고, 스스로 키운 작물로 삼시 세끼를 맛있게 지어먹으며 사람과 상처에서 조금 동떨어진 삶을 말이다.


그런 일상이 무료해질 때면 조금 멀리 여행을 다녀오거나, 근처 시장에 들러 달달한 주전부리를 사 와서 한껏 맛있게 먹는 상상. 누구나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지안을 따라 현주가 선장으로 있는 배를 타보기도 하고, 물질을 하며 바닷속을 탐험하기도 했으며, 때론 낚시를 통해 직접 생선을 얻는 수확을 맛보기도 했다.


또 송도 섬에 혼자 머물며 아침이면 섬을 산책하며 여유를 만끽했고, 한낮에는 텃밭을 가꾸고 나무를 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저녁이면 낮 시간에 수확한 작물들을 맛있게 요리해서 먹는 즐거움으로 하루를 마무리했고, 그런 후에는 고요한 밤을 보냈다.


한 번쯤 시도해 보고 싶었던 삶을, 지안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면서 때론 버거웠고, 또 어떨 때는 그저 좋았다.


계절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산다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 둘 알아간다는 것이 이토록 행복한 일인지 이제서야 제대로 깨닫는다.


가끔은 지안과 같이 삶의 멈춤이 필요한 순간들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그럴 때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나만의 속도와 방향에 따라 천천히 내디뎌 보자.


그러다 보면 점차 몸과 마음은 단단해질 것이고, 나만의 세계를 더 견고히 쌓아 올릴 수 있는 힘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안은 물리적으로 동떨어진 무인도에서 이런 시간을 가졌지만, 우리 내면에 이런 완벽한 나만의 무인도를 하나쯤 갖고 있는다면,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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